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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민재는 딴생각하고 있었던 탓에 윤아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윤아의 발걸음이 멈춘 걸 느끼고는 그도 걸음을 멈추고 설명했다.

“제 말은 어르신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대표님 상태가 그래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가끔 술을 마시긴 하셨어도 어르신을 만나러 가기 전에는 스스로 컨트롤 하시고 몸에서 나는 술 냄새 때문에 어르신께 들킬까 봐 한동안 술은 입에 대시지도 않으셨으니까요. 그런데 어르신이 돌아가시고는 대표님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민재가 많은 말을 했지만, 윤아는 그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보일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순간에 그녀를 둘러싼 모든 소리가 흐릿해졌다.

마치 물에 잠긴 듯 먹먹해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또렷하던 눈앞이 서서히 흐려지며 그나마 보이던 민재의 입도 어둠에 잠겨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예전엔 강소영 아가씨께서 대표님을 말려보기도 했지만, 쓸모가 없었어요. 저희 대표님이 그분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으셨어요. 심지어 그분을 보려고도 하지 않으셨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윤아 아가씬 달랐어요. 대표님이 아가씨 말씀만은 들으시니까...”

민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윤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가씨!”

윤아는 정신을 잃은 채 온몸에 힘이 다 빠진 상태로 민재의 부축을 받았다. 민재가 그녀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서둘러 윤아를 안고 의사를 찾아갔다.

_

수현이 눈을 떴을 땐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의료기기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그는 병상에 누워 다시 주삿바늘이 꽂힌 채 수액을 맞고 있는 자기 팔을 내려다보았다.

이 광경에 수현이 그늘진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밀어주세요, 천천히.”

민재가 두 명의 간호사와 함께 베드를 밀며 들어왔다.

누워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수현은 민재가 허둥대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이렇게 아픈데 다른 사람한테 정신이 팔려있다니.

‘게다가 지금 다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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