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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문제가 작지는 않습니다.”

“그래요? 그럼 가서 일 봐요, 처리 잘하고요.”

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남지유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대표님,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남지유는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이민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간단한 아침을 만들어 먹고는 동네 센트럴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공원 안에서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심호흡한 뒤, 주먹을 쥐고 권법을 수련했다.

권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고, 단지 십여 개의 동작이었다.

하지만 이 십여 개의 동작 하나하나는 몸을 불가사의한 각도로 비틀어야 했고 이는 사람의 한계를 넘어섰다.

인간의 인식을 돌파하는 십여 개의 자세로 만든 기이한 공법이었는데, 서로 조합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된 것이었다.

30분 후, 이민혁은 땀을 뻘뻘 흘렸지만,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이마에 땀이 한가득 한 이민혁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명상하려고 했다.

공원 출구로 나오자마자 선물을 들고 지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도 동시에 그를 보고는 바로 다가왔다.

“아이고, 유씨 가문에서 나오더니 이젠 공원에서 자는 신세까지 된 거야?”

유소희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현욱은 옆에서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거지는 너무하죠, 그래도 좋은 동네를 고른 건 좀 머리를 잘 쓴 것 같네요.”

이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거참 상상력들 풍부하네.”

“그렇지 않으면?”

유소희가 말했다.

“네가 빈둥빈둥 노는 힘만으로 뭘 하겠어, 밥이나 구걸할 수밖에 없지 않나?”

“걱정 마요, 경비원한테 당신을 쫓아내라고 말하지 않을 거니까.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일을 좀 찾아봐요, 이러다가는 정말 아무런 쓸모 짝에도 없는 거지가 되겠어요.”

김현욱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민혁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가해?”

“당연히 바쁘지.”

유소희는 이민혁을 흘겨보았다.

“여기에 우리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지. 청첩장 주려고 왔어.”

“그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하던 거 계속해.”

이민혁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떠났다.

하지만 김현욱은 뒤에서 그를 향해 외쳤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걸 잊지 마요, 그래도 당신과 소희 인연도 깊은데, 행복은 축하해줘야죠.”

“그럴게요.”

이민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때 주아름은 주동겸을 부축하면서 경호원을 데리고 이곳에 왔고, 그녀는 조금 전 모든 일을 목격했다.

주아름은 경호원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모시고 가서 운동하고 와.”

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주동겸을 부축해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주아름은 빠른 걸음으로 김현욱과 유소희를 뒤쫓았다.

“두 분, 혹시 아까 그 사람을 아세요?”

주아름이 물었다.

두 사람은 주아름을 돌아보았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기에 그들은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유소희는 바로 대답을 했다.

“네, 근데 무슨 일이시죠?”

“제 이름은 주아름이에요, 그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은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주아름이 말했다.

유소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투덜거렸다.

“그 사람은 제 전 남편이에요. 우리 집에 3년 동안 머물며 빈둥거리며 놀기만 했죠. 그리고 우리는 방금 이혼한 사이고요.”

“조심하세요, 그 사람 분명 좋은 의도로 여기에 오지 않았을 거예요. 너무 가난해서 미쳐버린 사람은 무슨 짓이든지 다 하잖아요.”

김현욱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주아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돌려 공원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예상한 것과 비슷했다.

이 녀석은 무조건 무슨 목적이 있어서 주씨 가문에 접근한 것일 텐데, 이런 사람이 무슨 능력이 있단 말인가?

‘아빠께서 돌아오시면, 그 녀석의 정체를 까발려서 할아버지가 더는 속지 못하시게 해야지.’

이민혁은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명상을 시작했다.

저녁 무렵에 초인종이 울렸다.

이민혁은 일어나서 문을 열었고 주동겸이 혼자 손에 술병을 들고 있었다.

“어르신, 들어오십시오.”

이민혁은 주동겸을 모시고 들어왔다.

주동겸은 술병을 찻상 위에 올렸고 이민혁은 차를 한 잔 타왔다.

주동겸은 감탄했다.

“정말 신이 이 세상에 있나 보다, 자네가 그날 이 노부를 도와 염력을 넣어주고 또 자네가 알려준 공법을 수련한 이후로, 난 다시 살아난 것 같았네. 보아하니,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허허, 어르신의 일생은 충분히 빛났으니 남은 시간만이라도 하고 싶으신 거 하면서 즐기세요.”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남지유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손님이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인사를 올렸다.

주동겸도 예의를 갖춰 인사했고 이민혁이 입을 열었다.

“몇 가지 요리를 좀 해 주세요, 어르신의 뜻을 봐서 두 잔 마시고 싶습니다.”

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편한 옷을 입고 부엌으로 내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지유는 네 가지 요리를 했는데, 모두 평범한 가정식이었지만 비주얼과 향기는 모두 일품이었다.

남지유는 수저를 놓고 술잔을 가져와 옆에서 두 사람의 시중을 들었다.

노부와 젊은이는 잡담을 나누며 술을 마셨다.

주동겸은 딱 보아도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는 것 같았는데, 끊임없이 이민혁과 잔을 부딪치며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이민혁은 말없이 같이 있었고 주동겸의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지금 공법을 수련하고 있으니 이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동안 이민혁은 담배를 꺼내 주동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주동겸의 눈이 번쩍 띄었고 이민혁은 웃으며 물었다.

“한 대하시겠어요?”

“한 대만 주게나.”

주동겸은 크게 웃었다.

이민혁은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며 불을 붙여주었고 주동겸은 이를 즐기며 한 모금 깊이 들이마셨고, 몇 초 후에야 짙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편안하네, 이게 인생이지.”

주동겸은 만취 상태였다.

“그냥 피우세요.”

“인생은 원래 재미가 없는데, 만 년을 산다 한 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주동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민혁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초인종이 다시 울렸고, 남지유가 일어나 문을 열자 주아름이 씩씩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할아버지, 담배도 피우시고 술도 드셨어요?”

주아름은 테이블 위의 술과 담배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주동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호들갑이야, 남의 집에 쳐들어왔으면서 기본 예의도 안 갖춰?”

“할아버지, 이 사람 그냥 사기꾼이라고요.”

주아름이 소리쳤다.

“할아버지 제발요,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게 했어요, 지금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아시잖아요.”

“알지, 내 몸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지.”

주아름이 말했다.

“근데 담배 피우시고 술도 마신 거예요? 의사가 어떻게 말씀했는지 까먹으셨어요?”

주동겸은 고개를 저으며 이민혁을 바라보았다.

“이 술은 다음에 마셔야겠네, 종일 지겨워 죽겠어.”

주동겸은 일어나 주아름을 무시한 채, 혼자 떠났다.

주아름은 이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사기꾼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픈 사람한테 술과 담배를 권해? 정말 괘씸하구나.”

이민혁은 담배에 불을 붙였고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주아름은 남지유를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무슨 사이죠?”

“누구신지...? 제가 말씀드려야 하나요?”

남지유는 조금도 사양하지 않았다.

주아름은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어떤 관계든 상관없으니까 앞으로 우리 할아버지한테 접근하지 마요, 그리고 당신도 신분이 꽤 높은 사람인 것 같은데, 이 사람 사기꾼이에요. 당신은 이놈한테 속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때 가서 사람과 돈 다 잃어버리지 마시고.”

말을 마친 주아름은 급히 주동겸을 쫓아갔다.

남지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 여자의 태도는 너무 무례했다.

“대표님, 이 사람 누군데 이러는 겁니까?”

남지유는 어리둥절했다.

이민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그 노부의 이름은 주동겸이고, 여자는 그의 손녀인 주아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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