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이민혁, 우리 소희를 왜 성추행한 거지?”장인어른의 추궁에 이민혁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소희가 한밤중에 술에 취해 옷까지 풀어 헤친 채 돌아와서 전 단지 침대에 눕히려고 방에 데려다줬을 뿐, 성추행이 웬 말이죠? 게다가 소희는 제 와이프인데 성추행이 성립된다고 생각합니까?”“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자의가 아니면 성폭행이야!”이민혁의 장인어른 유민상은 화가 나서 버럭 외쳤다.장모님 김옥란도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 오늘 당장 이혼하고 빈손으로 우리 집에서 나가!”눈살을 살짝 찌푸린 이민혁의 모습은 흡사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이때, 처제 유소영이 말했다.“엄마! 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때 형부가 백억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과연 평범하기 짝이 없던 집에서 십여 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자산이 몇천억이 넘는 가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형부의 노력 따위 벌써 잊은 거예요?”“그 입 다물어!”이민혁의 아내 유소희가 빽 하고 소리 질렀다.“물론 네 형부가 백억을 내놓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구한 날 빈둥거리기만 했어. 유씨 가문이 몇천억이 넘는 자산가로 거듭한 것도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데 네 형부랑 무슨 상관이지?”유소영이 반박하려는 순간, 유민상이 끼어들었다.“소영아, 그만해. 난 저 둘을 이혼시키기로 마음먹었어.”유소영은 이를 악물더니 결국 한숨만 내쉬었다.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유씨 가문에서 유소영을 제외한 사람에게 그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생각해 볼게요.”이 말을 끝으로 이민혁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선 이민혁의 등에 흉악한 모습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커다란 빨간색 용머리가 떡하니 나타났다.이는 문신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닌 반점이다. 물론 이민혁도 이 반점 덕분에 어느 날 신비한 힘을 얻게 되었다.그 후 이하늘이라는 가명으로 해외에서 혈투를 벌여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
이에 김현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군. KP 같은 세계적인 컨소시엄은 어디서든 화제를 일으키기 마련인데, 그것도 몰라요? 이렇게 무능력할 줄이야...”“모태 쓰레기라서 말해줘도 소용없을 거예요.”김옥란은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장인어른 유민상도 두 눈을 부라렸다.“먹고 자고를 제외하고 할 줄 아는 게 있기나 해? 괜히 여기서 망신당하지 말고 꺼져.”이민혁은 황당해서 되려 웃음이 났다. 나중에 그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이들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그나마 애초에 신분을 숨겼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이렇게 엉큼한 속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이때, 도우미들이 산해진미를 들고 와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곧이어 유민상이 말했다.“김 대표님, 같이 식사하시죠.”“좋아요.”김현욱이 천천히 일어서자 유소희가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네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식탁으로 다가가 차례로 앉았다.이민혁은 시간을 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아직 10시밖에 안 됐는데, 점심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 아닌가요?”“네가 뭘 알아? 김 대표님은 귀한 손님이시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접대해야지!”유민상이 호통쳤다.김옥란도 비꼬는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네가 낄 자리는 없어. 배고프면 주방에 가서 아무거나 주워 먹어.”유소희도 이민혁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 김현욱과 딱 붙어 앉았고, 이대로 얼싸 껴안는 건 아닌지 싶었다.이민혁은 속으로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이는 누가 봐도 그에게 망신을 줘서 결국은 수치심에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 빈털터리 신세로 쫓아내려는 심보였다.사실 홀몸으로 유씨 가문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다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떠보고 싶어서 느긋하게 말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으니까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그때 제가 드렸던 백억을 돌려주면 이혼할게요. 괜찮죠?”“장난해?”이 말을 듣자 김옥란이 발끈 화를 냈다.“우리 집에서 3년 동안 지내면서 넌 한 푼도 안
“뭐?”이민혁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본인이 먼저 부딪혀놓고 되레 무례하게 굴다니?남자가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어느 부서 소속이야? 이름이 뭐야?”“그쪽은 어느 부서 누군데?”이민혁이 싸늘하게 말했다.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말했다.“KP 컨소시엄 부대표 윤혁수라고 해. 당신 KP 직원 맞아?”“그렇다고 할 수 있지.”이민혁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윤혁수가 냉소를 지었다.“넌 해고야, 당장 꺼져.”이민혁은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났다. 이내 무심하게 되받아쳤다.“여긴 해고도 마음대로 하나?”“그래, 어쩔 건데? 내 말 한마디면 아무 때나 널 해고할 수 있어.”윤혁수가 경멸이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이민혁이 느긋하게 말했다.“당신이 그렇게 대단해?”“난 해외 본사에서 진무도 지사에 파견한 부대표이자 감사야. 여기 남 대표도 내 감시하에 일하는데 하물며 너 같은 놈은 더 말할 것도 없지.”윤혁수는 고개를 치켜들고 이민혁을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렸다.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때, 문을 열고 나온 남지유가 윤혁수를 발견하고 물었다.“무슨 일이죠?”“대표님, 이 자식이 저랑 부딪혔는데 사과 한마디 없네요. 이런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직원은 해고하기로 했어요.”윤혁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남지유가 문득 성큼성큼 걸어가 윤혁수의 뺨을 후려갈겼다.‘짝’하는 소리와 함께 윤혁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이게 뭐 하는 짓이죠?”윤혁수가 버럭 화를 냈다.남지유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해고니까 당장 짐 싸요!”“네?”윤혁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지유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진 대표님이 무슨 자격으로 날 해고하죠? 무려 본사에서 파견한 감사를?”“그래요?”남지유는 휴대폰을 꺼내 곧장 해외 본사에 연락했다. 잠시 후 윤혁수에게 건네주더니 버럭 외쳤다.“받아요!”윤혁수는 흠칫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휴대폰을 든 손까지 벌벌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남지유는 자
머뭇거리는 김현욱의 모습에 남지유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김 대표님, 잘 생각해 보세요. KP 컨소시엄의 관리 감독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소문나 있죠. 어딜 가나 필요한 일환이기에 대표님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저희도 마찬가지이죠. 정 안 되면 이쯤에서 투자 철회해도 돼요.”김현욱은 오만 가지 고민 끝에 결국 사인하기로 했다.이 천억은 그에게 너무 소중했다. 게다가 이렇게 거대한 컨소시엄에서 코딱지만 한 그의 그룹을 탐낼 일은 없을 테니까.“할게요!”김현욱은 결국 순순히 서명했다.남지유는 의자에 기대어 흔들거리며 미소를 지었다.남지유도 사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현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귀사에 투자금이 곧 입금될 테니까 나중에 확인해보세요.”김현욱은 잽싸게 남지유와 악수하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이내 남지유는 손을 빼내고 싱긋 웃었다.“그럼 배웅은 따로 하지 않을게요.”김현욱은 연신 굽신거리며 뒤돌아서 사무실을 나와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돌아갔다.남지유는 다시 의자에 앉아 냉소를 지었다.“멍청한 놈.”...저녁.명상을 마친 이민혁은 외식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을 지나쳤을 때 유민상과 김옥란, 유소희, 김현욱이 소파에 앉아 웃고 떠들고 있었다.이민혁은 그들을 흘긋 쳐다보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때, 유소희가 그를 불렀다.“이민혁.”“왜?”이민혁이 돌아섰다.유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현욱 씨가 KP 컨소시엄한테서 천억을 투자받기로 했어.”“나랑 무슨 상관인데?”이민혁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유소희가 활짝 웃었다.“HT 그룹은 곧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서 서경시 일류 기업이 될 거야.”“축하해.”이민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유소희는 발끈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자식!“현욱 씨가 오늘 밤 우리 집에 머문다고 하니까 나랑 한방 쓸 거야. 할 일 없으면 괜히 싸돌아다니지 마. 혹시 못 볼 거라도 볼지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