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로 보나 그는 완벽한 신랑감이었다.하지만 그런 조건들은 오히려 윤아에게 독이 되었다.윤아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미안해.”선우는 한참을 그대로 윤아를 주시하다 다시 입가에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오늘 많이 힘들었지? 먼저 올라가. 할 얘기 있으면 이틀 뒤에 얘기하고.”“선우야...”“애들 기다리겠다. 얼른 올라가 봐.”선우는 윤아의 어깨를 밀며 그녀를 엘리베이터까지 데려갔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에는 손수 층수까지 눌러주고 그제야 나갔다.“올라가면 진 비서 내려오라고 해줘.”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는 잠시 후 스르륵 닫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윤아는 선우가 그녀를 향해 웃고 있는 걸 발견했다.“잘 자, 좋은 꿈 꿔.”이윽고 매정하게 닫히는 엘리베이터.윤아가 집에 들어서자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진우진과 당직 도우미분이 후다닥 일어나며 그녀를 맞이했다.선우의 말이 떠오른 윤아는 우진에게 말했다.“비서님, 선우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엥? 대표님 오늘은 왜 안 올라오셨대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는 의아해하면서 짧은 인사와 함께 떠났다.우진이 나간 뒤 윤아는 커튼을 치기 위해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 너머에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선우를 볼 수 있었다.차 옆에 서있는 그의 훤칠한 몸매는 비춰오는 조명 아래 더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었는데 진우진이 내려가고서야 뭔가 얘기를 주고받더니 곧장 떠났다.올 때는 선우가 운전했지만 갈 때는 진우진이 운전석에 앉았다.윤아는 그제야 커튼을 완전히 내렸다.“엄마.”윤아의 뒤로 윤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오늘 어디 갔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윤아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엄마가 요즘 일이 좀 있어서 집에 종종 좀 늦게 올 것 같아.”두 아이는 다행히 달리 더 물어보지 않았다. 아마 나이가 어려 이런 일에 딱히 관심이 없는 걸지도.오늘 밤엔 라이브를 켜지 않았다. 집에
다음 날,윤아는 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요 며칠은 항상 선우가 데려다줬지만 어젯밤 그 일이 있고 나선 그에게 부탁할 수 없었다.“정말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면 그동안은 내 생각에 방해가 될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말아줘.”선우는 의외로 윤아의 말대로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그가 나타나지 않자 윤아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녀는 직접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었는데 평소보다 일찍 떠나기도 했고 윤아의 손에 보온병까지 들려있자 두 아이가 궁금한 듯 이것저것 물었다.“응. 엄마 회사랑 합작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아프셔서 엄마가 먹을 것 좀 가져다드리려고.”윤이는 더 물어보는 대신 예쁜 말을 해줬다.“엄마는 예쁜 데다 마음씨도 착해서 진짜 짱이에요. 누가 우리 엄마랑 결혼하게 될 진 모르지만 그 아저씬 아마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남자일 거예요.”기분 좋은 말에 윤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이런 말들은 예전에 현아가 아이들한테 가르친 것들이다. 윤이는 이런 말들을 종종 사용하여 윤아를 기쁘게 해주곤 했다.매번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윤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칭찬이 좋아서라기보단 윤이가 이런 말들을 할 때의 표정과 스스로 뿌듯해하는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됐어.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너희 둘이 항상 서로를 지켜줘야 해. 알겠어?”두 아이에게 신신당부한 뒤 윤아는 그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차를 돌렸다.병원.“대표님, 아직 이른 시간입니다. 윤아 아가씨도 이렇게는 일찍 안 오신다고요. 어젯밤에도 얼마 못 주무셨는데 좀 더 누워계시지.”“아니면 제가 병실 앞에서 지키고 있을까요? 윤아 아가씨께서 오시면 제가 얼른 깨워드릴게요. 네?”이민재는 아침 댓바람부터 윤아를 기다리느라 안색이 말이 아닌 수현을 보며 또 잔소리 버튼이 눌렸다.하지만 그가 아무리 말해도 입만 아플 뿐 별 소용은 없어 보였다. 수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한마디 내던졌다.“시끄러
“아뇨 아뇨, 전 그냥 오셨나 해서.”윤아는 병실로 들어가 들고 온 보온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윽고 윤아가 보온병 뚜껑을 열자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뚜껑이 열림과 동시에 병실 안에는 군침을 돋우는 음식 냄새가 가득 퍼졌다.이미 아침 식사를 마친 민재도 그 냄새에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민재는 가까이서 음식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윤아가 수현을 위한 음식을 갖고 온다는 게 밖에서 사 온 음식을 말하는 줄 알았다. 설마 직접 만들어 올 줄이야.윤아는 마치 이런 일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해본 사람처럼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그런 윤아의 모습을 주시하던 수현은 점점 미간이 찌푸려졌다.윤아는 얼마 안 돼 음식을 덜어 그의 앞에 가져갔다.“먹어. 다 연식이라 먹기 편할 거야.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이런 음식이 네 지금 상태에 좋다고 하더라고.”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그릇을 받아서 들었다.맛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입맛이 없던 수현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수현이 윤아를 한 눈 보더니 물었다.“네가 직접 한 거야?”“안 그럼?”수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원래 하려던 말은 넌 예전에 이런 거 못 하지 않았냐는 말이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5년도 더 된 얘기였다.그 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건 윤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수현이 그릇을 든 채 미동이 없자 윤아가 재촉했다.“빨리 먹어.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좀 늦었어. 너 그렇게 계속 멍때리면 음식 다 식어.”윤아의 말에 수현도 더 머뭇거리지 않고 숟가락을 들어 크게 한 입 먹었다.그러나 윤아는 수현에게는 더는 눈길도 주지 않고 몸을 일으켜 민재에게 다가갔다.“의사 선생님이 오늘 상태에 대해서는 별말 없으셨어요?”“아침에 오셔서 진찰하셨는데 대표님께서 치료에 협조만 잘하시면 금방 나으실 거라 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뭔데요?”“위병은 계속 관리해 줘야 하는 거라서요. 퇴원해서도 식사 잘
병원을 나선 후 윤아는 서둘러 회사로 갔다.길이 막힌 탓에 윤아는 조금 지각해 버렸다. 게다가 가는 길에 어제 봤던 그 남자와 또다시 마주쳤다.윤아를 보자마자 안경을 낀 그 남자는 곧바로 쑥스러운 듯 웃으며 윤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녕하세요. 이제 저희 동료네요?”윤아도 손을 뻗어 그의 악수에 응했다.“어제는 면접 보러 오신 줄 알았어요. 이미 여기 사원일 줄은 몰랐네요. 윤아 님은 어떻게 이 작은 회사에 오게 되신 거예요? 진 씨 그룹이 여기에 투자할 거란걸 미리 아셨던 거예요?”미리 알아?윤아가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게 아니더라도 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하긴, 이미 여기 입사하셨으니 아실 수도 있겠네요. 전 그냥 입사 수첩에서만 봐서.”엘리베이터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 남자를 제외하고는 다들 딱히 얘기를 나눌 의욕은 없어 보였다. 윤아도 다른 낯익은 얼굴은 발견하지 못했다.아무래도 어제 윤아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 중 이 안경남 혼자만 면접에 붙은 모양이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윤아는 곧장 나가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안경남과 엘리베이터에 탔던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레 그녀의 뒤로 함께 나왔다.한참을 걷던 윤아는 문득 다들 자기를 따라오는 걸 느끼고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하게 그들을 쳐다봤다.“왜 절 따라오죠?”안경남은 안경을 쓱 올리더니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오늘 첫 출근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요.”윤아:“...”‘이 사람들 나를 사원으로 알고 있구나. 나 따라오면 사무실일 줄 아나 보네.’윤아를 따라가도 사무실이 나오긴 하지만 그곳은 사원용이 아닌 윤아의 개인 사무실이다.게다가 지금 보니 안경남뿐만 아니라 뒤에서 함께 걸음을 멈추고 서있는 저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그럴 수도 있지.윤아가 몸을 돌려 그들을 사무실까지 안내하려고 하던 그때, 마침 옆에서 걸어오던 오민우가 윤아를 발견했다.“대표님.”안경남과 다른 사람들:“?”대표님?누구?그들의 눈엔 물음
“가요. 안내해 줄게요.”민우는 윤아에게 인사한 후 사원들을 데리고 떠났다.안경남은 민우의 뒤를 터덜터덜 따라가며 말했다.“매니저님. 저분이 정말 저희 대표님이에요?”아까 분명 말했는데 또 묻는 걸 보니 민우의 촉으로 봤을 때 이 남자, 다른 생각이 있는 게 분명했다.“왜요, 대표님이 아니면 잘해보려고 했어요?”역시, 민우의 말 한마디에 그의 얼굴은 불탄 고구마가 되었다.“매니저님, 무슨 그런 말씀을.”“하하하!”민우는 통쾌하게 웃어주며 말했다.“자식, 쫄기는. 좋아하면 다가가 보세요. 제가 알기로는 대표님 아직 싱글이시거든요.”안경남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다시 풀이 죽었다.“됐어요. 저렇게 아름다우신데. 대표님이 아니라고 해도 전 안될걸요. 게다가 돈도 많으시니 더더욱 안될 거예요.”그의 말에 민우가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했다.“음, 생각보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네요. 그럼, 일이나 잘합시다. 출세하면 우리 대표님 같은 사람까지는 못 만나도 나쁘진 않을 거잖아요.”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우르르 몰려갔다._신규회사라 윤아가 할 일이 아주 많았다. 윤아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점심때에야 민우와 함께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구내식당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탓에 둘은 회사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밥을 먹는 동안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핸드폰 진동 소리에 확인해 보니 민재가 보내온 문자가 와있었다.「보고 올립니다. 대표님 오늘 점심 제때 챙겨 드셨습니다, 오버.」보고?오버?재밌는 단어 사용에 윤아의 입꼬리가 주체 못 하고 씰룩거렸다.그녀는 싱긋 웃으며 민재에게 답장했다.「OK.」병원.핸드폰 알림음에 수현이 곧장 민재를 쳐다보았다.“답장 왔어요?”민재는 핸드폰을 한 눈 확인하고는 수현에게 말했다.“네. 오긴 했는데…. 좀 짧게요.”그 말에 수현이 손을 뻗었다.“가져와 봐요.”민재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핸드폰을 수현에게 건넸다.수현은 윤아의 답장을
간결하고 차가운 네 글자에 수현은 오후 내내 침울했다.윤아는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쯤에야 병실에 도착했다.수현은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윤아가 그의 앞에 앉자 그는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윤아는 별다른 반응 없자 담담하게 수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오는 데는 시간 안 걸리는 줄 알아? 밥하는 건 또 어떻고?”그 말에 수현은 입을 다물었다.윤아가 그에게 음식을 덜어주자 수현은 그제야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면 됐어. 굳이 음식까지 준비해 줄 필요 없어.”윤아:“내가 오고 싶어 오는 줄 알아?”수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그럼 왜?”윤아는 굳이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비록 수현과 마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윤아는 등에 눈이 달리기라도 했는지 수현을 재촉했다.“빨리 먹어. 나 시간 없어.”수현은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윤아는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수현에게 말했다.“내일 올게.”그리고는 수현이 입을 떼기도 전에 물건을 챙겨 나가버렸다.수현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윤아가 이렇게 빨리 가버릴 줄은 민재도 예상 못했다. 그녀는 마치 임무를 완수한 사람처럼 아무런 미련도 감정도 없이 곧장 가버렸다.수현:“왜 오는 거지? 설마 그냥 내 병세 때문에?”민재는 침묵했다. 그도 윤아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 뒤로도 윤아는 매일 아침저녁마다 밥을 가져다주는 일을 반복했다.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엔 수현에게 그저 묽은 음식만 먹이던 데로부터 점점 다양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다른 건 몰라도 음식 준비엔 정말 진심인 모양이다. 하지만 매번 병원에 올 때마다 윤아의 태도는 차갑다 못해 마치 수현을 병원 안의 환자 1 정도로 생각하고 매일 임무 완수를 하는 간호사 같았다.처음엔 작은 희망이라도 갖고 있던 수현도 이젠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런 상태는 3일 내내 지속되었다.4일 째 되는 날, 평소
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거래?”이미 말도 꺼냈겠다, 이제 시간도 꽤 흘렀으니 윤아는 숨기지 않고 수현에게 다가가 말했다.“요즘 회복은 좀 잘 된 것 같지?”수현은 입을 꾹 다문 채 말을 하지 않고 윤아가 말을 잇길 기다렸다.“할머님을 만나고 싶어.”그녀의 말에 수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서?”“요 며칠 밥을 가져다준 건 네 회복을 도우려는 거였어. 이제 네가 날 데리고 할머님 좀 만나 뵙게 해줘.”수현은 윤아를 잠시 바라보더니 실소를 터뜨렸다.어쩐지 그날 울고 난 뒤로 화장실 한 번 들어가더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했다. 자기를 보러 병실에 꼬박꼬박 음식까지 준비해 온 것도 다 그 이유였나.그렇게 오래 견지하더니, 성격이라도 바뀐 줄 알았는데 다 목적이 있는 거였다.수현은 불현듯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할머니 아니었으면 매일 이렇게 올 일도 없었단 거네?”윤아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밥도 다 먹었고 휴식도 잘했으면 됐지. 뭘 굳이 따져.”“허.”수현이 싸늘하게 웃었다.“네 눈에 대체 난 무슨 사람이야? 할머니 만나고 싶다고 하면 내가 허락 안 할 줄 알았어?”윤아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안 거절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곁에 있지 못했는데 몇 년이나 지난 지금 할머니 무덤도 한 눈 못 보게 할 리가 있겠는가.수현은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자기한테 했던 일들이 단지 거래 목적이었다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꽉 막혀오는 기분이었다.‘난 또...’여기까지 생각한 수현은 좌절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어쩐지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면서 그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수현은 생각 끝에 결심을 내렸다.“퇴원 수속 해줘. 오후에 데려가 줄게.”그의 말에 윤아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윤아가 아무 말이 없자 수현이 시선을 올려 그녀를 바라봤다. 윤아를 보는 그의 두 눈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어두웠다.“왜. 설마 오후에 시간이 안 된다는 말을 하려
민재는 그 자리에 선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정말 퇴원하시게요? 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셨는데요.”그의 말에 수현이 인상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신경도 안 쓰는거 못 봤습니까? 지금 퇴원하라잖아요.”민재는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아니죠. 퇴원한다는 얘기는 대표님이 홧김에 하신 얘기고 윤아 아가씨는 그런 말씀 안하셨는데요.”수현:“...”“게다가 대표님께서 오늘 물어보시지 않았다면 윤아 아가씨도 오늘 말씀드리지 않았을겁니다.”그의 말에 수현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그럼 내일은, 모레는?”“대표님. 만약 윤아 아가씨를 계속 보고 싶으시면 먼저 물어보시지 말았어야죠. 사람은 가끔 너무 딱딱하게 굴면 안된다고요. 원래 대표님이 짝사랑하시는 입장인데 이렇게 모든걸 다 너무 확실히 하려고 하시면 윤아 아가씨가 넘어오겠어요?”요며칠 함께 있으면서 민재는 간땡이만 부은 모양이다. 윤아와 관련된 일에서는 그가 하는 조언들이 만약 효과가 있으면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 뒤로는 더욱 대범해졌다.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의 말을 새겨 듣는 수현을 보며 민재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민재가 수현보다 경험이 많을수 있었다._오후, 윤아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수현의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그러나 윤아는 곧바로 들어가는 대신 호텔 입구에 있는 벤치에서 그를 기다렸다.윤아는 내일 곧바로 돌아올 예정이었기에 짐을 많이 챙기지 않았다.그리고 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앨리스에게 맡겼다.비록 앨리스와는 최근에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윤아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윤아가 일에 집중할수 있도록 곧바로 다른 일은 제치고 도와주었다.그러면서 둘 사이에 있었던 마음속 응어리도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윤아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일찍 온 탓에 그녀는 2분 정도 기다렸다가 민재에게 연락했다.「비서 님, 내려오셨나요?」민재는 3분이나 지나서야 그녀에게 답장을 했다.「좀 늦을것 같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