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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우울증

감정은 이 세상에서 제일 컨트롤하기 힘들다. 말하지 않아도 눈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는데 이우범을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도 그 힘든 과정을 다 견뎌왔고 지금 이런 감정 소모를 완전히 이겨낸 것 같다.

한참 뒤 나는 이우범의 눈시울이 붉어진 게 보였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억울해 보였고 이해를 받지 못했다는 처절함도 느껴졌다. 눈물로 적셔진 속눈썹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런 이우범은 처음인 것 같았다.

“우범 씨, 괜...찮은 거죠?”

나는 얼른 티슈를 한 장 빼서 이우범의 눈가를 닦아주려 했지만 그가 나를 피했다.

“괜찮아요. 계속 그런 마음인 것도 알고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도 포기하기 싫었어요. 지영 씨 빼고는 이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가 없게 됐어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평생을 살라고 한다면 두 번째 도시아가 되는 거겠죠.”

이우범의 말은 앞부분은 괜찮았지만 뒷부분은 소름이 끼쳤다.

나를 보는 이우범의 눈빛은 이미 안정을 되찾았고 차갑기까지 했다.

나는 이우범이 나를 협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시아는 이미 죽었다. 직접 선택한 건 맞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생명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우범에게 정말 진심으로 푹 빠져 있었다.

이우범은 종래로 도시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안하지 않았던 걸까?

그렇다면 이우범은 정말 너무 극단적인 사람이다.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기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에게 모질게 굴 것이다.

“무슨 뜻이에요? 우범 씨, 너무 극단적으로 나오지 마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나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작에 알고 있었잖아요. 내가 했던 일들도 거의 알고 있고, 아니에요?”

이우범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요. 근데 어떤 일은 내가 직접 경쟁하지 않는 이상 정말 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그의 말에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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