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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의 의도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꿈도 꾸지 마! 허지영. 이렇게 평생을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하면서 살아.”

배인호는 이성을 되찾았고 나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했다.

“각자 놀고 싶어? 그러자 그럼.”

충격적이었다. 그와 결혼한 걸 후회하게 하려고 내가 바람을 피워도 감수하겠다는 건가? 억지로 한 결혼이 그에게 이렇게 큰 트라우마로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토록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에게 되갚아줘야 그의 마음이 풀리는 거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데 배인호는 손을 뻗어 나의 허리를 잡아 끌었다. 나의 몸을 그에게 바짝 붙였다. 그는 입술을 핥으며 어두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내가 이차성징 도와줄까?”

“싫어.”

나는 배인호를 막았다.

배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처럼 똑똑한 사람이 요즘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는 나의 턱을 잡아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게 했다.

“허지영 쌍둥이 동생이야? 응?”

그를 10년이나 좋아한 여자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맞춰봐요.”

“허지영. 우리 결혼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끝나는 순간 얼마나 많은 분쟁이 일어나는지 알아? 난 너랑 사랑놀이할 시간 없으니깐 그렇게 외로우면 밖에서 놀아.”

그는 내 물음을 가볍게 흘렸다. 그러고는 귓가에 다가와 속삭였다.

“콘돔 끼는 거 잊지 말고. 나는 잡종은 인정 못 해.”

나는 한번 죽었다 깨어난 사람인지라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평정심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배인호의 뺨을 아프게 때렸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나의 손도 얼얼했다.

배인호의 뺨에 나의 손가락 자국이 빨갛게 올라왔다. 이 상황에서도 그의 옆모습은 날카로운 턱선을 자랑하는 완벽한 얼굴이었다. 따귀를 맞아도 잘생긴 남자였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눈빛이 음침하고 무서웠고 당장이라도 나의 목을 조를 것만 같았다. 나는 손이 부들부들 덜려왔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너무 세게 때린 나머지 손에 난 상처가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배인호는 나의 손을 한번 쳐다보고는 차가운 뒷모습만을 남긴 채 떠났다.

나는 붕대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가 마음에 난 상처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배인호는 사라졌다. 그는 매일 연예 뉴스에 등장하며 고삐 풀린 말처럼 클럽과 회사를 드나들었지만 집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날짜를 보니 곧 보름 후면 배인호와 서란이 만나는 날이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 그녀가 일하는 카페 ‘랑데부’에 종종 들러 커피 한잔하며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의 웃는 모습과 행동 모두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가 남자라도 그녀를 좋아했을 것이다.

“란아, 네 남자친구 왔어!”

한 동료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맞다, 내 기억에 그녀도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 불쌍한 남자친구는 배인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녀와의 사이가 아무리 뜨거웠다 해도 권력과 지위가 있는 배인호의 상대는 아니었다.

내가 서란의 존재를 알았을 때 그녀는 이미 그 불쌍한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라 따로 조사하지 않았었다.

카페 문이 열리고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깔끔한 차림의 젊은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흰 모자를 쓰고 있었고 손에는 타코야끼가 들려 있었다.

나는 멈칫했다. 설마 그 남학생?

“선우야, 언제 왔어?”

서란은 꼭 다람쥐가 먹이를 주러온 주인을 반기는 것처럼 기뻐했다.

“주변에서 전단지 돌리다가 잠깐 너 보러 왔지. 자, 타코야끼 사 왔어.”

남학생은 웃을 때 눈이 반달 모양이었는데 그 모습이 서란과 꼭 닮아 있었다.

'이런 게 부부상인가. '

그런데 배인호 때문에 헤어지다니. 참으로 악연이었다.

서란은 기뻐하면서도 마음이 아픈듯했다.

“나 보러 오는 건 좋은데 전단지 돌리느라 힘들 텐데 나한테 이런 거 안 사다 줘도 돼.”

“열심히 돈 버는 이유가 우리 란이 맛있는 거 많이 사 먹이려고 그러는 건데.”

남학생은 말하는 솜씨가 예술이었다.

나도 간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배인호는 나한테 간식 같은 걸 사준 적이 없었다.

서란이 아르바이트 중이라 남학생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마주칠까 봐 고개를 숙였다. 전에 클럽에서 자기를 꼬시려 했던 나이 많은 여자를 알아보면 큰일이다.

남학생이 나가길 기다렸다가 나도 급하게 계산하고 떠났다.

“사모님.”

이 기사는 날 볼 때마다 이 한 마디 뿐이었다.

“집으로 가요.”

나는 너무 피곤했다. 다시 사는 삶인데도 인간관계는 왜 점점 복잡해지는 걸까? 뇌세포가 부족한지 머리가 아파 태양혈을 살살 문질렀다.

한 100미터쯤 갔을 때 나는 입을 열었다.

“이 기사님, 제가 운전해서 갈게요.”

운전 기술을 자랑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는 핑계를 댔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사거리를 둘러보다 신호등 앞에서 길을 건너려는 남학생을 발견했다. 나는 타이밍을 맞춰 악셀을 밟아 그를 들이받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놀라서 급하게 차에서 내려 그를 부축했다. 다리에 피가 철철 흐르는 걸로 보아 많이 다친 것 같았다.

“누나?”

남학생은 아픔을 참으며 놀라서 나를 불렀다. 이 상황에서도 스윗하게 부르는 걸 보니 다들 대학생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이 기사님을 불렀다.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죠.”

남학생 이름은 기선우 였다. 21살이고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나는 병원 의자에 앉아 방금 핸드폰에 저장된 기선우의 번호를 보았다. 마음속에 비참한 감정이 들었다. 고작 생각해 낸 것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복수하는 것이라니.

서란이 나의 남편을 뺏어 갔으니 나도 그의 남자친구를 뺏으면 안 되나? 물론 그녀가 강압적으로 당한 것이라도 그녀는 결국 그를 받아줬고 배인호는 그때 철저히 이성을 잃었다.

만약 서란이 계속 그를 거절했다면 그도 이성을 되찾아 결국 이 모든 헌신이 아무런 이익도 줄 수 없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

병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생에 나도 유방암 말기가 림프선까지 전이 되어 마지막 나날을 병원에서 보냈다. 의사가 말하길 평소 화를 참는 여자들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나는 기선우의 병원비를 모두 결제하고 또 그에게 식사비용과 아르바이트 일당도 보상해 주었다. 입원으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대화를 꽤 잘하는 편이라 짧은 시간 동안 기선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평범한 가정에 부모님 두 분 다 계시는데 농사를 지으시고 위로 결혼한 누나가 한 명 있다고 했다. 이러니 여자친구를 배인호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몸조리 잘해요. 자주 보러 올게요.”

떠나기 전 나는 친절하고 따뜻한 누나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괜찮아요, 누나. 저 아직 젊고 튼튼해요. 회복도 빠를 거예요.”

기선우는 가지런한 흰 치아를 보이며 활짝 웃었다.

젊어서 튼튼하다, 웬지 날 유혹하는 말로 들렸다.

사실 나는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72살도 아닌 27살이다. 그저 5년의 결혼생활 기간 억눌려 살다보니 지쳐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이 확 늙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돌아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영양제를 잔뜩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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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2화 강제 키스

    나는 깜짝 놀랐다.“왜?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정아하고 배인호가 싸우고 있어. 네가 빨리 와야 해. 주소 보내 줄 테니까, 빨리빨리!”민정이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무 옷이나 걸치고 집을 나섰다.내가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은 룸에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의 신분 때문에 금방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것이다.내가 온 것을 보고 민정이는 나를 잡아당겨 정아 옆에 앉혔다. 정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큰 눈으로 배인호를 째려 보고 있었다. 둘은 마치 철천지원수 같았다.배인호도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맞은 편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었고 옆에 노성민은 겁을 잔뜩 먹고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형수님, 죄송해요. 친구분이 오해한 것 같아요. 사실 그 여자들은 제가 데리고 온 거고 인호형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노성민은 배인호 보다 4살 어렸다. 처음으로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른 것 같다.“헛소리하지 마. 그 여자 가슴에 네 그 인호형이 얼굴을 아주 파묻고 있더만, 그래도 아무 사이 아니야?”정아는 노성민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노성민은 거의 울 것 같았다. 그는 처음으로 암컷 사자를 맞닥트린 것 같았다. 아주 무서워 죽을 것 같지?배인호는 싸늘하게 정아를 훑어 보고는 나를 쳐다봤다. 나의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나는 그의 눈빛을 못 본 척 정아를 다독였다. “정아야, 괜찮아. 네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 한 거야. 분명 그 여자들은 성민 씨가 부른 걸 거야. 인호 씨 눈이 얼마나 높은데, 그런 가슴만 큰 여자들 안 좋아해.”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아의 남편이 그녀를 배신한 줄 알것이다.룸에는 정적만이 돌았다.“지영아, 너 진심이야?”정아는 민정이를 한번 보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물었다. 그녀도 내가 배인호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 침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정아도 오늘 밤은 참지 못하고 배인호를 욕했지만, 그를 수년간 사랑한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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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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