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는 김현욱의 모습에 남지유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김 대표님, 잘 생각해 보세요. KP 컨소시엄의 관리 감독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소문나 있죠. 어딜 가나 필요한 일환이기에 대표님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저희도 마찬가지이죠. 정 안 되면 이쯤에서 투자 철회해도 돼요.”김현욱은 오만 가지 고민 끝에 결국 사인하기로 했다.이 천억은 그에게 너무 소중했다. 게다가 이렇게 거대한 컨소시엄에서 코딱지만 한 그의 그룹을 탐낼 일은 없을 테니까.“할게요!”김현욱은 결국 순순히 서명했다.남지유는 의자에 기대어 흔들거리며 미소를 지었다.남지유도 사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현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귀사에 투자금이 곧 입금될 테니까 나중에 확인해보세요.”김현욱은 잽싸게 남지유와 악수하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이내 남지유는 손을 빼내고 싱긋 웃었다.“그럼 배웅은 따로 하지 않을게요.”김현욱은 연신 굽신거리며 뒤돌아서 사무실을 나와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돌아갔다.남지유는 다시 의자에 앉아 냉소를 지었다.“멍청한 놈.”...저녁.명상을 마친 이민혁은 외식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을 지나쳤을 때 유민상과 김옥란, 유소희, 김현욱이 소파에 앉아 웃고 떠들고 있었다.이민혁은 그들을 흘긋 쳐다보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때, 유소희가 그를 불렀다.“이민혁.”“왜?”이민혁이 돌아섰다.유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현욱 씨가 KP 컨소시엄한테서 천억을 투자받기로 했어.”“나랑 무슨 상관인데?”이민혁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유소희가 활짝 웃었다.“HT 그룹은 곧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서 서경시 일류 기업이 될 거야.”“축하해.”이민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유소희는 발끈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자식!“현욱 씨가 오늘 밤 우리 집에 머문다고 하니까 나랑 한방 쓸 거야. 할 일 없으면 괜히 싸돌아다니지 마. 혹시 못 볼 거라도 볼지 모르잖아?”
발바닥에 힘을 가하는 순간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고, 그는 전광석화처럼 길 한복판에 나타나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러고 나서 발끝으로 보닛을 살짝 밟고 반작용을 이용해 깃털처럼 가볍게 뒤로 물러난 뒤 천천히 착지했다.이 모든 게 단 2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이민혁이 아이를 내려놓는 순간 이를 목격한 행인들이 경악한 얼굴로 감탄을 내뱉었다.이때,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뛰어와 아이를 품에 안고 살펴보기 바빴다.반면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아이를 보고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민혁을 향해 다가갔다.“어?”“당신은...”두 사람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이런 우연이 있나요?”“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한눈파는 바람에... 다 제 탓입니다. 혹시 다치진 않으셨나요?”남지유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이내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꼼꼼히 살펴보고는 어머니처럼 보이는 여자한테 물었다.“괜찮으세요?”“네, 감사합니다. 제가 매장에서 결제하는 사이에 혼자 밖으로 나왔나 봐요.”아이의 어머니도 놀란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 듯 말까지 더듬었다.이민혁이 미소를 지었다.“괜찮으면 다행이네요.”이때, 사람들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왜냐하면 방금 목격한 장면은 당최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에 이민혁은 남지유를 향해 말했다.“일단 자리를 옮기죠.”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혁은 남지유의 차에 올라탔고, 두 사람은 현장을 떠났다.차 안에서 남지유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백미러를 힐끔거리자 이민혁은 입에 담배를 문 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물론 그녀는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고, 둘은 그렇게 가는 길 내내 침묵을 유지했다.한참이 지나서 남지유는 참다못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어디로 모셔다드릴까요?”“음?”이민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생각에 잠겼다
남지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허리를 굽힌 채 꼼짝달싹 못 했다.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순간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완곡하게 거절해야 하나? 아니면 못 이기는 체 허락해야 하나? 혹은 정색하며 호되게 꾸짖어야 하나?순간 남지유의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반면, 이민혁의 손은 그녀의 가슴 부근에 우뚝 멈췄고, 옷깃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이내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머리카락이 붙어 있네요. 음식에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남지유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뻣뻣하게 굳은 몸도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그러고 나서 더듬거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 저 요즘 탈모가 심해서...”“괜찮아요.”이민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잔치국수를 음미하기 시작했다.남지유는 허리를 폈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이민혁은 국수를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맛있네요. 지유 씨는 먹었어요?”“아, 아직요!”남지유가 대답했다.“지유 씨도 얼른 한 그릇 말아서 먹어요. 요리 잘하네요.”이민혁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남지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둘러 주방으로 갔다. 이민혁은 남지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지유도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와서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마쳤다.설거지를 마친 남지유는 이민혁 옆에 앉았고, 잠옷이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훤히 드러나 뽀얀 피부가 눈부시게 빛났다.이민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HT 그룹은 잘 처리했어요?”“오후에 계약을 체결했어요.”일 얘기가 나오자 남지유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단호하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HT 그룹에 이미 천억을 보냈죠. 물론 저희 측에서 보낸 이사가 HT 그룹 이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분도 훨씬 더 많아요. 아마 며칠 뒤면 HT 그룹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해요.”이민혁은 고개를 끄
이민혁은 코웃음을 쳤다.“그러게, 제가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요. 손해 보는 건 당신들이라고.”“현욱 씨, 저 사람 신경 쓰지도 말고 상대하지도 말아요. 현욱 씨 손만 더럽힐 뿐이에요. 어서 가요.”유소희는 이민혁을 힐끗 보고는 김현욱을 끌고 떠났다.김현욱은 떠날 때 잊지 않고 한마디를 덧붙였다.“이 새끼, 너 딱 기다려. 우리 빚은 아직 남았다고, 이제 내가 시간이 나면 무조건 널 죽이러 올 거야.”“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이민혁은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경호원을 데리고 오만하게 머리를 쳐들고는 쿨하게 떠났다.이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혼잣말을 했다.“나도 너희 결혼식이 너무 기대되네.”이민혁은 차를 몰고 포레 주택 단지로 돌아와 별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는 너무나도 큰 주택 단지를 바라보았고,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고 주택 단지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포레 주택 단지는 정말로 컸고 중앙에 센트럴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만 해도 면적이 약 44헥타르를 차지했고 곧 국립대공원을 따라잡았다.공원을 거닐며 이민혁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돌이켜보았다.어릴 적 부모가 미스테리하게 실종되어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고,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그는 머리가 트이면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천재적인 기질을 물려받게 되었다.이때부터 이민혁은 해외로 나가 활동하기 시작했고 다크나이트 용병그룹을 만들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이어 용병그룹을 해체하고 KP 컨소시엄을 설립했으며 고향인 서경으로 돌아가 결혼했다.하지만 행복한 삶을 누려보기도 전에 이민혁은 무자비하게 버림받고 굴욕과 배신을 당했다.생각해보니 세상은 참 덧없었고 세상일은 참 무상했다.그가 한창 회상에 잠겨있을 때, 문득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더는 가까이 오지 마.”이민혁이 고개를 들자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가 자신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사내의 앞에는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자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같이 걷고 있었다.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사람을 그렇게 나쁘게 보지 마세요.”“넌 딱 봐도 나쁜 사람이야, 내가 너의 목적을 모를 거로 생각하지 마.”여자는 노발대발했다.이민혁은 탄식했고 이때, 주동겸이 입을 열었다.“너 나가.”여자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눈물을 머금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주동겸은 이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그 여자애는 주아름, 내 손녀라네. 아직 어려서 철이 없으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시게.”“괜찮습니다. 근데 어르신은 왜 이렇게 저를 믿으십니까?”이민혁이 물었다.주동겸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올해 일흔이 넘었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 이 세상은 신비와 미지로 가득하지. 난 내가 늙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아직 이 세상에 내가 본 적이 없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죽을 때 살고 싶어 한다는 거야,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어르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이민혁은 미소를 지었다.주동겸은 웃으며 자신의 웃옷을 벗었고 온몸이 각종 흉터로 도배되어있었는데, 그가 여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칼에 찔려 생긴 흉터만 십여 개, 그뿐만 아니라 총상은 대여섯 개나 있었고 몸에 온전한 곳이 없어 보는 사람의 뒷골을 서늘하게 하였다.“이번 생에 수고 많으셨습니다.”“아이고, 다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건데, 어딜 봐서 이 계집애의 말처럼 위대한가.”주동겸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민혁은 싱긋 웃었고, 이내 손바닥을 주동겸의 등에 갖다 대고는 천천히 영력을 그의 몸속에 주입했다.이민혁은 영력을 조심스레 인도하며 주동겸의 몸 구석구석에 퍼지도록 하였다.“지금 제가 인도하는 길을 기억하셔서 이대로 따라 하셔야 합니다.”주동겸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민혁은 계속해서 진행했다.36주 동안의 영력을 가동한 후, 이민혁은 천천히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그러자 주동겸은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탁한 숨을 내뱉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숨이 가쁘고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
이민혁은 코웃음을 쳤다.“말해, 난 괜찮으니까.”“현욱 씨랑 이달 16일 정오에 남해 리조트 섬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유소희가 말했다.이민혁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근데 왜 날 초대하는데?”“당연히 나랑 현욱 씨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지. 그때면 서경의 각 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다 올 거야, 너 설마 겁먹은 거야?”유소희가 건방지게 말했다.이민혁이 말했다.“날 모욕하겠다?”“모욕이라니, 그저 네가 나 같은 완벽한 여자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네가 만약 안 오면, 그건 네가 정말 멍청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야.”이민혁은 유소희가 화났다는 것을 눈치챘다.유소희는 이민혁이 투자한 90억이 유씨 가문의 앞날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었다.그래서 유소희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이민혁을 모욕하고 비하함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높이려고 했고, 그것으로 그녀가 한 모든 일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참 우스꽝스럽네.”이민혁은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제시간에 참석할게.”말을 마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그때 별장의 문이 열렸고 남지유가 손에 음식을 들고 걸어들어왔다.“대표님, 안녕하세요.”남지유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이민혁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장까지 봤어요?”“너무 간단하게 드실까 봐 걱정돼서요.”남지유가 말했다.“수고했어요.”“아니에요, 어차피 저도 같이 먹을 거예요.”남지유는 슬리퍼로 갈아신고, 음식을 냉장고에 넣은 후, 위층으로 올라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왔다.남지유의 잠옷은 발목까지 드리우는 실크 롱스커트였는데, 낮은 V자 네크라인에 둥근 어깨가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머리까지 우아하게 올려서 귀부인의 기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남지유는 정말 옷차림에 센스가 있었다.“얼른 밥 차릴게요.”남지유는 이민혁을 향해 싱긋 웃으며 부엌으로 갔다.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거실
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문제가 작지는 않습니다.”“그래요? 그럼 가서 일 봐요, 처리 잘하고요.”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남지유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가보겠습니다. 대표님, 회사에서 뵙겠습니다.”남지유는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이민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간단한 아침을 만들어 먹고는 동네 센트럴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공원 안에서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심호흡한 뒤, 주먹을 쥐고 권법을 수련했다.권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고, 단지 십여 개의 동작이었다.하지만 이 십여 개의 동작 하나하나는 몸을 불가사의한 각도로 비틀어야 했고 이는 사람의 한계를 넘어섰다.인간의 인식을 돌파하는 십여 개의 자세로 만든 기이한 공법이었는데, 서로 조합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된 것이었다.30분 후, 이민혁은 땀을 뻘뻘 흘렸지만,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이마에 땀이 한가득 한 이민혁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명상하려고 했다.공원 출구로 나오자마자 선물을 들고 지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도 동시에 그를 보고는 바로 다가왔다.“아이고, 유씨 가문에서 나오더니 이젠 공원에서 자는 신세까지 된 거야?”유소희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김현욱은 옆에서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거지는 너무하죠, 그래도 좋은 동네를 고른 건 좀 머리를 잘 쓴 것 같네요.”이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거참 상상력들 풍부하네.”“그렇지 않으면?”유소희가 말했다.“네가 빈둥빈둥 노는 힘만으로 뭘 하겠어, 밥이나 구걸할 수밖에 없지 않나?”“걱정 마요, 경비원한테 당신을 쫓아내라고 말하지 않을 거니까.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일을 좀 찾아봐요, 이러다가는 정말 아무런 쓸모 짝에도 없는 거지가 되겠어요.”김현욱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민혁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결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가해?”“당연히 바쁘지.”유소희는 이민혁을 흘겨보았다.“여기에 우리 친
남지유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주동겸은 자주 뉴스에 나오는 인물인지라 어쩐지 그녀의 눈에 익었다.“그 사람이라고요?”남지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남지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주동겸 어르신의 신분은 확실히 보통이 아니긴 하죠. 근데 그의 손녀가 대표님한테 의견이 많은 것 같던데요.”“그냥 내버려 둬요.”이민혁이 말했다.남지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도 김현욱과 유소희의 결혼식에 초대받았습니다.”“그래요?”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남 대표님의 일 처리는 깔끔하니 안심됩니다.”남지유는 계속해서 말했다.“결혼식에 깜짝 이벤트를 할 예정인데, 괜찮으시겠어요?”“저야 좋죠.”유소희가 자신에게 했던 모든 것을 떠올리며 이민혁은 천천히 말했다.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 마시지 않은 술과 이민혁을 번갈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제가 같이 마셔드릴까요?”“술 잘 마셔요?”이민혁이 웃었다.“조금 마실 수 있어요.”그러자 이민혁은 남지유에게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확실히 흥이 제대로 오르지 않았네요.”남지유는 이민혁과 잔을 부딪쳤고 둘은 단숨에 많은 술을 들이켰다.이어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동겸이 가져온 술을 다 마셨다.남지유는 약간 취기가 올라온 듯, 술 보관함에 가서 또 한 병을 들고 왔고 두말없이 병뚜껑을 열었다.이민혁은 허허 웃었고 남지유가 자신에게 술을 따르자 군말 없이 계속 마셨다.한 시간 뒤, 소파에 쓰러진 남지유를 말없이 바라보던 이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못 마시면 조금만 마실 것이지,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어쩔 수 없이 그는 인사불성이 된 남지유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남지유의 몸매, 여인의 체취 그리고 성숙한 여인의 독특한 매력은 이민혁의 심리와 신체적 한계에 모두 도전하고 있었다.겨우 남지유를 방으로 데려다주었고 친절히 이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