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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나는 배인호의 역린이다

내 말은 민설아의 아픈 점을 찌른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연인 사이에 그렇게 오래 헤어졌는데 감정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아이까지 없다면 두 사람은 아마 이렇게 빨리 재결합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걸 떠나서 배인호는 이런 부분에서는 책임감 넘쳤다.

“아이는 그냥 하나의 중요한 이유일 뿐이에요. 나와 인호 씨 사이의 감정, 당신은 모를 거라고요.”

민설아의 얼굴이 한층 창백해졌지만 웃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지영 씨는 그때 인호 씨와 내가 몇 달밖에 안 만났고 시간도 길지 않은데 감정이 깊으면 얼마나 깊겠냐고 생각하겠죠. 근데 감정의 깊이는 시간이 아니라 느낌이에요. 이건 지영 씨가 더 잘 알 거 아니에요.”

민설아는 내 눈을 바라보며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입가에 번진 웃음은 거의 넘쳐날 지경이었다.

배인호를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했지만 결국 나는 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만약 환생하지 않았다면 그냥 전생의 그 결말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감정은 시간으로 좌우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잘 알고 모르고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민 선생님 본인이 둘 사이가 변하지 않았다고 믿으면 되는 거예요.”

내 마음은 지금 고요한 물처럼 아무런 기복이 없었다. 나는 민설아가 한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일부러 나를 자극하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었다.

“네, 내가 인호 씨는 제일 잘 알죠.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되게 일편단심인 사람이에요.”

민설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배인호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인호 씨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마음이 여린 사람인 걸요. 지영 씨를 놓고 봐도 그때 엄청 미안해했어요.”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저 의문에 찬 표정으로 민설아를 쳐다봤다. 나는 그녀가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뱉는 단어는 다 아는 단어였지만 조합하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민설아는 어리둥절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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