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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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빈이를 돌보다

이우범은 전화를 끊고 내게 말했다.“병원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우범이 나가는 걸 지켜봤다.“아가씨, 오늘 로아와 승현이 데리고 백신 맞으러 가야 합니다.”장희선이 나와 내게 귀띔했다.“아,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네요. 희선 언니, 집에서 지현이 좀 돌봐줘요. 내가 로아와 승현이 데리고 가면 되니까.”나는 머리를 탁 치며 말했다. 자칫 제일 중요한 일을 까먹을 뻔했다.장희선은 걱정스레 물었다.“아가씨, 혼자 괜찮으시겠어요?”나는 점점 손에 익어 아이를 보살피는 능력이 점점 늘었다. 그만큼 자신감도 생겼다.“괜찮아요. 지현이는 오늘 맞을 필요 없으니까 같이 데려갈 필요 없어요. 희선 언니, 한 가지만 당부드릴게요. 노성민은 절대 들어오면 안 돼요.”나는 백신 접종에 필요한 자료를 챙기며 장희선에게 귀띔했다.장희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습니다.”나는 물건을 챙기고 자료를 손에 들고는 로아와 승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이렇게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백신 접종하러 온 건 처음이었다. 출발 전에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병원에 도착하니 조금 허둥지둥했다.주요하게는 접종할 때 로아와 승현이 다 자지러지게 우는 바람에 번걸아 가며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로아야 울지마. 엄마가 안아줄게.”나는 승현이를 달래주고는 다시 로아를 안아주려 했다.하지만 승현이를 내려놓자마자 승현이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다시 기분이 나쁜 듯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다.나는 유모차를 끌고 병원 로비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베이비!”갑자기 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장난감 비행기를 들고 유모차 옆에 서서 누워있는 승현이를 달랬다.“비행기 줄게. 되게 재밌다.”승현이는 빈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팔려 더 이상 울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쪽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빈이는 아주 제때 나타나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그는 장난감을 들고 계속 승현이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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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집으로 아이를 찾으러 오다

“앗싸! 그럼, 저 아줌마 집에서 게임 해도 돼요?”빈이는 얼굴을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기뻐서 자리에서 퐁퐁 뛰며 손뼉를 쳤다.배건호와 김미애가 있으니, 민설아도 그를 더 엄격하게 다루느라 전처럼 게임을 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 우리 집에 가서 게임을 할 수 있다니 기대가 커 보였다.나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와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빈이는 쉬지 않고 로아와 승현이와 재잘거렸다. 빈이는 요즘 한국어가 점점 늘어서 투머치 토커가 되어가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이도 왠지 모르게 빈이가 말하는 걸 듣기 좋아했고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조용히 들었다.집에 돌아와 유모차를 꺼내 펴고는 로아와 승현이를 눕혔다. 빈이는 얌전하게 옆에서 이를 도왔다.나는 한시름 놓았다. 계속 이렇게 말을 잘 들으면 반나절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저쪽에 장난감 조금 있어. 가지고 놀아.”집에 들어선 나는 거실의 한 코너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장난감들은 다 내가 사전에 산 것이었다. 로아와 승현이는 아직 많이 어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갈 때마다 예쁘고 재밌는 장난감이 있으면 사서 쟁여뒀다. 그러다 크면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빈이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저는 장난감 싫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장난감 아주 많이 사주셨어요.나는 이따 혼자서 아이 셋을 돌봐야 했고 장희선은 밥을 해야 했기에 나는 빈이와 게임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빈이에게 먼저 애니메이션을 보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티브이를 켜고 그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찾아주고는 로아와 승현이의 기저귀를 바꿔주러 갔다.애니메이션을 보는 빈이는 꽤 얌전했다. 가끔 세 동생을 달래주었고 분위기는 꽤 화목했다.밥 먹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문제를 발견했다.“빈이야, 티브이 끄고 이제 밥 먹어야지.”나는 빈이에게 작은 공기로 밥을 떠주며 그를 불렀다.하지만 빈이는 꼼짝달싹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은 채 애니메이션에 집중했다.이때 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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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아동 유괴범이라는 소리를 듣다

“마미, 나는...”빈이는 나의 질문하에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바로 전에까지 그렇게 바닥을 뒹굴며 난리를 치더니 민설아가 오자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긴장한 눈빛이었다.민설아는 머리를 숙여 빈이를 쳐다봤다.“마미한테 말해. 얼굴에 난 상처는 어떻게 된 건지, 왜 여기로 온 건지?”빈이는 이 물음에 얼굴이 빨개졌고 덕분에 상처가 더 눈에 띄었다. 전에 한번 약을 발랐기에 배인호는 나에게 약을 발라주라고 하지 않았고 별다른 약을 주지도 않았다.빈이는 긴장해서 땀이 났고 땀은 상처를 더 아프게 했다. 그는 민설아에게 칭얼대기 시작했다.“마미, 얼굴이 너무 아파요. 흑흑...”빈이의 말을 들은 민설아는 아까보다 더 흥분했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허지영 씨, 빈이가 누군지 잘 알 텐데 유괴한 것도 모자라 다치게 하다니요.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몰라요?”나는 어이가 없어서 인내심을 잃었다. 바로 반박하려는데 배건호와 김미애가 정원에서 안으로 달려왔다.나는 깜짝 놀랐다. 일이 있어서 세종시로 돌아갔다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 우리 집에 나타났다.“아이고, 빈아.”빈이를 본 김미애가 황급히 달려와 꼭 끌어안았다.“할아버지, 할머니!”배건호와 김미애를 본 빈이는 기뻐서 얼굴이 밝아졌다.배건호도 앞으로 다가가 빈이를 안더니 빈이 얼굴에 난 상처를 걱정하면서 마음 아파했다.“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야? 아파? 약은 발랐어?”빈이는 배건호의 목을 끌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습이 퍽 억울해 보였다.이때 민설아가 입을 열었다.“아저씨, 아주머니, 먼저 빈이 데리고 돌아가세요. 빈이가 왜 여기로 와서 다치기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병원 가서 검사해야 할 거 같아요.”“말은 똑바로 해요. 빈이가 다친 건 스케이트보드 타다가 자기가 다친 거예요. 병원에서 인호 씨 마주쳤는데 민 선생님은 오늘 면접 있고 자기는 중요한 회의 있다면서 일단 좀 돌봐달라고 한 거고요.”나는 짜증이 날 대로 나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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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빨리도 오네요

“내가 말했죠. 빈이가 혼자 다친 거라고. 인호 씨가 병원에 약 가지러 갔다가 나와 우연히 마주쳐서 임시로 내게 맡긴 거예요. 인호 씨 오늘 중요한 회의 있는지 몰랐어요?”나는 문제를 다시 민설아에게 던졌다. “나도 알고 있는 걸 민 선생님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민설아가 모른다고 대답한다면 그녀와 배인호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배건호와 김미애 앞에서 민설아는 이를 인정할 리가 없다. 몰라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민설아는 빠르게 대답했다.“당연히 알고 있죠. 근데 나는 인호 씨가 허지영 씨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건 못 믿겠어요.”“못 믿을 게 뭐가 있어?”김미애는 계속 나를 감쌌다.“오늘 나와 빈이 할아버지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려고 하다가 집에 사람이 없으니 믿을만한 사람을 찾다가 서로 알고 지내는 지영이가 좋아서 시름 놓고 맡긴 거야.”민설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배건호와 김미애가 이 정도로 나를 감싸고 돌지 몰랐다. 빈이의 안전과 관계된 일에서도 배건호와 김미애는 나를 믿는 걸 선택했다.하지만 민설아는 이 일에서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아무튼 빈이는 내가 낳고 내가 홀로 키운 내 아이예요. 내 목숨과도 같은 존재인데 나도 이럴 수밖에 없어요.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밝혀낼 거예요.”민설아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허지영 씨, 켕기는 게 없다면 왜 내가 신고하는 걸 두려워한 거죠?”나는 그녀의 의식이 흐름이 참 신기했다. 결국엔 신고해서 나를 못살게 굴려는 거였다.“빈이야, 할머니한테 말해 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김미애가 갑자기 엄격하게 빈이를 추궁하기 시작했다.빈이는 김미애의 엄숙한 표정에 켕기는 듯 머리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빠는 일하러 갔어요...”“그럼, 얼굴에 난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 빈이는 착하니까 거짓말하면 안 돼.”김미애가 다시 물었다.빈이가 입을 삐죽거리더니 무서운 듯 자기도 모르게 긴장한 눈빛으로 민설아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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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그에게 들키다

“감방?”배인호는 내 말뜻을 잘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아까 여기서 일어난 일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나는 민설아가 빈이를 찾으러 와서 신고까지 한 일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아무튼 큰일 해줬으니까 우리 거래는 여기서 끝이에요.”나는 이제 가라고 손짓했다.“돌아가서 민설아 씨한테 잘 설명해 봐요. 오해하게 하지 말고.”“너 전화했을 때 나 회의 중이어서 못 들었어.”배인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처럼 오히려 내게 설명했다.그가 바쁜 건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한번 일하면 내가 거의 죽는다고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나는 진작부터 이런 상태에 적응했지만, 민설아는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이 문제는 민설아 씨한테 설명해요. 민설아 씨도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돼서 그런 오해가 생긴 거예요.”나는 좋은 마음에 귀띔했다.“설아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나만 자초지종을 알고 있으면 돼.”배인호의 태도는 너무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이 일을 신경 쓰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나를 찾아왔는지 의문이었다.지현이는 거실에서 내가 분유를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배인호에게 지현이가 여기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아이의 울음소리가 거실에서부터 전해졌다. 나는 이 이유를 핑계로 말했다.“다른 일 없으면 나는 분유 주러 가볼게요. 이만 가봐요.”“응.”배인호가 이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거실로 돌아온 나는 깜짝 놀랐다. 지현이는 무슨 원인인지 모르게 토했고 토사물이 코에 들어가 고통스러움에 얼굴이 빨개 있었다.나는 재빨리 지현이를 안아 입과 코에 묻은 오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지현이는 여전히 불편해 보였고 다시 토하기 시작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직 분유를 먹이기 전이라 분유 때문에 사레가 들려서 토한 건 아닐 텐데.’장희선도 소리를 듣고는 달려 나왔다. 그녀는 나보다는 경험이 많은지라 단번에 지현이의 위장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하고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로아와 승현이는 아직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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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문을 때려 부수다

“네가 높이 사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으로 바꿔.”배인호는 인정사정없이 다시 거절했다.노성민은 침묵을 지키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오케이, 알았어.”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불안하던 내 마음도 따라서 놓였다. 배인호가 노성민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지금 바로 옆에 내가 지현이를 안고 앉아있는데 말이다.하지만 나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저 품속에 안은 아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가는 길 내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정아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정아더러 결정하라고 할까도 생각했다.“도착했어.”집 앞에 도착하자 배인호는 그저 이렇게 말할 뿐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네, 오늘 고마웠어요.”나는 지현이를 안고 차에서 내리며 인사했다.배인호는 차창을 통해 품에 안은 지현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는 나를 몹시 긴장하게 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다 해서 이후에도 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가면서 바로 노성민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나는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배인호의 차도 집 앞을 떠났다.장희선은 아이의 상황을 물었다. 나는 약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알려주고는 로아와 승현이를 보러 갔다. 둘은 얌전하게 잘 놀고 있었다. 웅얼대는 것 외에 작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백지장처럼 단순하고 귀여웠다.이 아이들만 보면 나빴던 기분도 좋아졌다. 아이들만 내 옆에 있으면 모든 것이 희망찼다.——나는 지현이가 우리 집에 있다는 걸 배인호가 알게 되었다고 정아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정아가 알게 되면 그쪽에서 하는 일을 영향 줄까 봐 걱정됐다.며칠 속을 졸였는데도 노성민은 집으로 쳐들어오지 않았다. 그러자 내 마음도 천천히 놓이기 시작했고 이 일을 까맣게 잊어먹었다.“아가씨, 로아와 승현이 데리고 바람 좀 쐬고 올게요.”저녁이 되어 식사를 하고 장희선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유모차를 끌고 나와 내게 인사했다.“그래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이가 사람들 눈에 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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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인호 씨가 알려주던가요

“정아가 그러라고 시킨 거죠? 맞죠?”결국 노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정아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나는 그저 이 상황이 애처로울 뿐이었다.“노성민 씨, 정아가 뭘 잘못했는데요? 최소연보다 못한 게 뭐죠? 그 정도로 불만을 느낄 만큼 그 여자가 좋은 거예요?”노성민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말했을 텐데요. 최소연과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근거 없이 날 의심한 건 당신들이에요. 있지도 않은 일 가지고 이렇게 난리를 치는 데 계속 참고만 있으라고요?”“그럼, 전에 최소연 씨 없을 때는 왜 그렇게 잘 참았어요? 정아가 어떻든 다 받아줬잖아요. 네, 맞아요. 최소연과 실질적인 관계가 생긴 건 아니죠. 근데 최소연이 나타남으로써 정아에 대한 인내심이 대폭 줄어든 건 맞잖아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나는 언성을 높이며 계속 캐물었다. 눈빛은 노성민에 대한 질책과 차가움으로 가득했다.노성민이 이를 악물었다.“이런 소리 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지현이 내놓지 않으면 신고할 거예요.”또 신고라니, 며칠 전 민설아도 나를 아동 유괴범이라고 신고하겠다 그랬는데 노성민도 신고한다면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짜 경찰에게 유괴범으로 의심받을 것이다.“성민 씨, 진짜 정아와 이혼하고 싶은 거예요?”나는 노성민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이 일에 대한 노성민의 태도는 명확했다.“아니요. 이혼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니라 정아에요. 저는 그냥 정아가 이렇게 근거 없이 억지 부리는 걸 못 참겠다는 거고요.”이혼하고 싶지 않다는 걸 봐서는 노성민은 아직 이 결혼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한시름 놓았다. 만약 노성민이 이런 명확한 문제에서 주저한다면 나는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혼하고 싶지 않다면 일단 최소연 씨부터 해결해요. 지금 이미 홀려 있어요. 알아요?”나는 일부러 천천히 인내심 있게 그를 타이르기 시작했다.“정아는 너무 성민 씨를 소중히 여기니까 최소연 씨와의 일을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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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그의 됨됨이

“나도 인호 씨일 거라 생각했어요. 성민 씨가 톡 까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로 봤을 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나는 유유히 대답했다.“그냥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중이에요. 성민 씨 무조건 다시 찾아올 거예요.”이우범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정아 씨에게 알려주는 게 어때요? 정아 씨가 지현이 엄마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정아 씨가 결정해야죠.”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아에게 알려줬다가 겁에 질려 서울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그르칠까 봐 걱정이었다.망설이는데 배인호가 전화를 걸어왔다. 순간 내 마음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전화는 왜 했는지 궁금했다. 노성민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뺏어갔는지 물으려고 그러는 건지 싶었다.나는 바로 배인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문자를 보내왔다. 아니나 다를까 노성민과 관련된 문자였다.「성민이가 찾아갔었어?」나는 문자를 씹었다. 이우범은 내 표정에서 이상함을 느끼고는 눈치 빠르게 누가 걸어온 전화인지 알아챘다.“인호예요?”“네, 성민 씨 물어보려고 그러는 거겠죠.”나는 부정하지 않았다.“왜 안 받아요?”이우범이 또 물었다.“받을 필요 없어요. 이미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알 것 같으니까 따져도 의미 없어요.”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나와 배인호는 지금 아무 관계도 아니었기에 그에게 왜 그랬는지 따져 물을 입장과 신분이 아니었다.하지만 배인호는 기어코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다시 켜진 핸드폰 화면을 보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우범이 내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이우범이 다짜고짜 차갑게 캐물었다.스피커폰을 켜지 않았기에 나는 이우범이 하는 말만 들렸고 배인호가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들리지 않았다.“네가 무슨 말을 해도 지영 씨는 믿지 않을 거야. 끊을게.”이 말과 함께 통화도 끝났다.이우범은 핸드폰을 내게 돌려주면서 말했다.“가끔은 질질 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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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죄를 함부로 갖다 붙이다

“사람 됨됨이가 어떻다는 게 아니라 당신과 성민 씨 관계가 있으니까 성민 씨에게 알려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일로 당신 원망할 생각도, 책임지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고요. 이제 알겠어요?”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설명했다.“문부터 열어.”배인호는 이렇게 문을 사이에 두고 나와 대화하는 게 만족스럽지 않은지 문을 두드리며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성민이가 정원 문 부쉈다면서, 거실 문도 망가지고 싶으면 그러든지.”이건 협박이었다.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협박은 안 통해요. 자꾸만 이렇게 찾아오는 거 민설아 씨도 받아들인다면 계속 내키는 대로 해요. 근데 또 빈이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지면 그때 가서 내 탓 하지 마요.배인호가 나를 협박하면 나도 그를 협박하면 된다. 민설아에게는 책임감만 느낄 수 있지만 빈이는 아닐 수도 있었다.내가 민설아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면 민설아는 무조건 난리를 피우지 않으면 바로 빈이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다.내 협박이 먹혔는지 배인호도 조용해졌다.2, 3분쯤 지나자 나는 배인호가 간 줄 알고 문을 열어 상황을 확인했다. 그 결과 문을 열자마자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배인호를 발견했다. 누가 돈이라도 뜯어간 것처럼 어두운 표정이었다.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아직도 안 갔어요?”“이제는 설아와 빈이를 가지고 나를 협박하네? 허지영, 간덩이가 부었지?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야?”배인호가 입을 열더니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이쯤이면 장희선도 지현이 샤워를 거의 끝낼 시간이었다. 나는 아예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는 말했다.“가요. 밖에서 얘기해요. 애들 잘 시간이라 떠들면 안 돼요.”배인호는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장서서 장렬히 희생된 우리 집 대문을 넘어 밖으로 향했다.나는 배인호 뒤를 따라 근처 큰 가로수 아래까지 걸어갔다. 거기에는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평소 사람들이 앉아서 쉬기도 했다. 나는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배인호는 앉지 않고 옆에 서 있었다. 가벼우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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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옷 잘 좀 입어

“허지영 씨, 말 가려서 해요. 날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예요?”최소연이 화를 내며 반박했다.“난 그저 이미 노 대표님 데리러 왔으니까 온 김에 데려다주려고 한 거예요. 당신들 번거로울까 봐. 이것도 잘못된 거예요?”이런 얄팍한 수를 두고 더 입씨름 하기가 싫어 나는 입을 열었다.“번거롭고 아니고는 내가 결정해요. 앞으로 유부남과 거리 유지 좀 하시죠. 남자가 고프면 혼인 상담소 가세요.”최소연은 몇 초간 침묵했다. 아마도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그러든 말든 나는 말을 이어갔다.“주소 말해요. 지금 바로 갈 테니까.”나의 재촉하에 최소연은 술집 주소를 하나 말해줬다. 나는 배인호에게 눈짓했다.“당신이 가서 데려다줘요. 나는 집에서 아이 봐야 해요.”“베이비시터 있잖아.”배인호의 말은 나도 같이 가자는 말이었다.“혼자 안 돼요. 책임지고 노성민 데려다줘요. 최소연은 따라가지 못하게 하고요.”나는 거의 명령조로 말했다. 지금 내 기분은 정말 너무 엉망이었다. 마치 내가 배신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배인호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나와 같이 가. 성민이 취했으니까 이 기회에 확실하게 물어보면 되잖아. 지현이가 여기 있는 거 누가 알려준 건지. 맨정신이면 나와 짰다고 생각할 거잖아. 취중 진담이라는 말이 있으니 지금 하는 말은 사실일 거야.”나는 가끔 배인호가 일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혀를 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포인트에서 노성민을 찾아 자기 결백을 주장하려 했다. 나도 사실 배인호가 그리 미덥지는 않았다. 만약 혼자 보내면 진짜 노성민을 잘 데려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최소연이 기회를 찾아 따라붙을 수도 있다.정아의 가정을 위해서 나도 신중해야 했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나는 이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장희선은 이미 지현이 샤워를 마쳤다. 로아와 승현이도 어느샌가 잠들어 있었다.“그럼, 애들 자다 깨면 다시 샤워시킬게요.”장희선이 말했다.마침 잘됐다. 로아와 승현이는 잠들면 한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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