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이민혁, 우리 소희를 왜 성추행한 거지?”장인어른의 추궁에 이민혁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소희가 한밤중에 술에 취해 옷까지 풀어 헤친 채 돌아와서 전 단지 침대에 눕히려고 방에 데려다줬을 뿐, 성추행이 웬 말이죠? 게다가 소희는 제 와이프인데 성추행이 성립된다고 생각합니까?”“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자의가 아니면 성폭행이야!”이민혁의 장인어른 유민상은 화가 나서 버럭 외쳤다.장모님 김옥란도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 오늘 당장 이혼하고 빈손으로 우리 집에서 나가!”눈살을 살짝 찌푸린 이민혁의 모습은 흡사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이때, 처제 유소영이 말했다.“엄마! 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때 형부가 백억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과연 평범하기 짝이 없던 집에서 십여 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자산이 몇천억이 넘는 가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형부의 노력 따위 벌써 잊은 거예요?”“그 입 다물어!”이민혁의 아내 유소희가 빽 하고 소리 질렀다.“물론 네 형부가 백억을 내놓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구한 날 빈둥거리기만 했어. 유씨 가문이 몇천억이 넘는 자산가로 거듭한 것도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데 네 형부랑 무슨 상관이지?”유소영이 반박하려는 순간, 유민상이 끼어들었다.“소영아, 그만해. 난 저 둘을 이혼시키기로 마음먹었어.”유소영은 이를 악물더니 결국 한숨만 내쉬었다.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유씨 가문에서 유소영을 제외한 사람에게 그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생각해 볼게요.”이 말을 끝으로 이민혁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선 이민혁의 등에 흉악한 모습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커다란 빨간색 용머리가 떡하니 나타났다.이는 문신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닌 반점이다. 물론 이민혁도 이 반점 덕분에 어느 날 신비한 힘을 얻게 되었다.그 후 이하늘이라는 가명으로 해외에서 혈투를 벌여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
이에 김현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군. KP 같은 세계적인 컨소시엄은 어디서든 화제를 일으키기 마련인데, 그것도 몰라요? 이렇게 무능력할 줄이야...”“모태 쓰레기라서 말해줘도 소용없을 거예요.”김옥란은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장인어른 유민상도 두 눈을 부라렸다.“먹고 자고를 제외하고 할 줄 아는 게 있기나 해? 괜히 여기서 망신당하지 말고 꺼져.”이민혁은 황당해서 되려 웃음이 났다. 나중에 그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이들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그나마 애초에 신분을 숨겼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이렇게 엉큼한 속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이때, 도우미들이 산해진미를 들고 와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곧이어 유민상이 말했다.“김 대표님, 같이 식사하시죠.”“좋아요.”김현욱이 천천히 일어서자 유소희가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네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식탁으로 다가가 차례로 앉았다.이민혁은 시간을 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아직 10시밖에 안 됐는데, 점심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 아닌가요?”“네가 뭘 알아? 김 대표님은 귀한 손님이시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접대해야지!”유민상이 호통쳤다.김옥란도 비꼬는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네가 낄 자리는 없어. 배고프면 주방에 가서 아무거나 주워 먹어.”유소희도 이민혁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 김현욱과 딱 붙어 앉았고, 이대로 얼싸 껴안는 건 아닌지 싶었다.이민혁은 속으로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이는 누가 봐도 그에게 망신을 줘서 결국은 수치심에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 빈털터리 신세로 쫓아내려는 심보였다.사실 홀몸으로 유씨 가문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다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떠보고 싶어서 느긋하게 말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으니까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그때 제가 드렸던 백억을 돌려주면 이혼할게요. 괜찮죠?”“장난해?”이 말을 듣자 김옥란이 발끈 화를 냈다.“우리 집에서 3년 동안 지내면서 넌 한 푼도 안
“뭐?”이민혁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본인이 먼저 부딪혀놓고 되레 무례하게 굴다니?남자가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어느 부서 소속이야? 이름이 뭐야?”“그쪽은 어느 부서 누군데?”이민혁이 싸늘하게 말했다.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말했다.“KP 컨소시엄 부대표 윤혁수라고 해. 당신 KP 직원 맞아?”“그렇다고 할 수 있지.”이민혁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윤혁수가 냉소를 지었다.“넌 해고야, 당장 꺼져.”이민혁은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났다. 이내 무심하게 되받아쳤다.“여긴 해고도 마음대로 하나?”“그래, 어쩔 건데? 내 말 한마디면 아무 때나 널 해고할 수 있어.”윤혁수가 경멸이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이민혁이 느긋하게 말했다.“당신이 그렇게 대단해?”“난 해외 본사에서 진무도 지사에 파견한 부대표이자 감사야. 여기 남 대표도 내 감시하에 일하는데 하물며 너 같은 놈은 더 말할 것도 없지.”윤혁수는 고개를 치켜들고 이민혁을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렸다.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때, 문을 열고 나온 남지유가 윤혁수를 발견하고 물었다.“무슨 일이죠?”“대표님, 이 자식이 저랑 부딪혔는데 사과 한마디 없네요. 이런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직원은 해고하기로 했어요.”윤혁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남지유가 문득 성큼성큼 걸어가 윤혁수의 뺨을 후려갈겼다.‘짝’하는 소리와 함께 윤혁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이게 뭐 하는 짓이죠?”윤혁수가 버럭 화를 냈다.남지유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해고니까 당장 짐 싸요!”“네?”윤혁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지유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진 대표님이 무슨 자격으로 날 해고하죠? 무려 본사에서 파견한 감사를?”“그래요?”남지유는 휴대폰을 꺼내 곧장 해외 본사에 연락했다. 잠시 후 윤혁수에게 건네주더니 버럭 외쳤다.“받아요!”윤혁수는 흠칫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휴대폰을 든 손까지 벌벌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남지유는 자
머뭇거리는 김현욱의 모습에 남지유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김 대표님, 잘 생각해 보세요. KP 컨소시엄의 관리 감독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소문나 있죠. 어딜 가나 필요한 일환이기에 대표님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저희도 마찬가지이죠. 정 안 되면 이쯤에서 투자 철회해도 돼요.”김현욱은 오만 가지 고민 끝에 결국 사인하기로 했다.이 천억은 그에게 너무 소중했다. 게다가 이렇게 거대한 컨소시엄에서 코딱지만 한 그의 그룹을 탐낼 일은 없을 테니까.“할게요!”김현욱은 결국 순순히 서명했다.남지유는 의자에 기대어 흔들거리며 미소를 지었다.남지유도 사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현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귀사에 투자금이 곧 입금될 테니까 나중에 확인해보세요.”김현욱은 잽싸게 남지유와 악수하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이내 남지유는 손을 빼내고 싱긋 웃었다.“그럼 배웅은 따로 하지 않을게요.”김현욱은 연신 굽신거리며 뒤돌아서 사무실을 나와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돌아갔다.남지유는 다시 의자에 앉아 냉소를 지었다.“멍청한 놈.”...저녁.명상을 마친 이민혁은 외식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을 지나쳤을 때 유민상과 김옥란, 유소희, 김현욱이 소파에 앉아 웃고 떠들고 있었다.이민혁은 그들을 흘긋 쳐다보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때, 유소희가 그를 불렀다.“이민혁.”“왜?”이민혁이 돌아섰다.유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현욱 씨가 KP 컨소시엄한테서 천억을 투자받기로 했어.”“나랑 무슨 상관인데?”이민혁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유소희가 활짝 웃었다.“HT 그룹은 곧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서 서경시 일류 기업이 될 거야.”“축하해.”이민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유소희는 발끈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자식!“현욱 씨가 오늘 밤 우리 집에 머문다고 하니까 나랑 한방 쓸 거야. 할 일 없으면 괜히 싸돌아다니지 마. 혹시 못 볼 거라도 볼지 모르잖아?”
발바닥에 힘을 가하는 순간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고, 그는 전광석화처럼 길 한복판에 나타나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러고 나서 발끝으로 보닛을 살짝 밟고 반작용을 이용해 깃털처럼 가볍게 뒤로 물러난 뒤 천천히 착지했다.이 모든 게 단 2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이민혁이 아이를 내려놓는 순간 이를 목격한 행인들이 경악한 얼굴로 감탄을 내뱉었다.이때,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뛰어와 아이를 품에 안고 살펴보기 바빴다.반면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아이를 보고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민혁을 향해 다가갔다.“어?”“당신은...”두 사람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이런 우연이 있나요?”“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한눈파는 바람에... 다 제 탓입니다. 혹시 다치진 않으셨나요?”남지유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이내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꼼꼼히 살펴보고는 어머니처럼 보이는 여자한테 물었다.“괜찮으세요?”“네, 감사합니다. 제가 매장에서 결제하는 사이에 혼자 밖으로 나왔나 봐요.”아이의 어머니도 놀란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 듯 말까지 더듬었다.이민혁이 미소를 지었다.“괜찮으면 다행이네요.”이때, 사람들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왜냐하면 방금 목격한 장면은 당최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에 이민혁은 남지유를 향해 말했다.“일단 자리를 옮기죠.”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혁은 남지유의 차에 올라탔고, 두 사람은 현장을 떠났다.차 안에서 남지유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백미러를 힐끔거리자 이민혁은 입에 담배를 문 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물론 그녀는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고, 둘은 그렇게 가는 길 내내 침묵을 유지했다.한참이 지나서 남지유는 참다못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어디로 모셔다드릴까요?”“음?”이민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생각에 잠겼다
남지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허리를 굽힌 채 꼼짝달싹 못 했다.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순간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완곡하게 거절해야 하나? 아니면 못 이기는 체 허락해야 하나? 혹은 정색하며 호되게 꾸짖어야 하나?순간 남지유의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반면, 이민혁의 손은 그녀의 가슴 부근에 우뚝 멈췄고, 옷깃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이내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머리카락이 붙어 있네요. 음식에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남지유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뻣뻣하게 굳은 몸도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그러고 나서 더듬거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 저 요즘 탈모가 심해서...”“괜찮아요.”이민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잔치국수를 음미하기 시작했다.남지유는 허리를 폈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이민혁은 국수를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맛있네요. 지유 씨는 먹었어요?”“아, 아직요!”남지유가 대답했다.“지유 씨도 얼른 한 그릇 말아서 먹어요. 요리 잘하네요.”이민혁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남지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둘러 주방으로 갔다. 이민혁은 남지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지유도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와서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마쳤다.설거지를 마친 남지유는 이민혁 옆에 앉았고, 잠옷이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훤히 드러나 뽀얀 피부가 눈부시게 빛났다.이민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HT 그룹은 잘 처리했어요?”“오후에 계약을 체결했어요.”일 얘기가 나오자 남지유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단호하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HT 그룹에 이미 천억을 보냈죠. 물론 저희 측에서 보낸 이사가 HT 그룹 이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분도 훨씬 더 많아요. 아마 며칠 뒤면 HT 그룹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해요.”이민혁은 고개를 끄
이민혁은 코웃음을 쳤다.“그러게, 제가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요. 손해 보는 건 당신들이라고.”“현욱 씨, 저 사람 신경 쓰지도 말고 상대하지도 말아요. 현욱 씨 손만 더럽힐 뿐이에요. 어서 가요.”유소희는 이민혁을 힐끗 보고는 김현욱을 끌고 떠났다.김현욱은 떠날 때 잊지 않고 한마디를 덧붙였다.“이 새끼, 너 딱 기다려. 우리 빚은 아직 남았다고, 이제 내가 시간이 나면 무조건 널 죽이러 올 거야.”“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이민혁은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경호원을 데리고 오만하게 머리를 쳐들고는 쿨하게 떠났다.이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혼잣말을 했다.“나도 너희 결혼식이 너무 기대되네.”이민혁은 차를 몰고 포레 주택 단지로 돌아와 별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는 너무나도 큰 주택 단지를 바라보았고,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고 주택 단지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포레 주택 단지는 정말로 컸고 중앙에 센트럴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만 해도 면적이 약 44헥타르를 차지했고 곧 국립대공원을 따라잡았다.공원을 거닐며 이민혁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돌이켜보았다.어릴 적 부모가 미스테리하게 실종되어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고,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그는 머리가 트이면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천재적인 기질을 물려받게 되었다.이때부터 이민혁은 해외로 나가 활동하기 시작했고 다크나이트 용병그룹을 만들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이어 용병그룹을 해체하고 KP 컨소시엄을 설립했으며 고향인 서경으로 돌아가 결혼했다.하지만 행복한 삶을 누려보기도 전에 이민혁은 무자비하게 버림받고 굴욕과 배신을 당했다.생각해보니 세상은 참 덧없었고 세상일은 참 무상했다.그가 한창 회상에 잠겨있을 때, 문득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더는 가까이 오지 마.”이민혁이 고개를 들자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가 자신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사내의 앞에는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자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같이 걷고 있었다.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