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1206 챕터

제521화

10분 뒤.중식집.상의끝에 그들은 결국 중식집에 가기로 타협을 봤다.윤아는 메뉴판을 직원한테 돌려줬다.“네, 됐어요.”직원은 메뉴판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메뉴판을 챙겨 자리를 떴다.한편 윤아 맞은편에 앉은 수현은 시종 입을 열지 않았다.세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며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었다.민재는 차라리 이 상황을 외면하기로 마음먹고 편하게 있었다.윤아도 더 이상 수현과 대화하려는 의욕이 없어진 채 핸드폰으로 자료만 뒤지고 있었다.곁에 있던 민재는 그녀를 보더니 역시나 워커홀릭이라고 속으로 불만을 늘어놓았다.이전에 그는 수현도 충분히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윤아가 더 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식당에는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공기조차도 사레들릴 듯 매콤했다. 비록 맛있는 매운맛이었지만 수현의 위 건강에는 좋지 않았다.대략 10분쯤 지나자, 윤아가 주문한 요리들은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누가 중식당이 아니랄까 봐 하나의 요리마다 빨간 빛깔을 뽐냈고, 고추가 들어있었다.민재는 평소에도 매운맛을 즐겨 먹는 편이라 매운 음식이 밥에 더 잘 맞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매 하나의 요리가 나올 때마다 벌써 군침이 고였지만 맞은편에 앉아있는 윤아와 수현을 보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요리가 다 나온 뒤에야 윤아는 입을 열었다.“이제 드시죠.”민재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그제야 자신한테 하는 말인 걸 알아챘다.그는 수현을 몰래 흘겨봤다.처음에 그는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수현은 마치 폭풍 전야의 분위기와 같이 안색은 먹으로 칠한 듯 어두워졌다.그가 수저를 들지 않으면 민재도 감히 수저를 들지 못했다.“드세요.”윤아는 그를 재촉하면서 심지어 자기는 이미 수저를 들었다. 민재도 그제야 수저를 들더니 낮은 목소리로 수현에게 속삭였다.“대표님, 고추를 볶지 않은 요리가 있는지 봐 드리겠습니다.”결국 그는 한참을 찾아도 고추가 들어있지 않은 요리를 찾아내지 못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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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왜냐하면 그는 전에 그녀한테 미안한 짓을 했었기 때문이다.비록 그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지만, 만약 그녀가 정말로 자신한테 복수라도 한다면 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직원은 마지막 요리를 테이블에 올렸다.“죄송합니다. 손님, 죽 끓이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보니 이제야 다 됐네요. 맛있게 드세요.”직원은 냄비에 담긴 흰 쌀죽을 왼쪽 빈 공간에 올려놓았다.수현은 죽을 보더니 순간 멍해졌다.민재도 따라서 멈칫했다.“윤, 윤아 아가씨, 이 죽은...?”윤아는 그가 놀란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제가 그렇게도 악독해 보였어요? 위가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이걸 먹이려 했었을까 봐요?”만약 정말로 그에게 일이라도 생기게 하고 싶다면 병원에 가지 않고 그를 내버려두면 그만이지, 굳이 이렇게 빙빙 돌 필요가 있겠는가?하지만 윤아가 그를 데리고 중식집에 온 것은 고의였다.‘내가 지키지 않는다고 밥도 제대로 안 먹는다 이거지?’‘그럼 넌 여기서 흰 쌀죽이나 먹으며 우리가 맛있는 걸 먹는 모습을 지켜봐.’“아니에요, 아니에요.”민재는 급히 아니라고 해명했다. 전에 복잡했던 마음도 지금은 확 트였다.수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는 아직도 연기가 나는 흰 쌀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설마 그녀가...그럼 그녀는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주문해 놓았던 건가?민재는 이내 수현에게 흰 쌀죽 한 그릇을 떠주며 말했다.“대표님, 조금 뜨거우니 식힌 후에 드세요. 천천히 드셔야 해요. 식도나 위가 데여도 좋지 않으니깐요.”수현은 자신의 앞에 놓인 흰 쌀죽을 멍하니 바라봤다.비록 지극히 흔하고 평범한 흰 쌀죽이었을 뿐인데 그는 지금 이 순간만큼 그게 너무 값졌다.윤아가 생각하던 대로, 흰 쌀죽이나 먹으며 우리가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는 수현에게 털끝만큼의 복수도 이루지 못했다.그는 누구도 보지 못하는 가운데서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고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죽을 한 모금을 입에 넣었다.조금 뜨거웠지만 금방 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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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잠들기 전, 윤아는 앨리스에게 문자를 보냈다.앨리스는 아예 아이 두 명이 놀이터에서 노는 영상을 보내줬다.“걱정하지 마. 잘 보고 있어. 둘이 오늘 꽤 즐겁게 논 모양이야. 내일 마침 주말이기도 하고. 조금 더 놀다가 집으로 데리고 갈게."앨리스가 예전에 그를 도와 아이를 돌본 적이 있었던지라 윤아는 시름이 놓였다.“그래. 고마워. 얼른 갈게. 기다려줘.”말을 마치고 윤아는 핸드폰을 거두고 휴식을 취했다.그녀는 미처 신경 쓰지도 못했다. 앨리스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후 그녀는 또 하윤과 서훈의 영상을 돌려봤다.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그녀는 영상을 인스타에 올려 자랑했다.공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줄곧 그녀를 쫓아다니던 몇몇 남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아이들을 칭찬하며 그녀의 환심을 샀다.앨리스는 그녀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며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녀가 무슨 게시물을 올리던 그 남자들은 그저 생각 없이 아부할 뿐이었다. 가식덩어리 그 자체였다.순간 무언가 떠올랐는지 앨리스는 인스타를 탈퇴하고는 참지 못하고 그녀가 맨 위고정으로 설정한 카톡 프로필을 바라봤다.그것은 수현의 프로필이었다...그날 연락처를 추가한 뒤로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에게 문자를 보낸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앨리스는 그의 차가운 태도를 봐서는 아마 문자를 읽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그와 윤아 사이에 뭔가 있는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감히 물어볼 용기도 없었고 묻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 정말로 뭔가 있다고 하더라도 알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때까지 한 번도 이렇게 비참했던 적이 없었다. 늘 곁에는 그녀를 추구하는 남자들로 가득 찼었지, 그녀가 먼저 주동적으로 대쉬한대도 그저 손가락 한번 까딱하면 남자들은 죄다 넘어오곤 했다.하지만 지금 이 남자는 그녀가 어떻게 대하든 관심이 없어 보였다.앨리스는 조금 화가 난 나머지 그의 연락처를 삭제하려고 했다.막상 손가락을 삭제 버튼에 터치하려는 순간 그녀는 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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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비서님, 저한테 잔소리하실 거면 차라리 당신네 진 대표한테나 잔소리하세요. 저보다도 더 적게 입었는데.”적어도 그녀는 누빔 안감 코트를 입었다.“안 추워.”수현은 입을 열었다.“하지만 넌 환자잖아.”윤아도 이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수현은 피식 웃었다.“환자가 너랑 같이 산소를 가냐? 얼른 가자, 잔소리 그만하고. 또 살 것도 있잖아.”윤아도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래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깐 옷을 더 껴입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도 계속 엄마처럼 옆에서 잔소리할 수도 없었다.생각 끝에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그럼 가자.”그들은 과일과 꽃을 사 들고 또 제물도 좀 사고 나서 묘원으로 향했다.묘원으로 가는 길, 윤아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 안의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누구도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다들 슬픈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도착했어.”묘원에 도착하자 차를 세우고 차 문을 열었다.밤새 내린 비 때문에 묘원의 땅은 질퍽했다. 공기 중에는 온통 빗물과 그윽한 나무 냄새가 섞여 싱그러운 향기가 났다.비가 그친 후의 묘원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여기는 남성에서 지리 풍수가 제일 좋은 묘원이었다. 길 양측 도로는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빗물은 낙엽을 진흙 속으로 쓸어버렸다.윤아는 수현 뒤로 따라 들어갔다. 묘와 묘 사이의 거리는 그녀가 평상시 보던 묘원처럼 바싹 붙어있지 않고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이내 눈길을 접었다.얼마나 걸었는지 수현은 걸음을 멈췄다.윤아도 따라서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수현의 눈길을 따라 내다봤다.묘비에는 한 장의 컬러사진이 붙어있었다.사진에는 할머니께서 젊으셨을 때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밝은 웃음을 하고 있는 소녀는 비할 데 없이 눈부셨다.그 사진을 본 윤아는 제자리에 넋이 나간 채 굳어버렸다.마치 그때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귓전을 울리는 것 같았다.“수현아, 윤아야, 이제 이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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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수현은 멀리서 묘비 옆에 기댄 채 살며시 할머니랑 대화하는 윤아를 조용히 바라봤다.무엇을 말하는지 그는 들을수 없었지만 그녀한테서 풍기는 짙고 무거운 슬픔과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의 상태는 마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 사실을 들은 그때의 그와 똑같았다.아니, 심지어 그보다도 더 심한 것 같다.수현은 5년 전 할머니께서 수술하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말이지 할머니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양미간을 찌푸린 채 검은 눈동자를 반쯤 뜨고 할머니를 보고 난 후 윤아의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얼마 후, 날씨가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민재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더니 날씨는 더 흐려졌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귀띔했다.“대표님, 또 비가 오려나 봐요. 아가씨보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수현은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선 채 이내 입을 열었다.“가서 우산 2개 찾아와주세요.”민재는 하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 몸을 돌려 경비원한테 우산을 빌리러 갔다.몇 분 후, 민재는 양손에 검은 우산 1개씩 든 채 여기를 향해 달려왔다.“대표님, 찾았습니다.”“갖다주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또 무언가 떠올랐는지 민재를 향해 손을 뻗었다.“됐어요. 그냥 나한테 줘요.”그는 우산 하나를 갖고 걸어갔다.윤아는 이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기에 기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그녀는 마치 이미지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땅바닥이 젖어있든 말든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몸에 걸친 옅은 색의 코트도 흙으로 얼룩져 있었다.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우산을 받쳐 들고 그녀 앞에 가서 멈추었다.“비 올 것 같아.”그는 그녀한테 귀띔했다. 윤아는 그의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심윤아.”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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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뭔 뜻인데? 그때 이혼하자고 한 건 너잖아.”“내가 이혼하자고 했다고?”윤아는 마치 무슨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수현을 밀어내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빗속에 그대로 드러났다.수현은 비를 맞고 있는 그녀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져서 그녀한테 다가가 비를 막아줬다. 그녀가 또 뒤로 물러서려고 하자 수현은 아예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뒤로 더 가면 비 맞아.”“그래도 너랑 상관없어.”윤아는 말을 이어가며 차가운 표정을 짓고서 그한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수현은 이내 팔목을 잡아챘다.“왜 나랑 상관없는데? 차라리 오늘 할머니 앞에서 다 얘기해.”마지막 한마디의 말을 들은 윤아는 문득 자신이 아직도 할머니 묘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싸움하더라도 할머니 묘 앞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할머니 앞에서 예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러자 윤아는 엉망이었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고, 사람 자체가 진정되기 시작했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너랑 더 이상 할말 없어. 이젠 가자.”말을 마치고 윤아는 앞으로 걸어갔다. 수현은 이내 윤아를 잡았다.“말 제대로 해.”수현은 전혀 떠나려는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팔목을 잡은 채 말을 이어갔다.“나 때문이 아니었다면 할머니를 떠나지 않았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인데?”윤아는 차가운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말 그대로야, 모르겠어?”그리고 윤아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반응할 새도 없이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아가씨!”곁에 있던 민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본능적으로 다가가서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수현이 즉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았다.정신을 잃고 쓰러진 윤아가 그의 품에 넘어지자 수현은 비로소 그녀의 안색이 금방 왔을 때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지금의 그녀는 안색이 더없이 창백한데,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대표님, 아가씨 별일 없겠죠?”민재도 다소 걱정되었는지 창백해진 윤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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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원래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차가 아직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윤아는 깨어났다.그녀가 깨어나 보니 차 안에 에어컨 온도는 높게 켜져 있었지만 앞에 앉은 민재의 옷은 아직도 젖어 있었고, 그는 추워서 재채기할 정도인 데다 코까지 계속 들이마셨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다 싸늘함이 묻어있는 수현의 두 눈과 마주쳤다.수현은 뒷좌석의 구석에 앉아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뒷좌석을 다 차지한 바람에 수현이 구석으로 밀려난 것을 눈치챘다.그녀가 일어나려 하자 이내 머리가 어지러워 나서 아예 그대로 누워있었다.앞좌석에 앉은 민재는 또 연신 재채기를 했다.그는 아직 윤아가 깨어난 줄도 모르고 재채기를 하고 나서 코를 비비더니 고개를 돌려 수현에게 물었다.“대표님, 아까 보니 등이 다 젖으신 것 같은데 왜 대표님은 재채기를 하지 않으시는 거죠?”그 말을 들은 윤아는 멈칫하더니 민재의 말을 통해 자신이 쓰러진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때는 한창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그녀는 또 쓰러지기까지 했다. 둘은 모두 흠뻑 젖었지만 그녀는 여기에 누워있는 채 아무런 불편한 점도 느끼지 못했다.‘생각할 필요도 없이 뻔했다. 이 모든 걸 누가했는지.’분명히 둘은 아까까지 싸우고 있었지만 이내 윤아가 쓰러지자 수현은 다정하게 그녀를 챙겼다.윤아는 가슴이 아팠다.“대표님, 병원에 거의 도착합니다.”앞좌석에 앉은 기사가 귀띔했다.윤아는 멍해져 있더니 그제야 자기가 쓰러진 후 그들이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 했던 걸 알아챘다.앞좌석에 앉은 민재도 뭔가 눈치챘는지 몸을 기울여 윤아를 바라봤더니 윤아의 서늘한 눈망울이 앞에 보였다.그는 멍하니 있었다.“아가씨, 깨어나셨군요.”윤아는 그를 덤덤하게 쳐다보니 대답했다.“네, 병원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호텔로 가시죠.”민재는 온몸이 젖어있는 상태라 빨리 호텔로 돌아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 게 좋았다.그 둘은 모두 그녀를 챙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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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수현이 여전히 그곳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것을 보자 민재는 독설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만약 대표님께서 젖은 옷을 벗지 않으신다면 조금 있다가 아가씨께서 보시면 당연히 일부러 그러신 거 아시지 않을가요?”“듣고 보니 일리있는 말이네요.”수현은 드디어 그한테 설득당했는지 몸을 일으켜 젖은 외투와 옷을 벗었다.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 수현은 확실히 몸이 순식간에 편안해졌다. 때마침 민재의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그가 휴대전화를 막 꺼내려는데 수현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윤아가 뭐래요?”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문자를 볼 겨를도 없이 수현이 질문을 날렸던것이다.문자를 보고 난 후에야 민재는 입을 열었다.“아가씨께서 말씀하시는데 몸이 좀 불편하셔서 낮잠을 주무시겠대요. 우리랑 점심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 같네요.”“불편하다고?”수현은 양미간을 찌푸렸다.“물어봐요. 어디가 불편한지.”아까 기절했었는데 지금 또 몸이 불편하다고 하니 걱정되긴 했다.민재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수현을 바라봤다.“대표님, 아니면 직접 전화 걸어서 물어보시죠?”말이 끝나기 바쁘게 민재는 수현의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 그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 나더니 거의 반강제로 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 윤아는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 있어요? 비서님.”“아가씨, 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현은 핸드폰을 낚아챘다.“어디가 아픈데?”전화 너머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전화에 대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피곤한 것도 속해?”수현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분명히 성의 없게 그의 물음에 답한 것이었다.그러자 윤아는 다시 물었다.“나 이제 잘 건데, 할 말 있어?”그를 귀찮아하는 그녀의 태도는 불 보듯 뻔했다.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말을 이었다.“어디가 불편해? 불편하면 병원 가자.”“...피곤해서 그래. 이제 잘래.”그녀는 자기 할말만 하고 수현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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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호텔 직원은 두 사람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쪽은 누구시죠?”민재는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아까 전화해서 친구 대신 주문한 분입니다. 친구가 맞은편에 있거든요.”그제야 호텔 직원은 상황 정리가 된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친구분이 안에 없는듯하네요. 벨을 몇 번이나 눌러도 반응이 없어요.”여기까지 말하고는, 호텔 직원은 혹시나 하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서 주의를 주었다.“아니면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는 게 어떠세요? 친구분이 안에 있는지.”수현은 민재를 바라봤다.“전화 거세요.”민재는 핸드폰을 꺼내 윤아에게 걸었다. 그는 윤아가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 밖에도 전화를 금방 받았다.“비서님?”민재는 윤아의 또렷한 목소리를 들으니 금방 잠에서 깬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그럼 지금쯤 잠도 안 자고 있었겠는데 벨소리를 듣고도 왜 문을 열지 않았는지 의문이었다.“아가씨, 잠에서 깨신 거예요?”윤아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비에 앉아서 핸드폰을 귓가에 바싹 댄 채 입술을 오므리더니 깊게 한숨을 쉬었다.“아가씨, 만약 잠에서 깨셨다면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저랑 대표님께서 아가씨께 음식을 주문했거든요.”민재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아부가 담겨있었다.그 말을 들은 윤아는 어쩔 수 없이 또 깊게 한숨을 내뱉더니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비서님. 페를 끼쳤네요. 저 이미 나왔거든요.”“네?”이 말을 들은 민재의 눈빛에는 망연함과 몰이해의 빛이 아른거렸다.“아가씨, 그게 무슨...”결국,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을 수현에게 빼앗겼다.수현이 막 핸드폰을 귓가에 갖다 대었을 때, 윤아가 마침 입을 열었다.“저 지금 공항이에요. 수원으로 돌아가려고요, 그한테 전해주세요. 부탁할게요.”그 말을 들은 수현은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너 뭐라고?”순식간에 변한 써늘한 목소리는 윤아를 넋이 나가게 만들었다. 그제야 왜 아까 민재의 말이 갑자기 끊겼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현이 핸드폰을 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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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말을 마치고 윤아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얼굴에 맴돌았던 웃음도 따라서 사라졌다.전화를 끊자 윤아는 핸드폰을 거두고, 캐리어를 들고, 비행기 탑승구로 향했다.한편 수현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핸드폰을 민재에게 돌려줬다.민재는 힐끗 보더니 전화가 이미 끊긴 것을 발견하고는, 방금 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되새겨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아가씨께서 이미 공항에 가셨대요?”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두워진 그의 얼굴빛을 봐서는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그... 그럼 이젠 어떡하죠?”수현은 그를 흘겨보고는 입을 열었다.“먼저 회사로 가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현은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민재가 따라 들어가려는 순간 아직도 곁에 있는 호텔직원을 발견하고 손짓하며 말했다.“다 필요 없어졌어요. 호텔 직원분들께서 나눠 드세요. 안에 친구분은 이미 호텔을 떠났대요.”그는 말을 마치고 수현을 따라 급히 자리를 떴다.호텔 직원은 제자리에 선 채 한참 후에야 반응이 왔는지 기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수원.윤아가 탄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민우는 전화를 걸어왔다.“대표님, 출구 쪽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대표님께서 타신 비행기가 이미 도착하신 것 같은데요.”“알겠어요.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몇분이면 돼요.”“네. 알겠습니다.”민우는 전화를 거두고 손을 난간에 살며시 올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 후, 가녀린 실루엣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이내 활짝 웃으며 반겨줬다.“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 대표님, 어때요? 이번 남성 여행으로 인해 진 대표님과 합칠 가능성이 보이나요?”뒷마디를 들은 그녀는 하마터면 비틀거릴 뻔하더니 말문이 막혀 민우를 째려봤다.“오민우 씨,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면 이런 장난은 좀 자제하는 게 어때요?”“쯧, 나이 먹은 게 어때서요? 장난도 못 치나요?”민우는 다가가 그녀의 캐리어를 대신 들어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제가 할게요. 대표님은 그저 편히 차에만 앉아계시면 됩니다.”윤아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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