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네요. 이런 보물이 있다니 정말 눈이 번쩍 뜨이네요.”순간, 온 사방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이 물건은 이민혁의 관심도 성공적으로 끌었는데, 그는 음식을 버리고 강한 정신력을 사용하여 탐사해보기 시작했다.민진과 여러 사람들은 저마다 굳은 표정으로 이 향로를 이리저리 보며 위에서 전해지는 은은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느꼈다.한참 후, 민진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류 대사님, 이 물건은 어떻게 파실 예정입니까?”“경매로 하죠. 들은 바로는 이 클럽이 서경에서 아주 좋은 경매장이라고 하던데.”“맞습니다. 경매로 하실 거면 제게 맡겨주시면 됩니다.”엄빈이 대답했다.“얼마부터 시작하나요?”민진이 물었다.류 대사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을 꺼냈다.“솔직히 말해서, 이 물건은 저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단연 최고급 보물이니 100억부터 시작할까 합니다.”열 댓 명의 부유한 상인들은 가격을 듣자마자 경매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다.어쨌든 이 물건은 류 대사의 말로만 설명됐을 뿐이고, 실제로 그가 말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본 류 대사는 담담하게 말했다.“이 효과를 여러분들이 믿지 않는다면 가격을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곳에 가면 팔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 류모 씨는 이런 거짓말을 할 정도는 아닙니다.”“류 대사님 말씀도 맞습니다.”엄빈이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류 대사님은 다른 도시에서도 명망이 높으신 분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그러자 민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시작합시다.”엄빈이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한번 치자, 즉시 비키니를 입은 예쁜 여자 두 명이 와서 상자를 안고 홀 안에 있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그리고 매화가 그려진 단아한 원피스 차림의 중년 여자가 흰 장갑을 끼고 무대 뒤에서 나타나며 사람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이곳의 경매사 동정숙이라고 합니다.
값을 부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민혁에게로 향했다.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이민혁의 말은 심각한 비난이었으며 후과는 틀림없이 엄중할 것이다.만일 자신의 발언에 이민혁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그 아랫사람이 해야 할 것이었다.사실 이민혁은 이 물건이 매우 필요했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간절하게 이 물건을 기다려 온 사람이기도 했다.하여 그는 처음 이 향로가 등장한 순간부터 엄청난 집중력으로 진품인지를 검사했다.그러나 일련의 검사를 거쳐 가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는 크게 실망했다.사람들이 이까짓 가품을 위해 피 터지는 가격 경쟁을 하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뜻밖에도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이렇게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하지만 조금 성가실 뿐 두려워할 일은 아니었다. 가품을 파는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자신을 추궁하겠는가.이민혁이 느린 걸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섰다. 유 대사를 한번 힐끗 봐주고는 말했다.“실례지만 대사님, 혹시 어디 사시는지요?”“군자는 어디를 가든 이름을 숨기지 않지요. 성은 유 씨에 이름은 유월이고 집은 숙성 주란 시에 있습니다.” 유진월이 오만한 표정으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꽤 유명한 인물인 듯하군요.”“당연하죠.” 엄빈이 불쾌한 표정으로 이민혁을 훑으며 차갑게 대답했다. “유 대사의 이름은 숙성의 사람이라면 모르면 간첩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지금 감히 유 대사가 가짜를 판다고 중상모략하다니. 하나하나 그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오늘 성한 몸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이민혁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유 대사와 관계가 깊은가 봅니다.”“물론이죠. 이미 여러 번 협업한 사이이고, 한 번도 문제 생긴 적 없습니다. 유 대사의 신용은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엄빈이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이민혁이 사람들의 표정을 훑었다. “모두 서로 구면이군요?”“맞습니다. 유 대사의 신용은 이곳에서 보장되어 있습니다.” 한 터줏대감이
“너 이 자식, 감히 내 법기를 망가뜨려? 정녕 죽고 싶은 게냐?” 유진월이 대노하며 호통 치자 두루마기 위로 검은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다른 사람들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전설 속의 법기를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간땡이가 부었구나, 아주.'유 대사가 누구인가. 그는 숙성에서 가장 유명한 수행자이다. 이민혁의 목숨은 오늘부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모두가 이민혁의 배짱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을 때, 그가 픽 웃으며 말했다. “눈 크게 뜨고 보세요. 여러분.”그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빛을 잃은 부서진 향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이민혁이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이 향로는 그저 오래된 물건일 뿐입니다. 중심에 사향 한 조각을 놓고 법력으로 봉인만 하면 빛과 향기를 방출하게 하여 법기의 허상을 만들 수 있지요. 이 빛과 향은 3개월만 지나면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뻔한 수단으로 여기 계신 사회 엘리트들과 유 대사마저 속이다니. 다들 수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가 봅니다.”이민혁의 말에 뭇사람들이 모두 당황했다. 그들은 그제야 깨진 향로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엘리트들답게 이곳 사람들은 모두 견식이 있었고 부서진 부분을 확인하였을 때 이것이 새로운 물건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안에 놓인 것도 확실히 사향이었다. 다만 상등품 사향이긴 했다.그러나 사향이 아무리 상등품이라 하더라도 이 향로는 결코 법기가 아니었다. 이 물건의 원가는 기껏해야 200만 원어치 정도였다.그러나 그들은 표면적인 허상에 현혹되어 가품을 진짜로 믿었다.믿을 수 없는 사실에 사람들이 할 말을 잃고 묵묵히 유진월을 바라보았다.유진월도 이제야 확실히 이 물건이 가품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식은땀을 흘렸다.이민혁이 웃으며 물었다. “유 대사님, 해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그게...” 유진월이 말을 잇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엄빈이 상황의 흐름이 심상치 않자,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이 개인 클럽의 이미지는
유진월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이민혁 님, 늙은이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그래요. 님이라니 이만하고 용서해 주시오.” 옆에서 엄빈이 거들어 주었다.이민혁의 어두운 낯빛으로 엄빈에게 말했다. “용서해 주라니. 아까 저한테 이런 태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엄빈의 안색이 순식간에 흉측해졌다. 그러나 그의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는 않았다.유진월이 이민혁을 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대단한 분을 알아보지 못한 잘못입니다. 20억을 배상금으로 바쳐서라도 사과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이민혁이 살짝 웃었다. 그는 이런 작은 일로 유진월을 핍박할 생각은 없었다.그러나 20억이라면 그는 웃으며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아까 그들의 태도는 무척이나 무례했으므로 봐줄 생각은 없었다.이민혁이 민진이 사용했던 찻잔에서 찻물을 손가락에 묻혀 테이블에 계좌번호를 적으며 대답했다. “그럼, 거절하지 않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붙잡기도 전에 훌쩍 떠나버렸다.유진월이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며 묵묵히 계좌번호를 종이에 적으며 혼잣말했다. “젠장. 장거성, 날 이렇게 엿 먹이다니. 이 공도는 반드시 되찾고 말겠어.”말을 마치고 그는 즉시 이민혁의 계좌에 돈을 넣었다. 그리고 엄빈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엄 사장님. 제가 장거성을 처리하게 되면 꼭 돌아와 서경의 친구에게 알릴 테니 안심하세요.”엄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유진월은 분개하며 떠났다. 이번 일로 유진월은 잃은 게 너무 많았다.유진월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지유가 2층에서 내려와 홀에 왔다.남지유가 텅 빈 홀을 보고 물었다. “엄 사장님, 오늘 경매가 있다고 들었는데 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이미 끝났어요.” 엄빈이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남지유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저도 이만 갈게요.”말을 마치고 남지유는 곧장 떠났다.그녀가 밖에 나왔을 때 이민혁은 이미 차 안에서 기다리
한밤중에 맨발에 잠옷 하나만 걸친 채, 잠옷 위에는 얼룩이 가득하다. 누구든 이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여자애는 눈물을 흘리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남지유는 곁에서 끊임없이 위로하며 사실을 말하도록 타이르고 있었고 이민혁은 옆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애가 드디어 조금 안정되었다.남지유는 여자애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세수도 시키고 다시 거실로 왔다.깔끔히 단장된 여자애는 예뻐 보였는데 어떤 험한 일을 당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남지유는 라면을 끓여주고 인내심 있게 위로하고 도와주었다.마침내 라면을 다 먹은 후에야 아이는 사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여자아이의 이름은 송연이었고, 시골 사람이었으며 그의 남자친구는 서경에서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그리고 그녀도 남자친구를 따라 서경에 왔고 아르바이트하며 남자친구가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찾은 후에는 남자친구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욕설부터 시작하여 손을 드는 일도 잦아졌다고 한다.그리고 오늘 밤,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고 매를 들더니 집 밖으로 내쫓았다고 한다.그녀는 갈 곳 없이 길거리에서 방황하다 두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여자애의 말을 듣고 남지유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이 있다니. 짐승보다 못한 놈. 사람이라고 하기도 아까운 자식.'“걱정하지 마. 이제 여기서 살아. 내가 일 찾아줄 테니까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런 짐승만도 못한 놈은 눈물 흘려주는 것도 아까우니까.” 남지유가 위로해 주었다.송연이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남지유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이민혁도 옆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보다 못한 자식 같으니.“그 사람한테서 돈이라도 받아낼까? 뒷바라지하느라 몇 년 동안 적지 않게 썼을 것 같은데.” 이민혁이 물었다.여자애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저는 더 이상 그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도 관계를 맺
송연이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한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지유 언니랑 부부 사이예요?”“아니.” 이민혁이 일어나 앉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사이예요?”“동료.”송연이 이 말을 듣고 바로 침대 옆에 와 앉았다. 비스듬히 앉은 몸 위로 하얗고 풍만한 가슴과 매끄러운 긴 다리가 드러났다.“오빠, 정말로 고마운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송연이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측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송연에 이민혁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실에 가서 해. 여긴 불편하니까.”이때 송연이 더 가까이 다가와 거의 이민혁의 몸에 붙어있다시피 했다. 그녀는 애교 섞인 말투로 교태를 부렸다. “오빠, 저 너무 슬퍼요. 위로해 주세요.”깊은 밤, 예쁜 자태로 교태를 부리는 여자란 남자에게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그러나 이때 이민혁은 이미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그는 즉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밖에 나가서 말해.”송연이 이민혁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이를 악물며 이민혁을 향해 덮쳐들었다. 그녀는 이민혁을 꼭 안았다.이민혁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송연을 밀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그러나 이때 송연은 이민혁을 힘껏 껴안은 상태였고 끊임없이 그의 잠옷을 찢으며 젖히고 있었다. 이민혁이 화가 나 힘껏 송연을 밀어냈고 송연은 땅에 엉덩방아를 찧었다.이민혁은 바로 거실로 나와 불을 켰다.뒤이어 송연이 따라 나왔다. 그러나 이미 자기 잠옷마저 가차 없이 찢은 상태였다. 그녀는 속살을 드러내고 울부짖으며 별장을 뛰쳐나갔다.이민혁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이가 없어 그대로 벙쪘다.이때 남지유가 기척을 느끼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게슴츠레 뜬 눈이 찢어진 잠옷을 보고 휘둥그레졌다. “옷차림이 왜 그래요?”“저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요.” 이민혁이 대답했다.남지유가 급히 이민혁을 끌고 앉아 진정하도록 했다. 이민혁이 생각을 정리한 후에 일이
남지유가 몸을 옆으로 돌려 비켜주었고 장정훈은 경찰관과 송연을 데리고 객실로 들어갔다. 남지유가 차가운 눈빛으로 송연을 노려보았다.송연은 가련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장정훈이 이민혁 앞에 서서 물었다. “당신이 이민혁입니까?”“네. 그렇습니다.” 이민혁이 대답했다.장정훈이 냉랭하게 말했다. “여기 이 여성분이 당신 집에서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하셔서, 이민혁 씨는 지금 바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에 협조하셔야 합니다.”“네. 협조하죠. 우선 옷부터 갈아입을게요.” 이민혁이 대답했다.장정훈이 이민혁의 엉망이 된 잠옷을 보며 말했다. “갈아입는 것은 허락하나 이 옷은 우리가 증거물로 가져가야겠습니다.”“그러세요.” 이민혁이 몸을 일으켜 자기 침실로 향했다. 장정훈이 눈짓하니 경찰관 한 명이 침실로 따라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혁은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잠옷은 이미 경찰관에 의해 큰 지퍼백에 담겨 있었다.“갑시다.” 장정훈이 바로 이민혁을 데려가려 하자 남지유가 당황하며 말렸다. “안 돼요. 갑자기 이렇게 데려가면 어떡해요?”웃긴 일이었다. 이민혁은 애초에 그녀가 감싸고 돌 인물이 아니었다. 물론 그건 남지유가 제일 잘 알고 있을 사실이다.이민혁이 정말 여자가 필요했다면 남지유 하나로 충분할 것인데 강간이 웬 말인 것인가.장정훈이 말했다. “아가씨, 경찰관의 업무를 방해하면 안 됩니다.”“저는 KP 인터내셔널 진무도 본부의 대표 남지유입니다.” 남지유가 높은 소리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장정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KP의 명성은 저도 알고 있으나. 신분이 어떻든지를 막론하고 우리는 법에 따라 사건을 조사할 의무가 있습니다. 방해하지 마세요.”“안 돼요. 절대 못 데려가요. 그럼 당신 상사한테 연락할 거예요.” 남지유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소리쳤다.장정훈도 화가 나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당신이 누구에게 연락하든 신고가 접수되면 우리는 조사해야 합니다. 업무를 방해하면 당신도 함께 데려갈 수가 있어요
“네.”KP의 능력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진무도 본사만으로도 가장 잘나가는 쇼츠 매체 하나를 인수할 수 있었다.거기에 해외 본부의 자금과 역량까지 포함한다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그 어떤 회사도 KP와 견줄 수 없었다. 남지요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으므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남지유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자체 미디어를 제작하는 운영자들에게 경고하세요. KP에 관한 말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들을 영원히 인터넷에서 볼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네.”“그리고 정보부.”“네.” 정보부 주임이 일어나 대답했다.남지유가 차갑게 말했다. “즉시 대량의 마케팅 알바를 고용해서 수시로 여론에 반격할 준비를 하세요. KP에 불리한 그 어떤 여론도 놓치지 말고 삭제하고, 삭제할 수 없는 것은 여론몰이로 밀어붙이세요.”“네.”“자. 모든 직원분, 즉시 움직입시다.” 남지유가 카리스마 있게 소리쳤다.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자기 위치로 달려갔다.남지유는 의자에 기대앉아 길게 숨을 내쉬었다.여론은 이제 아마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미 알바까지 고용해 이중보험을 들었고 감히 KP에 도전장을 내미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니.그러나 그렇다고 대표를 경찰서에 두고 있을 수는 없다.남지유가 깊은 사색에 잠겼다가 비서에게 말했다. “국회의원 장보성 씨에게 연락해 주세요. 전화해 봐야겠어요.”“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비서는 곧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한밤중에 이런 인물과 연락하는 것은 매우 예의 없는 일이었지만 남지유는 그것마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30분여 뒤 비서가 전화를 들고 와 건넸다.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경찰서에서.이민혁은 심문실로 끌려와 두 손이 수갑에 채워진 채로 특수 제작된 의자에 앉았다.장정훈이 두 명의 경찰관을 데리고 심문을 시작했다. “이름이 뭡니까?””이민혁입니다.”“직업은요.”“무직입니다.”장정훈이 이민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무직이라니. KP 사람 아닙니까?”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