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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정말 운명인가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20 18:52:26
“아이고, 너 대체 무슨 일이야? 인호가 서운하게 했어? 내일 내가 인호 찾아가서 우리 딸 괴롭히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내야겠네......”

엄마가 깜짝 놀라시면서 달려와 나를 안아 주셨다.

“엄마, 인... 인호 씨가 그런 거 아니에요. 엄마가 잘해주니깐 내가 너무 감동 받아서...”

나는 엄마의 허리를 끌어안고 울먹이며 말했다.

배인호가 괴롭힌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은 나의 미련한 희망 때문이었다. 그는 잔인한 악당이었고 나는 어리석게 그를 사랑하는 여자였다.

엄마는 나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 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나뿐인 딸인 나를 엄마는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배인호 때문이라는 걸 엄마가 모를 수 있을까?

나는 울보가 아니다. 억울한 일만 없으면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삼계탕 먹을 거야?”

“먹을래요. 너무 먹고 싶었어요...”

나는 눈물을 닦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엄마의 팔짱을 끼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빠는 이미 주무시는 것 같았다. 식탁에서 엄마와 둘이 앉아 오붓하게 얘기하며 맛있게 삼계탕을 먹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반 마리를 해치웠다. 요 몇 년 사이 너무 적게 먹었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니 체해서 토할뻔했다.

엄마는 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왜 그렇게 많이 먹어. 그러다 불편해서 잠 안 올 수도 있어.”

“너무 배고파서요.”

나는 바보처럼 웃었다. 이렇게 맛있게 먹은 적이 정아 그리고 다른 애들과 함께한 졸업 파티에서였다. 졸업한 뒤 배인호와 결혼했고 그 뒤로는 원망만 가득한 여자의 삶을 살았다.

“배고파도 천천히 먹어. 적당히 먹는 게 제일 좋아.”

엄마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녀의 팔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엄마, 오늘 나랑 같이 자요. 건강 상식도 가르쳐주고!”

엄마가 그러자고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다음날 일어나니 전례 없이 개운했다. 잘 먹고 잘 잘잤고 집에서 아침밥까지 먹고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기선우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다리는 뼈까지 다친 건 아니지만 피부 손상이 심해 꿰매고 붕대가 두껍게 감겨져 있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누나, 어떻게 오셨어요?”

기선우가 나를 보고 놀라면서도 조금 미안해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되고요.”

그럴 순 없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이 기사에게 부탁했다.

“이 기사님, 갖고 들어와 주세요.”

이 기사는 영양제가 잔뜩 담긴 쇼핑백을 기선우의 침대에 올려 두었다. 기선우는 이렇게 많이 사 올 줄은 몰랐는지 놀라면서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보였다.

“누나, 저 가벼운 타박상이에요. 그렇게 심하진 않아요.”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인데, 타박상도 다친 거죠.”

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으며 싱긋 웃었다.

“맞다, 근데 저 아직도 누나 이름을 모르더라고요. 이름이 뭐예요?”

기선우가 갑자기 물었다.

“나는 허지영이라고 해. 지영누나라고 불러도 돼.”

나는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누나라는 단어가 전혀 늙어보이지 않았다. 내가 기선우 보다 6살이나 많으니 당연히 그렇게 부르는게 맞았다.

기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지영누나.”

나는 병실에서 기선우와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대학생이라 아직 생각이 단순하고 순진했다. 기선우는 건축학과 3학년이었고 지금은 방학이라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태는 모범생이었다. 그는 귀엽고 예쁜 여자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꿈은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얼른 멈췄다.

기선우는 이상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지영누나, 왜 웃어요?”

나는 콧끝을 가볍게 문지르며 봄바럼처럼 나긋하게 말했다.

“ 아니, 그냥... 널 보니까 나 대학 다닐 때가 생각나서. 그때가 참 아름웠지 하는 생각이 드네.”

“누나는 어느 대학 나왔어요?”

기선우는 궁금한지 물었다.

나는 그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서울대.”

아마도 나와 배인호는 서란과 기선우의 선배일 것이다.

기선우는 내 예상대로 기뻐하며 말했다.

“누나 우리 같은 학교네요. 누나가 제 선배예요.!”

나도 기쁜 척 말했다.

“그래? 인연이다 그렇지?”

서울시에 대학이 많았지만 서울대는 전국 3위 안에 드는 학교였다.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은 집안 배경이 대단하든가 머리가 엄청 좋다든가 그 중 하나는 되어야 들어올 수 있었다. 졸업하고 나면 전도유망했고 큰 부자가 못 되어도 중상위층 정도의 생활은 할 수 있었다.

만약 서란이 배인호를 만나지 않았다면 기선우의 꿈은 거의 실현 가능했을 것이다.

그와 서울대 이야기를 한창 재밌게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명랑한 목소리로 외치며 들어왔다.

“선우야! 나왔어!”

그 말을 듣자, 귓가에 전생에 배인호가 쓰던 특유의 익숙한 벨소리가 다시 울리는 것 같았다. 똑같은 목소리에 똑같은 말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서란은 흰색 쉬폰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까만 머리는 자연스러운 컬을 넣은 채로 풀고 있었다. 청순함에 여성미를 더해 한층 더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겉모습이 질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살이라는 어여쁜 청춘에서 흘러 넘치는 생기발랄함을 보니 마음이 쓰려왔다.

나는 20살 때 이미 배인호를 3년 동안 짝사랑 했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몹쓸 짝사랑으로 흘려보냈다.

왜 똑같은 나이에 서란은 배인호를 만나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나는 고작 숨어서 일기장에 집착을 담아 끄적였던 것일까?

“란아!”

서란을 본 기선우의 얼굴이 행복함으로 차올랐다. 하지만 금세 미안해했다.

“휴, 너 올 줄 알았으면 알려주지 않는 건데. 괜히 너 걱정하게 했네.”

서란은 과일을 들고 마치 한 마리의 백조처럼 사뿐사뿐 걸어왔다.

“바보야? 다쳤는데 왜 얘기를 안 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밖에 없는 의자를 서란에게 양보했다.

나는 평온했다. 곧 있으면 의자가 아닌 배인호도 그에게 내어줘야 하는데 고작 의자가 뭐 그리 중요할까?

“언니! 언니였어요?”

서란은 나를 알아보고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여기 있어요?”

'내가 너의 사랑스러운 남자친구를 다치게 했어.'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 내가 접촉 사고를 내서 선우가 다쳤어. 오늘 괜찮나 보러 온 거야.”

서란은 나를 보다 또 기선우를 보며 누구도 탓하지 않고 웃었다.

“인연이네요. 선우야, 이분 요즘 우리 카페에 자주 오는 손님이야. 좋으신 분인데,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났나 봐.”

그녀의 선량함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우연한 사고가 맞겠지만 나는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다.

“나도 알아. 지영누나가 일부러 사고 낸 거 아닌 거. 나한테 과하게 보상해 주셨어.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로.”

기선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안되지. 보상받을 만큼만 받아야지.”

서란은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언니, 죄송하지만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제가 돈 돌려 드릴게요.”

아마도 이렇게 바르고 큰 욕심 없고 돈을 돌 보듯 하는 성격이 배인호를 사로잡은 것일까? 돈에 찌들지 않은 여자애의 눈이 맑게 빛났다.

내가 졌다. 매일 입고 걸치는 명품들은 서란앞에만 서면 초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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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보상해야 할 범위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선우 다리에 흉도 질텐데 이만큼 받아야지. 얘기 나눠. 나는 일 있어서 그만 일어날게.”나는 말을 마치고 병실을 나섰다.두 사람이 아무 걱정 없이 달콤한 시간을 보낼 날도 고작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보름 뒤면 배인호의 강렬한 등장으로 서란은 그의 사냥감이 될 것이고 기선우는 서란과 행복하게 웃으며 대화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배인호가 정말 짐승 같았다.병원을 떠나며 나는 이 기사님에게 청담동에 위치한 배인호와 나의 별장으로 가달라고 했다. 얼마 전에 지은 한약을 거기에 두고 왔다. 한약을 가지고 친정에서 달여 먹으면서 거기에 엄마의 음식솜씨까지 더해지면 금방 살이 오를 것이다.한약은 거실에 그대로 있었다. 어젯밤 배인호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이청하와 어떻게 끝냈는지 알 수 없었다.“어제 왜 차에서 안 내렸어?”한약을 가지고 떠나려는데 계단에서 내려오는 배인호와 마주쳤다. 그는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그가 왜 집에 있는 거지? 평소라면 3개월에 한 번 들어오는데.배인호는 올 블랙의 홈웨어를 입고 있었고 매우 심플해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과 몸매가 더해지니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전에도 당신의 스캔들에 나는 관여하지 않았어요. 이번에도 다를 거 없고요.”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걔네들이 하나 같이 캐스팅이 무산되고 안 좋은 스캔들이 터진 건 다 우연이겠네?”그는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는 내가 한 일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막지 않은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여자들은 그저 잠시 데리고 놀뿐 진심이 아니었다. 서란을 만난 후로 내가 그녀를 만나 대화라도 해보려고 하면 배인호는 성난 사자처럼 나를 찢어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나는 부인하지 않았다.“매번 당신이 그녀들한테 적지 않은 돈과 캐스팅 기회를 주는데 그것도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에요. 내가 내 방식대로 돌려받겠다는데 뭐가 문제죠?”배인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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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9화 취조를 받다

    깜짝 놀랐다. 도대체 정아는 이런 남자들을 어디서 찾은 걸까?술기운이 올라온 나는 일부러 발끝을 들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럼 내가 얼마나 외로움을 잘 참아내는지 봐야겠네.”나는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이런 유형의 남자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속으로 엉큼한 생각을 하는 남자는 더 별로였다.정아는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걸어오자 재빨리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나 더는 못 마시겠어. 집에 가서 잘래.”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너무 많이 취하면 돌아가서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을 것이다.“나도 돌아갈래. 휴... 래일 또 출근이야.”세희도 일어나며 투정을 부렸다.정아는 입을 삐죽거렸다.“이제 몇 신데. 너네 다가면 나 혼자서 무슨 재미야. 가자 가자!”그녀는 가서 계산을 마치고 훈남들에게 인사하고 우리 셋은 떠났다.우리는 각자 기사님들을 불러 헤어졌다. 정아는 도둑처럼 웃으며 말했다.“지영아, 너 이렇게 나와서 훈남들이랑 술 마시면 너희 집 배인호가 질투 안 해?”“그 사람 얘기 꺼내지도 마. 부정 타.”나는 차에 타서 정아에게 손을 흔들었다.나는 이 기사님에게 친정으로 가달라고 부탁하고 눈을 감았다.집 앞에 거의 도착할 무렵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바람에 나는 놀라서 잠에서 깼다.“기사님, 무슨 일이에요?”“사모님, 아무래도 배 사장님 차인 것 같습니다.”이 기사님이 가리키는 쪽에 부가티가 보였다. 배인호가 왜 우리 집 가는 길에 있지? 나는 태양혈을 누르며 말했다.“됐어요. 이 기사님 너무 늦었는데 제 차 운전해서 퇴근하세요.”“알겠습니다.”이 기사의 운전 실력은 훌륭했다. 좁은 골목에서 부드럽게 차를 돌려 떠났다.여기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집이었다. 나는 부가티를 지나쳐 집으로 가려고 했다.배인호가 차에서 내려 내 앞을 막아섰다. 그는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는지 눈에서 불꽃이 튀어나왔다.“설명해. 이게 무슨 짓이야?”배인호가 인스타를 내게 보여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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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0화 세상은 참 좁다

    말을 마치고 나는 술기운에 그대로 잠들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잠을 자는 게 주사였다. 나는 배인호가 차에 그냥 나를 두고 내릴 줄 알았는데 이튿날 깨어보니 내 방 침대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로 잠든 나를 안아서 방으로 옮겨 준 것이다. 나는 머리가 아팠다. 겨우 일어나서 샤워하고 옷을 바꿔 입으니 좀 살 것 같았지만, 배가 고팠다.나는 배인호가 집에 없을 줄 알고 속옷도 입지 않은 채 실크 잠옷만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먹을 것을 준비하려 했다.아래층으로 절반쯤 내려왔을 때 소파에 두세 명이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배인호도 있었다. 손에 포카 카드를 들고 나를 보더니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헉,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노성민은 옆에 있는 남자의 고개를 손으로 누르며 같이 고개를 숙였다.나는 급하게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으며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배인호가 요즘 뭘 잘 못 먹은 건가? 왜 매일 집에 들어오는 거지?’나는 옷을 바꿔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세 사람은 카드 게임을 그만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배인호에겐 몇 안 되는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나도 다 아는 사이었지만 친하진 않았다. 노성민, 이우범, 박준. 모두가 알아주는 재벌 집 자제들이었다. 하지만 이우범은 조금 달랐다. 그는 가업을 이어받지 않고 의사를 선택했다.이들은 모두 배인호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나를 배인호의 와이프로 생각하지 않았다. 전생에서 이우범을 제외한 그의 친구들은 그가 서란을 꼬시는 걸 도와주었다. 세 사람은 내가 내려와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도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계란국을 끓였다.“가자.”배인호는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했다.노성민과 박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인호와 함께 떠났다. 밖에서 들리는 차 엔진 소리를 들으며 나는 밥을 먹었다.아침을 먹고 나는 간단하게 화장하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이다. 갔던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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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1화 돌부처와도 같은 인내심

    이 게임이 점점 더 재밌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한약을 후후 불어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가 1초도 되지 않아 그대로 뿜었다. 언제 돌아왔는지 배인호가 문 앞에서 내가 한약을 뿜는 걸 보고 있었다. 그는 더럽다는 듯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못 마시겠으면 마시지 마!”“무슨 상관이에요.”나는 입을 닦으며 이상해서 배인호에게 물었다.“왜 또 왔어요?”배인호는 넥타이를 풀었다. 그 단순한 동작에서도 멋짐이 묻어 나왔다.“내 집에 내가 오는 데 문제 있어?”배인호는 나의 맞은편에 앉아 무표정으로 말했다.“그러네요.”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약을 계속 마셨다. 하지만 너무 썼다. 나는 아메리카노에도 시럽을 넣어 먹지 않았는데 이건 적응 할 수 없이 썼다. 한약을 넘기기도 전에 또 뿜었다. 이번에는 거리 조절을 잘 못해 더 멀리 뿜었고 배인호의 얼굴과 셔츠에도 튀었다. 배인호의 얼굴은 바로 굳었고 차갑게 나를 노려보았다.나는 너무 써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배인호의 속눈썹에서 떨어지는 한약을 보며 나는 티슈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 이건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매너였다.배인호는 그런 나의 손을 쳐냈다. 그의 짜증스러운 눈빛에 나는 멈칫했다. 익숙한 씁쓸함이 느껴졌다.“미안해요. 약이 너무 써서.”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손에 있던 티슈를 버렸다.배인호는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윤 집사님이 다가와 깔끔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그녀는 부지런하고 세심하게 일 했다.“식사 준비해 주세요.”나는 정리를 끝낸 윤 집사님을 기다렸다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가서 바삐 움직였다.나는 코를 막고 남은 한약을 마저 마셨다. 밥만 잘 먹는 거로는 살을 찌 울 수 없었다. 일단 몸이 먼저 건강해야 살이 찔 수 있을 것이다.나는 약을 마시고 위층의 연습실로 가서 오래 움직이지 않아 먼지가 쌓인 첼로를 꺼냈다. 그리고 혼자 첼로를 켰다. 낮고 우아한 첼로를 켜는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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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2화 강제 키스

    나는 깜짝 놀랐다.“왜?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정아하고 배인호가 싸우고 있어. 네가 빨리 와야 해. 주소 보내 줄 테니까, 빨리빨리!”민정이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무 옷이나 걸치고 집을 나섰다.내가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은 룸에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의 신분 때문에 금방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것이다.내가 온 것을 보고 민정이는 나를 잡아당겨 정아 옆에 앉혔다. 정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큰 눈으로 배인호를 째려 보고 있었다. 둘은 마치 철천지원수 같았다.배인호도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맞은 편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었고 옆에 노성민은 겁을 잔뜩 먹고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형수님, 죄송해요. 친구분이 오해한 것 같아요. 사실 그 여자들은 제가 데리고 온 거고 인호형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노성민은 배인호 보다 4살 어렸다. 처음으로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른 것 같다.“헛소리하지 마. 그 여자 가슴에 네 그 인호형이 얼굴을 아주 파묻고 있더만, 그래도 아무 사이 아니야?”정아는 노성민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노성민은 거의 울 것 같았다. 그는 처음으로 암컷 사자를 맞닥트린 것 같았다. 아주 무서워 죽을 것 같지?배인호는 싸늘하게 정아를 훑어 보고는 나를 쳐다봤다. 나의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나는 그의 눈빛을 못 본 척 정아를 다독였다. “정아야, 괜찮아. 네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 한 거야. 분명 그 여자들은 성민 씨가 부른 걸 거야. 인호 씨 눈이 얼마나 높은데, 그런 가슴만 큰 여자들 안 좋아해.”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아의 남편이 그녀를 배신한 줄 알것이다.룸에는 정적만이 돌았다.“지영아, 너 진심이야?”정아는 민정이를 한번 보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물었다. 그녀도 내가 배인호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 침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정아도 오늘 밤은 참지 못하고 배인호를 욕했지만, 그를 수년간 사랑한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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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3화 덜미가 잡히다

    모든 것이 통제 불능일 때 배인호가 갑자기 멈추고 나를 풀어줬다. 눈빛 속에 욕망이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갔다.나는 허무하게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차갑게 웃고 있었다.“이것 봐 다 숨기고 있으면서.”“뭐라고요?”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이러면서 이젠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배인호는 손을 뻗어 악랄하게 나의 입술 끝을 문질렀다.“그냥 친구들 앞에서 연기하는 거였어. 허지영, 너 지금 밀당하는거야?”그는 이런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나를 떠보려는 것이다. 나는 빠르게 이성을 되찾고 벗겨진 옷을 주어 입었고 침착해지려고 애를 썼다.“당신한테 내가요?”마음속에 비참하고 초라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배인호, 난 당신하고 밀당 같은 거 하고 싶은 생각 없어. 당신은 지금 잠깐 차가운 내가 적응이 안 되는 거야. 마치 충성스러운 강아지가 갑자기 당신한테 꼬리를 흔들지 않는 것처럼. 당신도 기분 나쁠 순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네가 개야?”배인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나의 비참함에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 같았다.“당신도 알고 있잖아.”나는 흐트러진 옷깃을 잡으며 고개를 떨구고 담담하게 말했다.배인호가 순수한 남자애도 아니고 내가 마음속으로 그를 좋아하는 걸 모를리가 없다. 이미 나는 여러 번 그에게 고백했다. 그는 한 번도 중요하게 생각한 적 없었다. 그를 좋아하는 여자는 많았고 그 여자들과 내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어쩌다 운 좋게 그와 결혼을 했다는 것뿐이다. 배인호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는지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샤워해.”말을 마치고 그는 욕실을 나갔다.나는 신속하게 욕실 문을 잠그고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나를 봤을 때 정말 뺨이라도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거기서 그런 거지? 배인호의 이런 장난에 나는 또 흐트러졌다.나는 3분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빨리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가 잠에 들었다.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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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범은 함께 밥을 먹자는 말에 조금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만나도 인사도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그래도 친한 친구의 일이고 그도 배 씨 가문과 허 씨 가문의 관계가 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그래요. 저녁 식사로 하시죠. 저녁에 시간 있습니다.”“좋아요! 그럼, 제가 아는 카페에서 만나요. 거기 커피도 맛있고 조용해서 얘기 나누기 편할 거에요. 여기 카톡 추가하면 위치 보내 드릴게요.”나는 열정적으로 핸드폰을 건넸다.이우범은 핸드폰을 한번 보더니 볼펜과 펜을 내밀었다.“추가는 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 써주세요.”무슨 사람이 이렇게 철벽이란 말인가? 나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다 종이에 휘갈기듯 카페 주소를 적었다.“저녁 8시에 거기서 봐요.”나는 배시시 웃으며 볼펜을 내려놓고 기분 좋게 떠났다.저녁 8시, 이우범은 카페 ‘랑데부’로 가도 나는 없고 서란을 만나게 될 것이다. 둘의 만남이 기대되어 나는 하루 종일 너무 신났다. 이우범과 서란이 만나는 장면이 계속 상상되어 나는 가서 직접 두 눈으로 역사적인 장면을 확인해야겠다.같은 여자를 좋아하다니, 역시 배인호와 이우범은 친구였다. 하지만 이우범이 서란에게 첫눈에 반한 것인지 아니면 알아가면서 좋아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첫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면 오늘 저녁의 만남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나는 검은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가발까지 썼다. 저녁 8시쯤 나는 혼자서 카페 ‘랑데부’ 로 갔다.나는 카페로 들어가지 않고 창문으로 엿보았다. 역시 이우범은 이미 도착해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저 자리는 내가 좋아하는 자리인데.그는 심플한 흰 티셔츠를 입고 앞머리는 자연스럽게 내리니 깔끔하고 도도해 몇 살은 더 어려 보였다.서란은? 나는 일하는 곳을 바라보며 그녀를 찾았다. 한참이나 찾았지만 서란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이상한 행동 탓에 이우범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 일어나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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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5화 시부모님의 방문

    “어? 너 다시 시작하려고?”민정이는 놀라며 물었다. “나한테 어울리는 기회만 있다면 당연히 하지. 아니면 내가 뭘 하겠어?”나는 우리 가문의 기업에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볼까 고민했지만, 내가 원래 하던 일도 아니고 아직 엄마 아빠도 건강하셨기에 내가 나설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나의 꿈을 펼치고 싶었다.민정이는 다리를 ‘탁’ 치며 말했다.“나도 진즉에 말하고 싶었어. 왕년에 서울대 첼로 여신이 가정주부로 산다는 게 너무 아쉽잖아. 넌 걱정하지 마. 내가 우아한 음악회 있으면 적극 추천할게.”나는 손을 잡으며 말했다.“좋아.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오늘은 내가 살게. 많이 먹어.”술을 마시고 다들 헤어지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나는 이기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와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영누나?”고개를 돌려보니 기선우였다.“선우야, 네가 여기에 왜 있어?”“근처에서 알바하고 금방 퇴근했어요. 누나 술 마셨어요?”기선우는 나의 몸에서 나는 술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나는 어지러워 이마를 짚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술기운이 올라와 머리가 더 아팠다.“선우야, 차 운전할 수 있니?”기선우는 대답했다.“네, 누나 불편하시면 제가 운전해 드릴게요.”역시 착했다. 나는 차 키를 기선우에게 전해주고 다시 이기사님에게 전화해서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 주었다.“누나... 이거 누나 차에요?”기선우는 앞에 검은색 파라메라 차량을 보고 눈이 반짝였다. 놀라움과 부러움이 묻어났다. 남자는 나이가 많든 어리든 차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나는 울리는 머리를 잡고 대답했다.“응. 내 거야. 네가 내비게이션으로 찾아서 청담동으로 가줄래?”“청담동이요?”기선우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아마 그곳의 집값이 비싸다는 걸 들어 본 모양이다. “뭐 하고 있어? 나 머리 아파 죽을 것 같아.”나는 계속 얼어 붙어있는 기선우의 옆으로 가서 연약하게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이런 건 술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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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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