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그는 전에 그녀한테 미안한 짓을 했었기 때문이다.비록 그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지만, 만약 그녀가 정말로 자신한테 복수라도 한다면 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직원은 마지막 요리를 테이블에 올렸다.“죄송합니다. 손님, 죽 끓이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보니 이제야 다 됐네요. 맛있게 드세요.”직원은 냄비에 담긴 흰 쌀죽을 왼쪽 빈 공간에 올려놓았다.수현은 죽을 보더니 순간 멍해졌다.민재도 따라서 멈칫했다.“윤, 윤아 아가씨, 이 죽은...?”윤아는 그가 놀란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제가 그렇게도 악독해 보였어요? 위가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이걸 먹이려 했었을까 봐요?”만약 정말로 그에게 일이라도 생기게 하고 싶다면 병원에 가지 않고 그를 내버려두면 그만이지, 굳이 이렇게 빙빙 돌 필요가 있겠는가?하지만 윤아가 그를 데리고 중식집에 온 것은 고의였다.‘내가 지키지 않는다고 밥도 제대로 안 먹는다 이거지?’‘그럼 넌 여기서 흰 쌀죽이나 먹으며 우리가 맛있는 걸 먹는 모습을 지켜봐.’“아니에요, 아니에요.”민재는 급히 아니라고 해명했다. 전에 복잡했던 마음도 지금은 확 트였다.수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는 아직도 연기가 나는 흰 쌀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설마 그녀가...그럼 그녀는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주문해 놓았던 건가?민재는 이내 수현에게 흰 쌀죽 한 그릇을 떠주며 말했다.“대표님, 조금 뜨거우니 식힌 후에 드세요. 천천히 드셔야 해요. 식도나 위가 데여도 좋지 않으니깐요.”수현은 자신의 앞에 놓인 흰 쌀죽을 멍하니 바라봤다.비록 지극히 흔하고 평범한 흰 쌀죽이었을 뿐인데 그는 지금 이 순간만큼 그게 너무 값졌다.윤아가 생각하던 대로, 흰 쌀죽이나 먹으며 우리가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는 수현에게 털끝만큼의 복수도 이루지 못했다.그는 누구도 보지 못하는 가운데서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고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죽을 한 모금을 입에 넣었다.조금 뜨거웠지만 금방 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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