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501 - Chapter 510

1206 Chapters

제501화

“3년 전?”수현이 대답을 하지 않자 윤아가 다시 물었다.그녀의 시선은 수현의 얼굴에 적나라하게 떨어졌다. 마치 반드시 대답을 들어내고야 말겠다는 듯이.그러나 그녀의 눈빛과 표정은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눈가가 붉어지거나 그런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분명 방금 그 소식을 듣고 놀라서 기절한 것일 텐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까.이게 정상인가?아니. 그럴 리가.수현이 입술을 꾹 깨물며 윤아를 지그시 바라봤다.“더 쉬지 않을래?”“진수현.”윤아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내가 지금 묻잖아.”한참 후에야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비슷해.”“비슷해?”윤아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가 언제 돌아가시는지도 모르나? 비슷하다는 게 무슨 말인데?”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둘 사이 분위기는 한순간에 싸늘하게 굳어버렸다.뒤에 앉아있던 민재는 급소라도 맞은 사람처럼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역시.윤아 아가씨는 그 일을 신경 쓰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막 내뱉은 건지.“왜? 말을 못 하겠어?”윤아가 물었다.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낯빛이 안 좋아 보였다.안 그래도 몸이 안 좋아 피까지 토했는데 이 일로 윤아 곁을 지킨다고 제대로 쉬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수현은 얼굴이 흙빛인 데다 입술도 자색을 띠고 있었는데 윤아는 그런 수현을 보면서도 일말의 연민도 없어 보였다.그녀는 지금 오직 할머님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했다.“말해 봐. 도대체 언제냐고?”한참 뒤에야 수현이 겨우 입을 뗐다.“3년 전, 그믐날 밤에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어.”심경색?윤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할머니 심근경색이 있으셨어? 난 왜 몰랐었지?”수현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윤아가 미간을 구기며 그를 재촉했다.“말해 봐.”하지만 아무리 물어도 수현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결국 참다못한 민재가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윤, 윤아 아가씨. 우선 진정하시고요. 어르신께서 나이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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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네 얘기를 하셨어.”수현의 말에 윤아가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봤다.“정말?”수현도 그런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널 많이 그리워하셨어.”수현의 한마디에 윤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손잡이 없는 수도꼭지처럼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그 모습에 수현이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윤아를 꽉 끌어안았다.윤아는 숨을 죽이고 울었다.수현을 밀어내지도 않았는데 마치 모든 힘을 잃은 듯 그의 품에 기대어 한없이 눈물만 쏟아냈다.얼마 안 가 수현은 그의 어깨가 이미 축축해진 걸 느꼈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입술을 앙다문 채 윤아가 제 안의 눈물을 모조리 쏟아내는 걸 생생히 느꼈다.한참 후에야 그는 손을 올려 윤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괜찮아. 다 지난 일이야.”한 편,선우가 두 아이를 차에 태우자 타이밍 좋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급하게 운전하지 않고 먼저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얘기에 다정하던 선우의 얼굴에 순간 살기가 돌았다.하지만 그는 차에 두 아이가 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급하게 표정 관리를 했다.“네. 알겠어요.”통화를 끝내기 바쁘게 뒷좌석에 타고 있던 윤이가 꼬물꼬물 다가와 물었다.“선우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일 얘기야.”“네에.”윤이는 순순히 대답하더니 또다시 물었다.“우리 오늘 같이 엄마 데리러 가는 거예요?”같이 심윤아를 데리러 가?평소라면 그들 가족에 끼고 싶어 흔쾌히 수긍했을 선우였지만 오늘은…“오늘은 엄마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저씨가 데리러 왔어.”평소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기에 두 아이는 별다른 투정 없이 받아들였다.목적지까지 도착했을 땐 진 비서가 이미 집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비서 아저씨가 데리고 올라갈 테니까 돌아가면 아저씨 기다리지 말고 숙제하고 있어.”그의 말에 훈이가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선우 아저씨는 같이 안 올라가요?”“아저씨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비서 아저씨가 같이 있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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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문을 열고 나온 윤아는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현과 마주쳤다.그는 혼자서 링거를 들고 나와 있었다.윤아가 나오는 모습을 보자 수현의 얼굴에 졌던 그늘이 조금을 걷혔다.윤아는 흙빛인 그의 낯빛을 한 눈 보고는 주동적으로 물었다.“몇 병 남았어?”“몰라. 알고 싶다면 가서 볼게.”그의 말에 윤아는 대답 대신 차트를 확인하러 갔다.“이게 마지막 병이네.”“응.”수현이 짧게 대꾸했다. 그의 시선은 윤아에게 머물러 있었는데 윤아는 한바탕 울고 난 사람 치고 과하게 평온해 보였다.“아참, 네 옷은…”윤아가 옆에 있는 서랍을 열며 말했다. 이윽고 안에서 새 환자복을 꺼냈다.“아까 네 옷 젖었을 것 같아서. 미안해. 이걸로 갈아입어.”그 말에 수현이 잔뜩 젖어있는 그의 옷을 한 눈 보고 이윽고 그에게 새 옷을 건네는 윤아를 한 눈 보았다.“괜찮아. 금방 말라.”“아픈 몸이잖아. 추우면 회복에 안 좋아.”수현은 윤아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했다.“손이 불편해.”윤아는 그제야 수현이 수액을 맞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저 상태로 옷을 갈아입긴 불편하겠지.잠깐의 침묵 끝에 윤아는 수건 한 장을 꺼내 그의 어깨에 올려주었다. 효과는 미미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수현은 윤아가 다시 그의 곁에서 이렇게 담담하게 그를 걱정해 줄 날이 올 줄 몰랐다.그는 순간 몸이 좀 아픈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뭔가 찝찝했다.윤아는 지금 너무 평온하다.한참 뒤에야 윤아는 수건을 도로 가져갔다.수건을 내려놓으며 입을 여는 윤아.“시간도 늦었으니 난 이만 가볼게.”간다는 말에 수현의 미간이 움찔했다.“어딜 돌아가?”수현은 저도 모르게 새하얀 윤아의 손목을 확 잡으며 물었다.어떻게 오게 했는데 또 간다고?윤아는 멈칫하더니 자기 팔을 잡은 그의 손을 한 눈 보고는 천천히 손목을 빼내며 말했다.“집에 가야 해.”하지만 윤아를 잡은 수현의 손에 힘이 들어가 쉽게 빼낼 수가 없었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말했다.“내일 다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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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는 윤아.“왜?”“내일 올 거지?”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당연하지. 난 내가 한 말은 지켜.”“더 할 말 있어?”수현은 입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그럼 가볼게.”윤아는 그가 더 말을 하지 않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병실은 순식간에 다시 고요해졌다.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있었는데 눈 밑엔 칠흑 같은 그늘이 졌다.병실을 나선 윤아는 문 앞에 있던 이민재와 마주쳤다.자신이 한 말실수 때문에 밖으로 쫓겨났던 민재는 복잡한 심경으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윤아가 나오는 소리에 그는 서둘러 몸을 바로 세우고 그녀를 향해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머뭇거렸다.“윤아 아가씨…”윤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같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민재도 윤아의 얘기를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전 오늘 밤에 대표님께 드릴 음식을 사 오면 될까요?”“네. 만약 먹기 싫어하면 제가 내일 안 올 거라고 얘기하세요.”“알겠어요.”민재가 머리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고마워요. 아가씨. 제가 댁까지 바래다 드릴까요?”“괜찮아요.”윤아는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곧장 떠났다.민재는 멀어지는 윤아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윤아 아가씨가 이렇게 좋은 사람일 줄이야. 그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대표님을 보러 다시 와준다니.그 말은 곧 대표님의 병세가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 아닐까?_코너를 돈 윤아는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벽을 짚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벽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윤아는 그렇게 벽에 기댄 채 잠시 쉬고 나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비록 의식적으로 자신을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할머님에 대한 생각은 떨쳐낼 수가 없었다.병원 출입문에 도착했을 때 윤아의 앞에는 그녀를 찾아온 선우가 서있었다.선우와 눈이 마주친 윤아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네가 왜 여기 있어?”“너 찾으러.”말을 마친 선우는 곧장 윤아의 손목을 잡고 병원을 떠났다.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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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아니야.”윤아가 곧바로 부인했다.“선우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더 정확히 말하면 난 네가 아깝다고 생각해. 네 시간을 나한테 낭비하지 마.”이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윤아는 진심으로 선우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집안에, 외모에, 인품까지 다 갖춘 데다 사생활도 깨끗한 것이 좋은 조건 믿고 여자들이나 꼬시는 다른 남자들과는 전혀 달랐다.“내가 아깝다고?”선우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윤아에게 다가갔다.“그런데 윤아야,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한테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더 고려해 볼 여지가 있는 거야?”윤아가 대답하지 않자, 선우가 말을 이었다.“아니면 네 마음은 이미 그 사람한테 가 있는 거야? 만약 귀국하지 않았다면 넌…”“5년.”선우가 멈칫했다.“5년이야. 네가 나한테 너무 잘해줬다는 거 알아. 나도 시도를 안 해본 게 아니야. 널 받아들이려 했지만 난 안된다는 걸 깨달았어.”윤아는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선우의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내가 전에 너한테 얘기했었지, 난 네 마음을 되돌려줄 수 없으니 나한테 잘해주지 말라고.”선우는 그늘진 얼굴로 윤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난 너한테 잘해주지 않는 건 못해. 널 보지 않는 것도 못 하고 네가 다른 남자와 함께있는 걸 보는 것도 안돼.”선우가 그녀에게 더 다가가며 말했다.순식간에 윤아의 가녀린 허리에 그의 손이 다가오더니 그에게로 훅 당겨졌다.윤아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둘 사이 거리는 어느새 상대방의 체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윤아는 선우의 몸에서 나는 서늘한 향을 느꼈다.그의 목소리엔 그전의 촉촉함은 줄어들고 점유욕이 그 자리를 채웠다.“너도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단 걸 알고 있잖아. 내가 그 5년 동안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도. 날 받아주기만 한다면 앞으로는 전보다 더 잘해줄 거야.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할 거야.”선우의 진지한 고백에 윤아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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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뭐로 보나 그는 완벽한 신랑감이었다.하지만 그런 조건들은 오히려 윤아에게 독이 되었다.윤아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미안해.”선우는 한참을 그대로 윤아를 주시하다 다시 입가에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오늘 많이 힘들었지? 먼저 올라가. 할 얘기 있으면 이틀 뒤에 얘기하고.”“선우야...”“애들 기다리겠다. 얼른 올라가 봐.”선우는 윤아의 어깨를 밀며 그녀를 엘리베이터까지 데려갔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에는 손수 층수까지 눌러주고 그제야 나갔다.“올라가면 진 비서 내려오라고 해줘.”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는 잠시 후 스르륵 닫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윤아는 선우가 그녀를 향해 웃고 있는 걸 발견했다.“잘 자, 좋은 꿈 꿔.”이윽고 매정하게 닫히는 엘리베이터.윤아가 집에 들어서자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진우진과 당직 도우미분이 후다닥 일어나며 그녀를 맞이했다.선우의 말이 떠오른 윤아는 우진에게 말했다.“비서님, 선우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엥? 대표님 오늘은 왜 안 올라오셨대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는 의아해하면서 짧은 인사와 함께 떠났다.우진이 나간 뒤 윤아는 커튼을 치기 위해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 너머에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선우를 볼 수 있었다.차 옆에 서있는 그의 훤칠한 몸매는 비춰오는 조명 아래 더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었는데 진우진이 내려가고서야 뭔가 얘기를 주고받더니 곧장 떠났다.올 때는 선우가 운전했지만 갈 때는 진우진이 운전석에 앉았다.윤아는 그제야 커튼을 완전히 내렸다.“엄마.”윤아의 뒤로 윤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오늘 어디 갔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윤아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엄마가 요즘 일이 좀 있어서 집에 종종 좀 늦게 올 것 같아.”두 아이는 다행히 달리 더 물어보지 않았다. 아마 나이가 어려 이런 일에 딱히 관심이 없는 걸지도.오늘 밤엔 라이브를 켜지 않았다.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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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다음 날,윤아는 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요 며칠은 항상 선우가 데려다줬지만 어젯밤 그 일이 있고 나선 그에게 부탁할 수 없었다.“정말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면 그동안은 내 생각에 방해가 될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말아줘.”선우는 의외로 윤아의 말대로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그가 나타나지 않자 윤아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녀는 직접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었는데 평소보다 일찍 떠나기도 했고 윤아의 손에 보온병까지 들려있자 두 아이가 궁금한 듯 이것저것 물었다.“응. 엄마 회사랑 합작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아프셔서 엄마가 먹을 것 좀 가져다드리려고.”윤이는 더 물어보는 대신 예쁜 말을 해줬다.“엄마는 예쁜 데다 마음씨도 착해서 진짜 짱이에요. 누가 우리 엄마랑 결혼하게 될 진 모르지만 그 아저씬 아마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남자일 거예요.”기분 좋은 말에 윤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이런 말들은 예전에 현아가 아이들한테 가르친 것들이다. 윤이는 이런 말들을 종종 사용하여 윤아를 기쁘게 해주곤 했다.매번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윤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칭찬이 좋아서라기보단 윤이가 이런 말들을 할 때의 표정과 스스로 뿌듯해하는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됐어.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너희 둘이 항상 서로를 지켜줘야 해. 알겠어?”두 아이에게 신신당부한 뒤 윤아는 그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차를 돌렸다.병원.“대표님, 아직 이른 시간입니다. 윤아 아가씨도 이렇게는 일찍 안 오신다고요. 어젯밤에도 얼마 못 주무셨는데 좀 더 누워계시지.”“아니면 제가 병실 앞에서 지키고 있을까요? 윤아 아가씨께서 오시면 제가 얼른 깨워드릴게요. 네?”이민재는 아침 댓바람부터 윤아를 기다리느라 안색이 말이 아닌 수현을 보며 또 잔소리 버튼이 눌렸다.하지만 그가 아무리 말해도 입만 아플 뿐 별 소용은 없어 보였다. 수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한마디 내던졌다.“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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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아뇨 아뇨, 전 그냥 오셨나 해서.”윤아는 병실로 들어가 들고 온 보온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윽고 윤아가 보온병 뚜껑을 열자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뚜껑이 열림과 동시에 병실 안에는 군침을 돋우는 음식 냄새가 가득 퍼졌다.이미 아침 식사를 마친 민재도 그 냄새에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민재는 가까이서 음식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윤아가 수현을 위한 음식을 갖고 온다는 게 밖에서 사 온 음식을 말하는 줄 알았다. 설마 직접 만들어 올 줄이야.윤아는 마치 이런 일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해본 사람처럼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그런 윤아의 모습을 주시하던 수현은 점점 미간이 찌푸려졌다.윤아는 얼마 안 돼 음식을 덜어 그의 앞에 가져갔다.“먹어. 다 연식이라 먹기 편할 거야.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이런 음식이 네 지금 상태에 좋다고 하더라고.”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그릇을 받아서 들었다.맛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입맛이 없던 수현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수현이 윤아를 한 눈 보더니 물었다.“네가 직접 한 거야?”“안 그럼?”수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원래 하려던 말은 넌 예전에 이런 거 못 하지 않았냐는 말이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5년도 더 된 얘기였다.그 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건 윤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수현이 그릇을 든 채 미동이 없자 윤아가 재촉했다.“빨리 먹어.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좀 늦었어. 너 그렇게 계속 멍때리면 음식 다 식어.”윤아의 말에 수현도 더 머뭇거리지 않고 숟가락을 들어 크게 한 입 먹었다.그러나 윤아는 수현에게는 더는 눈길도 주지 않고 몸을 일으켜 민재에게 다가갔다.“의사 선생님이 오늘 상태에 대해서는 별말 없으셨어요?”“아침에 오셔서 진찰하셨는데 대표님께서 치료에 협조만 잘하시면 금방 나으실 거라 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뭔데요?”“위병은 계속 관리해 줘야 하는 거라서요. 퇴원해서도 식사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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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병원을 나선 후 윤아는 서둘러 회사로 갔다.길이 막힌 탓에 윤아는 조금 지각해 버렸다. 게다가 가는 길에 어제 봤던 그 남자와 또다시 마주쳤다.윤아를 보자마자 안경을 낀 그 남자는 곧바로 쑥스러운 듯 웃으며 윤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녕하세요. 이제 저희 동료네요?”윤아도 손을 뻗어 그의 악수에 응했다.“어제는 면접 보러 오신 줄 알았어요. 이미 여기 사원일 줄은 몰랐네요. 윤아 님은 어떻게 이 작은 회사에 오게 되신 거예요? 진 씨 그룹이 여기에 투자할 거란걸 미리 아셨던 거예요?”미리 알아?윤아가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게 아니더라도 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하긴, 이미 여기 입사하셨으니 아실 수도 있겠네요. 전 그냥 입사 수첩에서만 봐서.”엘리베이터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 남자를 제외하고는 다들 딱히 얘기를 나눌 의욕은 없어 보였다. 윤아도 다른 낯익은 얼굴은 발견하지 못했다.아무래도 어제 윤아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 중 이 안경남 혼자만 면접에 붙은 모양이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윤아는 곧장 나가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안경남과 엘리베이터에 탔던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레 그녀의 뒤로 함께 나왔다.한참을 걷던 윤아는 문득 다들 자기를 따라오는 걸 느끼고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하게 그들을 쳐다봤다.“왜 절 따라오죠?”안경남은 안경을 쓱 올리더니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오늘 첫 출근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요.”윤아:“...”‘이 사람들 나를 사원으로 알고 있구나. 나 따라오면 사무실일 줄 아나 보네.’윤아를 따라가도 사무실이 나오긴 하지만 그곳은 사원용이 아닌 윤아의 개인 사무실이다.게다가 지금 보니 안경남뿐만 아니라 뒤에서 함께 걸음을 멈추고 서있는 저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그럴 수도 있지.윤아가 몸을 돌려 그들을 사무실까지 안내하려고 하던 그때, 마침 옆에서 걸어오던 오민우가 윤아를 발견했다.“대표님.”안경남과 다른 사람들:“?”대표님?누구?그들의 눈엔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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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가요. 안내해 줄게요.”민우는 윤아에게 인사한 후 사원들을 데리고 떠났다.안경남은 민우의 뒤를 터덜터덜 따라가며 말했다.“매니저님. 저분이 정말 저희 대표님이에요?”아까 분명 말했는데 또 묻는 걸 보니 민우의 촉으로 봤을 때 이 남자, 다른 생각이 있는 게 분명했다.“왜요, 대표님이 아니면 잘해보려고 했어요?”역시, 민우의 말 한마디에 그의 얼굴은 불탄 고구마가 되었다.“매니저님, 무슨 그런 말씀을.”“하하하!”민우는 통쾌하게 웃어주며 말했다.“자식, 쫄기는. 좋아하면 다가가 보세요. 제가 알기로는 대표님 아직 싱글이시거든요.”안경남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다시 풀이 죽었다.“됐어요. 저렇게 아름다우신데. 대표님이 아니라고 해도 전 안될걸요. 게다가 돈도 많으시니 더더욱 안될 거예요.”그의 말에 민우가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했다.“음, 생각보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네요. 그럼, 일이나 잘합시다. 출세하면 우리 대표님 같은 사람까지는 못 만나도 나쁘진 않을 거잖아요.”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우르르 몰려갔다._신규회사라 윤아가 할 일이 아주 많았다. 윤아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점심때에야 민우와 함께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구내식당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탓에 둘은 회사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밥을 먹는 동안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핸드폰 진동 소리에 확인해 보니 민재가 보내온 문자가 와있었다.「보고 올립니다. 대표님 오늘 점심 제때 챙겨 드셨습니다, 오버.」보고?오버?재밌는 단어 사용에 윤아의 입꼬리가 주체 못 하고 씰룩거렸다.그녀는 싱긋 웃으며 민재에게 답장했다.「OK.」병원.핸드폰 알림음에 수현이 곧장 민재를 쳐다보았다.“답장 왔어요?”민재는 핸드폰을 한 눈 확인하고는 수현에게 말했다.“네. 오긴 했는데…. 좀 짧게요.”그 말에 수현이 손을 뻗었다.“가져와 봐요.”민재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핸드폰을 수현에게 건넸다.수현은 윤아의 답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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