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1206 챕터

제561화

윤아는 지금 선우를 거절하고 있음이 확실하다.갑작스러운 말에 한참 동안 침묵만이 흐르더니 선우의 목소리가 여전히 부드럽게 들려왔다.“윤아야, 무슨 일 생긴 거야? 내가 필요 없다면, 진 비서라도 보낼까? 진 비서는 차에 대해 아는 게 많아. 차 고를 때 판매원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게 옆에서 도와…”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아는 다소 짜증이 난 듯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내가 바보야? 판매원 말에 함부로 넘어가는 바보로 보여?”“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그 뜻이 아니면, 왜 진 비서님을 보내겠다고 하는 건데? 내가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알아듣지 못하겠어?”그러자 선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심한 말을 입 밖으로 뱉고 나니 윤아는 살짝 후회되기 시작했다.필경 수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은 5년 동안 윤아한테 온갖 정성을 다해 준 사람이다.그러나 이대로 계속 거절하지 않고 약하게 군다면 선우에게도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판단이 그려졌다.하여 차라리 이와 같이 단호하게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윤아는 자기가 한 말에 선우가 말 문이 막혔거나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그러다가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전화를 끊지 않는 선우의 반응이 이상하기만 하여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전화를 끊고 나서 윤아는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래, 차리리 이게 더 나을지도 몰라.’가시가 가득 박힌 말이긴 했지만, 서로에게 가장 좋은 일인 것으로 생각되었다.지하철에 오른 윤아는 고독현 밤과의 채팅창을 다시 열어 보았는데, 여전히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윤아를 찾지도 않고 메시지에 그 어떤 답장도 하지 않았다.‘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봐. 그래서 소식이 없나 봐.’…오후에 별로 볼 일도 없고 하여 윤아는 미리 학교 앞으로 가서 두 아이가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다.30분이나 미리 온 바람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아이들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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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정직하고 도도하며 외모가 준수하기 그지없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닌 남자로 말수가 적고 눈꺼풀이 얇은 편이다.이는 현아 상사에 대한 윤아의 첫인상인데, 현아의 묘사에 따라 “일벌레”라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었다.그리고 지금 현아가 하고 있는 반듯한 말이 그 상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충분히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대로 옮겨 써먹는 거야?]이에 현아는 웃으며 답장했다.[당연하지.][인제 네 상사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아니, 그건 아니야. 근데 나한테 해 준 말로 널 위로해 줄 수는 있잖아. 그리고 그 말들이 엄청나게 이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그래. 도리가 있는 말들이긴 해.]윤아는 살짝 웃었다. 비록 현아는 평소에 자기 상사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고 넋두리를 두었지만, 지금 상사의 말을 그대로 사용하여 자기를 위로하고 있는 것을 보아 윤아는 문득 뭔가를 좀 깨달았다.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현아는 자기 상사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그대로 옮겨 쓴 것으로 볼 수 있다.관건이 되는 부분은 윤아 또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한다는 것이다.질질 끌지 않고 단호하게 일 처리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대함에 있어서 가장 정확한 태도가 분명하다.두 아이의 하교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윤아는 휴대폰을 도로 넣고 현아도 톡을 주고받지 않았다.두 아이가 달려 나와서 윤아의 품에 안겼는데, 그 첫 마디는 바로 이거였다.“엄마, 왜 안으로 들어왔어요?”윤아는 두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대답했다.“오늘 좀 일찍 퇴근했어. 그래서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었어.”“그렇군요.”하윤은 주위를 살피더니 말랑말랑한 소리로 물었다.“아저씨처럼 들어와서 우리하고 얘기라도 나누는 줄 알았어요.”그 말에 윤아는 심장이 덜컹거렸다. 몇 초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이 하윤의 볼을 살짝 잡고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윤아,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이에 하윤은 초롱초롱한 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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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 깊은 인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만약 요즘에 있었던 일이 모두 공교로운 상황이었다면, 외국 공항에서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까지 마주쳤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듯싶었다.‘만나자고 했던 이유가 이거였어?’‘근데…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엄마, 왜 그러세요?”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윤아의 모습을 보고 하윤은 직접 손을 내밀어 끌어안았다.“엄마, 혹시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라고 걱정하는 거예요?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에요.”귀여운 하윤의 말에 윤아는 다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나쁜 사람은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마에 적고 다니지 않아. 그리고 너한테 ‘난 나쁜 사람이다’ 라고 알려주지도 않아.”“네…”하윤은 망연한 표정을 드러내며 알아들은 듯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어리둥절한 하윤의 모습이 마냥 귀여워 윤아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코끝을 콕하고 찔렀다.“바보. 그때 비행기에서 마주쳤을 때, 아저씨가 하윤이한테 뭐라고 그랬어?”“까먹었는데요.”“…”‘그래, 믿은 내가 바보지.’윤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서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훈이는? 기억나?”서훈은 하윤 보다 조금밖에 크지 않지만, 오빠로서 각오가 대단하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조리정연하게 하고 논리성도 엄청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서훈으로부터 그 날의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윤아는 요즘 일어난 일에 대해 대략 알게 되었다.고독현 밤이 아침에 찾아와서 두 아이와 인사만 하고 떠난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그때 자기한테 현찰을 요구했던 일과 연결해 보니 다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그전까지만 해도 두 아이와 여유롭게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는데, 오늘은 더없이 황급하게 자리를 떠났으니 말이다.‘그럼, 정말로 그 현찰이 필요했다는 걸까?’“엄마?”하윤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엄마는 아저씨 만난 적 있어요?”그 말에 윤아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아니. 만난 적 없어.”“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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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알았어요. 고마워요, 아저씨.”윤아는 서훈의 손을 잡고 서서히 다가갔는데, 서훈은 윤아의 얼굴을 살피더니 나지막하게 소리를 내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선우는 다른 박스도 꺼내 서훈에게 건네주었다.“자, 이건 우리 훈이 선물이야.”하지만 서훈은 무슨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삐죽 내밀고 건네받으려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그가 손을 내밀지 않자, 선우는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훈아?”서훈은 이때 윤아를 바라보았는데, 윤아는 웃으며 말했다.“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해야지.”듣기 거북할 정도로 난감한 말들은 아이가 있는 앞에서 다시 할 수 없는 노릇이다.윤아의 말을 듣고 나서야 서훈은 손을 내밀어 선우의 선물을 받을 수 있었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확실하게 했다.윤아는 그런 서훈을 한 번 바라보았다.너무 지나치게 민감한 서훈은 자기의 사소한 감정까지 눈치챌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그리고 석훈이 선물을 받자, 선우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그는 손을 내밀어 서훈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나서 입을 열었다.“가자, 아저씨가 바래다줄게.”이미 찾아온 이상 윤아는 뭐라고 할 길도 없어 두 아이를 데리고 선우의 차에 올랐다.다만 차에 오르고 나서 윤아는 지나칠 정도로 내내 침묵만 지켰고 휴대폰만 바라보며 대화에 스며들지 않았다.하윤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한 채 가는 내내 즐거워 마지 못하며 선우와 재잘재잘했다.그리고 서훈은 윤아가 신경 쓰여서인지 그다지 말하지 않았고 작은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을 읽으려고 했다.하지만 아직 한 줄도 채 보지 못했는데,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훈아, 차를 타고 있을 때는 책을 읽지 않는 게 좋아.”책을 꽉 잡고 있던 서훈의 작은 손은 그 말에 멈칫거렸고 그는 고개를 들어 윤아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윤아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책을 도려 거두기 시작했다.본래 일은 이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선우는 말머리를 서훈에게로 돌렸다.“훈아, 오늘 훈이가 아저씨를 자꾸 피하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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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두 아이는 윤아의 말에 따라 얌전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 나서 윤아는 다시 문을 굳게 닫았는데, 몸 뒤에서 숨죽인 듯한 침묵이 느껴졌다.한참 지나서 윤아는 겨우 고개를 돌리며 선우를 향해 활짝 웃었다.“아직 저녁 안 먹었지? 이 부근에 맛집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갈래?”윤아가 했던 말에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윤아의 말을 듣고 나서 선우는 덤덤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덖였다.“가자.”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내려갔다.그리고 방안에 두 아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죽이 척척 맞게 문 앞에 기대어 밖에서 나누고 있는 대화를 들으려고 했다.하지만 방음이 너무 잘 된 바람에 그 어떠한 자세로 들어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한참 지나서 하윤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심각한 얼굴로 서훈에게 물었다.“오빠, 엄마하고 아저씨 싸운 거 아니야?”“싸운 거 아닌가”하는 말에 서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몰라. 함부로 생각하지 말자.”“오빠, 만약 엄마하고 아저씨가 정말로 싸운 거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해? 아저씨 계속 만나도 돼?”이에 서훈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그래도 될 거 같아. 아저씨랑 싸운 사람은 엄마이지 우리가 아니잖아.”그러자 하윤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덖였다.…식당 안에서 선우는 메뉴판을 들고 진지하게 주문하고 있다.한 가지 요리를 주문할 때마다 윤아의 의견을 물어보았다.처음에는 그나마 인내심을 안고 대답했으나, 세 번째 요리까지 물어보자, 윤아는 다소 언짢은 듯한 모습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만 주문 해. 그냥 이대로 먹자. 어차피 나 얼마 먹지도 못해.”메뉴판을 들고 있던 선우의 손은 그 말에 순간 멈칫거렸고 표정이 한껏 어색해진 식당 직원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이대로 올려 주세요.”“네, 손님.”식당 직원이 가고 나서 윤아는 자기 앞에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둘러대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그러나 이때 선우가 자기 주머니에서 또다시 정교하기 그지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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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선우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다시 입을 열었다.“오후에 같이 차 보러 갈 필요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말들을 하고 싶어서였어?”“아니, 그냥 갑자기 네가 없어도 될 것 같았어.”여기까지 말이 나오자 윤아는 멈칫거리더니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네가 애들 학교 앞으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난 네 차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너하고 여기에 앉아 이런 말을 하고 있지도 않았을 거야. 나… 귀찮아.”“귀찮다고?”“그래. 나 너 좋아하지 않아. 그 전부터 난 이미 내 마음을 똑똑히 너한테 말했었어. 근데 네가 자꾸 매달리고 있잖아. 난 매일 너를 상대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들이고 있어. 귀국하고 나서 난 더 이상 널 상대할 인내심조차 없어졌어. 그러니 내가 정말 부탁하는 데 나한테 그만 좀 시간 낭비하고 다른 사람 찾아가면 안 돼?”윤아의 말에 선우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졌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이때 머리 속에서 또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윤아의 목소리와 겹치게 되었다.“넌 네가 얼마나 귀찮은지 모르지? 네 세상에는 내가 전부야? 나 밖에 없어? 왜 맨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나만 붙잡고 늘어지는 거야? 네 아빠한테 가서 좀 귀찮게 굴어! X신! 너 나보고 뭐 한다고 그랬어? 너 같은 X신 때문에 네 아빠가 모질게 구는 거야!”칠흑 같은 어둠에 방 안에 있음에도 한겨울의 칼바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어린아이는 딱딱한 마루에 무릎을 꿇은 채 차가운 물에 맞아 홀딱 젖어버렸다.차디찬 온도에 어린아이는 거의 질식할 정도로 얼어붙게 되었다.“엄, 엄마…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하지만 “엄마”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매몰차게 물 바구니를 버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수만은 어둠의 나날들이 밀물처럼 밀려 와 당장이라고 선우의 숨통을 조일 것만 같다.그는 아랫입술을 꽉 물고 두 손도 주먹으로 움켜쥐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윤아는 이런 선우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차가운 말만 남기고 나서 눈을 내리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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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선우의 도움으로 일어난 식당 직원은 걱정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두 눈을 마주하며 살짝 혼란스러웠다.눈앞에 다정다감한 사람이 조금 전의 난폭하기 그지없었던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인지 의심이 들었다.“저, 저 괜찮아요.”하지만 선우는 식당 직원을 놓아주지 않고 실례 좀 하겠다고 미리 인사를 하고 나서 옷소매를 거두고 살펴보았다.걷자마자 이미 벌겋게 부어오른 상처가 눈에 훤하게 들어왔다.선우는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무거운 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단 차가운 물로 온도부터 좀 낮추세요.”“네…”그러고 나서 선우는 식당 직원과 함께 식당 뒤쪽으로 갔는데, 차가운 물로 적시고 있을 때, 선우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뜨거운 물에 데인 아픔이 차가운 물로 차차 식혀져 아픔이 사라졌다.하지만 겨울이라 차가운 물에 한참을 적시고 나니 손은 거의 감각을 잃은 듯했다.그렇게 한참을 적시고 나서 직원은 밖으로 나왔는데, 선우가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정말 죄송해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아, 아니에요. 그냥 살짝 데인 거뿐이에요. 차가운 물로 식혔으니 인제 괜찮을 거예요.”“그러지 말고 그냥 병원으로 가요. 제 책임이에요.”준수하고 부드러운 선우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여자 직원은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집으로 돌아온 윤아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죄책감이 들었지만, 한껏 홀가분해졌다.전에는 선우가 자기한테 잘해주면 잘해 줄수록 거대한 산에 억눌린 듯이 숨이 막혔지만, 인제 제대로 나쁜 사람이 되어 나쁜 말들을 하고 나니 오히려 전보다 좋아졌다.적어도 가쇄에 갇혀 있는 기분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엄마, 오셨어요.”서훈은 현관에 서서 윤아를 불렀다.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윤아는 서훈을 보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그래, 엄마 기다렸어?”서훈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하는 모습이 드러났다.“엄마, 선우 아저씨랑 싸우셨어요?”‘싸워?’윤아는 고개를 저었다.“싸운 건 아니야. 그냥 어떤 일들을 똑똑히 말해준 것 뿐이야.”이에 서훈은 뭔가 느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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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서는 첫 번째 생각이 맞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만약 두 번째 생각대로라면 지금은 휴식을 해야 할 시간인데, 응당 휴대폰을 확인하고도 남았을 것이다.이리저리 생각하더니 윤아는 결국 일단 자기로 했다.다음날.윤아는 민우에게 이사 갈 생각을 털어 놓았다.본 지방 사람인 민우이기에 좋은 곳이라도 있는지 물어보려던 생각이었다.윤아의 말을 듣고 민우는 살짝 당황했다.“이사 가신다고요? 이렇게 갑자기요? 수원으로 오시기 전에 미리 준비해 놓으셔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윤아는 자기의 사적인 일을 민우에게 알릴 생각이 없어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그냥 알려주시면 돼요.”하지만 능구렁이 같은 민우는 이미 뭔가를 눈치챈 듯이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혹시 그 전에 살고 계시던 집 말이에요, 이선우 씨께서 준비해 주신 거 아니에요?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사 가신다는 걸 보면, 대표님께서 이선우 씨를 거절했나 봐요?”“…”‘뭔 사람이 눈치가 백단이야?’“오민우 씨, 그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을 시간에 업무에 더 집중한다면 저희 회사 발전에 아주 바람직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전혀요. 사람이 어떻게 일만 하고 살 수 있겠어요. 근데 제가 미리 제안하는 바인데,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이곳에서 발전하고 싶으시다면, 부근에서 집을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여기저기 이사 갈 필요는 없잖아요.”이에 대해 윤아도 생각했었다.하지만 자주 나타나는 수현으로 하여 귀국 발전을 선택한 것이 올바른 일인지 망설이기 시작했다.만약 마지막에 아이들까지 수현에게 빼앗긴다면, 차라리 해외에서 작은 사업이나 해도 좋을 듯싶었다.굳이 회사를 차려 발전시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윤아를 바라보며 민우가 물었다.“무슨 문제라고 있어요?”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윤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이미 저지른 일인데, 만약 생각을 바꾸면서 갈팡질팡한다면, 회사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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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민기 때문에 두 아이 앞에서 나쁜 이미지를 남길 생각을 하니 수현은 눈살을 더욱 매섭게 찌푸렸다.온갖 정성을 들인 이유는 단 하나 서훈이가 자기한테 경계심을 풀고 그와 동시에 사이를 좁히기 위함이었다.그러나 생각했던 결과와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 사람들한테 잘 해줄 필요도 없다.여기까지 생각하면서 민기를 바라보는 수현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그런 눈빛을 마주하면서 민기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만 같았다.‘무서워… 집에 가고 싶어.’앞에 앉아 있던 민재가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선뜻 나서서 말렸다.“대표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민기도 겨우 5살 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잖아요. 대표님께서 그렇게 어두운 표정만 하고 있으니 당연히 겁을 먹고 있는 거예요.”이에 수현은 멈칫거렸다.“그래요?”그러자 민재가 되물었다.“그럼,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이런 표정과 동작으로 훈이, 윤이를 마주한다면, 그 아이는 지금 민기처럼 두려워하지 않을까요?”민재의 말에 수현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그럼, 어떡해요?”“그건 아주 간단해요.”민재는 마치 밥 먹고 물 마시듯이 간단하다는 뉘앙스로 말했다.“훈이, 윤이한테 대하는 것처럼 대하면 돼요.”이에 수현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다른 아이에게 부드러울 리가 없다.하지만 민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뭐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두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시는 것도 대표님 아니었어요? 돈도 들였고 사람도 찾아왔는데, 이제 와서 불가능하다고요? 그럼, 그 전에 뭐 하셨어요? 차라리 그냥 민기 도로 돌려보내시고 남은 일들도 다 그만두세요.”“…”민재의 말에 수현은 말 문이 턱턱 막혔다.잠시 침묵하더니 수현은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요즘 들어 갈수록 위아래가 없는 것 같네요.”수현의 온몸에서 풍겨 나오는 한기에 민재는 목을 웅크렸다.“제가 어찌 감히… 전 그냥 합리적인 제의를 건네는 것 뿐이에요.”수현은 더는 말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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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하윤은 곧 수현의 손에서 사탕을 건네받았다.이어 수현은 서훈에게도 건네주었는데, 서훈은 다소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탕을 손에 쥐고도 즉시 입으로 넣지 않았다.오히려 수현 옆에 갑자기 나타난 민기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민기도 지금 자기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화려한 두 친구를 바라보고 있다.비록 5살밖에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자기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는 생각 말이다.민기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저도 모르게 수현의 몸 뒤로 움직였다.“어?”그런 민기의 움직임에 하윤의 시선도 집중되었다.“아저씨 아이예요?”“…”수현은 입술을 오므린 채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로 부정했다.“그렇다고 해도 좋아. 근데 아저씨 아이가 아니라 아저씨 친척 집의 아이야.”이에 하윤은 초롱초롱한 두 눈을 뜨고 물었다.“그럼, 아저씨가 전에 말씀하셨던 그 아이예요? 학교 바래다주고 있다고 했던 그 아이인가요?”“그래, 엄마 아빠가 아주 바쁘셔서 아저씨가 대신 돌봐주고 있어.”예전과 같다면 수현은 종래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는 마음에 이럴 수밖에 없다.그러나 순수하기 그지없는 하윤의 맑은 두 눈을 마주하고 거짓말을 하니 수현은 마음속에 죄책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왠지 모르게 “이상한 아저씨”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하윤은 그 속의 진상도 모른 채 앞으로 다가와 민기와 인사를 하고 있다.“안녕, 난 심하윤이라고 해. 그리고 여긴 우리 오빠 심서훈이야. 넌 이름이 뭐야?”도자기 인형이랑 다름없는 하윤은 오늘 베이지 외투를 입고 양 갈래 머리를 하고 있다.지금 하윤의 모습은 귀여울 뿐만 아니라 친화력도 엄청 있어 보인다.하윤의 말에 민기는 그제야 수줍어하며 입을 열었다.“난 조민기라고 해.”하윤은 붙임성이 좋아 민기도 하윤에게 감화되어 곧 두 사람에게 스며들게 되었다.세 아이를 바라보면서 수현은 입을 열었다.“민기 성격이 좀 내성적이야. 그러니 학교에서 훈이, 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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