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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돌부처와도 같은 인내심

Author: 배나영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이 게임이 점점 더 재밌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한약을 후후 불어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가 1초도 되지 않아 그대로 뿜었다.

언제 돌아왔는지 배인호가 문 앞에서 내가 한약을 뿜는 걸 보고 있었다. 그는 더럽다는 듯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못 마시겠으면 마시지 마!”

“무슨 상관이에요.”

나는 입을 닦으며 이상해서 배인호에게 물었다.

“왜 또 왔어요?”

배인호는 넥타이를 풀었다. 그 단순한 동작에서도 멋짐이 묻어 나왔다.

“내 집에 내가 오는 데 문제 있어?”

배인호는 나의 맞은편에 앉아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약을 계속 마셨다. 하지만 너무 썼다. 나는 아메리카노에도 시럽을 넣어 먹지 않았는데 이건 적응 할 수 없이 썼다. 한약을 넘기기도 전에 또 뿜었다. 이번에는 거리 조절을 잘 못해 더 멀리 뿜었고 배인호의 얼굴과 셔츠에도 튀었다. 배인호의 얼굴은 바로 굳었고 차갑게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너무 써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배인호의 속눈썹에서 떨어지는 한약을 보며 나는 티슈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 이건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매너였다.

배인호는 그런 나의 손을 쳐냈다. 그의 짜증스러운 눈빛에 나는 멈칫했다. 익숙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미안해요. 약이 너무 써서.”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손에 있던 티슈를 버렸다.

배인호는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윤 집사님이 다가와 깔끔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그녀는 부지런하고 세심하게 일 했다.

“식사 준비해 주세요.”

나는 정리를 끝낸 윤 집사님을 기다렸다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가서 바삐 움직였다.

나는 코를 막고 남은 한약을 마저 마셨다. 밥만 잘 먹는 거로는 살을 찌 울 수 없었다. 일단 몸이 먼저 건강해야 살이 찔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약을 마시고 위층의 연습실로 가서 오래 움직이지 않아 먼지가 쌓인 첼로를 꺼냈다. 그리고 혼자 첼로를 켰다. 낮고 우아한 첼로를 켜는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나는 첼로 소리에 빠져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배인호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끄러워!”

그는 기분 나쁘게 말했다.

나는 별로 첼로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배인호의 말을 들으니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전생에서도 그는 내가 첼로를 켜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첼로를 그만두었다.

생각 해 보니 정아랑 애들이 왜 나를 사랑에 빠진 멍청이라고 욕했는지 이해가 갔다. 나는 일부러 첼로를 아무렇게나 켜댔다. 이상하게 나는 소음 소리에 배인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혼해요. 이혼하고 각자 살면 당신 시끄러울 일도 없겠네요.”

나는 우아하게 첼로를 내려놓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이혼 안 해도 각자 살 수 있어.”

배인호는 비웃으며 대답했다.

“근데 왜 자꾸 집에 와요?”

나는 요즘에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집에 뭐가 있길래 배인호가 매일 들어오지? 아무튼 나 때문은 아닐 텐데.’

배인호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 내가 적응이 안 되는지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지금 바로 집을 나섰을 것이다. 전화 한 통화만 해도 오라고 하는 곳이 많을 것이다. 그는 화를 꾹 참으며 내게 말했다.

“허지영, 내가 집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 왜 새로운 남자라도 만나려고?”

‘설마 내가 바람을 피울까 봐 이렇게 매일 집에 오는 건가? 증거라도 잡으려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왜요 안 돼요? 전에는 인스타에 올리지만 않으면 된다면서요.”

“젠장, 정말 바람이라도 피우겠다는 거야?”

배인호는 무섭게 말했다.

“남녀평등인데, 당신도 하는 걸 나라고 못 할 게 뭐가 있어요?”

우리의 언성이 점점 높아질 때쯤 윤 집사가 들어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사모님.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나는 배인호를 밀치고 내려가서 밥을 먹었다. 더 이상 그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

윤 집사님의 음식 솜씨는 훌륭했다. 반찬과 국도 간이 딱 맞춤했다. 나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고 있는데 배인호가 내려와 집을 나가는 것이 보였다.

“정말 맛있네요. 음식 솜씨가 좋으세요. 윤 집사님 남편 분하고 아이들은 진짜 행복하겠어요.”

나는 마지막 한술을 뜨고 배시시 웃으며 윤 집사님을 칭찬했다.

윤 집사님은 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사모님 다 간단한 반찬들인데요. 과찬입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정말 맛있어요. 집에서는 맛있다고 안 하나요?”

“제 딸이 제가 만든 요리를 좋아해요. 먹으면서 항상 저보고 식당을 차리라고 하는데 애가 아직 생각이 단순해요.”

윤 집사님은 자기 딸을 말할 때 눈빛에 애틋함이 가득했다.

나는 웃음이 조금 사라졌다.

“따님의 말이 맞아요. 때론 때가 되어 운이 따라주면 실현하려던 목표가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잖아요.”

전생에서 내가 죽기 전 배인호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하니 그는 예비 장모님의 식당 개업을 축하하러 가야 한다고 올 시간이 없다고 했다.

식당은 그가 투자했고 규모가 서울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컸다.

“우리 집 세 식구는 그냥 평범한 시민인데요. 그렇게 큰 운은 없을 거예요.”

윤 집사님은 조금 비참한 심정으로 대답했다.

“운이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잖아요. 따님이 결혼을 잘할 수도 있는 거고요.”

나는 그녀에게 바로 알려 주고 싶었다. 그렇게 비참해할 필요 없다고, 당신 가족들이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행운이 곧 보름도 안 되어 찾아갈 것이다.

나는 꾹 참고 윤 집사님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식탁에서 일어났다.

서란의 가족은 모두 착했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전생에서 그녀의 부모도 처음엔 배인호와 서란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아직 대학교 졸업하지 못했는데 그것도 유부남과 만나는 게 알려지면 창피해서 어떡하냐고.

하지만 유선과 서중석은 배인호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 그들은 배인호를 받아줬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할 때 나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샤워하고 나는 편하게 침대에 누웠다. 잠을 자기 전 핸드폰을 보다가 배인호가 클럽에서 노성민과 두세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놀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배인호는 인기와 유명세는 대단했다. 하긴 신분이 있으니, 길거리에서 평범하게 떡볶이만 먹어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것이다.

나도 그의 와이프 신분으로 자주 댓글에 나타났다.

「저 남자 와이프는 부처님인가? 인정해 줘야 한다!」

「Emmm...저 남자가 내 남편이라면 나는 세컨드 산후조리까지 해줄 수 있어.」

「어이 그렇게 저 남자가 좋아? 저런 역겨운 일이 당신한테 생기면 절대 못 받아들일 거면서. 그렇다면 내가 받아들이지.」

「어쩜 다들 가치관에 문제가 있을까. 배인호 결혼하고 스캔들이 끊이지 않아. 나쁜 놈이야.」

「기레기들 기술이 안 되네. 매번 중요한 장면은 못 찍음.」

나를 동정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비웃기도 한다. 나는 그저 웃어넘겼다.

잠에 들려던 순간 민정에게서 온 전화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지영아 빨리 와, 큰일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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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키아토가 달기는 했지만 그걸 마신다고 연애하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는 쓰디쓴 아메리카노 같았고 서란은 달콤한 마키아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때때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머릿속으로 내일모레 그녀와 배인호가 만나는 시간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서울시 비즈니스 심포지엄은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되고 서란은 서빙 알바로 일찍부터 회의장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배인호는 문을 통과할 때 그녀를 발견할 것이고 그렇게 큐피드의 사랑의 화살을 맞을 것이다.“서란 씨, 다른 아르바이트해볼 생각 있어요? 과외 알바 소개해 줄까요? 내일부터 가능한데, 페이도 좋고.”서란이 옆자리 테이블을 정리하는 틈을 타 나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서란이 고맙다는 듯 나를 보며 웃어 보였지만 내 제안은 거절했다.“지영 언니,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근데 제가 며칠 뒤면 개학이라 내일모레 임시 서빙 알바까지만 하고 학교 가서 등록해야 돼요.”생각해 보니 개학이 다가오긴 했다.내가 한발 늦었다. 며칠만 더 일찍 말을 꺼냈으면 서란이 배인호 앞에 나타나는 걸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이내 마음이 다시 놓였다. 배인호와 서연 정도의 인연이면 한 번을 막으면 두 번 세 번 더 막아야 할 것이다...“고맙긴.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얘기해 본 거야.”나는 커피를 한 모금 하고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그럼 이 알바도 그만두는 거야?”“네, 개학하면 시간이 안 나서요.”서란이 아쉬운 듯 주위를 한번 빙 둘러본다. 그러고는 보기 좋게 씩 웃어 보인다.“지영 언니, 보고 싶을 거예요.”나는 조금 난처했다. 서란이 이 모든 걸 안다면 아마도 멀찌감치 나를 피했을 것이다.이때 손님이 들어왔고 서란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졌고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아마 이 저렴한 가게에 다시 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미 돌아가고 있었다. 방관자로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다시 한번 감상하는 게 전생보다 쉽지는 않았다.이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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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란은 우리에게 헤드셋을 나눠주러 온 것이었다. 그녀는 공손하게 헤드셋을 우리가 앉은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다음은 배인호였고 똑같이 미소를 지었다.배인호는 보기 드물게 그녀를 보며 웃었다. 곧이어 한 마디 덧붙였다.“고마워요.”서란이 그에게 남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었다.서란의 시선이 다시 한번 배인호로 향했고 그 시선에는 경이로움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일편단심이라고 해도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보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소녀는 “고마워요”라는 말 한미디로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수줍음이 많았다.혹시 반할 가봐 배인호를 보고도 못 본척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이 소소한 에피소드는 금방 지나갔다. 심포지엄이 시작되었고 주요하게는 서울시와 세종시의 연합 발전 및 주변 도시의 발전에 대한 토론과 실현 가능한 방안을 작성하는 것이었다.서울시는 최근 몇 년간 무서운 기세로 발전했고 그중 여러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확장이 필요했다.나는 잘 모르는 내용이라 아빠의 견해, 배인호의 생각, 아버님의 의견을 듣는 것 외에 나는 줄곧 홀로 사색에 잠겨 있었다.심포지엄이 끝나고 아빠가 찾아왔다.“영이야, 여긴 어쩐 일이야?”“집에 있으려니까 심심해서 와 봤어.”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빠는 내가 태생부터 장사나 정치와는 안맞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런 행사를 지겨워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내가 여기에 있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인호랑 같이 온 거냐?”아빠가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쳐다보았다. 배인호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동작 하나하나에서 그가 상위자임을 알 수 있었다.기타 비즈니스 거물들과 비기면 배인호는 젊은 편이었지만 이미 그는 빼어난 능력자였다.“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보기 좋네. 집사람으로서 이런 자리에 참석해 그 자리를 잘 지키는 것도 필요해.”아빠가 의미심장하게 당부했다.“사돈, 오랜만입니다.”“아이고 이게 누굽니까. 우리 배 사장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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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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