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니.”손여진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이민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무리 그해도 손여진은 이 회사의 사장인데, 누가 감히 그녀를 괴롭힌단 말인가?“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이민혁이 의문스레 물었다.손여진은 기회를 틈타 이민혁에서 신호를 보냈다. 두 사람은 외진 구석으로 이동했다. 손여진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내가 사장이 된 뒤로 회사에 안 좋은 헛소문이 퍼져서, 널 보기가 조금 그래.”이민혁은 한참을 생각해서야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가 손여진에게 사장 자리를 마련해줬으니, 회사에 그들의 추문이 퍼진 것이었다. 이 바닥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었다.이민혁이 작게 웃었다.“마음대로 말하라 해. 입을 막아버릴 수도 없잖아.”손여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어떻게 지내, 일은 잘되고?”이민혁이 애써 화제를 찾았다.“어떤 업무는 익숙하지 않아서, 적응 중이야.”“괜찮으니까 천천히 해. 유 사장과 할 얘기가 있어서, 이만 간다.”헛소문을 막기 위해 이민혁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손여진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빨리 가, 내 내일 휴가야. 할아버지 기일이기도 해서 집에 가보려고.”말을 마친 손여진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와 상관도 없는 일을 왜 말한 거지?하지만 이민혁의 생각은 손여진의 말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그들은 학창 시절 짝꿍이었다. 같은 마을 사람이기도 했다. 이민혁의 할아버지도 그곳에 묻혀있는데,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할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았었다.이민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내일 나도 함께 갈게, 내 할아버지도 찾아뵐 겸.”“좋아.”손여진은 새빨개진 얼굴로 승낙했다.이민혁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유소영의 사무실.이민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소영아, 잠깐 시간 괜찮아?”유소영은 책상에 가득 쌓인 서류를 보다가 이민혁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네, 오빠가 어떻게 오셨어요?”이민혁은 옅게 웃으며 앉았다. 유소영이 물 한 잔을 들고는 그의 옆에
이민혁도 이 얘기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이혼했기에 유소희가 무엇을 하든 그녀의 자유였다. 그는 유소영을 조금 위로하고 LP와 KP의 합병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고는 나왔다.해호섬에 돌아온 이민혁은 방 안에서 하루를 꼬박 명상했다. 다음 날 아침 손여진이 전화를 걸어왔다.“저기, 민혁아, 본가에 갈래?”손여진의 작고 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응, 가야지. 너 어디야?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갈게.”이민혁은 곧바로 손여진이 말한 주소로 달려갔다. 그녀는 이미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여진은 하얀 셔츠에 스키니진을 입었는데, 성공한 여성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이민혁은 웃으며 그녀를 차에 태우고는 그들의 본가인 도유 마을로 향했다.차 안에서 그들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려 드디어 도착했다.이민혁은 손여진을 그녀의 집 앞에 내려주고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러 가려 했다.손여진이 급하게 말했다.“점심에 와서 밥 한 끼 해.”“알겠어.”이민혁은 짧게 대답하고는 할아버지의 묘소로 향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묘 앞에 앉아 낮은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여자와는 잘 안됐어요. 하지만 제 탓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절 싫다고 했어요. 그러니 제 탓을 하시면 안 돼요.”이민혁은 생각에 빠졌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어릴 적 실종돼 그는 할아버지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도 부모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다.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고 말해고 될 터였다.“아직 내 곁에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이민혁이 중얼거렸다. 아직 살아계셨다면 지금 그의 재력으론 여생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상상 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손여진이 전화로 빨리 밥 먹으러 오라고 재촉해댔다.이민혁은 할아버지께 절을 드리고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다다르니 손여진과 그녀의 부모님, 그리고 낯선 중년의 여인까지 모두 문어구에 서 있었다.이민
놀란 손여진을 본 이모 영란은 손여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놀라긴 뭘 놀라, 네 나이가 몇인데, 남자친구도 없어? 오늘 네게 소개해 줄 사람은 우리 마을의 청년 기업가야. 공장장이라고. 그 사람 재산도 어마어마해. 그래도 싫어?”“맞아, 여진아.”손여진의 엄마 영애도 덧붙였다.“집안이 정말 좋아. 우리가 널 대신해 이미 다 봐놨다.”손여진의 아빠 손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하지만 손여진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저는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어요. 민혁아, 차 세워. 나 안 가.”손여진은 이 자리가 그녀의 소개팅 자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애초에 연애할 생각이 없었고 이민혁도 자리에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다.이민혁도 난처해졌다. 차를 세우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세울 수도 없었다. 이는 그녀의 가정사였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이때 영란이 소리쳤다.“기사 양반, 쟤 말은 듣지 말게. 오늘은 우리가 알아서 해. 여진아, 우리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데, 가기 싫다면 다인 줄 알아?”이민혁은 하는 수 없이 천천히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손여진은 많은 말을 해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의 엄마와 이모는 이번 소개팅을 꼭 성사하려고 마음먹은 듯 미동도 없었다.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차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다.영란은 이민혁에게 차를 세우라 명령하고는 손여진을 끌고 차에서 내렸다.이어 손여진의 부모도 내렸다. 손의준이 이민혁에게 말했다.“너도 내려. 다 같이 밥이나 먹자.”“아...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이민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소개팅 자리에 “기사”가 끼는 것도 이상했다.하지만 이때 손여진이 외쳤다.“민혁이 너 이리 와, 넌 꼭 있어야 해.”손여진의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했다. 원래는 본가에 왔을 때 이민혁에게 밥이나 한 끼 해먹이려고 했다. 자신과 이민혁은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일어난 돌발 상황은 그녀의 짜증을 솟구치게 했
이민혁도 서의준에게 끌러 따라 들어갔다. 그들은 예약한 방에 들어가 앉았다.손여진은 일부러 이민혁의 옆에 앉았다. 영란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이민혁은 어쩔 바를 모르고 손여진의 옆에 조용히 앉아있었다.그가 뭘 할 수 있겠는가?자리를 뜨자니 손여진이 그를 잡고, 뜨지 않자니 영란이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쥐 죽은 듯 앉아있는 게 그에게는 최선이었다.이때 직원이 차를 내놨다. 이민혁은 분위기를 풀려고 급히 일어나 사람들에게 차를 따르며 물었다.“그 기업가분은 왜 아직도 오지 않죠?”소개팅이란 본래 남자 쪽에서 일찍 도착해 모든 준비를 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쪽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민혁이 말을 꺼내자, 영란이 건방진 말투로 대답했다.“네가 뭘 알아, 상대는 기업가야. 아주 바쁘신 분이라고.”“아, 네네.”이민혁은 웃음을 참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때 영란이 손여진에게 말했다.“여진아, 지금 네가 대도시에서 사장까지 했지만, 상대도 나쁘지 않아. 돈이 있는 건 물론이고 그 사람 삼촌은 우리 마을 총책임자야. 우리 마을에선 상대할 자가 없다고. 이 사람과 결혼하면 꼭 잘될 거야.”이민혁은 그제야 깨닫고는 손여진을 흘깃 쳐다보았다.손여진은 키는 크지 않았지만, 귀여운 얼굴에 S라인의 몸매를 자랑하는 미인이었다.이민혁은 돌연간 이해했다.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구경하면 된다. 손여진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것은 그녀의 일이지 자신과는 무관했다.마음을 편하게 먹은 그는 손여진의 찻잔을 그녀의 앞으로 끌어다 주며 웃었다.“손 사장님, 한번 보시고 결정하세요.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뭐?”손여진은 이민혁을 흘겨보다가 격에 어긋나는 행동임을 자각하고는 급히 머리를 돌렸다.손여진은 이민혁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 LP와 KP는 모두 그의 손안이었다. 그의 재력이란 무궁무진했다.영란이 말하는 기업가도 이민혁에겐 그저 아이들 장난이었다. 그런데 이민혁이 이렇게 놀리
이를 본 영란이 급히 말했다.“여긴 여진이 기사예요, 먼 곳에서 왔는데 밥이라도 한 끼 사야 할 것 같아서.”“네.”여준성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민혁과 손여진의 맞은편에 털썩 앉고는 가방을 밥상에 툭 내려놓았다.“여기, 요리를 내와요.”영란이 급히 말했다.여준성이 손을 흔들어 그녀를 제지했다.“급해 마요.”“네, 네.”영란이 또 급히 직원을 제지했다.여준성이 손여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분이 손여진 사장님이시죠?”“아닙니다, 저도 그저 월급쟁이일 뿐이에요.”손여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여준성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LP의 사장이 되셨다고요?”“네.”“LP면 꽤 큰 회사인데요. 저희처럼 해 먹을 거 다 해먹은 회사와는 격이 다른데.”“여 사장님도 청년 인재신데요, 뭐.”여준성이 옅게 웃고는 이민혁을 흘깃 보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손 사장님, 다들 지위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 일까지 있으니... 운전기사더러 여기 앉아있게 하는 건 좀...”여준성은 이민혁이 달갑지 않았다.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를 보면 몹시 불쾌했다.손여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뭐 어때요.”“손 사장님, 저는 괜찮습니다만, 제 삼촌도 오늘이 중요한 날이라는 걸 아셔서 회의를 마치신 뒤 곧 오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같은 사람들은 식사를 하든 회의를 하든 자격, 이라는 걸 따져요. 한낱 운전기사더러 제 삼촌과 함께 식사하게 하다니, 삼촌이 언짢아하시면 어떻게 합니까.”이 말을 들은 영란이 화색을 하고 말했다.“어머나, 삼촌도 오세요? 너무 잘됐네요, 꼭 뵙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거든요.”“삼촌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삼촌이 아니었다면 제 일도 이렇게 잘되지 못했을 겁니다.”여준성이 우쭐한 얼굴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민혁은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찻잔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이때 영란이 웃으며 말했다.“여 사장님 말이 맞아요. 저기 기사님, 밖에 나가 식사하고 오세요. 밥값은 저희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정
여준성이 웃으며 말했다.“그것도 그래요. 하지만 손 사장님,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 운전기사를 보세요. 이 문도 들어서질 않습니다. 거리를 유지해야 아랫사람들이 사장님을 존경할 겁니다. 사장님처럼 행동하다가는 그들이 나쁜 생각을 품고 선을 넘을 수 있어요.”“그쪽이 알 바 아닙니다.”손여진이 차갑게 답했다.이민혁은 여준성의 말을 곱씹었다. 도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었다.이때 방문이 다시 한번 열리더니 머리숱이 적고 배가 불룩한 중년 남자가 걸어들어왔다.여준성은 급히 일어나 사람들에게 남자를 소개했다.“여러분, 이분이 바로 제 삼촌, 고대호 님입니다.”영란은 급히 일어나 잰걸음으로 달려가서는 고대호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유,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네요.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저희를 만나주시니 정말 영광입니다.”고대호는 빙긋 웃고는 영란의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가 금방 놓았다.여준성이 고대호를 자리로 안내했다. 손여진의 부모도 급히 일어나 고대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손여진은 머리를 살짝 끄덕였고 이민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고대호의 시선이 사람들을 쓸어갔다. 손여진을 본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하지만 이민혁을 보자 고대호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영란이 급히 말했다.“여기는 여진이 운전기사입니다, 뭘 좀 모르는 친구예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그렇군요.”고대호가 천천히 자리에 앉고 여준성에게 앉으라 손짓했다. 영란이 급히 직원을 시켜 음식을 내오게 했다. 이어 그녀는 아부하는 얼굴로 고대호에게 손여진과 그의 부모, 자신까지 소개했다.고대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 건방진 태도에 이민혁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음식이 나오자, 고대호가 입을 열었다.“원래 시간이 없었는데, 준성이가 꼭 와달라고 해서요. 아끼는 조카이기도 하고, 결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니 오지 않기도 뭐해서요.”“네, 당연한 말씀을요. 아이들에게도
고대호는 듣고 노기가 조금은 누그러진 듯했으나 여전히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우리가 오늘 처음 만났고 두 아이의 경사이기도 하니, 여진의 얼굴을 봐서 이번에는 넘어가겠으나 다음엔 이런 일 없도록 하세요.”“네, 네. 그럼요.”영란은 연거푸 사과하고는 말을 이었다.“여 사장님,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저의 아들이 마을에 들어와 일하는 거 말이에요. 오늘 삼촌도 마침 왔는데, 그 일 지금 바로 결정지어 주시면 안 될까요?”영란은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이민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영란이 손여진의 일에 이렇게 발 벗고 나서는 이유가 자기 아들 미래를 위해서였다는 걸 말이다.그 생각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피식 웃었다.그걸 본 영란이 노한 기색으로 외쳤다.“무슨 뜻이야, 당신?!”“아무 뜻도 아닌데요.”이민혁은 손여진 앞에서 그들 가족의 체면을 깎고 싶지 않아서 참기로 했다.그러나 영란은 그가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해 찔리는 바가 있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우리 가족 간의 일에, 당신을 여기 앉혀서 밥 먹게 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할 일인데, 당신 그게 무슨 표정이야? 우리 아들은 마을에서 일할 실력이 있어. 당신 같은 줄 알아? 기사밖에 못 하는 주제.”“실력 없다고 한 적 없는데요. 흥분하지 마세요.”이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영란은 화를 가라앉히지 않고 더 쏘아대려고 하는데, 고대호가 나서서 말했다.“됐어요. 운전기사랑 싸우다니, 체면 깎이는 일입니다.”“그렇죠, 맞아요. 맞아요.”영란은 얼른 앉아서 웃는 얼굴로 고대호를 마주 봤다.둘째 이모의 민낯을 똑똑히 본 손여진은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전 일이 있어서 서경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네요. 민혁아, 가자.”이민혁도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려 했다. 그도 진작에 이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영란은 벌떡 일어나 손여진을 끌어당기며 꾸지람했다.“너 뭐 하는 거야, 너 여 사장님 삼촌이 어떤 분이신데, 여 사장님
여준성은 이민혁과 손여진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이 마을에서 감히 내 체면을 안 봐주는 사람은 없어요. 오늘 당신네 집안에서 한 일은 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뭘 어떡하려고요?”손여진이 화내며 말했다.여준성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어떡하긴요. 흥, 그건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지금은, 이 자식이 나한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잘못했다 빌게 만들어요. 그러면 내가 당신네를 용서할 수도 있으니까. 뭐 아직 늦진 않았어요.”“생각이 좀 많으시네요, 여 사장님.”이민혁이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여준성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발작하려는데, 그때 고대호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다. 이게 무슨 꼴이냐.”여준성은 그제서야 화를 억누르고 이민혁을 노려보며 앉았다.“내가 뭐라 하는 게 아니라...”고대호는 얼굴을 찡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일을 이따위로 만들면 내가 앞으로 무슨 낯을 들고 다닙니까, 아랫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겠어요? 내 이 간부 질을 어떻게 하냔 말이에요?!”“죄송합니다. 다 이 기사 놈이 말썽을 부려서요, 사실 여진은 이 사람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저한테 화나서 그런 거예요.”영란은 황급히 해명하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녀는 지금 여준성과 고대호가 매우 불쾌할 뿐만 아니라 분노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 두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들의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마을에서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된다. 그녀의 동네 마트도 앞으로 잘 꾸려나가기는 더더욱 어림없는 얘기다. 절대 이 두 분의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대호는 또 뭐라고 말하려는데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그는 번호를 한 번 힐끔 보더니 얼른 전화를 받았다.잠시 뒤, 그는 당황한 기색으로 일어서며 한마디 내던졌다.“아무튼 오늘 일은 반드시 설명이 필요해요. 우리 준성이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할 순 없어요. 어떻게 해결할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생각하세요.”말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