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511 - 챕터 520

1206 챕터

제511화

간결하고 차가운 네 글자에 수현은 오후 내내 침울했다.윤아는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쯤에야 병실에 도착했다.수현은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윤아가 그의 앞에 앉자 그는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윤아는 별다른 반응 없자 담담하게 수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오는 데는 시간 안 걸리는 줄 알아? 밥하는 건 또 어떻고?”그 말에 수현은 입을 다물었다.윤아가 그에게 음식을 덜어주자 수현은 그제야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면 됐어. 굳이 음식까지 준비해 줄 필요 없어.”윤아:“내가 오고 싶어 오는 줄 알아?”수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그럼 왜?”윤아는 굳이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비록 수현과 마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윤아는 등에 눈이 달리기라도 했는지 수현을 재촉했다.“빨리 먹어. 나 시간 없어.”수현은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윤아는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수현에게 말했다.“내일 올게.”그리고는 수현이 입을 떼기도 전에 물건을 챙겨 나가버렸다.수현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윤아가 이렇게 빨리 가버릴 줄은 민재도 예상 못했다. 그녀는 마치 임무를 완수한 사람처럼 아무런 미련도 감정도 없이 곧장 가버렸다.수현:“왜 오는 거지? 설마 그냥 내 병세 때문에?”민재는 침묵했다. 그도 윤아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 뒤로도 윤아는 매일 아침저녁마다 밥을 가져다주는 일을 반복했다.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엔 수현에게 그저 묽은 음식만 먹이던 데로부터 점점 다양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다른 건 몰라도 음식 준비엔 정말 진심인 모양이다. 하지만 매번 병원에 올 때마다 윤아의 태도는 차갑다 못해 마치 수현을 병원 안의 환자 1 정도로 생각하고 매일 임무 완수를 하는 간호사 같았다.처음엔 작은 희망이라도 갖고 있던 수현도 이젠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런 상태는 3일 내내 지속되었다.4일 째 되는 날, 평소
더 보기

제512화

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거래?”이미 말도 꺼냈겠다, 이제 시간도 꽤 흘렀으니 윤아는 숨기지 않고 수현에게 다가가 말했다.“요즘 회복은 좀 잘 된 것 같지?”수현은 입을 꾹 다문 채 말을 하지 않고 윤아가 말을 잇길 기다렸다.“할머님을 만나고 싶어.”그녀의 말에 수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서?”“요 며칠 밥을 가져다준 건 네 회복을 도우려는 거였어. 이제 네가 날 데리고 할머님 좀 만나 뵙게 해줘.”수현은 윤아를 잠시 바라보더니 실소를 터뜨렸다.어쩐지 그날 울고 난 뒤로 화장실 한 번 들어가더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했다. 자기를 보러 병실에 꼬박꼬박 음식까지 준비해 온 것도 다 그 이유였나.그렇게 오래 견지하더니, 성격이라도 바뀐 줄 알았는데 다 목적이 있는 거였다.수현은 불현듯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할머니 아니었으면 매일 이렇게 올 일도 없었단 거네?”윤아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밥도 다 먹었고 휴식도 잘했으면 됐지. 뭘 굳이 따져.”“허.”수현이 싸늘하게 웃었다.“네 눈에 대체 난 무슨 사람이야? 할머니 만나고 싶다고 하면 내가 허락 안 할 줄 알았어?”윤아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안 거절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곁에 있지 못했는데 몇 년이나 지난 지금 할머니 무덤도 한 눈 못 보게 할 리가 있겠는가.수현은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자기한테 했던 일들이 단지 거래 목적이었다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꽉 막혀오는 기분이었다.‘난 또...’여기까지 생각한 수현은 좌절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어쩐지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면서 그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수현은 생각 끝에 결심을 내렸다.“퇴원 수속 해줘. 오후에 데려가 줄게.”그의 말에 윤아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윤아가 아무 말이 없자 수현이 시선을 올려 그녀를 바라봤다. 윤아를 보는 그의 두 눈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어두웠다.“왜. 설마 오후에 시간이 안 된다는 말을 하려
더 보기

제513화

민재는 그 자리에 선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정말 퇴원하시게요? 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셨는데요.”그의 말에 수현이 인상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신경도 안 쓰는거 못 봤습니까? 지금 퇴원하라잖아요.”민재는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아니죠. 퇴원한다는 얘기는 대표님이 홧김에 하신 얘기고 윤아 아가씨는 그런 말씀 안하셨는데요.”수현:“...”“게다가 대표님께서 오늘 물어보시지 않았다면 윤아 아가씨도 오늘 말씀드리지 않았을겁니다.”그의 말에 수현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그럼 내일은, 모레는?”“대표님. 만약 윤아 아가씨를 계속 보고 싶으시면 먼저 물어보시지 말았어야죠. 사람은 가끔 너무 딱딱하게 굴면 안된다고요. 원래 대표님이 짝사랑하시는 입장인데 이렇게 모든걸 다 너무 확실히 하려고 하시면 윤아 아가씨가 넘어오겠어요?”요며칠 함께 있으면서 민재는 간땡이만 부은 모양이다. 윤아와 관련된 일에서는 그가 하는 조언들이 만약 효과가 있으면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 뒤로는 더욱 대범해졌다.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의 말을 새겨 듣는 수현을 보며 민재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민재가 수현보다 경험이 많을수 있었다._오후, 윤아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수현의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그러나 윤아는 곧바로 들어가는 대신 호텔 입구에 있는 벤치에서 그를 기다렸다.윤아는 내일 곧바로 돌아올 예정이었기에 짐을 많이 챙기지 않았다.그리고 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앨리스에게 맡겼다.비록 앨리스와는 최근에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윤아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윤아가 일에 집중할수 있도록 곧바로 다른 일은 제치고 도와주었다.그러면서 둘 사이에 있었던 마음속 응어리도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윤아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일찍 온 탓에 그녀는 2분 정도 기다렸다가 민재에게 연락했다.「비서 님, 내려오셨나요?」민재는 3분이나 지나서야 그녀에게 답장을 했다.「좀 늦을것 같습니
더 보기

제514화

“그래요?”옷 갈아입는 게 이렇게까지 당황할 일인가?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또 피를 토한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요 며칠 눈에 띄게 건강이 회복됐었는데.비록 입원 시간이 길긴 했지만 오늘이 퇴원일은 아닌 건 윤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퇴원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홧김에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니 윤아는 굳이 자기가 나서서 말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정말 그가 또 피를 토한 거면...윤아는 조금 후회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참았다 얘기할걸.아침에 한 얘기가 또 그를 자극한 모양이다.윤아는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윤아의 뒤에는 민재가 따라오며 그녀를 말리려 했다.윤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안방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문이 저절로 슥 열렸다.그리고 그곳엔 이미 옷을 다 입은 수현이 윤아의 앞에서 그녀의 길을 막고 섰다.윤아는 수현을 한 눈 보았다.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수현은 잘생긴 용모에 차가운 기운까지 그대로였다.“뭐 해?”“괜찮아?”윤아는 마치 무슨 단서라도 찾으려는 듯 그의 수려한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윤아가 자신을 유심히 살펴보려 하자 수현은 옆에 서 있는 민재와 눈빛을 교환한 후 무뚝뚝한 얼굴로 앞으로 나아갔다.“안 괜찮을게 뭐가 있어?”앞으로 몇 걸음 걸은 수현은 윤아가 뒤따라오지 않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할머니 뵈러 간다며? 안 가?”윤아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 몸 안 좋으면 며칠 뒤에 가도 돼.”“그럴 필요 없어.”아직도 그녀에게 화가 나 그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수현은 윤아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는 윤아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민재는 덩달아 머쓱해져서 윤아를 재촉했다.“저희도 얼른 가죠.”말을 마친 민재는 캐리어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윤아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따라갔다.윤아는 원래 조수석에 앉을 생각이었는데 저번에 동부 승마장에 갔을
더 보기

제515화

만약 수현의 낯빛이 이렇게 창백하지 않고 또 윤아와도 딱히 모순이 없다면 그녀도 이렇게까지 의심하진 않았을 거다.하지만 지금의 수현은 걸음걸이도 이상하고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건 그의 비서인 이민재도 마찬가지였는데 둘이 쌍으로 아주 수상했다.생각 끝에 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내가 어디 앉든 뭔 상관인데? 잊지마, 이건 거래야. 난 뒤에 앉을 거야.”말을 마친 윤아는 수현이 뭐라 하든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앉았다.마음이 평온해졌다.윤아가 차에 탄 후 민재는 수현을 힐끗 쳐다보더니 눈썹을 씰룩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 그냥 이렇게 갈까요?”수현은 아무 말 없이 표정만 구기고 있었다.이에 윤아가 선수를 쳤다.“가죠. 이 비서님.”“네.”차가 출발한 후, 윤아는 이따금 옆에 앉은 수현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러나 그는 윤아에게서 떨어져 창문 쪽에 찰싹 붙어 앉아 뒤통수만 보여줬다.덕분에 윤아는 수현의 표정을 전혀 볼 길이 없었다.수현의 미세한 표정과 행동으로부터 위병이 재발한 것인지 보려고 했던 윤아의 계획이 완전히 망가진 셈이다.하지만 요양한 지 꽤 되었으니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공항에 거의 다 와 갈 때쯤, 윤아는 선우의 연락을 받았다.“남성으로 돌아가려고?”선우는 최대한 자신을 억제하려고는 했으나 윤아는 수화기 너머로 그의 가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마치 격하게 달린 후 숨이 채 돌아오기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건 사람처럼.윤아는 똑똑히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응. 내일 돌아와.”옆에 있던 수현은 윤아가 전화를 받자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선우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뗐다.“걔랑 같이 가?”“응.”다시 조용해졌다.“윤아야. 왜 가는건지 물어봐도 돼?”윤아는 그의 질문에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남성에 다녀오려고.”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선우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들은 듯 말했다.“그래. 조심히 다녀와. 올 땐 내가
더 보기

제516화

“왜? 비즈니스석 타면 내가 널 어떻게 하기라도 할까 봐?”윤아는 차분하게 표를 거두며 말했다.“돈 아끼려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회사 개설 중이라.”그녀의 말에 수현이 눈썹을 올렸다.“투자 해줬잖아.”“투자는 받았지만 아직 회사에 돈이 잘 돌아가지는 못해서.”수현:“...”나름 이유도 잘 준비해온 모양이다.잠시 후, 수현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이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수현은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입술이 창백해 얼굴색이 말이 아니었다.사실 윤아도 홧김에 저지르지만 않았어도 오늘 당장 남성으로 떠날 생각은 없었다.아직 회복도 덜 된 사람을 조급하게 끌고 왔으니 아마 꽤 힘들 것이었다.하지만 뭐, 이참에 버릇도 고치면 좋지 않나.수현과 민재는 비즈니스석이라 먼저 등기할 특권이 주어졌다.그 특권이 없는 윤아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그렇게 윤아는 그들과 갈라져 움직였다.민재는 수현의 뒤를 따랐는데 그에게서 풍기는 어두운 기운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대표님, 걱정 마세요. 비행기 타면 제가 윤아 아가씨와 자리 바꿀게요.”그러나 수현의 어두운 기운은 줄어들지 않았다.민재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위로했다.“대표님. 사실 윤아 아가씨께서 이코노미석을 사신 게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라요. 만약 비즈니스석을 사셨다면 그 기세로 절대 대표님과 가까운 좌석을 사지 않으셨을 거잖아요. 근데 전 가능하다고요. 제가 윤아 아가씨와 자리를 바꾸면 그 자리가 바로 대표님 옆자리 아닙니까. 가까이 있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이번에도 수현은 민재의 말에 넘어갔다.수현은 그윽하게 민재를 쳐다봤는데 민재는 그가 무슨 태클이라도 걸려는 건 줄 알고 바짝 긴장했다.그러나 수현은 ‘큼’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잘했네요. 근데 먼저 자리 바꾸는 데 성공해야겠죠.”“걱정하지 마세요, 제게 다 방법이 있어요.”민재가 호언장담했지만 수현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는 비행기에 타기도 전에 가
더 보기

제517화

수현의 손이 닿은 그 순간, 윤아가 느낀 건 딱 한 가지였다. 차가움.수현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이 윤아의 체온을 머금은 팔에 닿자 소름이 오소소 끼쳤다.윤아는 그제야 수현의 창백한 낯빛을 보았다.둘의 접촉으로 수현도 자연스레 윤아의 반응이 이상하단 걸 눈치챘다.때문에 윤아가 자리에 앉고 나서 수현은 곧바로 손을 도로 치웠다.스튜어디스가 떠난 후, 윤아가 태연하게 물었다.“못 들어가게 할 땐 언제고?”수현은 그늘진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하지만 속으로는 민재의 계략이 꽤 쓸모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역시 가까이 못 다가오게 할수록 이 여자는 뭔가 숨기는 게 있나 하고 더 가까이 다가왔다.이런 결과가 바로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잠깐 침묵하던 윤아가 주동적으로 물었다.“퇴원 수속 했어?”“안그럼? 돌아가서 다시 입원하게?”윤아는 그의 말투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할머님을 만나러 데려가 준다니 더 화를 내진 않았다.“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면 돌아가 좀 더 있는 것도 나쁘진 않지. 회복 안 할 거야?’수현이 윤아를 힐끗 보았다.“너랑 무슨 상관인데?”윤아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왜 상관이 없어? 네가 우리 회사 최고 투자자라는 거 잊지 마.”그녀의 말에 안 그래도 퀭하던 수현의 눈이 더 생기를 잃었다. 게다가 입술도 아까보다 더 창백해진 것 같았다.그의 손이 얼음장같이 차던 걸 떠올린 윤아는 지나가던 스튜어디스를 불렀다.“저기, 담요 좀 가져다주실래요?”스튜어디스는 금방 담요를 가져왔고 윤아는 그걸 자기가 아닌 수현의 몸에 덮어주었다.수현:“?”수현이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다.습관적으로 반항하는 수현:“누가 나 춥댔어?”“내가.”“필요 없어. 가져가.”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안돼.”말을 마친 윤아는 몸을 돌려 더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수현은 눈썹을 찌푸린 채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말로는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 툴툴대도 몸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안 그래도 얇게 입은 수현은
더 보기

제518화

수현은 입꼬리를 슥 올리더니 그녀에게 한마디 해줬다.수현의 말에 일에 몰두하고 있던 윤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왜, 내 말이 틀려?”미간을 찌푸리는 윤아:“왜 안 자?”수현:“안 졸려.”윤아는 더 얘기하는 대신 아까 수현이 했던 말을 되새기며 프로젝트를 다시 검토했다. 수현이 알려준 해결방안은 말 그대로 완벽했다.“나 일하는 데 방해나 하지 마.”시선을 떨군 채 웃음을 터뜨리는 수현.“기껏 도와줬더니.”“도움 필요 없어.”수현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윤아가 자기의 조언 대로 수정하는 걸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내심 마음이 풀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스튜어디스가 기내식을 들고 다가왔다. 윤아는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수현이 대신 말 했다.“와인 한 잔 부탁해요.”그의 말에 한창 바쁘게 머리를 파묻고 타자하던 윤아가 머리를 번쩍 들고 수현을 노려봤다.“아픈 사람이 무슨 술이야?”“거의 나았어.”수현이 침착하게 말했다.“몇 모금만 마실게.”윤아는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잠시 후 그녀는 스튜어디스를 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이제 막 병원에서 나온 사람이라 술은 안돼요. 따뜻한 물 한 잔만 부탁드릴게요.”스튜어디스는 윤아와 수현을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심윤아. 네가 뭔데 날 단속해?”그에 윤아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옆자리 앉은 사람. 네가 술 마시고 또 위병 도져서 내 일에 방해되면 어떡해? 비행기 내려서는 마시든 말든 마음대로 해.”수현:“...”이윽고 스튜어디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들고 왔다.수현은 밋밋한 맹물을 말없이 쳐다봤다.여태껏 살면서 비행기에 수십 번을 타봤지만 그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오히려 문제는 그가 직접 그 물을 받아들기 창피해서 싫다는 것이다.그렇지만...수현은 체면 차리기만 하면 누가 넘어오냐는 민재의 말이 떠올랐다.생각 끝에 수현은 결국 입을 앙다
더 보기

제519화

두 시간 후, 비행기는 남성에 착륙했다.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익숙한 공항을 보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아래로 떨군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꼈다.5년 전, 그녀는 바로 여기서 떠났다.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공항은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윤아는 맨 뒤에서 걸었는데 마음이 몸보다 무거웠다.윤아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어느새 앞의 사람들과 동떨어졌다. 윤아가 너무 늦게 따라오자 먼저 가던 수현과 민재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그것 역시 발견하지 못한 윤아는 그냥 앞으로 걸어가다 어딘가에 이마를 부딪쳤다.쿵.윤아의 이마가 단단한 가슴에 파묻혔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수현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서늘하게 말하는 수현.“앞 안 보고 걸어?”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마를 문지르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뭐 좀 생각하느라.”“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정신이 팔려있어?”윤아는 이마를 만지던 동작을 멈추고 다시 공허한 눈빛으로 말했다.“할머님이 날 탓하진 않겠지? 내가 가는걸... 반기지 않으면?”수현이 멈칫했다.잠시 후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말했잖아. 널 아주 보고 싶어 하셨다고.”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생각해보면 제대로 효도도 못 해 드렸다. 윤아는 자기가 만약 할머님이었다면 분명 그녀를 탓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평소 온화한 성격이신 할머님을 떠올리면 그런 원망은 안 하실 것 같았다.“가자.”공항을 나와 호텔에 도착했을 땐 이미 여섯 시가 다 되어갔다.하늘이 흐린 걸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윤아가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수현이 따라 들어왔다.“집에 안 가?”수현이 태연하게 말했다.“묘지가 여기랑 가까워. 반 시간 거리야.”그런 이유라면 이해가 되니 윤아도 더 뭐라 하지 않았다.둘은 각자 다른 방을 썼는데 수현은 민재와 같이 방을 쓰고 윤아는 독방을 썼다.두 사람의 방은 마침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방에 들어간 윤아
더 보기

제520화

그 얘기를 꺼내자 윤아도 기억이 되살아났다.그때는 아직 해외에 있었을 땐데 다 같이 놀고 나서 함께 사진을 찍었었다. 그 사진엔 현아도 함께였다.여자 셋과 두 아이까지.사진이 인스타에 올려지자 많은 사람이 두 아이가 현아의 아이일지 윤아의 아이일지 추측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앨리스에게 따로 디엠을 보내 윤아의 연락처를 묻는 사람들도 난무했다.그러다 후에 윤아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걸 알고 나서야 다시 잠잠해졌다.“됐어. 이제 그만 얘기할게. 나 지금 운전 중이라. 거의 도착했어. 넌 네 일에 집중해, 윤이랑 훈이는 나한테 맡기고. 내가 잘 보고 있을게.”“응.”윤아는 두 아이에게도 이런저런 당부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윤아가 핸드폰을 끄자 마침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주는 윤아.문밖엔 민재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아가씨. 저희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요?”저녁?그의 말에 윤아는 문득 허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졸렸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수현에게 줄 음식을 준비한 바람에 수면 시간이 짧아진 것도 있고 오늘 비행기를 타서인지 피로함이 밀려왔다.“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서요. 그냥 방에서 간단히 먹죠.”“하지만...”민재가 머뭇거렸다.곤란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윤아가 물었다.“왜요?”“별건 아니고요. 저는 강철 위장이라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대표님은...”여기까지 들은 윤아는 그가 왜 머뭇거렸는지 알 것 같았다.내일 할머님을 뵈러 가기도 해야 하니 윤아는 하는 수없이 말했다.“겉옷만 입고요. 나가 먹어요.”“네. 그럼 대표님께 말씀드릴게요.”“네.”윤아는 방으로 돌아가 겉옷 하나를 걸친 뒤 문을 나섰다.방문을 나서자 민재의 재촉에 못 이겨 나오는 수현이 보였다.윤아는 수현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가자.”수현도 성큼성큼 뒤따랐다.로비로 내려간 후 민재가 물었다.“윤아 아가씨. 뭐 먹고 싶은 거 있으세요?”“찾아보죠.”윤아가 핸드폰을 꺼내 주변 식당들을
더 보기
이전
1
...
5051525354
...
12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