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1206 챕터

제311화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심윤아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심윤아는 꽤 오랫동안 잠들었다. 깨어나니 주변은 어두웠고 익숙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한참을 조용하게 둘러보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리고는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주현아의 집이었다. 이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주현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전히 조용한 방 안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오래 잤는데 왜 아직도 안 일어나는 거야. 설마 무슨 일 생긴 거 아냐?”말을 마치기 무섭게 심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야.”주현아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얼른 심윤아에게 달려갔다. “인간아, 드디어 일어난 거야?”주현아는 침대맡에 있던 조명을 켰다. 아까는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으로 간신히 집안을 확인했었다. 갑작스레 환해진 눈앞에 적응하지 못한 심윤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눈이 환한 불빛에 적응했다. “응.”“다행이야. 배 안 고파? 내가 국수 좀 했는데.”말하기 전엔 몰랐는데 말하고 나니 허기진 배가 느껴졌다. 비록 입맛은 없었지만 배 속의 아이는 배고플 것이 분명했다. 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고파.”“일어나서 밥 먹어.”주현아가 손을 뻗어 심윤아를 부축했다. 주현아가 이끄는 대로 몸을 일으키던 심윤아는 일어나는 순간 가슴에서 찌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갑작스러운 통증에 심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손으로 가슴을 꾹 눌렀다. 심윤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그래?”그 모습에 깜짝 놀란 주현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심윤아는 아파서 허리도 펴지 못하고 있었다. 주현아는 어쩔 수 없이 심윤아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뭐야, 대체 왜 그러는 거야? 119부를까?”말하며 주현아는 다급하게 휴대폰을 찾았다. 그러나 그녀가 막 휴대폰을 찾아 119에 전화하려는데 심윤아에게 제지당했다. “괜, 괜찮아. 그냥 갑자기 가슴이 아파서 그래.”심윤아는 갑자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왜 이 상황이 이렇게 익숙한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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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알아.”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설명서 봤어. 통증이 심하고 오래 지속되면 병원에 가야 한댔어. 하지만 난 괜찮잖아?”“괜찮긴 뭐가 괜찮아. 통증도 증상이야. 안 그러면 왜 아픈 건데? 너 분명 요즘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래. 아니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거나. 안 되겠어. 내가 널 데리고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받아야 마음이 놓이겠어.”“알겠어, 알겠어.”주현아의 잔소리에 심윤아는 알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 진수현에게도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어야 했다. ‘그 뒤로 다시 아픈 적 있나 모르겠네…’생각하던 심윤아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두 사람은 이미 분명 이혼한 사이였다. 앞으로는 전혀 상관없는 남남인데, 왜 이런 순간에서 진수현을 생각하는 걸까?오늘 구청 앞에서 악수조차도 거부했다. 심지어 그는 심윤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 인간을 내가 왜?’‘이젠 정말 정신 차려야 해, 심윤아. 너랑 진수현은 애초부터 안되는 거였어.’“윤아야, 무슨 생각해?”주현아가 눈에 초점이 없는 심윤아를 보며 호기심에 물었다. 그 말에 심윤아가 생각을 멈추었다. 그녀의 입가엔 옅고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쓸데없는 생각 좀 했어.”심윤아와 주현아 사이엔 숨길 얘기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주현아도 바로 심윤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치챘다. “쓸데없는 생각인 거 알면, 하지 마.”주현아의 목소리에 답답함이 묻어났다. “어차피 이젠 이혼한 사이야. 이제부터 어떻게 살지, 그거나 생각해.”심윤아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래야지.”심윤아의 모습에 주현아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심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됐어. 어떻게 되든, 너에겐 내가 있잖아. 게다가 넌 지금 혼자도 아니고. 너에겐 아이가 있어. 아이가 너에게 힘을 줄 거야.”“맞아. 나에겐 우리 아기가 있지.”만약 아기가 없었다면 심윤아는 자기가 이토록 용기 있는 선택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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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커플을 맺어주려고 그랬다고?”이때 주현아는 어리둥절해서 저도 모르게 물었다.“누구랑 누군데?”심윤아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진수현이랑 강소영.”“...”한참 뒤 주현아가 말했다.“나 진짜 스스로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을 지경이야.”심윤아는 그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고 고개를 들어 웃었다.“됐어. 난 괜찮아. 틀린 말도 아닌데 뭐. 두 사람 커플 맞잖아.”“커플은 개뿔.”주현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만약 강소영이 진수현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강소영을 신경 쓰지도 않았겠지?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마음을 얻었을 뿐이야.”그 말을 듣자 심윤아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됐어. 그 얘긴 그만하자.”“내가 잘못했어.”주현아는 무안한 듯 혀를 내밀며 말했다.“너 먼저 좀 쉬어. 내가 면을 삶아 놓을 테니까 조금 있다가 일어나서 좀 먹어.”“그래.”주현아가 나가자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심윤아는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이번이 마지막이다. 앞으로 그녀는 다시는 진수현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그날 밤 심윤아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이선희는 한참 기다리다가 이상하다 싶어 진수현에게 물었다.그는 집에 돌아온 뒤로 서재에 들어가 틀어박혀 있었다. 이선희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는 책상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윤아는?”이선희가 물었다.심윤아의 이름을 듣자 진수현은 마치 가슴이 찢기는 듯했지만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부터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던 이선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일었음을 확신했다.그녀는 입술을 앙다물다가 물었다.“왜, 너희 둘 사이 나빠졌어?”진수현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말했다.“저 바빠요.”“뭐가 그렇게 바쁜데?”이선희는 그의 앞에 놓인 노트북을 가리키며 코웃음을 쳤다.“꺼진 검은 스크린을 쳐다보느라 바쁜 거야?”집에 돌아오고부터 지금까지 그의 노트북은 켜진 적이 없었다.진수현은 눈썹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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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밖으로 나갈 때 이선희는 너무 화가 나 머리가 찌릿찌릿 아팠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녀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진수현은 그녀의 아들이기 때문에 엄마로서 자신의 아들이 어떤 성격인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화내는 모습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분노한 건 처음이었다.교양까지 버릴 정도라니.그렇게 생각하자 순간 이선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그렇다면...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이선희가 떠나자 서재는 다시 조용해졌고, 진수현은 제 자리에 한참 서 있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이선희가 가기 전에 했던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혹시라도 윤아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후회하지 마.”마치 마음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그에게 심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꼭 후회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가서 데려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또 정신 차리고 보면 우스웠다.무슨 일이 생긴다고?심윤아는 이선우와 같이 있지 않은가?진수현에게 오랫동안 갇혀 있던 심윤아는 요즘 따라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이혼하고 나서 이선우와 만나려는 게 아닐까?이제 자유로워졌으니 아마도 이선우의 품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통화가 안 되는 건 이선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전화를 못 받는 것일 수도 있다. 무슨 큰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비록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하고 남이 되었지만 진수현은 지금 이 순간 심윤아가 이선우와 같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성인 남녀가 저녁에 같이 있으면 무엇을 할지 안 봐도 뻔하다.진수현의 머릿속에서 저도 모르게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젠장!”생각만 해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진수현은 손으로 책상 위의 모든 물건을 쓸어 던졌다.방 안에서 갑자기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물건이 떨어지고 부서져도 진수현의 흥분된 마음은 전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가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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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집사는 한숨을 내쉬었다.싸워서 이 지경이 된 마당에 성격이 더럽고 오만한 진수현이 심윤아를 찾으러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한 도우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강소영 씨가 여기 왔을 때부터 대표님과 사모님의 관계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나중에 다시 좋아지는 것 같긴 했는데 전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저희 대표님이랑 사모님... 설마 이혼하신 건 아니겠죠?”이혼이라는 단어를 듣자 집사는 펄쩍 뛰며 그 도우미를 나무랐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앞으로 그 단어를 함부로 쓰면 안 돼. 부부 사이에 모순 있는 건 이상하지 않아. 대표님과 사모님이 싸우셨다고 해도 다시 화해하실 거야. 심심하면 가서 창문이나 한 번 더 닦아.”도우미들은 집사에게서 꾸중을 듣고 입을 삐죽거리며 떠났다.집사는 화가 나 머리가 아파서 손을 내저으며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하지만 도우미들은 그가 떠나자 참지 못하고 함께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사실 전 저희 대표님이랑 사모님이 이혼하신 것 같아요. 지금 이혼 안 했다고 해도 언젠가는 하실 것 같아요. 두고 보세요. 이번엔 확실히 심각하게 싸운 것 같아요. 저희가 진씨 집안에 들어온 지 몇 년 됐는데 대표님이 언제 이렇게 화내시는 거 본 적 있어요?”“맞아. 다들 아까 못 들었지? 난 서재 문 앞까지 갔다가 안에서 소리가 너무 커서 놀랐다니까. 어휴, 근데 그게 다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사모님이 나가신다고 해도 그 강소영이란 여자랑 우리가 잘 지낼 것 같지는 않아. 내 생각엔 지금 이 사모님이 제일 좋아. 평소에 우리한테 어려운 거 시키지 않잖아.”“맞아요.”원래 그들은 부잣집 아가씨인 심윤아의 집안이 망하자 깨고소해하며 그녀를 비웃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자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다, 심윤아를 얕잡아 보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그녀가 떠나도 앞으로 또 새로운 사모님이 오실 것이다. 그리고 새로 온 사모님은 심윤아보다 좋을 거란 보장이 없다.만약 그때 가서 그들에게 어려운 일을 시키면...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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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그녀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아직 휴대폰을 잡고 있던 심윤아는 화면에 진수현의 이름이 뜨는 것을 보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이렇게 된 마당에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하는 걸까?”심윤아는 전화를 받을지 말지 망설였다.두 사람은 이미 이혼까지 했는데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을 거다. 전화 한 통 받는 건 괜찮겠지?그녀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결국 전화를 받으려 할 때 벨소리가 끊겨버렸다.그래서 심윤아는 할 수 없이 심호흡하고 다시 진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그녀는 먼저 설명했다.“미안, 방금 좀 바빴어.”그녀가 말을 마치자 전화기 너머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갑자기 “풉” 하고 웃음소리가 들렸다.“이선우랑 같이 있느라 바쁜가 봐? 내가 방해한 거 아니야?”심윤아는 어이가 없었다.“...”그녀와 이선우는 아무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진수현이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할 때 저도 모르게 반박하려고 했으나, 전에 그의 앞에서 이미 인정해 버렸기 때문에 그 순간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지금 진수현은 그녀와 이선우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 어젯밤에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하지만 이제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는 것 같아서 심윤아는 결국 침묵하기로 했다.그런데 그녀의 침묵은 진수현에게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그래서 어젯밤에 윤아와 선우는 함께 있었던 게 틀림없네.’순간 진수현은 큰 실망감에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참 뒤에야 심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집에 아직 내 물건이 남아 있어서... 나 오늘 가서 짐 좀 챙겨도 돼? 그리고 우리 둘이 이혼한 거 어머님 아버님한테...”심윤아는 말하다가 갑자기 호칭을 잘못 부른 것을 깨달은 듯 멈추고 다시 고쳐서 말했다.“우리 이혼한 거 아직 아저씨 아줌마한테 말 안 한 거야?”그녀는 진수현과 결혼하기 전에 썼던 호칭으로 그의 부모님을 불렀다.아저씨, 아줌마.그 말을 듣고 진수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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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뚜뚜...귓가에 들려오는 신호음 소리는 마치 가시처럼 그녀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한순간 심윤아는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물건도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중요한 물건을 두고 왔기 때문에 진수현이 집에 없을 때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심윤아는 주현아에게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말했다.“너 어제저녁에 이미 나한테 말했었잖아. 나 차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불렀어. 이제 짐 옮길 때 우리가 도와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서 잘 챙겨.”주현아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현아야, 고마워.”“아이고, 우리 사이에 고맙긴.”“네 친구들까지 부를 필요는 없어. 짐이 많지 않아서 나 혼자 가도 돼.”그 말을 듣고 주현아는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말했다.“너 혼자 간다고? 안돼. 나랑 같이 가. 너 혼자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무슨 일이 생기겠어? 그래도 내가 오랫동안 생활했던 곳이고 우리 두 집안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거야?”심윤아의 말을 듣자 주현아는 갑자기 자신이 지나치게 걱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씨 가문도 명망이 있는 집안이라 그녀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정말 내가 같이 안 가도 되겠어?”“진짜 괜찮아. 어차피 얼마 없어. 나 먼저 병원 갔다가 물건 가지고 올 거야.”“그래... 그럼 혼자 조심해. 어제처럼 그러지 말고.”어제의 일을 떠올리자 심윤아의 눈빛은 살짝 어두워졌고 그녀는 그저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윤아는 병원으로 출발했다.어제 병원에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김선월은 그녀를 보자마자 어제 어디 갔었냐고 물었다.심윤아는 할머니를 속이고 싶지 않아서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어제는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못 왔어요.”김선월도 심윤아에게 중요한 볼일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프라이버시가 있어서 어떤 건 잘 말하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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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심윤아는 제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결국 뭔가를 다짐한 듯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돌아서자마자 병실 입구에 서 있는 진수현을 발견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잠시 뒤 심윤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할머니 뵈러 왔어...”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호칭을 바꾸었다.“어르신 뵈러 온 거야.”진수현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마치 그녀를 못 본 것처럼 무시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가 지나고 간 공기 속에 마치 얼음 부스러기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심윤아는 제 자리에 십여 초 동안 서 있다가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자신의 자리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떠났다.심윤아가 떠난 후 진수현은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돌아보고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심윤아는 진씨 가문 저택으로 가서 짐을 챙겼다.그녀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사와 도우미들이 재빨리 다가와 가족을 만난 것처럼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사모님, 어제는 어디 가셔서 밤새 돌아오지 않은 거예요? 엄청 보고 싶었어요.”“그래요, 사모님. 집으로 돌아오셔서 참 좋네요. 배고프진 않으세요? 뭐 드릴까요?”예전에도 그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자신을 대했었던가?갑작스러운 환영에 심윤아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야 심윤아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정리할 물건은 많지 않았다. 평소에 갖고 다니는 물건 외에 옷 같은 것들은 따로 챙기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려갔다가 도우미들에게 들킬 것이다.오늘 이선희와 진수현 두 사람 다 집에 있지 않아서 심윤아는 간단히 짐을 챙긴 후 재빨리 떠났다.도우미들은 일 층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사모님이 오늘 돌아오신 건 대표님과 화해했다는 뜻 아닌가?”“맞을걸? 부부니까 싸우기도 하고 바로 화해하기도 하는 거지.”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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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집사의 물음에 심윤아는 얼어붙었다.그녀가 어떻게 대답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집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어젯밤 대표님께서 집에 돌아오신 뒤로 지금까지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심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제 와서 그런 걸 알려줘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대표님과 사모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오랜 시간 함께 하셨으니 잘 해결할 수 있으시면...”심윤아는 낮은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해결 못 해요.”그녀의 말을 듣고 집사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잠시 뒤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이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 내리셨다면 앞으로 순조롭기를 기원해 드릴 수밖에 없네요.”원래 심윤아의 표정은 심정이 복잡해 보였는데 이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해 보였다.“아저씨, 고맙습니다. 앞으로 꼭 건강 잘 챙기시고요. 할머니도... 신경 써서 잘 돌보아주시길 바랍니다.”집사는 엄숙하고도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진씨 집안의 집사입니다. 사모님께서 말씀해 주시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겁니다.”“맞아요. 아저씨는 늘 책임감이 넘치는 분이시죠.”게다가 집사는 똑똑하고 눈치 빠른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일을 먼저 알아차리곤 한다.“사모님, 잘 지내세요.”심윤아는 작은 가방을 들고 진씨 가문 저택을 떠나기 직전에 잠시 멈추어 2년 동안 생활했던 이곳을 둘러보았다.사실 처음에 여기로 왔을 땐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예상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2년이 지났다.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거짓 결혼을 하기 전에 그녀와 진수현은 친구였고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던 터라 서로 돕는 막역한 사이였다.하지만 이제 처참한 이혼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마무리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남이다.그래도... 심윤아는 가장 필요할 때 진수현이 나타나 자신을 도운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심윤아는 돌아서서 떠났고 그녀의 가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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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강소영은 황주연을 만나기를 거부했고 그녀가 집으로 쳐들어가면 누군가가 그녀를 때리며 내쫓았다.황주연은 그야말로 죽기보다 못한 날들을 살고 있었다.그녀의 어머니는 너무 심한 압박감에 시달려 수면제를 삼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동생이 이를 발견하고 제때 말렸다.마침내 황주연의 동생은 그녀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말했다.“누나, 내가 이렇게 빌게. 도대체 누굴 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가서 그만하라고 부탁하면 안 돼?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가족 다 같이 강에 뛰어들지도 몰라.”결국 그녀의 어머니도 무릎을 꿇으며 그녀에게 빌었다.“주연아, 예전에 우리 가족이 네가 여자라는 이유로 못해주지는 않았잖아. 집안이 이 꼴이 되었는데 네가 누구한테 밉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가서 사과해. 우리 가족 더 이상 이렇게 못 버텨.”누구한테 밉보였냐고?황주연은 당연히 자신이 누굴 건드렸는지 잘 알고 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마침내 진씨 가문 별장으로 찾아갔다.황주연은 진씨 가문 별장 대문 밖에서 눈앞에 있는 높은 건물을 쳐다보면서 동시에 자신의 집안이 망한 모습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휴대폰이 진동해서 꺼내 보니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누군가가 강소영에게 오후에 같이 쇼핑하러 가자고 했다.그리고 강소영은 곧 흔쾌히 좋다고 답장 보냈다.황주연은 자신과 강소영의 채팅기록을 뒤져보자 두 사람의 채팅은 황주연이 연이어 문자를 보냈지만 강소영은 아무 답장 없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그녀가 어떻게 부탁해도 강소영은 냉랭하게 무시했다.황주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소영이 보냈던 메시지를 다시 삭제한 것을 보았다.이에 황주연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비웃었다.강소영은 황주연이 아직 단톡방에 있는 걸 잊은 듯한데, 그녀가 볼까 봐 다급히 삭제한 것이 아닐까?원래 황주연은 강소영이 자신을 만나지 않는 데에 다른 이유가 있을 줄 알았다. 상처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녀의 가족들이 화가 나 못 만나게 했을 수도 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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