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471 - Chapter 480

693 Chapters

제471화 내가 배 씨 가족들과 단독으로 만나질 않길 바란다

어쩐지 배인호 모친 김미애가 로아를 그렇게 좋아하더라니. 아마 진짜 그 아이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 아이는 내 첫 번째 아이이다. 나도 가끔은 로아가 그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외로울까 봐 아들도 하나 더 데려와서 나를 찾아온 게 아닐까?나는 고개를 숙여 품에서 잠자고 있는 로아를 바라보았다.“그러게요. 항상 앞으로 내다봐야죠. 인호 씨도 앞으로 내다봤어요?”나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시선을 멈추며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배인호는 멈칫하더니 시선을 거두고 더는 나를 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아주 낮은 소리로 내 말에 답했다.“응, 앞으로 내다보고 있어.”만약 앞으로 내다본다면 나랑 다시 만날 생각을 더는 하지 않을 것이다.나는 그의 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이길 바란다.“그래요, 제가 가서 아줌마 설득해 볼게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전에 저한테 진짜 잘해주신 거 저 다 기억하고 있어요.”오전에 햇볕은 점점 강렬해졌고 나는 더 이상 여기 머물고 싶지 않았다. 아마 로아가 더는 견딜 수 없을 거기에, 나는 로아가 잠이 든 틈을 타 더욱 적절한 곳에 데려가 잠 좀 더 푹 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배인호가 먼저 몸을 일으키며 나를 향해 말했다.“2층으로 가, 2층 방에서 로아 좀 재워.”나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2층 또한 매우 조용하기에 배인호 따라 일단 거실로 돌아갔다. 그 시각, 빈이는 선물을 받고 있었고 일부 현명한 사람들은 아이들끼리는 쉽게 친해지니, 일부러 자기 자녀들까지 데리고 와서 친해지게 했다. 배씨 가문에서 빈이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에 따라, 빈이 하고만 친해지면 일단 배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 환심을 사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배인호는 나를 데리고 2층으로 향했고, 일부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많은 사람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아무리 어째도 나는 5년 동안 배인호의 와이프였고, 이 사람들은 배 씨 그룹과 비교적 가까운 협력 파트너이기에 많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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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그들의 개인적인 공간

가장 빈이 옆에 있어야 할 배인호와 민설아가 대체 어딜 간 거지?나는 속으로 다소 의문스러웠지만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때 노성민이 케이크 한 접시를 나에게 가져다주며 말했다.“좀 먹어요.”“고마워요.”나는 그에게 정중하고 냉정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케이크를 받아 몇 입 먹은 다음 옆으로 치워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보러 위층으로 올라갔다.로아는 평소 1, 2시간은 거뜬히 잤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조금 시끄러웠다. 나는 로아가 이미 깨어났을까 봐 다급히 2층으로 올라갔다.로아가 자는 방은 가장 안쪽이었고, 중간에 또 한 방을 지나쳐야 했다. 나는 원래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배인호의 목소리가 그 방에서 아주 차갑게 들려왔다.“너도 불가능할 거란 거 잘 알잖아. 설아야, 난 우리 사이가 그렇게 복잡해지고 싶지 않아.”그 소리에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알고 보니 그 방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그 안에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었다.민설아도 안에 있나?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건 좋지 않은 거지만, 그 순간의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운 채 그들이 말하는 걸 듣게 되었다.“왜요? 빈 이에게 완전한 가정을 주고 싶지 않은 건가요?”민설아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하지는 않았고,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지금 이미 완전한 가정 아니야?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빈이 아빠인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모든 걸 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배인호의 말에서 고민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그 어떠한 여지조차도 없었다.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전에 배인호가 나에게 민설아는 아이의 엄마로만 생각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게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정말 민설아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줄은 미처 몰랐다.나는 그 잠깐은 민설아를 동정했다. 외부에 보이는 소위 사랑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녀가 돌아온 후 배씨 가문이 가장 먼저 빈이를 받아들였다고 해도 그녀를 받아들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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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당신의 친아들이야?

빈이는 있는 힘껏 나를 밀쳤고, 그때가 때마침 내가 로아를 건네주려 할 타이밍이라서 전혀 무방비 상태여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서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배건호가 빠르게 로아를 받아 안아서 나도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넘어지지 않게 된 것이었다.“빈아!!”배건호는 빈이를 향해 호통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그는 로아를 내게 건네주더니 빈이의 팔을 잡는 것이었다.“얼른 아줌마한테 사과해.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어떻게 사람을 함부로 밀 수가 있어? 만약 아줌마하고 여동생이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그 모습에 빈이는 깜짝 놀란 듯했고,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려 민설아를 바라봤다.민설아는 조금 전 빈이가 나를 밀칠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더니, 이제야 잽싸게 나에게 걸어오는 것이었다.“빈아, 얼른 허지영 이모한테 사과해.”민설아는 배인호 부친과 같은 편에 섰고 빈이 편을 들지 않았다.그 모습에 빈이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마치 아주 억울한 듯 눈물이라도 흘릴 것만 같았다.나는 원래는 빈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변한 상태였다. 빈이가 전보다는 나에 대한 적개심이 사라지고 나와 많이 가까워졌다고 말이다. 뭐가 어찌 됐든 결국엔 그는 어린아이일 뿐인데 나한테 진짜로 원한을 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일로 인해 나는 다시 그를 배척하기 시작했다.만약 이로 인해 조금 전 로아가 진짜 다치기라도 했다면, 나는 절대로 빈이가 어린아이라고 해서 그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내가 할아버지 손자인데 왜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거예요? 난 싫단 말이야!”빈이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그러고는 배건호의 옷자락을 잡으며 이어서 말했다.“할아버지, 나 싫어진 거 아니죠?”배건호는 비록 아이를 많이 사랑한다 해도 옳고 그름에서는 절대 봐주지 않았고, 훈계할 건 반드시 훈계하곤 했다.“빈아, 할아버지는 당연히 우리 빈이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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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둘이 싸웠어?

“빈아.”민설아는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듯 빈이를 바라봤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도 그녀의 눈빛은 명백히 위협적이었다.나는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형용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자신의 아이에게 이런 눈빛을 보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이건 마치 그녀의 아이가 아니라, 말을 듣지 않는 노예인 것만 같았다.그 모습에 빈이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목을 움츠리며 가엾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나는 빈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다. 만약 내가 끝까지 말한다면, 그는 아마 민설아의 벌을 받게 될 것이다.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는 민설아에게서 꾸중을 들을 것이다.“뭐 할 말 없는데요.”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 비록 내가 빈이를 싫어한다고 해도 나는 그가 민설아에게서 벌을 받는 건 원치 않았다.빈이는 마치 민설아가 정성껏 키워낸 꼭두각시처럼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민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내가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을 알고 나서야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또 격노한다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그녀일 것이다.민설아와 빈이의 귀환으로 배 씨네 집안에서는 지금 매우 복잡해졌다. 나는 로아의 유모차를 밀며 바로 가려 했지만, 배인호가 나를 불러세웠다.“일단 말해봐. 민설아가 빈이에게 뭘 시켰다고?”“아빠, 마미가 나한테 뭐 시킨 거 없어요. 그러니 더 이상 오해하지 마요!”빈이는 배인호가 계속 따져 묻자 그의 다리를 잡으며 애원했다.“마미 탓하지 말아요. 네?”빈이는 말하다 결국 울어버렸다. 배인호는 자기 아들이 이러는 게 안타까웠고 표정이 살짝 부드럽게 풀렸다.그가 고민에 빠진 그 순간 나는 이미 로아를 데리고 거기에서 나왔다. 그건 그 집안의 일이라 나는 굳이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지영아, 왔어?”집에 도착해보니 엄마가 정원에서 마당 텃밭을 정리하고 있었다.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엄마, 어떻게 된 거예요? 아빠는요?”“네 아빠는 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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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결혼을 강요하다

나는 엄마의 말에 대답하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상대했다.“지영아, 우범이 진짜 너한테 잘해주잖아. 이런 건 제삼자가 보는 게 가장 정확해. 너 지금 상황, 우범이쪽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면 된 거라고. 알아?”엄마의 말투는 더욱 진지해졌다.“너 혼자서 두 아이 키우는데 앞으로는 어쩔 건데? 나와 네 아빠도 이젠 늙어서 앞으로는 너 못 도와줄 텐데 말이야.”그 말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인 나를 이우범이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안 그래도 이우범과 다퉜는데 엄마까지 이런 말을 해서 나는 더욱 화가 났다.“엄마, 저와 이우범 씨는 불가능한 거예요!”나는 홧김에 목소리 톤도 높아졌고, 밖에서 들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너, 너 왜 갑자기 이렇게 언성은 높여! 제대로 말 못 해?”엄마는 바로 나를 제지했다.“지금 우범이가 우리 집에서 밥 먹고 있는데,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들리면 들리는 거죠, 걱정해야 하는 건데요??”나는 목소리를 낮출 생각 없이 엄마에게 말했다.“저는 일찌감치 그 사람 거절했어요. 그 사람한테 남녀 간의 그런 감정은 하나도 없다고요. 근데 옆에서 자꾸만 우범 씨가 괜찮은 사람이니 나보고 기회 한 번 더 주라고 강요했잖아요. 이렇게 강요하면 뭐 좋은 점이라도 있어요? 그냥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뿐이라고요!”이대로 가다간 이우범이 어떤 일을 해낼지 나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만약 이우범이 진짜로 이상한 수단을 쓴다면, 난 아마 더 깊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엄마도 워낙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나의 격분한 태도 때문에 엄마의 얼굴색도 순식간에 변했다.한창 모녀간에 다툼이 일어나고 있을 때쯤, 이우범의 그림자가 욕실 문 앞에 나타났다. 그의 미간은 평온해 보였고, 그 어떠한 감정도 엿볼 수 없었다. 다만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욕실에 쭈그리고 앉아 한창 로아를 씻기고 있다가 이우범이 온 걸 본 뒤 나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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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배인호 어머니와 만나다

내 말이 끝나는 순간, 이우범은 아마 내 말에 화가 난 듯 보였고 얼굴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분노가 보였다.하지만 나를 향해 화를 내지는 않았고, 단지 주먹을 꽉 쥔 채 인내심 있게 나를 바라보았다.“오늘 인호네로 갔죠?”갑자기 이우범이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네.”나는 부인하지 않았고, 왜 갔는지도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만약 이 타이밍에 이우범이 나를 오해라도 하면 더 좋고 말이다. 내가 배인호를 놓지 못했으니, 그더러 마음 접게 하기 딱 좋은 찬스이다.역시나 이우범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을 베어버릴 수 있는듯한 날카로운 칼날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는 겁나지 않았다. 한번 제대로 폭발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아마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내가 인호보다 못한 게 대체 뭔데요. 걔가 줄 수 있는 거, 나는 더 많이 줄 수 있다고요!”이우범은 다소 격앙된 듯했고, 이미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거 또한 잘 알고 있다.나는 그의 감정에 기복이 생긴 걸 보고는 오히려 평온해지기 시작했고, 말투도 많이 차분해졌다.“배인호 씨보다 못한 게 아니라 도무지 이우범 씨를 사랑할 수 없다고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강박으로 나날을 보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우범 씨도 잘 알잖아요?”전에 도시아와 약혼하라고 강요당할시, 이우범은 아마 도시아에게 관심이 없어 눈길조차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도 그런 기분을 알기에 내 문제에 대해 답할 수 없었고, 눈에는 실망감과 아쉬움이 강렬했다.그 눈빛은 나도 전생에 봤었고, 나에게 서란이 자신을 않는다고 했을 때 그의 눈빛은 지금처럼 이랬다.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내가 두 번째 서란이 되었고 그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된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그가 진짜 사랑해서 때문인지 아니면 삐뚤어진 승리욕 때문인지 가늠이 안 갈 지경까지 다다랐다.우리 둘의 목소리가 조금 컸던 탓인지 엄마는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엄마는 이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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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결혼하지 않은 게 발견되다

내 말을 듣고 있던 그녀는 한참 동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내 말에 답하고 싶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울먹이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내 앞에서 처음으로 우는지라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내 앞에서 배인호에게 기회 한 번만 더 주라고 할 때도 이렇게 울지는 않으셨다.“지영아, 우리 배 씨네 집안에서 너한테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너의 그 5년이란 시간을 괜히 낭비하게 만든 것만 같구나. 그리고 그 아이도 원래는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자랐을 건데 인호 그놈 때문에 애도 잃고 말이야. 그래서 그 아이도 우리 배씨 집안과 인연이 없게 된 거잖아. 이런 일들이 있는데 너 같으면 괜찮겠니?”그녀는 눈물을 흘렸고, 옆에 있던 휴지로 가볍게 눈가를 닦았다.그 일들에서 나는 이미 완전히 벗어나고 잊어 버렸는데, 그녀는 아직도 거기에 빠져 고통과 아쉬움에 찌들어져 있으니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아주머니, 그 일은 이미 지난 지 꽤 됐잖아요. 지금 빈이도 있고 얼마나 좋아요? 어떤 일은 하늘에서 이미 정해진 거라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한참 뒤에야 나는 몇 마디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 마음의 병을 이미 배인호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정서를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울기 시작하는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엄청 속상했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한참 뒤,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내 마음속에서 너는 여전히 내 며느리야. 네가 이우범 씨랑 이미 같이 한 거 아는데 그래도 난 왠지 네가 자꾸 나랑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인호한테도 네가 제일 잘 어울리고 말이야!”나와 배인호가 이혼한 지 이미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나를 자기 며느리로 여겼다. 나는 감동을 하였다고 해야 할지 어색하다고 해야 할지 형용하기 어려웠다.“아주머니, 지금 인호 씨한테는 민설아 씨와 빈이 있잖아요. 게다가 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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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무슨 말인지 저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네요!”나는 얼른 마음을 진정시켰고, 여기서 당황하는 순간 더 쉽게 이상함을 눈치챌 것 같았다.배인호는 내 핸드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며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네가 봤을 때는 뭐인 거 같은데? 허지영. 너 나 피하려고 고생 많이 했네. 우범이와 결혼했다는 일도 다 꾸며내고 말이야. 근데 난 이게 가짜라는 걸 알았을 때 기분 좋았어.”이틀 전에 엄마가 나더러 이우범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때, 배인호가 언젠가는 가짜 결혼 사실을 알 거라고 말했는데 그게 오늘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웠고,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저 만들어낸 적 없어요. 저와 그 사람 확실히 결혼했으니까요. 비록 그 사람한테 사랑 감정은 없지만 아이를 생각해서 그 사람과 같이하기로 했어요. 뭐가 문제인 거죠?”아이의 말이 나오자, 배인호의 얼굴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허지영, 아이의 일은 좋기는 사실대로 말해야 할 거야. 만약 그거까지 거짓말한 거면 그 그 결과는 네가 알아서 책임져야 할 거야.”배인호의 협박에 대해 마음속으로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이 일은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인데 이렇게 빨리 알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로아와 승현이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만약 진짜 빼앗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들에게 상처라도 줄까 봐 겁이 났다.“배인호 씨. 저는 거짓말한 거 없어요. 이우범 씨와 결혼한 거 맞고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친한 지인들끼리만 조촐하게 진행한 거고 그거면 충분해요. 아이에 대해서는 친자확인 결과 봤죠? 굳이 스스로 굴욕감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나는 일부러 배인호의 두 눈을 보려고 노력했고, 전혀 찔리지 않은 것처럼 노력했다.그의 눈빛은 아주 날카로웠고 사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와 눈빛이라도 마주하려면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여우 같은 사람들도 많이 봐온지라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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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상상했던 장면

“아빠가 동의했어요?”내가 더 의외였던 건 아빠가 연락도 없는 데다가 나와 이우범의 일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엄마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모습으로 차갑게 답했다.“나랑 네 아빠는 말할 거 다 말하고, 할 거도 다 했어. 네가 우범이랑 만나는 게 싫다는데 우리도 뭔 방법이 있겠어?”나는 현재의 심정이 기쁘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표현하기 어려웠다. 엄마와 아빠가 이우범의 일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니 나에게 있어서 심리적 압박은 사라졌는데, 그들이 나에 대해 실망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엄마는 말을 마친 뒤 방으로 쉬러 가셨다. 나는 더는 엄마를 불러세우지 않고 샤워를 마친 뒤 아이들과 잠에 들었다.나는 엄마가 떠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이튿날 아침 일어나보니, 희선 언니가 나보고 이미 가셨다고 한다.“사모님은 아침 일찍 출발하셨어요. 그러고는 저더러 아가씨 도와서 아이들 잘 돌보라고 하셨고요.”그녀는 아침 식사를 차리며 나에게 말했다.엄마가 나에게 말 한마디도 없이 갔다는 걸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나는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을 보며 엄마에게 전화해 물어보려 했지만 결국은 참았다. 현재 엄마의 마음속에서는 나에 대한 화가 아직 남아있을 테니 따로 떨어져 시간 좀 가지는 거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이때, 갑자기 나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배인호의 엄마 김미애였다.나는 내 기분을 다스린 뒤 전화를 받았다.“지영아, 어제저녁은 진짜 미안하구나. 빈이가 갑자기 집에서 나 찾는다고 해서 일단 돌아갔어. 그 뒤에 인호가 너 집까지 데려다줬지?”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저를 집까지 데려다줬어요, 아주머니.”내가 답했다. “그러면 다행이네. 근데 어제 저녁내가 물어봐도 말은 안 해주더라고. 게다가 그 기사한테 월급도 올려주고 말이야. 아마 많이 취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아. 너한테 기분 나쁠 만한 소리 한 건 없지?”그녀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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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사실혼인

“네가 여기 나타나면 안 되지, 배인호.”이우범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무척 차가웠고, 눈에 적개심도 전혀 숨김없이 드러났다.배인호는 승현이를 안고 서성이며 담담하게 되물었다.“내가 왜 여기 나타나면 안 되는 건데? 이 사람은 내 전 와이프고, 결혼도 하기 전인데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거 아니겠어?”결혼하지 않았다는 그 말에 나도 삽시간에 당황스러웠다.역시나 이우범의 얼굴빛도 급격히 변했고 곧바로 불신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설마 내가 배인호에게 말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배인호 씨, 헛소리 그만해요!”나는 배인호의 말을 제지했다. 나는 이우범과 함께하긴 싫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헛소리? 너희들 혼인신고 안 했잖아. 그러면 나에게 있어 너희들이 부부는 아닌 거지.”배인호는 저런 말로 이우범을 자극했고, 승현이를 유모차에 눕힌 뒤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의 말투는 느긋했고, 내가 한 말은 아예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배인호처럼 소유욕이 강한 남자는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제멋대로 할 사람이다.하지만 대체 왜 나와 이우범의 혼인상태에 관해 조사해 봤을까?“지영 씨가 알려줬어요?”이우범은 실망한 듯 나를 향해 물었다.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며칠 전 그와 싸우면서 그렇게 모진 말도 많이 했고, 차라리 배인호와 얽히는 게 더 나으니 그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한 적 있는지라 내가 고개를 저어도 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이우범은 그 순간 사람 자체가 엄청나게 어두워졌고, 상처받은 듯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로아를 안고 있었고 그 순간은 혹시라도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무서웠다. “이우범 씨, 우리 사이에 아이도 있잖아요. 사실 혼인인데 그깟 혼인신고서가 중요한가요?”나는 바로 입을 열어 해명했고 그건 이우범을 안심시킴과 동시에 배인호가 아이들과 나에 대한 의심도 떨쳐버리기 위함이었다.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두 사람 얼굴색에는 변화가 생겼다.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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