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끝나는 순간, 이우범은 아마 내 말에 화가 난 듯 보였고 얼굴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분노가 보였다.하지만 나를 향해 화를 내지는 않았고, 단지 주먹을 꽉 쥔 채 인내심 있게 나를 바라보았다.“오늘 인호네로 갔죠?”갑자기 이우범이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네.”나는 부인하지 않았고, 왜 갔는지도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만약 이 타이밍에 이우범이 나를 오해라도 하면 더 좋고 말이다. 내가 배인호를 놓지 못했으니, 그더러 마음 접게 하기 딱 좋은 찬스이다.역시나 이우범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을 베어버릴 수 있는듯한 날카로운 칼날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는 겁나지 않았다. 한번 제대로 폭발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아마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내가 인호보다 못한 게 대체 뭔데요. 걔가 줄 수 있는 거, 나는 더 많이 줄 수 있다고요!”이우범은 다소 격앙된 듯했고, 이미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거 또한 잘 알고 있다.나는 그의 감정에 기복이 생긴 걸 보고는 오히려 평온해지기 시작했고, 말투도 많이 차분해졌다.“배인호 씨보다 못한 게 아니라 도무지 이우범 씨를 사랑할 수 없다고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강박으로 나날을 보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우범 씨도 잘 알잖아요?”전에 도시아와 약혼하라고 강요당할시, 이우범은 아마 도시아에게 관심이 없어 눈길조차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도 그런 기분을 알기에 내 문제에 대해 답할 수 없었고, 눈에는 실망감과 아쉬움이 강렬했다.그 눈빛은 나도 전생에 봤었고, 나에게 서란이 자신을 않는다고 했을 때 그의 눈빛은 지금처럼 이랬다.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내가 두 번째 서란이 되었고 그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된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그가 진짜 사랑해서 때문인지 아니면 삐뚤어진 승리욕 때문인지 가늠이 안 갈 지경까지 다다랐다.우리 둘의 목소리가 조금 컸던 탓인지 엄마는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엄마는 이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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