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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그리고 당신이 원하지 않는 건 그렇다고 쳐. 근데 아이들한테는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애들도 원하지 않는지?”

“내 아이들이니 내 말을 들어야지.”

윤아는 쌀쌀하게 대꾸했다.

그런 윤아의 태도에도 수현은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얘기했다.

“내일 사람 불러서 설계도를 만들 거야. 설계도를 보고 당신 마음에 들면 그때 다시 시공을 시작할게. 오늘은 우선 푹 쉬어. 상처에 물이 안 닿게 조심하고. 잘 때는 엎드려 자지 않도록 해. 일단 요 며칠 휴가를 내고 일을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얘기 끝났어?”

수현이 아무리 다정한 말을 건네도 윤아의 태도는 차갑기만 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할말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 줘.”

수현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갈게.”

문이 닫히고 방안은 조용해졌다. 윤아는 갑자기 이 모든 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전에는 귀찮게 굴던 그가 이번에는 자기 말을 고분고분 따르자 윤아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한참 지나고 가정부가 들어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사모님”

선우가 데려온 가정부라는 걸 떠올린 윤아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선우 씨랑 연락했나요?”

몇십 년 일해온 가정부는 바로 윤아의 뜻을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사모님, 염려하지 마세요. 비록 사장님이 저희를 고용하셨지만 제가 모시는 분은 사모님입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모님의 사생활은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않습니다.”

윤아는 내심 마음에 들었다. 모든 가정부가 이정도 소양을 가지면 좋을 텐데.

흡족해하는 그녀를 보면서 가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자들 집에서 일하는 것도 고액 연봉 직업이어서 가정부들은 주인집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고용주와 뭔가 있다면 집세를 그에게 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

윤아의 집에서 나온 수현은 가로등 아래에 한참을 서있었다. 운전기사도 그의 부름이 없자 길가에 차를 댄 채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수현이 마침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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