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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사실혼인

“네가 여기 나타나면 안 되지, 배인호.”

이우범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무척 차가웠고, 눈에 적개심도 전혀 숨김없이 드러났다.

배인호는 승현이를 안고 서성이며 담담하게 되물었다.

“내가 왜 여기 나타나면 안 되는 건데? 이 사람은 내 전 와이프고, 결혼도 하기 전인데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결혼하지 않았다는 그 말에 나도 삽시간에 당황스러웠다.

역시나 이우범의 얼굴빛도 급격히 변했고 곧바로 불신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설마 내가 배인호에게 말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배인호 씨, 헛소리 그만해요!”

나는 배인호의 말을 제지했다. 나는 이우범과 함께하긴 싫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헛소리? 너희들 혼인신고 안 했잖아. 그러면 나에게 있어 너희들이 부부는 아닌 거지.”

배인호는 저런 말로 이우범을 자극했고, 승현이를 유모차에 눕힌 뒤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의 말투는 느긋했고, 내가 한 말은 아예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배인호처럼 소유욕이 강한 남자는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제멋대로 할 사람이다.

하지만 대체 왜 나와 이우범의 혼인상태에 관해 조사해 봤을까?

“지영 씨가 알려줬어요?”

이우범은 실망한 듯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며칠 전 그와 싸우면서 그렇게 모진 말도 많이 했고, 차라리 배인호와 얽히는 게 더 나으니 그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한 적 있는지라 내가 고개를 저어도 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이우범은 그 순간 사람 자체가 엄청나게 어두워졌고, 상처받은 듯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로아를 안고 있었고 그 순간은 혹시라도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무서웠다.

“이우범 씨, 우리 사이에 아이도 있잖아요. 사실 혼인인데 그깟 혼인신고서가 중요한가요?”

나는 바로 입을 열어 해명했고 그건 이우범을 안심시킴과 동시에 배인호가 아이들과 나에 대한 의심도 떨쳐버리기 위함이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두 사람 얼굴색에는 변화가 생겼다.

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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