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는 눈물을 닦아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맞아, 나도 여왕벌이긴 했지. 지금은 왜 이렇게 약해 진 건지 모르겠어. 사랑이 인간을 죽도록 괴롭히긴 하나 봐.”나는 정아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나도 사랑 때문에 10년이라는 청춘을 소모했었다.“다 지난 일이지. 지영아, 너 먼저 집에 가. 애들이 기다리겠다. 난 혼자서 좀 걸으려고.”지금 정아의 기분은 많이 다운돼 보였다. 내가 함께 있어 주고 싶었지만 가끔 기분이 심하게 나쁠 때는 혼자서 조용히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나는 할 말이 더 있긴 했지만 정아가 유모차를 밀며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햇빛 사이를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빛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두운 그림자가 비쳐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팠다.배인호와 노성민은 얘기를 나누느라 아직 나오지 않았다.차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휙 지나가는 작은 그림자가 왠지 빈이 같았다.확실하지 않아 차에 타서 10초 정도 기다려보니 역시나 빈이가 튀어나왔다. 빈이는 자기의 손목시계를 보며 수상쩍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빈이의 주위에 민설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혹시 배인호가 데려온 것일까? 하지만 배인호가 빈이를 혼자밖에 놔둘 가능성은 없었다.가끔 나는 빈이가 조금 싫었다. 너무 장난꾸러기이기도 했지만 민설아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막무가내일 때가 많았다. 그것들이 나는 조금 불편했지만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배인호에게 빈이를 데려가라고 연락하려는데 빈이가 갑자기 횡단보도로 달려갔다. 신호등도 보지 않고 다급해 보였다. 한 빨간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빈이는 차에 치일 뻔했다.빈이도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더니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누구 집 애야? 죽으려고 환장했어?”빨간 차량의 주인은 큰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 중에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나는 전화를 할 새도 없이 재빨리 달려갔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빈
Last Updated : 2024-01-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