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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결혼을 강요하다

나는 엄마의 말에 대답하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상대했다.

“지영아, 우범이 진짜 너한테 잘해주잖아. 이런 건 제삼자가 보는 게 가장 정확해. 너 지금 상황, 우범이쪽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면 된 거라고. 알아?”

엄마의 말투는 더욱 진지해졌다.

“너 혼자서 두 아이 키우는데 앞으로는 어쩔 건데? 나와 네 아빠도 이젠 늙어서 앞으로는 너 못 도와줄 텐데 말이야.”

그 말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인 나를 이우범이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이우범과 다퉜는데 엄마까지 이런 말을 해서 나는 더욱 화가 났다.

“엄마, 저와 이우범 씨는 불가능한 거예요!”

나는 홧김에 목소리 톤도 높아졌고, 밖에서 들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너, 너 왜 갑자기 이렇게 언성은 높여! 제대로 말 못 해?”

엄마는 바로 나를 제지했다.

“지금 우범이가 우리 집에서 밥 먹고 있는데,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들리면 들리는 거죠, 걱정해야 하는 건데요??”

나는 목소리를 낮출 생각 없이 엄마에게 말했다.

“저는 일찌감치 그 사람 거절했어요. 그 사람한테 남녀 간의 그런 감정은 하나도 없다고요. 근데 옆에서 자꾸만 우범 씨가 괜찮은 사람이니 나보고 기회 한 번 더 주라고 강요했잖아요. 이렇게 강요하면 뭐 좋은 점이라도 있어요? 그냥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뿐이라고요!”

이대로 가다간 이우범이 어떤 일을 해낼지 나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만약 이우범이 진짜로 이상한 수단을 쓴다면, 난 아마 더 깊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엄마도 워낙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나의 격분한 태도 때문에 엄마의 얼굴색도 순식간에 변했다.

한창 모녀간에 다툼이 일어나고 있을 때쯤, 이우범의 그림자가 욕실 문 앞에 나타났다. 그의 미간은 평온해 보였고, 그 어떠한 감정도 엿볼 수 없었다. 다만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욕실에 쭈그리고 앉아 한창 로아를 씻기고 있다가 이우범이 온 걸 본 뒤 나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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