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본 영란이 급히 말했다.“여긴 여진이 기사예요, 먼 곳에서 왔는데 밥이라도 한 끼 사야 할 것 같아서.”“네.”여준성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민혁과 손여진의 맞은편에 털썩 앉고는 가방을 밥상에 툭 내려놓았다.“여기, 요리를 내와요.”영란이 급히 말했다.여준성이 손을 흔들어 그녀를 제지했다.“급해 마요.”“네, 네.”영란이 또 급히 직원을 제지했다.여준성이 손여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분이 손여진 사장님이시죠?”“아닙니다, 저도 그저 월급쟁이일 뿐이에요.”손여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여준성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LP의 사장이 되셨다고요?”“네.”“LP면 꽤 큰 회사인데요. 저희처럼 해 먹을 거 다 해먹은 회사와는 격이 다른데.”“여 사장님도 청년 인재신데요, 뭐.”여준성이 옅게 웃고는 이민혁을 흘깃 보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손 사장님, 다들 지위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 일까지 있으니... 운전기사더러 여기 앉아있게 하는 건 좀...”여준성은 이민혁이 달갑지 않았다.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를 보면 몹시 불쾌했다.손여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뭐 어때요.”“손 사장님, 저는 괜찮습니다만, 제 삼촌도 오늘이 중요한 날이라는 걸 아셔서 회의를 마치신 뒤 곧 오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같은 사람들은 식사를 하든 회의를 하든 자격, 이라는 걸 따져요. 한낱 운전기사더러 제 삼촌과 함께 식사하게 하다니, 삼촌이 언짢아하시면 어떻게 합니까.”이 말을 들은 영란이 화색을 하고 말했다.“어머나, 삼촌도 오세요? 너무 잘됐네요, 꼭 뵙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거든요.”“삼촌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삼촌이 아니었다면 제 일도 이렇게 잘되지 못했을 겁니다.”여준성이 우쭐한 얼굴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민혁은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찻잔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이때 영란이 웃으며 말했다.“여 사장님 말이 맞아요. 저기 기사님, 밖에 나가 식사하고 오세요. 밥값은 저희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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