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는 일상복 차림에 눈물이 그렁그렁해 있는 유소희가 보였다. 그녀는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남 대표님, 제발 이민혁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남지유는 소파에 앉아있는 이민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민혁은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유소희가 들어왔고, 그녀는 이민혁의 앞에 달려가 울며 말했다.“민혁아,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거 알았어. 나 용서해주면 안 돼?”“결혼식에서 똑똑히 다 말한 거 같은데.”이민혁은 차를 마시며 담담히 대답했다.그러자 유소희는 곁으로 가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한 번만 더 기회 주면 안 돼? 내가 잠시 정신이 흐렸었나 봐. 앞으로 꼭 고칠게. 반드시 고칠게.”유소희는 이민혁이 자신의 신분을 밝힌 다음부터, 유씨 가문이 사실상 끝장났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들은 KP 대표에게 모욕을 가했었다. 상업계의 거물인 사람은 그 영향력이 어마무시하다.그러니 앞으로 그들과 협력하려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민혁이 진짜 복수하려고 다짐한다면, 유씨 가문의 모든 것은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그들은 근본 KP의 공격을 버텨낼 수 없었다. KP의 실력은 우뚝 솟은 높은 산과도 같았고, 유씨 가문은 그저 산기슭의 흙덩어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KP에 대항할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따라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직 이민혁에게 용서를 구해 유씨 가문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뿐이었다.이민혁은 그런 유소희의 걱정을 알아챘는데 담담하게 말했다.“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거야. LP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 안심해.”“진짜야?”유소희는 불쌍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어 보였다.그러자 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너도 나한테 연약한 척할 필요 없어. 내가 말했지? 누구도 후회하지 말자고. 유씨 가문엔 아무런 보복도 안 할 테니 이만 돌아가.”이민혁과 같이 살 때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걸 유소희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일단 이민혁이 유
이번에는 이민혁이 침묵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그럼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다 안 거네?”“네.”“나를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이민혁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그러자 유소영이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탓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직접 자초한 일인데요, 뭐. 그리고 아까 언니가 나더러 오빠 찾으러 가보라고도 했어요.”이민혁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그 뜻을 알아차렸다.“그럼 와, 마침 너랑 상의할 일도 있었으니까.”“나도 그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려는 거 알고 있어요, 아마 그건 오빠도 알 거예요.”유소영이 이렇게 말하자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하지만 똑똑히 알려줄게, 나한테 너는 너, 유씨 가문은 유씨 가문일 뿐이야. 나는 네가 남지유 씨의 조수가 되어줬으면 좋겠어. 가서 경험 좀 쌓아봐봐, 유씨 가문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생각할 시간 좀 줄 수 있어요? 지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요.”핸드폰 너머로 유소영이 느끼는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유소영은 어쨌든 유씨 가문의 일원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녀는 크나큰 압력을 견뎌야 했다.유씨 가문은 유소영을 이용해 이민혁에게 접근하려 하고, 이민혁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인품을 가진 유소영을 돕고 싶어한다.그러나 유소영의 입장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은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그녀도 자신을 이용하려 든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어서 이렇게나 망설이는 것이었다.이민혁은 또다시 침묵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말을 꺼냈다.“그래, 잘 생각해봐. 나한테 언제든 연락해도 돼.”“네.”그렇게 유소영이 통화를 끊자, 이민혁은 긴 한숨을 내뱉었다.남지유는 기쁜 마음으로 이민혁의 찻잔에 물을 더해주었다.“잘 안된 같네요.”“무슨 뜻이에요?”이민혁은 남지유를 힐끗 째려보았다.그러자 남지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오히려 의기양양한 모습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유소희는 화가 치밀어올라 하마터면 또 정신을 잃을 뻔했다.한참 후,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무력하게 답했다.“그쪽 책임자하고 약속 잡아주실래요? 제가 직접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그러고는 통화를 끊었다.그녀는 결혼식이 일으킨 역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유소희는 그저 한발짝 한발짝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유소희의 부모들 역시 덩달아 보기 좋게 얼굴이 구겨졌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이민혁을 탓하고 있었다. 이민혁 때문에 유씨 가문이 막다른 길로 몰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노에 차 이를 꽉 깨물었다....저녁.남지유는 혼자 운전을 해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내내 기분이 좋아서 오늘 밤은 무슨 잠옷 바꿔입을지 생각하고 있었다.‘잠옷을 몇 벌 더 사야 하나, 집에 있는 건 다 입어봤는데 이제. 새로 사는 건 조금 섹시한걸로 사야 하나?’그러던 그때, 검은색 미니밴 한 대가 그녀의 차를 긁으며 추월했다.남지유는 재수 없다고 소리치며 급히 차를 세우고 내려 확인했다.그러나 이윽고 미니밴에서 열 댓 명의 사내들이 내리더니 이유도 말하지 않고 곧장 그녀를 자신들의 차에 싣고 훌쩍 떠나버렸다.남지유는 속으로 꽤 놀랐지만, 어떻게든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일면식도 없는 험상궂은 얼굴을 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남지유는 최대한 편안한 말투로 물었다.“뭐 하시는 거예요?”“저희는 그저 명령에 따라 행동할 입니다. 지정된 장소에 가게 되면 알게 되실 거에요.”한 명의 사내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신들은 법을 어겼으니 결과가 매우 심각할 거예요.”“법을 어겼다라...”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거야. 그러니 마음대로 입 놀리지 마.”남지유는 뭔가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리들은 목표가 정확하니 분명 그녀의 신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뭐 하는 거냐고요?”윤혁수가 젓가락을 집어 던지며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내 앞길을 망쳤잖아. 해외 본부로 가서 벌까지 받으라고 했으면서, 뭐 하는 거냐고?”윤혁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 KP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앞으로 그는 역할이 완전히 사라져 이쪽 일에 손을 댈 수 없게 된다.게다가 그는 KP의 내부 보안 요원들이 얼마나 흉악하고 잔인한지 알고 있다.그들은 명목상으로서는 KP 내부 보안 요원들이었지만, 사실상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악마와도 같았다.그들은 KP의 경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중대한 과실을 저지를 직원들을 벌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은 막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KP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혹은 갚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도 전담해서 맡고 있다.윤혁수는 예전 KP의 임원으로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막강한 무력 앞에서, KP에 돈을 빌린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이라도 결국에는 순순히 돈을 내놓고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그들의 수단이라면 사람들은 죽음을 맞지 않는다 해도 살가죽이 다 벗겨질 정도일 것이다.때문에 윤혁수는 이미 KP에서 쫓겨난 마당에 가만히 당할 수는 없다 싶어, 바로 건달들을 불러 이런 계획을 세웠다.그는 남지유를 납치해 돈을 조금 뜯어내 먼 곳에 있는 작은 나라에 가 이름을 숨기고 생활을 즐기려 했다.물론, 이민혁도 가만히 놔두지 않고 호되게 혼낼 예정이었다. 그를 죽여도 안될 건 없었다. 어차피 건달들이 책임을 다 질 테니 말이다.맹호파는 서경에서 가장 힘이 있고 큰 건달파였다. KP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이 무리의 망나니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합심해서 매 사람당 모두 돈을 빼앗기로 했다.그렇게 남지유는 이곳에 납치되어 온 것이었다.그녀는 분노하는 윤혁수와 옆에 있는 수많은 건달을 보고 하는 수 없이 굴복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
이민혁이 천천히 대답했다.“저예요, 무슨 일이죠?”“지금 북쪽 교외에 있는 청진 화학 공장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이민혁 씨가 필요한 일이 있어서요.”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단번에 남지유에게 일이 생겼다는 걸 알아채고 대답했다.“알겠어요, 곧 갈게요. 제가 처리하러 가기 전까지 기다려요.”말을 끝마치고, 그는 곧바로 집을 나가 운전해 떠났다.그 시각, 1호 별장 안.주동겸은 도우미에게 풍성하게 음식을 차릴 것을 지시했고 주윤학에게 말했다.“이민혁한테 오라고 해. 오늘 밤 술 한잔해야겠으니까.”주윤학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민혁네 집으로 향했다.한편 화학 공장 안, 남지유는 전화를 끊은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이민혁이 자신에게 일이 생긴 걸 눈치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그녀는 한 번도 이민혁이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민혁의 대답에서도 자신이 와서 처리하겠다는 의미가 똑똑히 보였으니 말이다.다만, 그녀는 이민혁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혼자가 아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기를 희망했다.그때, 장호가 윤혁수에게 물었다.“돈은 언제 들어와?”그러자 윤혁수는 남지유를 바라보았다.“언제 보낼 거야?”“아시잖습니까.”남지유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제가 KP의 돈을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해도, 2000억은 적지 않은 금액이잖아요. 그러니 저 외에도 다른 두 부사장님께서 사인해야 해요. 제일 빨라도 내일 오전이면 될 겁니다.”윤혁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장호에게 알려주려고 일부러 물은 것이었다.남지유에게 묻고 나서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장호를 바라보며 말했다.“형님, 저 여자는 어차피 저희 손에 있으니까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그러자 장호는 소고기를 샤부샤부에 데치며 피식 웃었다.“내가 걱정하는 것 같아? 서경은 내 구역이야. 네가 제 발로 나를 찾아왔으니 나는 너희가 누구든지 상관 안 해. 이 돈은 내가 꼭 받아낼 거거든. 그렇지 않으면 너넨 모두 죽게 될 거
윤혁수는 어리둥절해 한참이 지나서야 이민혁의 말뜻을 깨닫고 저도 모르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얼마 후, 윤혁수는 갑자기 흉악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야, 너 여기 앉아있는 분이 누구신지 알아? 맹호파 보스 장호 형님이야. 서경에서 제일 강한 파, 모두가 두려워하는 분이라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맹호파, 장호?”이민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들어본 적 없는데요.”그의 말에 윤혁수는 갑자기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 그러나 장호가 오히려 측은한 목소리로 말했다.“깡 있는 녀석이구나. 나 장호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니, 좀 알려줘야 하겠군.”그 장면을 목격한 남지유는 급히 외쳤다.“손대지 마세요, 돈만 요구하셨잖아요, 저희가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 저희를 다치게만 하지 말아주세요, 뭐든 다 상의할 수 있습니다!”“내가 할 일을 너희랑 상의를 해야 해?”장호는 차갑게 말했다.“너희 KP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봐? 여기는 서경이야, 내 구역이라고. 너네한테 돈은 있을 수 있지, 근데 그 목숨까지 있을지는 모르겠네.”그러자 이민혁이 장호를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아무 생각도 안 하기를 충고드려요. 그렇지 않으면 개미 한 마리를 짓밟듯이 짓밟아버릴 테니까요. 제 앞에서는 호랑이라 해도 얌전히 누워있어야 할 겁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결과가 매우 심각할 거예요.”그 말을 들은 남지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이민혁은 일을 할 때도, 말을 할 때도 늘 사리 분별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오히려 장호와 윤혁수를 도발하는 말을 하는지 그녀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직접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그의 말을 들은 장호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웃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20년이 지났지만,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조금 의외이긴 하네.”“지금 당장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더 의외인 일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그러자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이민혁은 피식 웃었다.“10분으로 합시다. 혹시 그 시간 내에 못 오면, 제가 직접 해결하도록 하죠.”장호는 계속해서 샤부샤부를 먹었다. 마치 이 일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서경 제일의 건달파, 지하세계의 , 20년 동안에 이곳에서 조직 생활을 한 그는 매우 자신이 있었다.하물며, 그는 현재 한 사람이 아니다. 전에 서경시의 지위가 높은 모 공무원이 그를 건드리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장호의 사람들로 인해 감쪽같이 수습되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제 누구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이번에 장호는 KP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 앞으로 그들이 굽신거리도록 만들 예정이었다.10분의 시간이 곧 다 되어가자, 주윤학이 평상복 차림으로 혼자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이민혁 씨, 괜찮으세요?”이민혁을 본 주윤학은 서둘러 물었다.그러자 그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시간 정말 잘 지키시네요.”주윤학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장호 등,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누가 우두머리야, 일어나서 말해봐.”장호는 소고기 한 점을 먹고는 차갑게 주윤학을 노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어디서 온 개자식이야, 이름 안 대?”“당신은 누구야? 장호 형님의 일을 너 같은 게 끼어들겠다고? 살고 싶지 않은가 보지?”윤혁수도 곁에서 함께 욕설을 날렸다.그러자 주윤학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누구인지는 곧 알게 될 거야.”그가 말을 끝마치자 밖에서 큰 사이렌 소리와 수많은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장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밖을 바라보아다.그때, 실탄으로 중무장한 특수부대가 안으로 돌격해 오더니 순식간에 공장 안의 사람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자세를 본 장호는 그제야 안색이 변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윤혁수도 어리둥절해지기 시작했다. 중무장한 100여 명의 특수부대에 비하면 장호의 부하들은 오합지졸에 지나지 않아 완전히 레벨이 달랐기 때문이다.게다가 들려오는 소리로 짐작해봤을 때, 밖
이민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윤혁수의 가슴을 발로 차버렸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윤혁수의 입에서 나온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그런 다음, 이민혁은 장호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차갑게 말했다.“당신들이 공모해서 남지유 씨를 납치했으면서, 나를 혼내겠다?”“모두 윤혁수의 생각입니다. 저는 그저 돈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저희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지 않습니까.”장호도 더이상 위풍당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럽게 얘기했다.이민혁은 장호를 들어 올려 그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당신이 누구든, 내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해. 건드리면 대가를 치러야지.”장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이민혁은 곧바로 그의 배를 주먹으로 내리쳤고 동시에 손을 놓았다.장호는 온몸에 고통이 밀려와 새우처럼 땅에 누워 몸을 웅크렸다. 입에서는 피가 계속 쏟아져나왔는데 심지어 내장 찌꺼기도 있는 것 같았다.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호가 더이상 살 희망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한편, 이 모든 만행을 목격한 주윤학은 시종일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이 모든 걸 끝마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전부 데려가, 관련 부문에 엄격히 조사하라고 해.”죽어가는 장호, 중상을 입은 윤혁수와 부하들은 모두 병아리처럼 쪼르르 들려 나가 차에 태워졌고 각자 가야 할 곳으로 향해졌다.주윤학은 이민혁에게 다가가 말했다.“이민혁 씨를 놀라게 했네요.”“괜찮습니다. 원래 저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건데, 그래도 와주시니 감사드립니다.”사실 이민혁에게는 남지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 건달들을 모두 해치울 능력이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하면 그 뒤에 발생할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까다롭게 된다.그래서 이민혁은 주윤학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가 손을 써주는 것을 동의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이 아주 쉽게 풀릴 테니 말이다.주윤학이 물었다.“작은 일이라 언급할 필요도 없어요. 이민혁 씨, 저희 아버지께서 아직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