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잊지 못할 예물을 줘야겠네요.”

“그래야죠. 그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남지유는 천천히 말했다.

이민혁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일찍 쉬세요. 내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혼자 갈게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이민혁은 몸을 일으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남지유는 이민혁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녀가 이렇게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모욕감을 느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수천 배로 갚았을 것이다. 이민혁이 인자한 사람일지는 몰라도 그녀는 결코 인자한 사람이 아니었다. 적을 대할 때, 그녀는 지금까지 봐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

다음 날.

10시가 넘었을 때, 이민혁은 빨리 준비하고 별장에서 나와 차를 끌고 남해 리조트 섬으로 향했다.

오늘은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이다.

그러던 중 군번을 단 오프로드 차량이 1호 별장 앞에 도착했다.

몸집이 큰 중년 남자가 뒷좌석에서 내렸다.

그는 편한 옷차림이었지만 단단한 몸매는 한눈에 봐도 군인임을 알 수 있었다.

중년 남자가 다가가 초인종을 누르자 주아름은 문을 열고 반겨주었다.

“아빠,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그래, 네 할아버지는?”

남자가 물었다.

주아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어요, 정말 그 사기꾼한테 홀렸다니깐요.”

“할아버지 건강은 어때?”

남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주아름은 바로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상경에서 보내온 신약을 드셔서 지금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어제 우리 연구소에서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신체 지표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결과를 받았어요.”

“그럼 됐어, 내가 먼저 가서 그 사기꾼을 좀 만나봐야겠어, 주씨 가문의 명예는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남자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주아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그 사기꾼은 혼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또 누군가가 할아버지를 속이려고 들 거예요.”

그러자 남자가 돌아서서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그 사기꾼한테 연락하세요. 내가 좀 보잔다고.”

“네.”

운전기사가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혼식에 참석하러 남해 리조트 섬에 갔다고 합니다. 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오라고...”

“건방진 놈.”

남자는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이 주윤학 앞에서 감히 장난을 쳐? 참 잘못된 선택을 했군. 남해 리조트 섬으로 가.”

주윤학이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는 즉시 차를 몰고 목적지를 향해 갔다.

주아름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했다.

“사기꾼 새끼, 너 이제 좀 고생할 거다. 딱 기다려.”

그녀는 별장으로 돌아와 주동겸의 방 앞에서 잠시 서 있다가 방문을 두드렸다.

“할아버지, 운동하셔야 해요. 오늘 아직 집 밖에 안 나가셨어요.”

방안은 아무런 기척도 없어 주아름은 몇 번이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주동겸의 건강은 좋아졌지만 그래도 운동은 빼놓을 수 없었다.

마침내 30분 후, 주동겸은 방문을 열었고, 귀찮다는 듯이 주아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귀찮게 할래? 나한테도 자유가 있다고.”

“할아버지, 다 할아버지 건강을 위한 것이니 이렇게 고집부리시면 안 돼요.”

주아름이 말했다.

주동겸은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네 잔소리는 지금 내 화만 돋구고 있을 뿐이라고.”

“할아버지,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세요?”

주아름은 억울해하면서 말했다.

“상경에서 할아버지를 관심해주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할아버지를 살뜰히 돌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할아버지 건강이 호전될 수 있었겠어요?”

주동겸은 투덜거렸다.

“정말 너희들 덕분인 줄 알아? 잘난 척은.”

“그렇지 않으면요?”

주아름도 화가 났다.

“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건 잘 아실 거예요. 지금 약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것도 아실 테고요. 상경에서 신약을 보내지 않았다면 며칠 더 살 수 있었을까요? 제가 학업까지 포기하고 집에서 할아버지를 돌봐드렸는데, 정말 아무 소용도 없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주아름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주아름은 주동겸이 지금 정말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그를 오랫동안 보살펴 준 것이 모두 헛수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기꾼의 몇 마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때문에 쩔쩔매서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무슨 진용결을 수련하기나 하고, 그녀는 생각할수록 슬퍼서 끝내 참지 못하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런 손녀의 모습을 본 주동겸은 한숨을 내쉬며 방안으로 돌아와 신발장에서 신약을 꺼내 주아름에게 던졌다.

주아름의 발밑에 신약이 떨어지자 주동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봐라, 이것이 바로 네가 말하는 신약의 힘이야.”

주아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물을 닦고 멍하니 주동겸을 바라보았다.

주동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었고, 주아름은 천천히 신약이 담긴 약통을 주워 열어보았다.

안에 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먹은 흔적이 아예 없었다.

“할아버지, 이게 무슨 일이에요?”

주아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주동겸이 말했다.

“끝없이 먹는 약이 싫증이 나서 한 알도 안 먹었어.”

“그럼...?”

주아름이 물었다.

“그럼... 몸은 어떻게...?”

주동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아직도 모르겠어? 내 건강검진 진단서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주아름이 말했다.

“몸의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고 폐부전까지 나아지고 있다고...”

“그럼 아직도 이게 신약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주동겸이 물었다.

파당.

주아름이 들고 있던 신약은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동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잘난 체하면서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안타깝게도 세상은 넓고 별난 것도 많아, 우리 한국에도 별의별 사람들이 많아졌지. 너희들은 언제, 마음이 좀 넓어질 수 있겠니, 늘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보지 말란 말이야.”

주아름은 한참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설마 저놈이 가르쳐 준 공법으로 몸이 좋아지신 건 아니죠?”

“아니면?”

주동겸이 말했다.

주아름은 완전히 말문이 막혔고, 그녀는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주동겸이 신약을 전혀 먹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이 기적적으로 좋아진 사실에 또 믿음이 갔다.

이때 그녀의 내면적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고 주동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아빠가 방금 돌아오셨어요.”

“자리나 지키고 있을 것이지, 왜 왔대?”

주동겸은 불만을 토로했다.

주아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사실을 토로했다.

“아빠가 그 이민혁 씨를 찾아가서 담판을 짓겠대요.”

“뭐라고?”

주동겸은 일시에 크게 노하여 호통쳤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주아름은 급히 해면했다.

“할아버지,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이민혁이 사기꾼인 줄 알고, 제 가문의 명성을 빌려서 남한테 말할 수 없는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까 봐 아빠한테 돌아오시라고 했어요.”

“개자식.”

주동겸은 노발대발했다.

“당장 네 아버지를 가서 끌고 와, 너희 둘은 이민혁한테 직접 사과하고, 만약 그의 용서를 얻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주씨 가문에서 나가야 할 거야. 난 너희 같은 자손 둔 적 없어.”

말하는 동안 주동겸은 화가 나서 심하게 기침을 했다.

주아름은 깜짝 놀라 주동겸을 부축하며 말했다.

“갈 테니까 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빨리 안 가?!”

주동겸이 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주아름은 감히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아주머니를 불러 주동겸을 돌보게 하고 차를 몰아 남해 리조트 섬으로 향했다.

차에서 그녀는 즉시 주윤학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