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설아가 오늘 온 목적은 나와 이런 말을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그녀는 가방에서 정교하고 귀여운 작은 선물함을 꺼냈다. 위에는 하늘색 곰과 7살 생일을 축하한다는 영문 그림도 있었다.“다음 주 빈이 7살 생일이에요. 인호 씨와 같이 빈이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주려고 하는데 지영 씨도 와요.”이 말을 하는 민설아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7살, 배인호와 결혼하고 5년, 이혼하고 또 2, 3년을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다른 여자와 낳은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이미 7살이 되었다.“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참석은 됐어요. 선물함은 도로 가져가요.”나는 전혀 흥미가 나지 않았다.“그건 지영 씨가 알아서 하면 돼요.”민설아도 억지를 부리진 않았다. 머리를 정리하더니 가기 전에 몇 마디 더했다.“허지영 씨, 이미 당신을 아껴주는 남자가 있으면 다른 남자는 멀리해요. 앞으로 될수록 엮이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정말 고마울 텐데.”말하는 걸 들어보니 아직도 나를 연적으로 생각하고 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내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서란과 민설아가 이 정도로 견제하는지 모르겠다. 배인호와 결혼한 5년간 내가 생과부처럼 지낸 걸 뻔히 알면서 말이다.민설아가 가고 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한 것 같았다.지금 창밖은 해가 쨍쨍했다. 점심때라 하루 중 햇빛이 제일 강한 때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가 창밖의 풍경을 한참 바라봤다. 그러고는 배달을 불러 굶주린 배를 채우려 했다. 이우범은 점심에 로아와 승현이를 보러 간다고 했으니 내 점심까지 챙길 리가 없다.“형수님!”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얗고 포동포동한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가 웃으며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이 선생님이 밥 가져다주라고 부탁하셨어요. 우리 병원 관계자 식당에서 사 온 건데 깨끗하고 건강해요. 조금 드셔보세요.”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배인호가 동료에게 부탁해서 나에게 밥을 가져다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최신 업데이트 : 2024-01-2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