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에요.”나는 똑바로 앉아 흔들림 없이 그의 숨 막힐 듯한 눈빛을 마주했다.“5년이에요. 어차피 인호 씨도 나 사랑하지 않잖아요. 우리 서로 갈 길 가요.”한 달 후면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비즈니스 심포지엄에서 배인호는 서빙을 하는 서란을 만나 첫눈에 반해 강제로 빼앗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나는 그 열렬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서 바람처럼 빠져 줄 것이다.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이미 전생에서 다 해봤지만 결국 비참한 결말이었다. 이번 생에 나는 절대로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진흙탕 속에 빠지게 할 수 없다. 내 눈빛이 너무 진지했는지 배인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의 성격은 별로 좋지 않았고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다. “허허, 나 배인호가 지금 누군가의 노리개가 된 거야?”그는 웃기 시작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5년 전엔 그렇게 나한테 시집오려고 하더니 지금은 또 이혼하고 싶어? 허지영, 너 지금 나 갖고 장난해?”5년 전 배씨 가문과 허씨 가문은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우리 둘을 붙여 놓은 것이다.배인호의 성격상 말을 듣지 않았지만, 그때 마침 그의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셔서 부득이하게 나와 결혼했다. 배인호도 꽤 억울했을 것이다. 그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고 마침 기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 현모양처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와 5년을 함께 했다.나는 조금 슬픈 쓴웃음을 지었다.“그럼, 당신은 나와 이 허울뿐인 결혼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허울뿐인?”배인호는 그 네 글자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한쪽 눈썹을 올리곤 나를 조롱하듯 물었다.“아, 너 외로워?”“아니요. 나는 그저...”나는 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내 쪽으로 걸어와 양손을 소파 옆에 올리더니 나를 품 안에 가둔 채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외로우면 나한테 말하지. 왜 마음대로 이혼하자고 해. 그렇게 욕구불만이야?”배인호는 담배를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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