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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심윤아는 제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결국 뭔가를 다짐한 듯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돌아서자마자 병실 입구에 서 있는 진수현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잠시 뒤 심윤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할머니 뵈러 왔어...”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호칭을 바꾸었다.

“어르신 뵈러 온 거야.”

진수현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마치 그녀를 못 본 것처럼 무시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가 지나고 간 공기 속에 마치 얼음 부스러기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심윤아는 제 자리에 십여 초 동안 서 있다가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자신의 자리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떠났다.

심윤아가 떠난 후 진수현은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돌아보고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

심윤아는 진씨 가문 저택으로 가서 짐을 챙겼다.

그녀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사와 도우미들이 재빨리 다가와 가족을 만난 것처럼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사모님, 어제는 어디 가셔서 밤새 돌아오지 않은 거예요? 엄청 보고 싶었어요.”

“그래요, 사모님. 집으로 돌아오셔서 참 좋네요. 배고프진 않으세요? 뭐 드릴까요?”

예전에도 그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자신을 대했었던가?

갑작스러운 환영에 심윤아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야 심윤아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

정리할 물건은 많지 않았다. 평소에 갖고 다니는 물건 외에 옷 같은 것들은 따로 챙기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려갔다가 도우미들에게 들킬 것이다.

오늘 이선희와 진수현 두 사람 다 집에 있지 않아서 심윤아는 간단히 짐을 챙긴 후 재빨리 떠났다.

도우미들은 일 층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모님이 오늘 돌아오신 건 대표님과 화해했다는 뜻 아닌가?”

“맞을걸? 부부니까 싸우기도 하고 바로 화해하기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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