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491 - 챕터 500

1206 챕터

제491화

쓸모가 있었다.민재는 그 웃음을 본 순간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그는 기쁜 마음으로 물었다.“대표님, 그럼 뭐라도 드실래요?”하지만 수현의 대답은 그에게 차가운 물을 퍼부은 것만 같았다.“내가 언제 먹겠다고 했어요? 쓸모없는 짓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민재는 자리에 멍해 있었다.“네? 아까 분명...”웃음이 걸려있는 눈은 지금 다시 평소 그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수현으로 돌아왔다.수현은 민재의 말에 대꾸하기 귀찮았다. 머릿속에는 또 아까 두 아이가 그에게 건강하길 바란다는 말이 떠올랐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신기했다. 스크린을 통해 모르는 아이들에게 치유를 받는 기분 말이다.수현은 손가락을 움직여 또 아이들에게 선물을 보냈다.“어?”윤이는 핸드폰에 뜨는 선물을 보냈다는 메시지를 보더니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고독현 밤 아저씨도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선물 고맙습니다.”아이의 귀여운 모습은 비행기에서 봤을 때랑 똑같았다.하지만 지금 고도현 밤 아저씨는 아이에게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윤이는 비행기에 있을 때도 그를 몰랐고 라이브 방송할 때도 비행기에서 만났다는 것을 몰랐다.곁에 있던 훈이는 고개를 긁적였다. 이 아저씨가 또 선물을 보낼 줄 몰랐다. 매번 보내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훈이는 이 아저씨가 계속 선물을 보내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돈도 많았고 시원시원했다.그리고 이건 훈이가 고독현 아저씨에 대한 유일한 인상이었다. 매번 윤이와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이 아저씨는 꼭 와서 선물을 보내곤 했다.그래서 윤이는 계속 고맙다고 인사했고 훈이도 함께 말했다.“고독현 밤 아저씨가 보낸 선물 고맙습니다.”민재는 누가 라이브 방송에서 계속 선물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여러 가지 색깔의 선물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을 보며 그는 드디어 눈치챘다.“대표님, 설마 대표님께서 이 고독현 밤에세요?”헐, 이 정도 선물이면 돈을 얼마나 썼다는 거야?하지만 이 돈은 민재에겐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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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아가씨, 전화 왔어요. 나머진 제가 할게요.”“그래요.”윤아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고 주방에서 나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윤아 아가씨.”익숙한 목소리에 윤아는 멈칫했다.“이 비서님?”왜 또 전화했지?“윤아 아가씨,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합니다.”윤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무슨 일인가요?”민재가 말을 하려고 했을 때 수현은 턱을 살짝 올리면서 스피커를 켜라고 했다.그래서 수현의 시선 하에 민재는 별수 없이 스피커를 켰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그게요, 대, 대표님께서 아직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어요. 계속 먹는 걸 거부하거든요. 그러니까 아가씨께서...”“이 비서님.”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아는 그를 불렀다.“진 대표는 이미 성인이에요. 먹든 말든 그건 자신이 알아서 할 겁니다. 만약 먹지 않는다면 아마 자신의 건강에 생각이 있어서겠죠.”말을 마치고 윤아는 전화를 끊었다.이민재: “...”그는 핸드폰을 들고 고개를 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 스피커를 켜 수현에게 들리게 했는지 엄청 후회되었다.정말 망했다.그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수현에게서 뿜기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대, 대표님.”“꺼져요”민재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핸드폰을 들고 묵묵히 몸을 일으켰다.수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라이브 방송을 볼 기분도 없어 손을 뻗어 핸드폰을 껐다.그래서 그는 라이브 방송에 나타난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윤아, 훈아. 오늘 라이브 방송 시간 끝났어.”만약 수현이 조금만 더 봤더라면 이 여자 목소리의 주인이 윤아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을 거다.“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여러분 안녕.”라이브 방송을 끈 후 윤아는 핸드폰을 거두었다.“오늘 숙제 다 했어?”“네, 다 했어요. 엄마.”윤이는 뭔가 떠오른 듯 윤아의 어깨를 안으며 애교를 부렸다.“엄마, 아까 누가 엄마한테 전화하지 않았어요?”윤아는 멈칫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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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수원?그도 수원에 있다는 걸 확인한 윤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몇 초 후, 윤아는 최근 이상하리만치 자주 발생한 우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곳에 오기 전, 윤아는 수원이 아주 조용한 도시일 줄 알았다. 그래서 여기서 창업하면 아는 사람을 마주칠 일도 적을 거라 여겼다.하지만...누군가를 떠올린 윤아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됐어, 마주치면 또 뭐 어때?’수원 이 작은 땅에서 창업하고 이제 그의 투자까지 받은 마당에 더 피하려고 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다.그냥 협업사 정도로만 생각하고 대하면 된다.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윤아는 심란한 마음에 밤을 설쳤다.그녀는 침대에서 뒤척이다 문득 의사와 이민재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위병이 있는데도 약을 안 먹다니. 성인이 돼서도 자기 몸 하나 간수 못 하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다. 계속 그렇게 가다간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그런데도 나아지려는 노력조차 안 한다면 그 결과는 진수현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것들이다.‘만약 진수현이 그것도 다 상관없다면 그래도 내가 관여해야 할 문젠가?’아니.상관할 바가 아니다.한다고 해도 강소영이 할 일이지.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또 몸을 뒤척였다.윤아는 수현의 비서가 왜 강소영이 아닌 그녀에게 전화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바람에 윤아는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이튿날,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와 함께 윤아는 강한 의지력을 발휘해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평소 습관대로 두 아이의 밥을 챙기고 학교로 데려갈 준비를 했다.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윤아의 모습에 장 씨 아줌마가 따뜻하게 물었다.“아가씨, 어젯밤에 못 주무셨어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윤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했어요.”“그렇군요.”이 틈을 타 잘 보이려는 장 씨 아줌마:“오늘 일 없으면 집에서 쉬세요. 아이들 학교는 제가 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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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그때, 빠르게 이동하던 흰 차가 검은 차의 뒤쪽 범퍼를 긁어버렸다.작은 스크래치였지만 윤아는 다툼이 시작될 걸 예상했다.아니나 다를까, 차가 긁히자 두 차주 모두 차에서 내려 주차 자리와 조금 전의 사고에 대해 격하게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이라 윤아는 머리를 절레절레 젓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평소엔 그녀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윤아와 같은 시간대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그중 안경을 낀 깔끔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한 남자는 윤아의 예쁜 외모와 독특한 아우라에 눈이 가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왔다.“하이. 그쪽도 면접 보러 왔어요?”갑작스러운 인사에 윤아가 당황하며 물었다.“저한테 하신 말인가요?”“네.”안경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티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름다우시네요.”국내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돌직구 칭찬.윤아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참 솔직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흉한 모습은 조금도 없었기에 윤아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고마워요. 면접 보러 오셨나 봐요?”“네.”안경남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어갔다.“그쪽도 모집서 보고 오신 거죠? 진 씨 그룹이 이 작은 회사에 투자했더라고요. 전 원래 진 씨 그룹에 가고 싶었는데 면접에서 떨어져서 여기 온 거예요. 진 씨 그룹에서 선택한 회사는 분명 나쁘진 않을 것 같거든요.”윤아는 그제야 오늘따라 회사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건지 알았다.그것보다, 다들 모집서를 보고 온 거라고?인사 관련 업무는 임시로 오민우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신입사원 모집에 관한 일은 윤아가 어제 그에게 준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어제 오후나 저녁에 모집공고를 올렸다는 건가?“저희도 면접 보러 왔어요.”둘의 대화를 들은 것인지 엘리베이터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다들 어느 부서에 지원 넣으셨어요? 이 회사 아직 규모가 작아서 어느 부서나 티오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부서 관련 얘기가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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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확실히.이 점에 대해선 윤아도 인정하는 바이다.윤아는 문득 아직도 병상에 누워있을 누군가가 떠올랐다.그러나 곧바로 이 쓸데없는 생각은 윤아에 의해 내팽개쳐졌다.이제 더 그 사람 생각을 하면 안 된다. 5년이나 견지했는데 귀국했다고 온통 그의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다니.윤아는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가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그때, 윤아의 핸드폰이 울렸다.“차서원 대표네요.”“차서원 대표요? 그분이 왜요? 설마 차 대표님도...”“아니에요. 저 전화 좀 받을게요.”민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아서 자리를 피해줬다.“대표님?”그날, 그의 회사에서 그렇게 나간 뒤로 윤아는 굳이 다시 그를 찾지 않았다.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안 이상 그에게 더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원에서 회사를 키우려면 그와 척을 져서도 안 됐다.“윤아 씨, 요즘 회사는 좀 어때요? 저번 일은 죄송했어요.”“아니에요.”“다름이 아니라 제가 윤아 씨 회사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긴 좀 그렇지만 필요하다면 아랫사람들을 풀어서 대신 회사 홍보를 해드릴 수는 있거든요. 이것도 꽤 효과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차서원이 해주는 홍보라면 아마 꽤 효과가 있을 거다.윤아는 고마운 마음에 말했다.“신경 써주셔서 고맙지만 저희 회사 일은 이제 해결돼서요.”“해결됐다고요?”투자 관련 일이 해결됐다는 말에 서원이 꽤 놀란 듯 보였다.“어떻게요? 어느 회사가요?”윤아는 고민 끝에 결국 알려주기로 했다.“진 씨 그룹이요.”차서원:“...이 자식. 버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무너진다고?”그가 놀라움을 토로하는 동안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차서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윤아 씨 마음 얻으려고 참 애를 쓰네요.”윤아는 잠시 침묵하다 말을 바로잡았다.“차서원 대표님. 그런 말은 조심해주세요. 저흰 그저 파트너 관계입니다.”“그 자식이 그냥 협업하려고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왜지, 혹시 진수현이 별로예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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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깨어나시면 제가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의사는 진수현이 생명을 간과하는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 말문이 막혔다.“죽고 싶은 거면 병원에 오질 말았어야죠. 절 찾지도 말았어야 하고요.”그의 훈계에 이민재는 뭐라 할 말이 없어 그저 작게 맞장구쳤다.옆에서 보고 있던 윤아는 의사의 반응으로부터 수현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의사는 민재에게 몇 마디 더하고는 손을 뿌리치고 가버렸다.이민재는 버려진 강아지 같이 침울해져서는 벽에 기대어 머리를 푹 떨어트렸다.그렇게 한참 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윤아는 발걸음을 떼 그에게 다가갔다.윤아가 다가오는 소리에 민재가 고개를 들었다. 윤아는 그제야 이 다 큰 남자가 눈시울이 붉어져 있음을 발견했다.의사에게 혼이 나서 그런 건지 수현이 걱정되어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꽤 서러워 보였다.민재는 윤아를 보고 얼른 몸을 돌렸다.그 모습에 윤아는 말없이 그저 가만히 서서 그가 감정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려줬다.2분 정도 지났을까, 민재가 그제야 몸을 돌려 윤아를 바라보았다.“아가씨.”윤아는 민재가 괜찮아진 듯 하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물었다.“진수현은요?”“막 응급처치 끝났어요.”민재가 다시 목이 메는 듯 말했다.그의 말에 윤아는 더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떼는 윤아,“데려다줘요.”“네.”윤아를 병실로 데려다주는 동안에 민재가 쉬지 않고 말했다.“와주셔서 감사해요, 아가씨. 윤아 아가씨 아니었으면 전 정말 어쩔 줄 몰랐을 겁니다.”그의 말에 윤아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한테밖에 전화 못 해요? 수현 씨... 집사람은요?”윤아는 원래 강소영을 말하려 했으나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 어색해 집사람이라 정정했다.그에 민재가 어쩔 수 없었다는 듯 말했다.“아가씨.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어요. 대표님이 다른 가족분들 말을 들었으면 오늘 이런 일까지 벌어지진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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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민재는 딴생각하고 있었던 탓에 윤아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그저 윤아의 발걸음이 멈춘 걸 느끼고는 그도 걸음을 멈추고 설명했다.“제 말은 어르신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대표님 상태가 그래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가끔 술을 마시긴 하셨어도 어르신을 만나러 가기 전에는 스스로 컨트롤 하시고 몸에서 나는 술 냄새 때문에 어르신께 들킬까 봐 한동안 술은 입에 대시지도 않으셨으니까요. 그런데 어르신이 돌아가시고는 대표님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민재가 많은 말을 했지만, 윤아는 그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보일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한순간에 그녀를 둘러싼 모든 소리가 흐릿해졌다.마치 물에 잠긴 듯 먹먹해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또렷하던 눈앞이 서서히 흐려지며 그나마 보이던 민재의 입도 어둠에 잠겨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예전엔 강소영 아가씨께서 대표님을 말려보기도 했지만, 쓸모가 없었어요. 저희 대표님이 그분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으셨어요. 심지어 그분을 보려고도 하지 않으셨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윤아 아가씬 달랐어요. 대표님이 아가씨 말씀만은 들으시니까...”민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윤아가 바닥에 쓰러졌다.“아가씨!”윤아는 정신을 잃은 채 온몸에 힘이 다 빠진 상태로 민재의 부축을 받았다. 민재가 그녀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서둘러 윤아를 안고 의사를 찾아갔다._수현이 눈을 떴을 땐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의료기기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그는 병상에 누워 다시 주삿바늘이 꽂힌 채 수액을 맞고 있는 자기 팔을 내려다보았다.이 광경에 수현이 그늘진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천천히 밀어주세요, 천천히.”민재가 두 명의 간호사와 함께 베드를 밀며 들어왔다.누워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수현은 민재가 허둥대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자신이 이렇게 아픈데 다른 사람한테 정신이 팔려있다니.‘게다가 지금 다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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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쓰러집니까? 나 부축해 줘요.”수현이 이를 꽉 물며 그를 제지하는 민재에게 맞섰다.그가 힘을 쓰고 있음을 느낀 민재는 결국 포기하고 그를 부축했다.그는 수현의 손에 있는 상처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링거를 들고 수현을 부축해 윤아의 병상 앞으로 다가갔다.윤아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낯빛이 아주 창백했다. 평소 선홍색 빛을 띠던 입술도 그 빛깔을 잃어 누워있는 모습이 유난히 초췌해 보였다.이런 윤아의 모습은 비수가 되어 수현의 가슴에 꽂혔다.그는 얇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민재도 알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윤아 님께 대표님이 피를 토하셨다고 얘기해서 병원에 오셨는데 그때까진 안색도 나쁘지 않으셨거든요,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실 줄은….”“의사는 뭐라고 했어요?”“너무 놀라서 그런 걸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몸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요. 우선은 쉬면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놀라서?수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이 피를 토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놀랐을거라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걱정된다고 여기까지 왔을 것 같지도 않았다.하지만...그 뒤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오는 길에 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민재가 어리둥절하며 대답했다.“별일 없었습니다. 오는 길에 제게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제가 대답을 해드리는 도중에 보니까 쓰러져 계시더라고요.”물어봐?수현은 그 과정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뭘 물어봤는데요?”민재는 사실대로 얘기해주었다.“대표님 병세가 지속된 지 얼마나 되셨는지 물어보셔서 있는 대로 얘기해 드렸습니다.”“그뿐인가요?”“네. 다른 얘긴 딱히 안 했는데요.”그 때문에 민재도 잘 얘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쓰러진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고 하셨으니 갑자기 쓰러진 건 뭔가 충격을 받은 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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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가씨께서 갑자기 대표님에 관해 물으셔서 대표님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아 상황 설명을 해드린 것 뿐 정말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수현은 숨을 헐떡이며 민재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엔 살기가 일렁거렸지만 결국엔 잘 참아 넘겼다.아마 소란을 피웠다간 윤아의 휴식에 방해가 될거라 생각한 모양이다.그는 민재를 놓아주고 치밀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말했다.“꺼져요.”민재도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링거는...”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현이 손에 있던 주삿바늘을 뽑으려 했다.그 모습에 민재가 다급히 그를 말렸다.“대표님, 충격으로 쓰러지신 윤아 아가씨가 깨서도 대표님 걱정을 하게 만드실 겁니까?”그 말에 수현이 잠시 동작을 멈췄다.“원래 아가씨께선 대표님을 상관 안 하려고 하셨는데 피를 토했다는 얘기에 오신 겁니다. 이래도 제대로 치료 안 받으시려고요?”말하다 보니 민재는 점점 용기가 나 말을 이었다.“아가씨께서 걱정하고 말고를 떠나 대표님이 몸에 정말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아가씨를 다시 모셔 오겠습니까?”그의 말을 끝까지 들은 수현은 위험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이 비서. 지금 나 훈계하는 겁니까?”“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습니까. 전 그저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화는 나지만 그의 말이 수현의 마음에 와닿은 건 사실이다.결국 수현은 화가 나긴 했지만 다른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민재도 자연스레 계속 링거를 들고 서있었다.처음에는 들고 서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누워있으라는 그의 만류에도 수현이 자꾸 윤아 쪽으로 가 그녀의 의식이 돌아왔는지를 확인하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링거를 윤아의 베드 쪽에 걸어두었다.그리고는 누울 수 있는 의자를 찾아와 수현에게 줬다.“대표님, 돌아가 누우시래도 듣질 않으시니 여기에 눕는 건 되시죠?”민재가 이러면 거절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에 의자를 윤아의 옆으로 옮기며 말했다.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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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이혼했으니 이젠 할머니를 가족으로 생각 안 한다?차라리 그랬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신경 쓰지 않으면 슬플 일도 없을 테니까.하지만 윤아는 호텔에서도 할머니에 관한 얘기를 물었었다. 그때부터 수현은 그녀가 할머니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이제 할머니 소식을 알아버려 쓰러진 것이다.지금은 혼수 상태지만 수현은 그녀가 의식이 돌아온 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지만 그럼 그다음은?여기까지 생각한 수현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윤아의 손목을 살포시 잡았다.시간은 그렇게 일분일초 흘러갔다.수현과 민재는 그렇게 계속 병실을 지켰다.얼마나 지났을까, 윤아의 가방 속에서 울려 퍼지는 핸드폰 벨소리가 긴 정적을 깼다.민재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윤아의 가방을 수현에게 가져다줬다. 수현은 손이 불편한 탓에 간신히 가방을 열어 핸드폰을 꺼냈다.발신인을 확인한 수현의 얼굴에 순간 그늘이 졌다.이선우.“윤아 아가씨께서 쓰러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퇴근 시간이니 평소대로라면 집에 도착했을 시간이잖아요. 가족분들이 찾으시는 거 아닐까요? 대표님, 전화를 받아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럴 필요 없습니다.”이선우가 가족은 아니지 않나?“네? 괜찮나요?”수현이 싸늘한 얼굴로 핸드폰을 한 눈 보더니 민재에게 말했다.“전원 꺼버려요.”“하지만…”민재는 수현의 눈치를 슬쩍 보고 다시 핸드폰 화면 속의 이름을 한 눈 보고는 대충 무슨 상황인지 짐작 했다.이 이선우라는 사람, 대표님 연적일지도?민재는 고민 끝에 핸드폰 전원을 껐다.선우는 통화음이 한참이나 울렸는데도 윤아가 받질 않자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이번에 들려오는 건 발신인의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기계음이었다.선우의 눈에 찰나의 그늘이 스쳤다. 이윽고 차를 길가에 세우고 잠시 고민한 뒤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난 학교로 가 두 아이를 픽업할 테니 윤아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 줘요. 아이를 데려왔을 땐 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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