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겉으로 보기엔 수현은 이미 절반쯤 성공했지만 실은 훈이의 환심을 사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남은 50%를 잘 해내지 못한다면 거의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아들은 나이가 어리긴 해도 성격이 비교적 어른스러웠는데 정말 어릴 때의 그와 똑같았다.수현은 갑자기 자신의 성격이 못마땅했다. 아들마저 이런 성격을 물려받아 지금 상황이 꽤 어려워진 것 같아서였다.윤이는 다 먹은 후, 민기를 끌고 놀러 갔고 훈이는 혼자 남아 수현의 정리를 도왔다.아이는 그 어떤 원망도 없었고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일 처리가 듬직했다. 수현은 조용히 아이를 관찰한 후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아저씨가 혼자 하면 돼. 훈이는 친구들이랑 놀아.”그러나 훈이는 조용히 고개를 저은 후,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엄마가 공짜로 먹으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뭐라도 해야 해요.”이 말을 듣자 수현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공짜로 먹으면 안 된다고?”“네.”그는 잠시 고민한 후, 또 웃었다.“그래. 나중에 시간 되면 네 엄마 앞에서 아저씨에 대한 좋은 말 좀 해줘. 많이 칭찬해 주는 거라면 공짜로 먹는 게 아니지 않아?”아주 놀라운 말을 들은 듯, 훈이는 고개를 들어 수현을 보았다. 아마 그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던 것 같다.아이는 수현의 시선 하에 입을 꾹 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훈이 모습에 수현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고 아이 앞에서 몸을 굽혔다.“훈아?”“네, 아저씨.”“너는 아저씨가 싫어?”싫다는 말이 너무 심했는지 아이는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싫지 않아요.”“싫지 않으면? 그럼 아저씨가 좋아? 만약 아저씨가 훈이 아빠로 되고 싶다면 허락할 거야?”훈이는 수현을 조용히 바라보며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수현도 서두르지 않았다. 부자는 이렇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한참이 지나서야 훈이는 조용히 말했다.“아저씨, 그건 훈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