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421 - Chapter 430

693 Chapters

제421화 선을 넘는 행동

“알면 됐어요.”배인호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은행 계좌로 돈 보냈어요. 난 그만할 겁니다.”최소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돈을 받았다. 배인호는 바로 거실 밖으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옆에서 지켜보던 노성민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최소연의 시선이 그로 향하자 시선을 피하며 주방으로 갔다.정아의 행복을 위해 나는 결국 몸을 일으켰다. 거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배인호를 찾아갔다. 그는 심플한 블랙 반팔 티를 입고 있었다. 너무 마르지도 두껍지도 않은 탄탄한 팔 근육 라인이 보기 좋게 드러나 있었다. 그는 점점 더 담배에 중독되어 가는지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웠다.내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배인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겼다.나는 계속 그를 따라갔다.“너 담배 냄새 안 좋아하잖아?”그는 내가 따라오는 것을 느끼고서는 놀라며 물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은 조금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물어볼 게 있어서요. 노성민하고 최소연 사이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알죠?”배인호는 그 말을 듣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 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담배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껐다.“낌새가 조금 이상한 정도. 왜?”“두 사람 어디까지 갔어요?”나는 계속 추궁했다.“내가 말했잖아.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두 사람이 어디까지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배인호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허지영, 좀 부드러운 태도로 말할 순 없어?”정아 부부의 행복에 관한 문제라 조급한 마음에 내 말투가 별로 좋지 않았나 보다.배인호가 알려주니 나도 그제야 알아차렸다.“미안해요. 내가 너무 급했네요.”나는 말투를 조금 바꾸며 다시 말했다.“지금 성민 씨하고 인호 씨가 함께 파트너로 일하고 있잖아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을 테니 물어본 거예요.”배인호는 퍽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분명 이미 서른이 넘은 남자인데 얼굴에 주름 하나 없었다. 오히려 나이가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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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저 남자분 와이프에요?

그래도 양심은 남아 있는지 예전에 자기가 한 일부 행동들이 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나는 지나간 일에 더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그에게 기한을 정해주었다.“제일 늦어도 3일 이내에 최소연에 관한 정보를 봐야겠어요.”“내일 줄게.”배인호의 속도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좋아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들어갈게요. 핸드폰으로 보내주면 돼요.”“알겠어. 나도 요구 조건 생각나면 연락할 테니까 내 전화 거절하지 마. 못 본 척도 하지 말고.”배인호는 나에 대한 불신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알겠어요.”나는 말을 마치고 들어갔다. 노성민은 이때 주방에서 그릇을 나르고 있었다. 정아와 결혼한 뒤 그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요리를 연습했다. 오늘 점심도 그가 직접 요리했다. 최소연도 어느 순간 주방에서 돕고 있었다. 그녀는 생선찜 한 접시를 테이블에 가져다 놓더니 노성민에게 말했다.“노 대표님, 여기에 파채를 얹으면 플레이팅이 더 예쁠 것 같아요.”“나도 알아요. 근데 시간이 늦어서 하지 못했네요. 이대로 먹죠.”노성민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왜 날 안 불렀어요? 나도 음식 잘하는데. 내가 도울게요.”최소연은 말하면서 주방으로 가서 파채를 썰려고 했다. 그녀는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뒤 앞치마를 가져와서 입으려 했다.두 개의 앞치마는 커플 아이템일 것이다. 비록 정아는 요리를 잘하지 못했지만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건 문제가 없었다.나는 얼른 달려가서 최소연이 손에 든 앞치마를 뺏어 들었다.“내가 할게요. 손님인데 가서 앉아 있어요.”“저... 지영 씨도 손님 아니세요?”최소연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난 이 집 주인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성민 씨하고도 잘 아는 사이인데 손님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내가 할게요.”나는 냉랭하게 대답했다.노성민도 그제야 알아차린 듯 상황을 정리했다.“그렇게 해요, 지영 씨한테 부탁하면 돼요. 소연 씨는 가서 앉아 있어요.”최소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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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이혼해

“아닌 척할 필요 없어요.”나는 일부러 배인호에게 말했다.“난 그냥 왜 당신이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배인호는 침착하게 대답했다.“난 단지 네가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알겠어요.”나는 더 따지고 싶지 않았다. 만약 배인호가 일부러 그렇게 한 거라고 말한다면 도리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돌아오는 길에 배인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민설아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는 이어폰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가 내게도 또렷하게 들렸다.“인호 씨, 성민 씨네 집에 있어요?”부드러운 민설아의 목소리가 들렸다.“어, 무슨 일이야?”배인호의 태도는 말로 표현할 순 없었지만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끔 그가 진심으로 민설아를 사랑하는 것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정말 그가 책임감 때문에 민설아와 함께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 보는 민설아를 보는 그의 시선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는 또 달랐다.나는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민설아는 병원 복도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간호사가 목소리와 잡음들이 들렸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하게 들렸다.“그럼, 저녁에는 집에 와서 밥 먹을 거예요? 빈이가 계속 당신하고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해서요. 오늘 밤에 거기서 이벤트가 있대요.”배인호가 대답하려는 데 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먼저 거절을 누른 뒤 문자를 보냈다.하지만 민설아는 똑똑했다. 그녀는 잠깐 침묵하더니 물었다.“지영 씨가 왜 거기 있어요?”나와 배인호는 서로를 쳐다봤다. 민설아가 이어서 말했다.“괜찮아요. 오해 같은 거 안 했어요. 전에 지영 씨 핸드폰 벨 소리 들었던 기억이 나서요. 정아씨 하고도 친구인데 함께 식사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알겠어. 저녁은 돌아가서 먹을게.”배인호는 민설아의 질문에 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바꿨다.“그래요. 빈이랑 기다리고 있을게요.”민설아는 말을 마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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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아이를 뺐다

최소연이 끌려간 뒤 거실에는 나와 배인호 그리고 정아와 노성민만이 남아있었다.분위기는 많이 굳어졌다. 내가 먼저 입을 열어 노성민에게 물었다.“노성민 씨, 방금 최소연이 정아 물컵 쓰는 거 보고 있었어요?”노성민은 말이 없었다.정아가 대신 대답했다.“당연히 보고 있었지. 그저 막지 않았을 뿐이야. 이 사람 마음속에서 이건 별일 아닌거지. 근데 요즘 보면 나와 아이들도 별일 아닌 게 될 것 같더라. 그러니까 그 전에 우리 이혼해. 아이 셋은 내가 키울게.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정아는 말하면 할수록 감정이 올라와 울기 시작했다.정아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가 셋이라도 얼마든지 키워낼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제일 마음 아파하는 것은 노성민이 전과 달리 자기에게 점점 소원해지는 것이었다. “난 동의하지 않을 거야.”노성민이 입을 열었다,“성민 씨가 동의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아와의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니면 아이들의 부양권을 정아가 갖는 걸 반대하는 거예요?”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물어봤다.노성민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반응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만약 그가 이혼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빠르게 대답이 나와야 하는데 몇 초 동안 망설였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여자가 더 이상 남자의 유일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은 관계가 변질되었다는 것을 뜻한다.정아의 표정이 더 슬프게 변하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침실로 향했다.나는 바로 따라가서 그녀를 말렸다.“정아야, 잠깐만. 너 뭐 하려고 그래?”“나 아이 데리고 서울로 갈 거야. 내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정아는 더 울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냉정했다. 노성민은 상황을 보더니 다가왔다.정아가 아이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더니 노성민은 그녀를 막았다.나는 두 사람 사이에 혹시라도 충돌이 있을까 봐 걱정했다.“난 이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어.”노성민은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매달렸다.“최소연 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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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우리 집에 와서 배인호를 찾다

우리 집에 도착한 뒤 배인호는 차 트렁크에서 나 대신 유모차를 꺼내 주었다. 나는 로아와 승현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 희선 언니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말을 꺼내기도 전에 대문이 열리더니 이우범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나와 배인호가 함께 있는 것을 보더니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두 남자 사이에 강렬한 눈빛이 오갔다.“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얼른 노성민 씨한테 가 봐요.”나는 배인호를 재촉했다.“노성민 씨한테 정아한테 와서 제대로 설명하라고 해요. 무릎 꿇고 비는 건 당연한 거고요.”“알았어. 나 물 한 잔 마시고 싶은데.”배인호가 갑자기 말했다.우리를 데려다주기까지 했는데 집에 앉았다 가지도 못하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물 한 잔 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유모차를 이우범에게 건네며 말했다.“내가 한 잔 떠다 둘게요.”하지만 이우범이 나의 손을 잡았다.“가서 아이들 챙겨요. 물은 내가 떠올게요.”덕분에 나는 유모차를 끌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정아는 조금 넋이 나가 있었던 터라 배인호와 이우범 사이의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뒤를 돌아서 다시 살펴보았다.이우범은 나를 등지고 있었기에 배인호의 표정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는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의 시선도 나를 향했다. 눈빛이 너무 날카로워 나는 무의식적으로 피해버렸다.나는 거실로 들어가서 정아에게 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 그 뒤로 이우범이 들어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을 따라 다시 나갔다.방금 그는 분명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우리는 부부였기에 내가 배인호와 함께 나타나는 것은 좀 부적절했다.내가 배인호에게 최소연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한 일은 이우범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퍽.내가 소파에 앉자마자 정원에서 큰 소리가 났다. 나는 가슴이 철렁해서 얼른 나가 보았다.“배인호 씨, 뭐 하는 거예요?”나는 주먹을 쥐고 이우범을 때리려고 하는 배인호를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배인호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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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아이를 낳는 과정

배인호를 찾으러 여기로 왔다고?나는 그게 조금 웃겼다. 아까 낮에 배인호에게 전화했을 때 내가 옆에 있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것 같았다.“어쩌죠, 민 선생님. 인호 씨는 여기 없어요.”나는 냉랭한 태도로 말했다. 물론 지금 나와 배인호가 민설아의 의심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은 그와 내가 선을 지키지 못했다.하지만 정아의 일이 섞여 있었기에 나는 다른 일을 더 생각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민설아는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정원을 구석구석 훑어보다가 거실로 들어가는 문을 바라보았다.“그래요? 근데 내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무슨 일 있는 걸까요? 방금까지 같이 있었다고 했죠?”“네 방금 같이 있다가 이미 다들 헤어졌죠. 떠난 지 좀 됐어요. 아마 노성민 쪽에 있을 거예요. 그쪽에 가서 다시 찾아보세요.”민설아에게 숨길 필요도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했다. 민설아는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지만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나를 몇 초 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빈이에게 말했다.“빈아, 아까 화장실 가고 싶어 했지? 지영 아줌마한테 화장실 써도 되는지 물어봐.”빈이는 고개를 들고 민설아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러더니 순순히 내게 물었다.“지영 아줌마, 저 쉬하고 싶어요. 화장실 써도 돼요?”이건 무조건 핑계일 것이다. 도대체 빈이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도 민설아의 깊은 말뜻을 이해했다.“그럼, 써도 돼.”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가 빈이를 시켜서 확인하고 싶어 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나도 그녀의 의심을 받는 것이 귀찮았다.빈이는 바로 팔딱팔딱 뛰며 거실로 들어갔다. 나는 민설아까지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아 정원에 서 있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 민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괴이한 웃음을 지었다.“지영 씨는 오늘 왜 인호 씨 차에 있었어요? 너무 궁금하네.”“내 친구와 인호 씨 친구가 결혼했으니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일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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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대질 신문

배인호와 이우범 사이에는 이미 갈등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이 원수처럼 된 것은 1,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그들 사이에 좋은 대화가 오갔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마도 이우범은 배인호가 자신의 현재 신분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내게 질척거리지 않길 바랐을 것이다.“두 아이가 네 아이라는 걸 내가 믿을 것 같아?”감시 카메라에 비친 배인호의 얼굴은 싸늘했다.“검사 결과 보여 줬잖아. 믿지 못한다면 내가 지영 씨와 어떻게 아이를 가지게 됐는지 과정이라도 설명해 줘?”이우범은 배인호의 오랜 친구였기에 남자의 어떤 곳을 자극해야 가장 아파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배인호는 그 장면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나를 찾아와서 괴롭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참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이우범의 말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상상을 견디지 못했다.결국 배인호는 참지 못하고 이우범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우범은 반격하지 않았다. 마침 내가 등장했을 때 배인호는 다시 주먹을 내리꽂으려고 했다.나는 영상을 그만 껐다. 보고 나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이우범이 그런 말들로 배인호를 자극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의 이런 대처는 너무 충격적이었고 그에게 실망감이 들었다.“정아야, 너 먼저 밥 먹고 있어. 나 밖에 볼일이 있어서.”나는 몸을 일으키며 정아에게 말했다.“애들은 걱정하지 마. 내가 희선 언니한테 돌보라고 할게. 나도 금방 돌아올 거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 내 일까지 물어볼 여력이 없을 것이다.나는 바로 이우범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에는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다. 그는 내가 찾아온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내가 먼저 그를 찾아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모두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왔었다.이우범 집의 분위기는 여전히 똑같았다.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공기 중에 은은한 밥 짓는 향기가 났다. 아마도 식사를 차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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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설득해야 할 사람은 그 사람이야

“내 원래 말투가 이래요. 정아가 성민 씨와 결혼하고 나서 성민 씨한테 뭘 못해 줬어요? 성민 씨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그런 지저분한 짓을 저지른 거잖아요. 그런데도 뭘 잘했다고 이렇게 기고만장해요?”나는 점점 더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여자하고 호텔에 가길 했어요? 아니면 데이트를 하길 했어요? 당신 여자들은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거예요?”노성민은 아까 배인호의 경고 때문에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지만 여전히 공격적이었다.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기에 옆에서 듣고 있던 정아는 노성민의 말에 더 화가 나서 큰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넌 어떻게 할 건데? 최소연하고 호텔 가서 방이라도 잡은 뒤에야 인정할 거야? 네가 평소에 최소연을 다르게 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거야. 알겠어?”“내가 뭘 다르게 대했는데? 자꾸 말도 안 되는 일로 억지 부릴 거야?”노성민은 정아의 말을 듣더니 더 화를 냈다.“내가 일부러 억지 부리는 거라고? 그래 맞아. 그럼 넌 가서 얘기 잘 통하고 합리적인 사람 만나. 우리가 이혼해도 난 아이들 빼고 아무것도 필요 없어. 네가 가서 네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려. 만약 내가 갔을 때 다영이하고 진영이 못 데려가게 하면 나도 내가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몰라.”말을 마치고 정아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에야 정아는 내게 상황을 설명했다.방금 내가 이우범을 찾으러 갔을 때 노성민이 또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는 결국 아이들 일을 참지 못하고 부모님에게 말씀 드렸다.자기들 손주 손녀와 관계된 일이니 노성민의 부모님께서 바로 정아에게 연락하셨고 아이들은 노씨 가문에서 키우겠다며 못을 박았다. 결국 정아는 폭발하고 말았다.평소에 정아는 시부모님과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아직 이혼한 것도 아니고 갈등이 생겼을 뿐인데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나는 갑자기 속으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아와 승현이의 일을 끝까지 숨긴 건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지 않고 마음이 약해져서 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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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우리 집에 쳐들어오다

부모님께서 아직 돌아오지 않아 집에는 나와 희선 언니밖에 없었다. 두 어른이 아이 셋을 돌보는 건 조금 역부족이었다.다행히도 세 아이 모두 순했다. 단지 가끔 울기 시작하면 그치지를 않았다.정아는 서울로 돌아가서 내게 영통을 걸어 지현이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내게 절대로 노성민이 집에 찾아와서 아이를 데려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그래, 걱정하지 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정아는 안심하며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나는 노성민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는 몰랐다. 정아가 돌아가고 사흘 뒤 그가 찾아왔다. 그가 나타난 것을 보고 나는 바로 문을 막으며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내 아이는요?”노성민은 며칠 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했는지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조금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다.“정아가 데려갔어요.”나는 표정 변화 없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이제야 아이를 찾는 거예요? 모든 건 성민 씨가 자초한 거예요.”“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내 아이 내놔!”노성민은 짜증을 내며 조바심을 냈다.“지현이 데리고 가지 않은 거 알아요. 우리 집에 가서 부모님하고 한바탕 했는데 지현이는 보이지 않았대요.”노성민은 말을 마친 뒤 집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내가 막고 있었다. 다행히 막무가내로 들어오려고 하진 않았지만 내 어깨를 잡았다.“허지영 씨, 정아하고 친한 건 알겠는데 이건 우리 집 일이에요. 너무하다는 생각 안 해요?”“그래요. 노성민 씨 집안일이죠. 하지만 지금 확실하게 알아야 할 건, 여기는 내 집이라는 거예요. 이건 가택침입이라고요.”나는 경고를 날렸다.“계속 이러면 경찰 부를 거예요.”“신고해요. 신고해. 경찰 오면 내 아이 찾아달라고 하면 돼요.”노성민의 머릿속엔 아이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나는 고통이 느껴졌다.사실 아까 희선 언니에게 지현이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오라 했다. 오늘은 무슨 일인지 지현이가 자꾸 울었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서 로아와 승현이를 데리고 있었다.노성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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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나를 피하다

배인호의 말에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그가 이렇게 옳고 그름을 잘 따지는 편이었나?과거 그가 한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 노성민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내가 뭘 잘 못했는데?”노성민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자기가 최소연을 특별하게 대한 것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힘든 사람을 도와주는 좋은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의 물음에 나는 그를 목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 만약 정아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두 사람은 아마 또 싸웠을 것이다.“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 차라리 시원하게 정아한테 아이들 다 맡겨요. 그리고 이혼하면 되겠네요. 그러면 이제부터 최소연이든 이소연이든 누굴 만나면서 어떤 관계를 맺어도 상관없을 테니까.”나는 화가 나서 노성민에게 삿대질하며 욕을 퍼부었다.노성민은 아이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또다시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절대로 안 돼요. 내 아이들이에요. 내가 바람을 피우거나 가정폭력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이혼해도 내가 유책배우자도 아닌데 왜 아이를 줘야 해요?”노성민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나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다. 지금 노성민의 말속의 뜻은 아이를 뺏어 가겠다는 것도 모자라서 정아를 잡는 것도 그의 선택지에는 없는 것 같았다.만약 옛날 같았다면 그는 아이를 뺏어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무조건 정아를 붙잡으려고 할 것이다.“정아를 사랑하긴 해요?”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노성민에게 물었다.지금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어쩌면 노성민이 최소연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가 아직 정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인것이다.만약 그가 아직도 정아를 사랑한다면 그는 이 혼인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노성민은 나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분노가 삽시간에 사라지더니 그저 머뭇거리고 있었다.나는 정아를 대신해 큰 실망감을 느꼈다.배인호도 노성민의 변화를 느꼈는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인제 그만 가자.”“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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