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1206 챕터

제301화

진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하긴.”이선우는 그저 웃더니 화내지 않고 심윤아를 보며 말했다.“그럼 공주가 직접 말해볼래?”공주, 이것은 심윤아의 별명이었다.진수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설마 그녀는 결국 이선우를 선택한 걸까? 그래서 공주라고 부르게 한 걸까?심윤아는 갑자기 큰 압박감이 몰려왔다.이선우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입으로 직접 진수현에게 말하고, 순조롭게 그와 이혼할 수 있도록.그녀는 눈앞의 진수현을 보면서 입술을 앙다물었다.‘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해.’심윤아가 결심하고 입을 열려고 할 때, 진수현이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심윤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남자의 말에 심윤아는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이선우는 옆에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수현아, 너희는 계약 결혼이란 거 잊었어? 지금 너의 행동은 심윤아를 협박하고 있는 거야.”말을 마친 이선우는 덤덤하게 웃으며 심윤아를 보았다.“윤아야.”심윤아는 잘 알고 있었다. 이선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녀에게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지금 놓치게 되면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이다.하지만 심윤아는 눈앞의 진수현을 보고 있으니 좀처럼 입을 열기 어려웠다.분명 입가에 맴돌고 있는 말이었지만 한 글자도 내뱉을 수 없었다.결국 진수현이 그녀의 손을 잡더니 차갑게 말했다.“나랑 집에 가. 오늘 일은 더 따지지 않을게.”진수현에게 이끌려 두 걸음 내디딘 심윤아는 갑자기 한쪽 손목이 꽉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선우가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은 것이다.지금의 이선우는 안경을 쓰지 않았을 때보다 덜 부드러운 모습이었다.심윤아는 그때서야 비로소 그의 눈동자에도 매서움이 묻어 있음을 발견했다.이선우가 손목을 잡자, 진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차갑게 명령했다.“그 손 놔!”지금의 진수현은 한껏 예민해 있었다. 최근 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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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심윤아가 이혼하고 싶을 뿐인데, 이선우가 대신 매를 맞을 필요가 없었다.방금도 너무 억울하게 두 대나 맞아버렸다.이때 진수현의 시선이 이선우를 스쳐 그의 손목에 떨어졌다.“마지막 경고야. 놔.”심윤아는 이내 이선우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설명했다.“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이선우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번졌다.“그래,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선우는 손을 놓았다.약간 힘을 풀었을 뿐인데, 진수현은 바로 여자를 끌고 나가버렸다.그들이 떠나간 후에야 이선우의 비서가 들어오더니 손수건을 꺼내 이선우에게 건넸다.“도련님, 괜찮으세요?”이선우는 손수건을 받아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입가를 닦았고, 눈에는 차갑고 포악한 기운이 감돌았다.진수현에게 맞은 곳이 분명 상처가 낫지만, 그는 통증을 느낄 수 없는 듯 힘껏 닦아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서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또 시작이야. 도련님의 이런 모습...”비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옆을 지켰다. 잠시 후, 이선우는 손수건을 옆 휴지통에 버리고는 차갑게 물었다.“준비하라고 한 일은 어떻게 됐어?”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진수현에게 끌려간 심윤아는 한 줄기 바람을 탄 것 같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차에 올라탔고, 차는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여전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하지만 진수현은 그녀에게 전혀 쉴 틈을 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침대로 데려갔다. 심윤아가 발버둥 치자, 진수현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양쪽으로 누른 뒤 이를 악물고 노려보며 말했다.“나랑 이혼하고 선우랑 만나려고? 꿈도 꾸지 마.”말이 끝나자 그의 뜨거운 숨결이 여자의 몸을 덮었다.두 사람의 입술이 닿으려던 순간, 심윤아는 제때 고개를 돌렸고, 진수현의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진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다가와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심윤아는 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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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공기 중의 아름다운 분위기는 삽시에 사라졌다.진수현은 한참 만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그는 뭔가 떠올랐는지 검은 눈동자에는 정욕이 물들더니, 다시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빨갛게 부어오른 여자의 입가를 부드럽게 만졌다.“결혼은 가짜지만, 내가 널 덮치는 건 진짜지.”심윤아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뭐라고?”“아니야?”진수현은 손끝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고운 목선을 따라 아름다운 쇄골에 머무르더니, 약간 잠긴 목소리로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었다.“나랑 자지 못해서 안달 났을 때는 너 이런 모습 아니었잖아?”심윤아의 동공이 약간 움츠러들었다.그러더니 손을 들어 다시 한번 남자의 뺨을 때렸다.진수현의 얼굴은 다시 옆으로 쏠렸고, 그는 곧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또 때려? 심공주, 내가 너한테 손을 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말이 끝나자, 심윤아는 또 뺨을 한 대 갈겼다.짝!진수현의 잘생긴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하지만, 눈시울을 붉히며 화가 난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여자를 보며 그는 도저히 손찌검할 수가 없었다.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그래, 네가 때린 만큼, 이따가 내가 두 배로 돌려줄 거니까.”남자가 또 망나니 같은 소리를 하자 심윤아는 또 손을 들어 때리려 했다.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진수현의 손에 의해 잡히고 말았다.“잘하는 짓이다. 내 뺨은 망설임 없이 때리면서, 내가 선우를 건드리기만 해도 나서서 감싸줬던 거야? 응?”심윤아는 몇 번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미쳐 날뛰는 진수현이 자신을 제압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아예 포기하고 진수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너 이러는 거 정말 싫어하는 거 알아?”그 말을 들은 진수현의 얼굴이 약간 굳어지더니, 조롱하듯 입꼬리를 쓱 올렸다.“그럼 누구를 좋아하는데? 이선우?”“맞아!”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진수현은 조용해지더니, 입가의 조롱도 사라졌다.잠시 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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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진수현에게 맞은 것도 모자라, 친한 친구와 적을 친 이선우가 오히려 그녀에게 사과하니, 심윤아는 미안함이 극에 달했다.“망치지 않았어. 나 괜찮아. 사과는 내가 해야지. 나 때문에 맞기까지 했잖아.”그녀의 말을 들은 이선우는 피식 웃었다.“그게 뭐? 사내 대장부가 맞을 수도 있지.”“하지만 너랑 수현이 앞으로...”“걱정하지 마. 그래도 친한 친구였잖아. 기껏해야 한동안 나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내가 가서 사과할 거야.”이 말을 들은 심윤아도 마침내 마음을 놓았다.“그럼 다행이야.”“그래서 일은 잘 해결됐어?”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건 전화 통화라는 생각에 다시 입을 열어 대답했다.“응. 일단은.”“어떻게 해결됐는데?”심윤아는 속이 뒤죽박죽이었다. 방금 사과한 것도 이미 한계였는데, 더 이상 그의 물음에 대답할 기분이 없었다. 만약 이선우가 전에 그녀를 돕지 않았다면 벌써 전화를 끊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애써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선우야, 나 쉬고 싶어.”이선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용해지더니 말했다.“그래, 일단 진정하고 쉬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전화를 끊은 심윤아는 휴대폰을 옆으로 던지고 침대 위에 몸을 웅크렸다.스트레스 때문인지 배가 불편한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속으로 말했다.‘아가야, 조금만 견뎌. 이혼하면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날 거야. 앞으로는... 엄마랑 둘이 사는 거야.’심윤아는 누워 있다가 어느새 사르르 잠이 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깨어보니 여전히 똑같은 잠자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보니 베개의 한 부분이 흥건히 젖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눈물 자국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눈가를 가볍게 닦았다.젖어 있었다. 꿈에 울었을까?한참을 앉아 있던 그녀는 젖은 베갯잇을 벗긴 다음 캐비닛에서 새것을 찾아 갈아 끼웠다.베갯잇을 바꾼 후, 또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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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이혼 신고를 하러 가는 길,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차 안의 온도는 굉장히 낮았지만 진수현은 히터도 켜지 않았다. 아마 화가 나 히터 키는 걸 까먹은 듯했다. 심윤아는 급히 준비하느라 외투 하나만 입고 집을 나섰다. 막 차에 앉았을 때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점점 추워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옷을 여몄다. 운전석에 있는 진수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줄곧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곁눈질로 옷을 여미는 심윤아를 확인한 진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히터를 틀었다. 잠시 후, 차 안의 온도가 올라갔다. 심윤아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진수현을 바라보았다. 슬림한 옆얼굴은 화가가 정성 들여 조각해 놓은 것 같았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옆에서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잘생겨 보였다. 단점이라면 지금 그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껏 알고 지냈으니, 심윤아는 지금 진수현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엄청 많이. 하지만 그는 분명 화가 났음에도...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고 히터를 켜줬다. 심윤아는 진수현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순간 차 안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꽉 막혀 숨이 쉬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혼 신고하러 도착하자,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야 했다. 순서가 다가오자 심윤아가 나지막이 진수현을 불렀다. “어머님 아버님께는 내가 돌아가서 말씀드릴게.”그 말에 진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심윤아를 쳐다보더니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대화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 속에서 줄을 섰다. 갑자기 눈에 익은 커플이 심윤아에게 인사했다. 심윤아도 곧 그들이 지난번 혼인신고 하면서 마주쳤던 커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난번의 그들은 서로 웃고 떠들며 떨어지기 아쉬워 꼭 붙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원수를 보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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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불행히도, 그 여자의 추측은 정확했다. 심윤아도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인지 알 수 없었다. 진수현을 욕하고 있는 여자를 보며 심윤아는 어쩐지...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진수현은 다른 남자와는 또 달랐다. 그는 미리 심윤아에게 가짜로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했었고, 그저 그녀가 남몰래 그를 마음에 품었을 뿐이었다. 진수현이 너무 잘난 탓이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심윤아는 진수현을 욕할 수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이나 욕하도록 가만히 놔두어야 했다. “흥, 남자는 정말 다 그놈이 그놈이라니까요. 밖의 여자가 더 좋으면 대체 결혼은 왜 하는 거예요? 괜히 이혼이나 해야 하고, 웃기지도 않아 정말.”여자는 진수현이 자신의 원수라도 되는 듯 잔뜩 비꼬며 욕설을 퍼부었다. 진수현도 처음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여자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말이 너무 많아 진수현을 불쾌하게 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냉기가 서린 눈빛으로 여자를 훑어보았다. 그 차가운 눈빛에 여자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뭐야?’‘이 남자 카리스마도 장난 아닌데, 눈빛까지 너무 흉악하잖아...’그 순간 진수현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여자를 죽여버릴 것 같았다. 그 눈빛을 본 심윤아 역시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 같았다. 심윤아는 그제야 오늘의 진수현은 감정 기복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만약 화가 폭발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쩌지?’그런 생각에 심윤아는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진수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여자는 아마 진수현의 아우라에 놀란 것인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자는 곧 이혼하는 남편마저도 욕하지 않았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수현은 여전히 차가운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모든 사람이 그에게 빚이라도 진 듯 말이다. 줄을 선 사람들이 하나둘 업무를 처리하고 이제 곧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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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아마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 같았다. 직원은 심윤아와 진수현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럽게 진수현에게 물었다. “그럼 진수현 씨 생각은 어떠세요?”조금 전 질문에서 직원은 분명 기대로 반짝이던 진수현의 눈빛을 보았었다. 하지만 진수현은 이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심윤아 말대로 해요.”‘큰일 났네. 이 커플은 설득 못하겠어.’직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혼 신고를 마무리했다. 이혼 신고 접수를 마치고 진수현과 심윤아의 이혼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심윤아와 진수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구청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심윤아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얼굴은 칼로 에이는 듯이 아파왔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을 진수현에게 내밀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넌 이제 자유네.”진수현은 심윤아와 악수하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한마디 툭 던져놓고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겨진 심윤아만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구청 앞의 바람은 유난히 시끄럽게 불어왔다. 심윤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겨울바람에 날려 산발이 되었다. 심지어 머리카락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얼굴에 닿은 머리카락은 축축하고 차가웠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 심윤아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있었다. 눈물은 마치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다.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고 이미 더는 신경 쓰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진짜 그 순간이 찾아오니, 심윤아의 마음은 누가 구멍이라도 낸 것처럼 공허하고 허전했다. 그런 기분은 심윤아를 숨 막히게 했다. 구청을 오가는 사람 중에는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혼인신고를 하러 온 경우도 있고, 또 누군가는 죽상인 얼굴로 이혼신고를 하러 온 경우도 있다. 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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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몇 초 후, 크고 따뜻한 외투가 그녀에게 걸쳐졌다. 곧이어 들려오는 것은 한숨 소리였다. “이렇게까지 울다니. 그 인간이 그렇게 좋아?”심윤아가 다시 고개를 들어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잔뜩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또 낯선 사람인 줄 알았네.”그 말에 이선우가 살포시 웃음을 흘렸다. “너에게 외투를 벗어주는 낯선 사람은 없어.”이선우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물을 닦아내자 흐릿하던 시야가 또렷해졌다. 심윤아는 그제야 이선우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짙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입술과 턱에는 아직도 까진 상처와 멍이 있었다. 진수현의 주먹에 맞았던 흔적이었다. 금방 닦아냈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혼자였을 땐 괜찮았는데, 이선우가 눈앞에 있자 심윤아는 어쩐지 조금 민망해졌다. 그녀는 울며 이선우에게 말했다. “미안. 나 잠시...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는 것 같아.”이선우의 눈빛에 이상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손길로 아무 말 없이 심윤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심윤아의 눈물은 마를 새도 없이 흘러나왔고, 그의 손수건은 곧 심윤아의 눈물로 젖어버렸다. 추운 날씨라 젖은 손수건을 쥐고 있는 손은 차고 시렸다. 참다못한 이선우가 말했다. “날이 너무 추운데, 내 차에 가 있을래?”심윤아는 아직도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심윤아의 모습에 이선우는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또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에 심윤아가 놀랄까 봐 결국은 옷 위로 손을 올려 어깨를 감쌌다. “가자.”이선우에게 이끌리자 못이라도 박힌 듯 움직이지 않던 발걸음이 드디어 떨어졌다. 하지만 한 발짝 움직였을 뿐인데, 발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아마도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발이 저린 모양이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심윤아를 다행히도 이선우가 재빨리 부축했다. “왜 그래?”이선우가 걱정 어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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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이선우의 차는 구청 앞에 세워져 있었다. 한참 동안 조용히 심윤아를 바라보던 이선우가 막 차에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심윤아의 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심윤아는 전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선우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가져와 통화버튼을 눌렀다. “윤아야, 나 구청 앞에 도착했는데, 네가 안 보이네? 너 어딨어?”청아한 여자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여자의 말에 이선우가 구청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앞에는 과연 검은색 패딩을 입고 작은 크로스백을 메고 있는 여자가 구청 입구 앞에서 심윤아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선우는 그 여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심윤아의 제일 친한 친구인 주현아였다. 주현아를 알아본 이선우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선우예요.”구청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던 여자가 이선우의 말을 듣고 멈칫 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는 조금 경계심을 띄며 물었다. “이선우? 누구세요? 윤아는요?”이선우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날 잊었어?’“저 잊으셨어요? 어렸을 때 윤아랑 자주 같이 있었던.”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주현아는 한참 만에야 기억을 떠올렸다. “아, 이선우 씨였구나. 지금 윤아랑 같이 있어요?”“네. 울다가 지쳐서 지금 차에서 잠들었어요.”“차에서요?”잠시 머뭇거리던 주현아는 곧 다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선우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선우가 차창을 내리더니 주현아에게 손짓했다. “봤어요. 선우 씨 차예요?”주현아가 통화하며 물었다. “네.”이선우 차라는 것을 확인한 주현우가 얼른 휴대폰을 손에 쥐고 뛰어왔다. 생각하던 이선우는 차에서 내려 주현아와 마주했다.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온 주현우는 먼저 창문에 달라붙어 눈을 감고 있는 심윤아를 한참 쳐다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물었다. “윤아는 잠이 든 거예요, 날 보기 싫은 거예요?”예상외의 질문에 이선우가 멈칫하더니 어이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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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하지만 조금 전 통화에서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할 정도로 울던 심윤아를 떠올린 주현아는 조금 머뭇거렸다. ‘겨우 잠든 것 같은데, 내가 깨우면 또 우는 거 아냐?’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주현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이때 이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요.”그 말에 멈칫한 주현아가 고개를 돌려 이선우를 쳐다보았다. 이선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모셔다 드릴게요. 윤아도 좀 더 자게 놔두고요.”그제야 주현아는 이선우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고마워요.”주현아가 얼른 휴대폰을 넣고 차에 올라탔다. 심윤아는 조수석에서 잠이 들었던 터라 주현아는 뒷좌석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선우까지 올라타자 그들을 태운 차는 곧 구청 앞에서 사라졌다. 얼마간 주행한 뒤, 심윤아가 그렇게 빨리 잠에서 깨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자 이선우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어디 가실래요?”뒷좌석에 앉은 주현아가 얼른 대답했다. “저희 집으로 데려가는 게 좋겠어요.”지금 이런 상황에 갈 수 있는 것은 주현아 집밖에 없었다. 어쨌든 진수현과는 이혼했으니 집으로 데려다줄 수는 없었다. 곧 주현아는 이선우에게 주소를 알려주었고 이선우는 주현아의 집을 향해 운전했다. 주현아는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이성우와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심윤아를 번갈아 보며 입술을 짓이겼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말을 삼켰다. ‘됐어. 윤아가 일어나면 그때 물어보자.’구청에서 멀지 않은 것이라 이선우의 차는 곧 주현아의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지만 심윤아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현아가 감탄했다. ‘사람이 속상하면 이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질 수도 있구나.’주현아가 심윤아를 깨우려는데 이선우가 그녀를 만류했다. “깨우지 마세요. 더 자게 놔둬요.”이선우가 그렇게 얘기하니 주현아도 심윤아를 깨우지 않고 가만히 놔뒀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렸고 이선우가 심윤아를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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