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541 - 챕터 550

1206 챕터

제541화

“아저씨, 아저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저번에 비행기에서 만난 후로 귀국한 다음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 지금 여기에서 갑자기 수현을 만나게 되니 윤이는 아주 놀라웠다.수현은 아이의 귀여운 말투를 듣자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평소에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또 애교도 많이 부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이브 방송 때와 정말 똑같았다. 똑똑한 귀염둥이였다.“학교 참관하러 왔다가 너희들을 만나네.”수현의 시선은 훈이를 훑고 지났다.아이는 애교가 많지 않았고 윤이처럼 친근하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가 몸을 굽힌 후, 아이의 눈빛에선 방비 상태로 들어선 것이 보였다. 그리고 티 나지 않게 윤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그가 다가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듯했다.하지만 수현은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훈이에게 칭찬해 주고 싶었다.“네? 예쁜 아저씨가 학교를 참관하러 왔어요? 아저씨 결혼했어요? 아기도 있어요?”윤이는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물음을 제기했다.수현은 눈썹을 올리며 이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한참 후, 그는 자신을 경계하는 훈이를 보더니 말했다.“예쁜 아저씨라고 하지 말고 다른 거로 바꿔봐. 고독현 아저씨, 어때?”“고독현 아저씨?”“고독현 아저씨라고요?”이때 두 아이는 모두 놀랐다. 아마 믿기 어려웠을 거다. 평소 라이브 방송에서 선물을 보내던 고독현 밤이 바로 그였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수현은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안 닮았어?”두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아니면 고독현 아저씨를 믿지 않는 거야?”말을 마치고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계정에 들어가 두 아이에게 보여주었다.핸드폰을 건넬 때 윤이는 가까이 다가와 보았다. 다 본 후,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수현을 끌어안았다.“고독현 아저씨!”윤이를 절반쯤 안고 고개를 들 때 여전히 원래 자리에 서 있는 훈이를 보더니 수현은 눈썹을 올렸다.‘정말 경계심 높은 녀석이네.’“넌 안 봐?”그는 물었다.이 말을 듣자 훈이는 그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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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네, 좋아요!”교장은 멀찍이 서서 그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탄식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의 의혹은 점점 커졌다. 그는 시선을 민재에게 돌리며 물었다.“이 비서님, 저분들 무슨 사이예요?”민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맞춰봐요.”교장: “…”어떻게 감히 맞추겠나.-정당한 명분이 없었고 아이들이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현은 그들과 이십 분만 있다가 떠났다.차에 오른 후, 그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았다.민재는 이를 보자 보온병을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걸 드시면서 위를 챙기세요.”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민재가 보온병을 건넬 때 거부하지 않고 받아서 몇 모금 마셨다.보온병엔 우유와 오트밀이 들어 있었다. 민재가 특별히 수현을 위해 만든 거였다. 온도도 적당하니 마신 다음 위가 따뜻할 거다.아마 기분이 좋은지 수현은 몇 모금 마신 후에야 병을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더 마시는 건 어때요? 몸에도 좋고 또 지금 대표님께선…혼자가 아니잖아요.”이 말을 듣자 보온병을 들고 있던 수현의 손이 멈칫했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민재의 말을 소화하는 듯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들고 가볍게 웃었다.“그렇죠.”민재는 놀란 얼굴로 수현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오랫동안 수현과 함께 일하면서 그가 마음속으로부터 기쁜 웃음을 짓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그는 늘 자신의 마음을 봉쇄한 상태였다.지금 이 상태라면 드디어 천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건가?민재는 수현이 천천히 보온병을 들고 다 마시는 것을 본 후에야 보온병을 거두었다.그는 뚜껑을 닫으면서 말했다.“아까 대표님께서 아이들과 계실 때의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정말 닮았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 뒀어요.”이 말을 듣자 수현의 표정은 조금 변했다.“사진이요? 보내 봐요.”민재는 사진을 수현에게 보냈다. 수현은 사진을 클릭해 한 눈 본 후, 또 입꼬리를 올렸다.민재는 앞에서 또 말을 이었다.“아까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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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오후, 윤아는 평소와 같은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그들을 픽업하고 학교에서 나올 때 그녀는 또 아침에 보았던 검은색 차를 발견했다.검은색 차는 자리를 이동했지만 여전히 조용히 세워져 있었다.어쩌면 학생 부모의 차일 수 있었다. 아침엔 너무 많이 생각한 것 같았다.요즘 너무 바쁘다 보니 차를 살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걸어서 가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아이들을 픽업하는데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앞으로 아이들한테 들어가는 돈이 많고 또 차는 그저 교통수단일 뿐이니 너무 비싼 걸 살 생각은 없었다. 예산은 한 사천만 원 이하였다.윤아는 물건을 보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아주 빠르게 가성비가 좋은 차를 검색해 냈고 내일 시간 내 매점에 가서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시간이 적당할 때 윤아는 아이를 재촉하여 자게 했다. 아이들도 매우 말을 잘 들었고 얼른 방에 돌아갔다.윤아는 창가에 가서 커튼을 닫으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이때 아래층 길거리 가로등 곁에 검은색 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낮에 학교에서 보았던 그 차와 똑같았다.커튼을 닫던 윤아의 손은 멈칫했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어두워서 잘못 본 걸까? 아니면 그녀의 착각인가?왜 이 검은색 차가 낮에 학교에서 봤던 차랑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윤아는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유심히 보려고 했을 때 핸드폰에서 알림 메시지가 떴다. 핸드폰을 꺼내 한눈 보자마자 자리에 경직되어 서 있었다.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 이미 이웃 리스트에 오래 있었지만 톡을 하지 않았던 ‘고독현 밤’이었다.저번 이후, 둘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윤아는 비록 돈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상대방이 답장하지 않으니 질척거리며 카드 번호를 알려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갑자기 자신한테 메시지를 보냈다.윤아는 그와의 채팅장에 들어가 그가 보낸 톡을 보았다. 아주 간단한 인사였다.[안녕하세요.]너무 오랫동안 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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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고독현 밤 님?][네. 언제 시간 되십니까? 한 번 만나죠.]이번에 돌아온 답장은 꽤 길었지만 그의 제안에 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만나자고?송금만 하면 되는 일인데 굳이 만나야 하나?[제가 그냥 계좌로 보내드리면 안될까요?][현금만 받습니다.][...][갚기 싫으시면 그래도 괜찮습니다.]이 말에 윤아는 사실 상대방도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눈치챘다. 그저 이런 방식으로 윤아가 포기하게 만들려는 거겠지.하지만... 그녀는 그 돈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생각 끝에 윤아는 답장을 보냈다.[어디서 볼까요?]드디어 허락하는 윤아의 말에 수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얇은 입술은 심통이 난 듯 가로로 길게 늘어졌다.그는 핸드폰을 거두고 더 말하지 않았다.앞에 있던 민재는 순간 오싹한 기운에 그를 바라봤다.“대표님. 무슨 일이세요?”“출발.”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수현의 차디찬 한마디였다.민재는 무슨 영문인진 모르지만 그의 말대로 차를 운전했다.한편, 윤아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답장에 의아해 났지만 다그치지는 않았다. 장소가 정해지면 어련히 알아서 답장이 올테니.상대방이 급하지 않으면 윤아도 급할 일이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또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창가로 향했다.그녀는 전에 검은 차가 세워져 있던 자리에 차가 없어진 걸 확인했다. 휑한 땅에 가로등 불빛 아래 길게 늘어진 나무의 그림자만 보일 뿐이다. 마치 방금 본 검은 차는 그녀의 환각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말이다.윤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커튼을 쳤다._이튿날.윤아가 세안을 마치고 방 밖으로 나가자 거실에는 선우가 와 있었다.윤아가 나오자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윤아야, 일어났어?”오랜만에 보는 선우의 다정한 미소, 따뜻한 눈길이다.윤아는 선우를 발견하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좋은 아침. 무슨 일이야?”“생각해 본다고 했잖아. 시간이 꽤 흘렀으니 지금쯤이면 생각을 마쳤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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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윤아가 바로 그 말을 꺼낼 줄은 몰랐던 선우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오늘은 내가 데려다주게 해주면 안 될까?”윤아는 오늘 그와 제대로 얘기할 예정이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허락해 주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그래.”아이들이 학교로 가는 길에 윤아는 유독 말이 없었다. 반면 하윤, 서훈이는 가는 길 내내 재잘재잘 말이 끊이질 않았다.선우도 가만히 그들의 얘기를 들어줬다.학교에 도착해서는 심지어 직접 내려 두 아이를 배웅해 주기도 했다.윤아는 옆에서 그런 선우를 가만히 지켜보다 순간 어디선가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바라봤다.어제 봤던 그 검은 차.윤아는 멈칫했다. 어제 본 게 착각이었다면 오늘도 그럼 착각이란 말인가?윤아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녀는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차를 향해 걸어갔다.“윤아야.”그러나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선우의 목소리에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왜 그래?”윤아가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 보고 따라온 것 같았다. 그는 윤아의 곁으로 와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검은 차를 발견한 그는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아무것도 아니야...”윤아는 그제야 현실을 자각하고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아직 그냥 직감일 뿐인 이 일을 경솔하게 선우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촉이 틀렸을 수도 있지 않은가?게다가 학교 문 앞에 주차된 차다. 그 말은 학교 측에서 막지 않았단 말이다. 달리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니니 그저 이 학교 학생의 학부모일 가능성도 크다.시선이 느껴졌던 건...윤아는 입술을 앙다물고 미간을 찌푸렸다.“회사 가봐야 하지 않아? 먼저 가. 난 회사가 여기서 멀지도 않으니까 걸어가면 금방이야.”“심윤아.”선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싫단 뜻이었다.윤아는 그래도 고집스레 그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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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엎드려요!”그와 동시에 수현이 차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민재도 빠르게 반응하고 엎드렸다.윤아는 창문 앞에 바싹 붙어서 차 안을 유심히 관찰했다.유난히 강렬한 햇빛 때문에 야외에 오래 서있었던 윤아는 눈이 침침했다. 덕분에 그녀는 차에 아무리 찰싹 붙어도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깜깜하네.’하지만 쉽게 포기할 윤아가 아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버티고 서있어 보기로 했다.차 안의 두 사람은 거의 눕다시피 있었다. 수현은 몸을 눕힌 채 눈동자만 옮겨 차창 옆에 기대어 있는 윤아를 바라보았다.반면 민재는 너무 놀란 나머지 숨도 못 쉬고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그는 윤아의 경각심이 이렇게까지 높을 줄은 몰랐다.별로 한 일도 없는데 고작 두 번 이곳에 왔다고 바로 들키는 건가?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윤아는 더 보이는 게 없자 어쩔 수 없이 이쯤에서 포기했다.그녀가 떠나자 민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대표님. 윤아 아가씨 진짜 무섭네요.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건 또 어떻게 아셨지?”둘은 윤아의 기습에 많이 놀란 듯 그대로 한참을 더 누워있었다. 언제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섣불리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윤아가 정말 갔음을 확인한 후에야 둘은 몸을 일으켰다.표정이 안 좋은 수현.민재는 많이 놀랐는지 뛰는 가슴을 문지르며 말했다.“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대표님. 저희 이제 어쩌죠?”수현은 싸늘하게 민재 쪽을 한 눈 보고는 입술을 앙다물었다.잠시 후, 그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_하윤이는 오늘도 간식시간에 먹을, 먹거리들을 챙겨 왔다.하지만 학교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부터 배가 출출하기 시작한 하윤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서훈을 보며 말했다.“오빠, 나 먹고 싶어.”하윤이와 한날한시에 한배에서 태어난 서훈이 그녀의 생각을 모를 리가 없었다. 먹고 싶다는 하윤이의 말에 그는 단번에 뭘 말하는지 알아차렸다.“안 돼. 아침 먹은 지 얼마 안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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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수현을 본 훈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금 뒤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그에게 다가간 뒤 우물쭈물 말하는 서훈,“고독현 밤 아저씨.”“응.”수현이 머리를 끄덕이며 조금 울적하게 훈이를 바라보았다.확실히 윤이보다 경계심이 강한 훈이는 그가 신분을 밝혔는데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수현은 아무래도 이 녀석의 믿음을 얻고 의지하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매일 학교로 찾아오다 보니 그의 목적이 너무 적나라했다.수현은 가자미눈을 하고 속으로 대책을 생각했다.“아저씨. 아저씨는 누구 아빠예요? 오늘은 만날 수 있어요?”하윤이 어제 그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다.수현은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좀 그렇고, 다음에?”“음, 그래요.”수현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동생 윤이를 노려보고 있는 훈이를 한 눈 보고는 더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두 번째인데 훈이는 어제보다 더 경계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만약 계속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이 녀석은 마음의 벽을 더 단단히 세울 거고 그때가 되면 그 벽을 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생각 끝에 수현은 몸을 일으켰다.“아저씨는 오늘 할 일이 있어서 왔다가 한 번 들른 거야. 별일 없으면 아저씬 이만 다시 일하러 가볼게.”윤이는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였다.“아저씨 저희 보려고 일부러 온 거 아니었어요? 그럼 이따가 저희랑 수다도 안 떨어요?”“미안해.”수현이 계속 있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말했다.“아저씨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그러자 윤이는 데친 시금치처럼 풀이 죽어 버렸다.반면 옆에 있던 훈이는 그 말을 듣자, 경계가 풀린 듯 조금 마음을 놓았다.쯧.역시 아직 어린애긴 한가 보다.똘똘하긴 하지만 경험은 부족하다.수현은 더 머물지 않고 두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떠났다._교장실.수현은 창틀에 걸터앉아 핸드폰으로 어젯밤 윤아가 보낸 문자를 다시 보고 있었다.아직은 만날 때가 아니다.하지만... 수현은 윤아가 다른 남자와 그를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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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무슨 말을 할지는...수현은 곧바로 답장했다.[안 됩니다. 저도 내일 일 있습니다. 지금 급전이 필요하니 시간 조정해 주시죠.]수현의 문자를 본 윤아는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그의 말 하나하나가 모두 완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어젯밤과 마찬가지다. 그의 돈을 돌려주는 거니 그에게 맞춰야지.윤아는 뭔가 자기의 도덕적 양심에 묶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충분히 선우에게 곧장 전화를 걸어 차 고르러 같이 못 간다고 얘기할 수 있었다. 어차피 하려던 말은 그 뒤에 있으니까.하지만 지금 상대방이 너무 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윤아는 반감이 들었다. 그녀의 직감이 그녀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었다.그런데 급전이 필요하다고 하니...윤아가 생각 끝에 답장했다.[정말 돈이 급하시면 그냥 계좌이체 해드릴게요. 큰돈을 현금으로 들고 다니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기도 하잖아요.]말을 마친 윤아는 생각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요구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마침 현아가 한가로우니 윤아는 그녀에게 이 일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줬다.윤아의 말을 들은 현아는 곧바로 그녀에게 연락했다.“이거 그린 라이트 아냐? 그 사람 혹시 널 만나고 싶은데 핑곗거리가 필요한 거 아냐?”윤아:“?”뭐라고?“그게 아니면 뭐겠어? 계좌이체면 될 일을 뭐 하러 굳이 현금으로 받는다는 건데? 그리고 전에 네가 그랬잖아, 선물만 보내고 말은 안 한다며? 돈 돌려받지도 않는다고 그러고.”“응. 그랬지.”“그럼 맞네. 그렇게 오랫동안 선물 공세를 했는데 돈이 모자라겠어? 그리고 국내에 요즘 공금을 인터넷 방송에 쓴다는 뉴스는 없었어.”공금 얘기에 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걸 수도 있지. 정말 공금을 쓴 건데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지도.”“그럴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작지. 그 사람이 인터넷 방송에 쓴 금액이 어디 평범한 법인카드로 긁을 수 있는 금액이니? 그 큰돈을 막 쓰는 게 작은 일도 아니고.”“그렇긴 하지.”“그러니까 그 사람은 널 만나고 싶어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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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윤아는 현아의 말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넌 어떻게 하루 종일 내 걱정만 해?”“내가 친구가 너밖에 더 있냐. 그리고 내가 네 걱정 안 해주면 누가 해줘. 으휴, 이것도 다 네 미래의 행복이 달린 일인데 내가 당연히 신경 써야지.”가만히 듣던 윤아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내 걱정 할 시간에 네 걱정이나 해. 몇 년 동안 어떻게 남자 친구 하나 없어.”“말 돌리지 마. 내 쪽으로 화제 돌릴 생각 하지 말라고. 나 지금 진지하거든?”윤아는 현아에게 뭐라 더 하고 싶었으나 마침 고독현 밤이 두 번째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얘기를 더 이어가지 못했다.“빨리 약속해. 내가 말한 대로 한다고.”윤아:“...”“빨리 윤아야. 이 좋은 기회를 날릴 셈이야? 그 사람 돈도 많고 괜찮아 보이는데.”“나 오후에 선우랑 약속 있다니까.”곧바로 말을 잇는 현아:“취소해.”“하지만...”“뭐가 하지만이야, 어차피 넌 안 좋아한다며. 실망은 시키겠지만 어쩔 수 없지. 둘 다 가질 순 없잖아. 이선우 씨가 너한테 잘해주는 것도 맞고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던 것도 맞지만 감정이란 게 강요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 실망도 여러 번 하다 보면 마음 접겠지.”윤아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현아의 말들을 새겨들었다.실망이 반복되면 정말 마음을 접을까?“근데 이선우 씨는 실망을 좀 많이 해야겠던데. 5년 내내 그렇게 까이고도 아직도 마음을 접지 않았잖아. 너도 좀 단호해질 필요가 있어. 진짜 아니면 아예 관계를 끊어버려. 그래야 이선우 씨한테도 피해가 안 가잖아.”“응. 알았어.”전화를 끊은 윤아는 꺼진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선우와 인연을 끊으라고?솔직히 윤아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잘못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그와 연을 끊는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현아 말대로 그는 5년 동안 그렇게 거절을 당했는데도 단 한 번도 포기를 하지 않았다.그 정도 마음이라면...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정말 그에게 몹쓸 짓을 하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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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바로 연락해 보겠습니다. 그쪽에서 아이를 이곳에 보내 학교에 다니게 하는 걸 받아들일 진 모르겠지만요.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라 동의 안 하실 수도 있겠어요.”수현이 민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냉랭하게 말했다.“무슨 수를 쓰든 동의 받아내요.”“알겠습니다.”_조우림과 그의 아내 서가영은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둘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 중이라 늘 퇴근 후 함께 집에 간다. 점심엔 두 시간 동안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집과 회사가 가까워 집까지 충분히 걸어갈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반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휴식을 취한 뒤 함께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매일이 그렇게 평화롭다.조우림은 이런 일상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이대로 쭉 별일 없이 살다가 죽어도 괜찮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그의 아내도 생각이 같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그의 아내는 종종 그에게 쓸모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다른 남자들은 돈도 많고 승진도 잘하는데 그는 회사에서 몇 년을 다녔는데도 여전히 제자리니 말이다.그녀의 불만은 그렇게 조우림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응어리가 졌다.하지만 그 정도 마음의 돌은 둘의 결혼 생활에 크게 해를 끼치진 않았다. 우림은 늘 불쾌한 마음도 자신의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고 살았다. 최근엔 그도 승진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심지어 이직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마땅히 들어갈 만한 회사도 자리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여보, 점심은 비빔면 어때. 오늘 좀 피곤해서 요리하기가 싫네.”가영의 말에 우림이 미간을 찌푸렸다.“어제도 비빔면 먹었잖아, 또?”“오늘 또 먹으면 어때서? 비빔면이 만들기 간단하니까 그러지. 싫으면 당신이 혼자 차려 먹든가.”“난 일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밥까지 해?”“너만 일하니? 난 놀고먹어? 근데 매일 나만 밥 하잖아. 먹기 싫으면 배달시키든지 알아서 해. 아님 주방 아줌마 한 명 쓰든가.”“배달? 주방 아줌마? 그건 돈 안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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