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거냐고요?”윤혁수가 젓가락을 집어 던지며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내 앞길을 망쳤잖아. 해외 본부로 가서 벌까지 받으라고 했으면서, 뭐 하는 거냐고?”윤혁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 KP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앞으로 그는 역할이 완전히 사라져 이쪽 일에 손을 댈 수 없게 된다.게다가 그는 KP의 내부 보안 요원들이 얼마나 흉악하고 잔인한지 알고 있다.그들은 명목상으로서는 KP 내부 보안 요원들이었지만, 사실상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악마와도 같았다.그들은 KP의 경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중대한 과실을 저지를 직원들을 벌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은 막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KP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혹은 갚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도 전담해서 맡고 있다.윤혁수는 예전 KP의 임원으로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막강한 무력 앞에서, KP에 돈을 빌린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이라도 결국에는 순순히 돈을 내놓고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그들의 수단이라면 사람들은 죽음을 맞지 않는다 해도 살가죽이 다 벗겨질 정도일 것이다.때문에 윤혁수는 이미 KP에서 쫓겨난 마당에 가만히 당할 수는 없다 싶어, 바로 건달들을 불러 이런 계획을 세웠다.그는 남지유를 납치해 돈을 조금 뜯어내 먼 곳에 있는 작은 나라에 가 이름을 숨기고 생활을 즐기려 했다.물론, 이민혁도 가만히 놔두지 않고 호되게 혼낼 예정이었다. 그를 죽여도 안될 건 없었다. 어차피 건달들이 책임을 다 질 테니 말이다.맹호파는 서경에서 가장 힘이 있고 큰 건달파였다. KP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이 무리의 망나니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합심해서 매 사람당 모두 돈을 빼앗기로 했다.그렇게 남지유는 이곳에 납치되어 온 것이었다.그녀는 분노하는 윤혁수와 옆에 있는 수많은 건달을 보고 하는 수 없이 굴복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
이민혁이 천천히 대답했다.“저예요, 무슨 일이죠?”“지금 북쪽 교외에 있는 청진 화학 공장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이민혁 씨가 필요한 일이 있어서요.”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단번에 남지유에게 일이 생겼다는 걸 알아채고 대답했다.“알겠어요, 곧 갈게요. 제가 처리하러 가기 전까지 기다려요.”말을 끝마치고, 그는 곧바로 집을 나가 운전해 떠났다.그 시각, 1호 별장 안.주동겸은 도우미에게 풍성하게 음식을 차릴 것을 지시했고 주윤학에게 말했다.“이민혁한테 오라고 해. 오늘 밤 술 한잔해야겠으니까.”주윤학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민혁네 집으로 향했다.한편 화학 공장 안, 남지유는 전화를 끊은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이민혁이 자신에게 일이 생긴 걸 눈치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그녀는 한 번도 이민혁이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민혁의 대답에서도 자신이 와서 처리하겠다는 의미가 똑똑히 보였으니 말이다.다만, 그녀는 이민혁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혼자가 아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기를 희망했다.그때, 장호가 윤혁수에게 물었다.“돈은 언제 들어와?”그러자 윤혁수는 남지유를 바라보았다.“언제 보낼 거야?”“아시잖습니까.”남지유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제가 KP의 돈을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해도, 2000억은 적지 않은 금액이잖아요. 그러니 저 외에도 다른 두 부사장님께서 사인해야 해요. 제일 빨라도 내일 오전이면 될 겁니다.”윤혁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장호에게 알려주려고 일부러 물은 것이었다.남지유에게 묻고 나서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장호를 바라보며 말했다.“형님, 저 여자는 어차피 저희 손에 있으니까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그러자 장호는 소고기를 샤부샤부에 데치며 피식 웃었다.“내가 걱정하는 것 같아? 서경은 내 구역이야. 네가 제 발로 나를 찾아왔으니 나는 너희가 누구든지 상관 안 해. 이 돈은 내가 꼭 받아낼 거거든. 그렇지 않으면 너넨 모두 죽게 될 거
윤혁수는 어리둥절해 한참이 지나서야 이민혁의 말뜻을 깨닫고 저도 모르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얼마 후, 윤혁수는 갑자기 흉악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야, 너 여기 앉아있는 분이 누구신지 알아? 맹호파 보스 장호 형님이야. 서경에서 제일 강한 파, 모두가 두려워하는 분이라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맹호파, 장호?”이민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들어본 적 없는데요.”그의 말에 윤혁수는 갑자기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 그러나 장호가 오히려 측은한 목소리로 말했다.“깡 있는 녀석이구나. 나 장호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니, 좀 알려줘야 하겠군.”그 장면을 목격한 남지유는 급히 외쳤다.“손대지 마세요, 돈만 요구하셨잖아요, 저희가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 저희를 다치게만 하지 말아주세요, 뭐든 다 상의할 수 있습니다!”“내가 할 일을 너희랑 상의를 해야 해?”장호는 차갑게 말했다.“너희 KP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봐? 여기는 서경이야, 내 구역이라고. 너네한테 돈은 있을 수 있지, 근데 그 목숨까지 있을지는 모르겠네.”그러자 이민혁이 장호를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아무 생각도 안 하기를 충고드려요. 그렇지 않으면 개미 한 마리를 짓밟듯이 짓밟아버릴 테니까요. 제 앞에서는 호랑이라 해도 얌전히 누워있어야 할 겁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결과가 매우 심각할 거예요.”그 말을 들은 남지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이민혁은 일을 할 때도, 말을 할 때도 늘 사리 분별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오히려 장호와 윤혁수를 도발하는 말을 하는지 그녀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직접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그의 말을 들은 장호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웃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20년이 지났지만,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조금 의외이긴 하네.”“지금 당장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더 의외인 일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그러자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이민혁은 피식 웃었다.“10분으로 합시다. 혹시 그 시간 내에 못 오면, 제가 직접 해결하도록 하죠.”장호는 계속해서 샤부샤부를 먹었다. 마치 이 일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서경 제일의 건달파, 지하세계의 , 20년 동안에 이곳에서 조직 생활을 한 그는 매우 자신이 있었다.하물며, 그는 현재 한 사람이 아니다. 전에 서경시의 지위가 높은 모 공무원이 그를 건드리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장호의 사람들로 인해 감쪽같이 수습되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제 누구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이번에 장호는 KP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 앞으로 그들이 굽신거리도록 만들 예정이었다.10분의 시간이 곧 다 되어가자, 주윤학이 평상복 차림으로 혼자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이민혁 씨, 괜찮으세요?”이민혁을 본 주윤학은 서둘러 물었다.그러자 그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시간 정말 잘 지키시네요.”주윤학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장호 등,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누가 우두머리야, 일어나서 말해봐.”장호는 소고기 한 점을 먹고는 차갑게 주윤학을 노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어디서 온 개자식이야, 이름 안 대?”“당신은 누구야? 장호 형님의 일을 너 같은 게 끼어들겠다고? 살고 싶지 않은가 보지?”윤혁수도 곁에서 함께 욕설을 날렸다.그러자 주윤학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누구인지는 곧 알게 될 거야.”그가 말을 끝마치자 밖에서 큰 사이렌 소리와 수많은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장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밖을 바라보아다.그때, 실탄으로 중무장한 특수부대가 안으로 돌격해 오더니 순식간에 공장 안의 사람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자세를 본 장호는 그제야 안색이 변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윤혁수도 어리둥절해지기 시작했다. 중무장한 100여 명의 특수부대에 비하면 장호의 부하들은 오합지졸에 지나지 않아 완전히 레벨이 달랐기 때문이다.게다가 들려오는 소리로 짐작해봤을 때, 밖
이민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윤혁수의 가슴을 발로 차버렸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윤혁수의 입에서 나온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그런 다음, 이민혁은 장호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차갑게 말했다.“당신들이 공모해서 남지유 씨를 납치했으면서, 나를 혼내겠다?”“모두 윤혁수의 생각입니다. 저는 그저 돈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저희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지 않습니까.”장호도 더이상 위풍당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럽게 얘기했다.이민혁은 장호를 들어 올려 그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당신이 누구든, 내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해. 건드리면 대가를 치러야지.”장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이민혁은 곧바로 그의 배를 주먹으로 내리쳤고 동시에 손을 놓았다.장호는 온몸에 고통이 밀려와 새우처럼 땅에 누워 몸을 웅크렸다. 입에서는 피가 계속 쏟아져나왔는데 심지어 내장 찌꺼기도 있는 것 같았다.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호가 더이상 살 희망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한편, 이 모든 만행을 목격한 주윤학은 시종일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이 모든 걸 끝마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전부 데려가, 관련 부문에 엄격히 조사하라고 해.”죽어가는 장호, 중상을 입은 윤혁수와 부하들은 모두 병아리처럼 쪼르르 들려 나가 차에 태워졌고 각자 가야 할 곳으로 향해졌다.주윤학은 이민혁에게 다가가 말했다.“이민혁 씨를 놀라게 했네요.”“괜찮습니다. 원래 저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건데, 그래도 와주시니 감사드립니다.”사실 이민혁에게는 남지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 건달들을 모두 해치울 능력이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하면 그 뒤에 발생할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까다롭게 된다.그래서 이민혁은 주윤학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가 손을 써주는 것을 동의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이 아주 쉽게 풀릴 테니 말이다.주윤학이 물었다.“작은 일이라 언급할 필요도 없어요. 이민혁 씨, 저희 아버지께서 아직
이민혁은 민준을 아래 우로 스윽 훑어보았다.‘민 씨라, 아까 장호 입에서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들어가 봐도 될까요?”민준은 예의 있게 물었다.그러자 이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아 남지유를 힐끗 쳐다보았다. 남지유는 소파에 앉은 채 다리에 담요를 덮고 있었다.이윽고 그는 살짝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들어오세요.”민준은 천천히 거실로 들어와 소파의 한구석에 앉았다. 이민혁은 남지유의 곁에 앉아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다.“무슨 할 말이 있으세요?”민준은 이민혁을 보며 느릿느릿 대답했다.“장호 씨가 죽었습니다.”“아,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은 거죠.”이민혁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이 말했다.그러자 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저희 민씨 집안은 조선 시대 때부터 표국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리고 독립해방 후에 완전히 상업적인 단체로 바뀌었죠. 하지만 무술을 익히는 것은 한 번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는 수백 년 동안 뛰어난 기질을 보여왔죠.”“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이민혁이 무뚝뚝하게 물었다.그러나 민준은 그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할 말을 이어나갔다.“저희 같은 세가 사람들은 재능을 숨기고 비밀리에 활동합니다. 그러나 누구든지를 막론하고 저희의 체면을 봐줬었죠. 그런데 오늘, 저희 사람이 누군가에게 맞아 죽었습니다.”“인제 보니, 장호라는 사람을 말하는 거군요.”이민혁이 담담하게 대답하자 민준이 말을 이어갔다.“장호 씨는 저희 아버지의 제자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민씨 가문을 위해 많은 공을 세우기도 했고요. 그런 그가 죽었으니 저희는 어떻게든 물어보러 왔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에게 인계하기 어려우니까요.”“민씨 가문 실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장호 씨 같은 건달 인재도 배출하는 걸 보면 말이죠. 이거 정말 실례했습니다.”그러자 민준이 또 눈썹을 찌푸리며 천천히 말했다.“장호 씨가 뭘 했는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우리 민씨 가문 사람이었다는 건 알고 있죠. 그가 죽었으니
“같이 가달라고요?”“네. 제가 조금 무서워서요.”이민혁은 몰래 한숨을 내뱉었다.‘이 여자들, 미치겠네. 척하는 건가?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무섭다고? 어젯밤 그렇게 많은 건달들 사이에서도 침착하던 여자가?’그러나 남지유의 가련한듯한 모습에 이민혁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환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밤에 데리러 올게요. 죄송하지만 오늘 제 운전기사와 보디가드가 되어주세요, 그럼 이만!”그녀는 이렇게 말을 끝마친 뒤 이민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집 밖을 나섰다.이민혁은 고개를 젓더니 곧바로 샌트럴공원에 무술을 연마하러 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다. 남지유가 돌아왔을 때, 이민혁은 이미 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조금만 기다리세요, 대표님.”남지유는 곧장 2층으로 달려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드레스를 갈아입고 내려왔다.드레스는 V넥으로 보일 듯 말 듯했고, 가슴 앞에는 진주 목걸이, 긴 드레스가 발까지 가려 성숙한 매력이 돋보였다.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주 괜찮네요.”그의 칭찬을 받은 남지유는 마치 어린아이같이 기뻐하며 이민혁에게 다가가 팔을 잡았다.“이만 가요.”그러나 그때 이민혁이 말을 꺼냈다.“됐어요, 지난번 결혼식에서 지유 씨가 그 난리를 쳐서 지금 제가 유명해진 셈인데, 그런 곳에 가면 아마 평온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그럼 어떡해요?”남지유는 이 점까지 고려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민혁은 KP인터내셔널 대표의 신분으로 어디를 가든 이목을 끌 것이다. 이민혁에 대한 그녀의 이해에 따르면, 그는 절대 이런 것을 바랄 사람이 아니었다.그때, 이민혁이 천천히 숨을 내쉬자 얼굴에 은빛이 옅게 나타났다. 잠시 후 은빛이 흩어지자 그의 얼굴은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이 사람은 이민혁과 1/3 정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남지유는 깜짝 놀라 입을 막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민혁을 바라보았다.“긴장하지 마요, 정
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 이곳과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의 말도 확실히 심하긴 했다.이민혁은 남지유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해달라 하려고 했지만 하필이면 이때 남지유가 남자 1명, 여자 1명을 따라 2층으로 일을 상의하러 가는 게 보였다.하는 수 없이 이민혁은 남자에게 말했다.“저는 남 대표님의 운전기사입니다.”“누구 운전기사가 됐든, 여기서는 이런 무례한 옷차림은 허용되지 않으니 당장 나가.”“그쪽은 또 누구신데요?”“나?”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기억해, 내 이름은 엄빈, 이곳 주인이야. 여기는 상류 인사들만 들어올 수 있으니 운전기사는 운전기사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바로 그때, 정장을 입은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뒤에 마찬가지로 정장 차림을 한두 명의 예쁜 여자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들은 손에 흰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매우 깔끔해 보였다.이민혁은 그 두 여자가 약간의 무술을 익힌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챘다.다만 그의 눈에 그들은 그저 유치원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 남자도 뭔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리 많은 걸 갖고 있지는 않아 보였다.남자가 다가오자 엄빈은 즉시 마중 나가 허리를 굽혀 공손히 맞이했다.“진 형님, 오셨습니까?”진 형님이라 불리는 그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한 보배는 왔어? 나를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될 거야.”“걱정하지 마세요, 그 유 대사님께서 진짜 보배라고 하셨습니다.”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민혁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떻게 아무나 여기에 들여?”“누구의 운전기사인지 모르겠습니다. 몰래 들어와서 음식을 훔쳐먹으려 했을 겁니다. 제가 바로 내보내겠습니다.”남자는 콧방귀를 뀌더니 이민혁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이민혁은 속으로 웃었다.‘어젯밤에 금방 민준이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오늘은 큰 형님이라. 참 웃기는군.’그러던 그때, 한 50대 가까이 되어 보이는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