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491 - Chapter 500

693 Chapters

제491화 이상한 엄마

민설아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지만 나는 아주 태연했다.아까 그녀의 반응으로 봤을 때 나는 이미 우위를 차지한 것 같았다. 오히려 민설아를 이용해 내 두 아이에 대한 배씨 가문의 의심을 완전히 깰 수 있다.곧이어 나는 계산을 하고 쇼핑몰에서 나와 차를 불러 집으로 갔다.요 며칠 우지훈과 민설아가 번갈아 가며 나를 협박하다 보니 살이 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며칠 뒤 김미애와 같이 설악산으로 가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니 그때 몸에 낀 재수 없는 기운을 씻어낼 계획이다.하지만 그날 나를 데리러 온 건 김미애뿐만 아니라 배인호와 민설아, 그리고 빈이도 함께였다.모두 3일이 걸리는 일정이라 나는 로아와 빈이를 모두 데리고 비행기로 이동할 계획이었다.김미애는 차에서 내려 아이를 같이 옮기려 했다. 민설아도 가식적으로 도우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넌 빈이랑 먼저 차에 타 있으면 돼.”김미애가 차갑게 말했다.“네.”민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에 있는 빈이 곁으로 갔다.배인호는 운전을 책임졌다. 그는 차창 너머로 나와 김미애를 쳐다보고 있었다. 선글라스가 그의 눈매와 코를 가려 오뚝 솟은 콧날과 얇은 입술, 그리고 잘 빠진 턱선이 보였다.김미애는 발걸음을 멈추고 낮은 소리로 나에게 해명했다.“지영아, 원래는 설아를 데리고 가기 싫었는데 빈이가 같이 가겠다고 생떼를 쓰면서 민설아도 같이 가야 한다고 하니 방법이 없었어.”나는 김미애가 손자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빈이가 진짜 설악산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민설아까지 꼭 가야 한다고 했다면 김미애는 무조건 설득당했을 것이다.“이해해요. 괜찮아요.”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민설아가 있는 한 그녀는 무조건 배인호와 김미애가 내 아이를 가까이하고 예뻐하는 걸 어떻게든 막아낼 것이다.나와 김미애는 아이를 한 명씩 안아야 했기에 민설아는 조수석에 앉았고 빈이는 우리와 뒤에 같이 앉았다.빈이는 나를 보자마자 큰 원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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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아이를 일부러 해치다

나는 빈이가 로아와 승현이에게 일부러 해코지라도 할까 봐 그쪽으로 가서 지켰다.“흥.”빈이는 나만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에 대한 거부감과 실증을 대놓고 티 냈다. 나는 괜찮았다. 아이와 겨룰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전제는 빈이가 내 마지노선을 밟지 않는다는 것이다.“거의 도착하니까 엄마한테 가서 얌전히 앉아 있어. 뛰어다니지 말고.”나는 빈이에게 말했다.빈이는 지금 나와 매우 가까이 있었고 또 로아와 승현이를 보기 위해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아까 점심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빈이는 트림을 했고 나는 옅은 콜라 냄새를 맡았다.‘콜라를 언제 마신 거지?’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빈아, 이리 와. 곧 랜딩인데 엄마 곁으로 와야지.”이때 민설아가 빈이를 부르자 빈이는 바로 얌전하게 그쪽으로 다가가 앉았고 나는 아직도 의문에 잠겨 있었다.비행기에서 내릴 때 민설아는 빈이의 손을 잡고 제일 앞에 섰다. 김미애는 적극적으로 로아를 안으면서 배인호더러 승현이를 안으라고 했다. 그러자 오히려 나는 빈손이 되었다. 아까 빈이가 점심을 먹은 자리를 지나칠 때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민설아가 버린 병을 주어 내 가방에 넣었다.비행기에서 내린 후 기사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먼저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하고 내일 아침 일찍 설악산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나는 방 세 개를 예약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나와 로아, 그리고 승현이가 한방을 쓰고 김미애가 한방, 배인호와 민설아가 빈이를 데리고 패밀리 룸에 입주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배인호가 혼자 방을 쓰는 바람에 방은 네 개였다.민설아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봐줄 만했다. 이 일로 정서를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예약한 방은 다 VIP룸이어서 매우 아늑했다. 거기에 아이를 같이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로아와 승현이는 말을 잘 듣는 편이었지만 가끔 떼를 쓰면서 안아달라고 할 때면 한 번에 둘을 안을 없어 머리가 아팠다. 만약 이 두 아이를 혼자서 돌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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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배 씨 그룹에 문제가 생기다

나는 김미애가 배인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략 추측은 할 수 있었다.김미애의 성격에 무조건 배인호에게 민설아를 쫓아내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배씨 가문에서는 이렇게 꿍꿍이가 많은 여자를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저를 쫓아내려는 건가요?”민설아도 이를 눈치챘는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인호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나를 버리겠다는 건가요?”그때 일은 배인호가 굳건하지 못했던 건 맞다. 하지만 민설아도 본인도 너무 극단적이었고 좋다고 볼 수는 없었다.전생에 배인호는 서란이 민설아를 빼닮았다는 이유로 서란을 참 많이 아꼈다. 이 부분에서 첫사랑인 민설아가 그의 맘속에서 얼마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빈이까지 생겼다.배인호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빈이가 방에서 달려 나와 민설아의 다리를 꼭 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난 마미랑 떨어지기 싫어요. 대디, 할머니, 마미 가라고 하지 마요. 안 그러면 난 마미랑 같이 갈 거예요.”“빈아, 마미가 가도 할아버지랑 할머니, 그리고 대디 말씀 잘 들어야 해. 알았지?”민설아는 빈이와 같이 빌지는 않았다. 그저 몸을 반쯤 숙인 채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빈이에게 말했다.그러면서 나를 힐끔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새 마미 말씀도 잘 듣고.”이는 일부러 싸움의 화염을 내 쪽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빈아, 걱정하지 마. 새로운 마미 생기는 일은 없을 거야.”나의 심플한 한마디에 민설아의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 하지만 배인호와 김미애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어쨌든 이는 배씨 가문 집안일이라 내가 여기에 더 있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배인호의 태도를 보니 더 기분이 나빴다. 민설아에 대해 어떤 감정인지 궁금했다. 이런 때에 깔끔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주머니, 로아와 승현이 아직 방에서 자고 있어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나는 김미애에게 인사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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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나 때문에 일어난 일

“네, 저도 인호 씨 믿어요.”민설아도 김미애 말투에서 짜증과 거부감을 느꼈는지 눈치를 챙기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갑자기 우지훈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혹시 우지훈이 꼼수 부린 거 아냐? 아니면 다른 사람이 더 있는 건가?’무슨 원인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우범이 생각났다.하지만 이우범은 지금 제주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 내 일 때문에 집안과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았는데 우지훈과 손잡고 배인호를 건드릴 겨를이 없을 것이다.여러 가지 의문을 안고 설악산 산자락에 도착했다.설악산은 매우 웅장하고 높았다. 여행을 오거나 기도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민설아는 빈이의 손을 잡고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계단을 보더니 다른 족을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요.”“응, 그래.”김미애는 이번에는 민설아의 말을 들어줬다.우리는 두 개의 케이블카에 나눠 앉았다. 김미애는 나를 도와 아이를 안아야 하니 나와 같이 탔고 민설아는 빈이를 데리고 다른 데에 탔다.올라가는 동안 김미애는 조용한 편이었다. 나는 배 씨 그룹이 이번에 큰 문제에 부딪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김미애의 기분이 이렇게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나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일이다. 이 얘기를 꺼내서 기분 상하게 하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그녀를 돕는 것이다.끝내는 김미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영아, 민설아 돈 좀 쥐여주고 쫓아내라고 인호에게 말했다. 그냥 빈이를 사는 셈 치려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무 했다고 생각해?”“아주머니, 이 일은 저도 뭐라고 하기가 그래요.”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근데 인호 씨와 민설아 씨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거잖아요. 그때도 억지로 헤어졌고요. 그래서 둘 다 아쉬움이 남았을 거예요. 일단은 인호 씨 생각 존중해 주세요. 아니면 뒤에 또 원망할 수도 있어요.”“원망해?”김미애는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전에 인호 아빠랑 내가 두 사람 뜯어말리지 않았으면 민설아가 아마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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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두 가지 선택

“어떻게 막을 건데요?”민설아는 이 화제를 끝내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김미애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만해!”참다못한 김미애가 입을 열었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이 일은 여기까지야.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여기서 토론하면 답이 나와?”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미애가 아무리 나를 예뻐한다고 해도 이런 큰일에서까지 계속 내 편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내가 이우범을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했다. 대놓고 배인호의 체면을 구긴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배씨 집안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나를 한결같이 대했다.민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네, 그럼 여기까지 할게요. 허지영 씨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요. 만약 허지영 씨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면 반드시 해결 방법을 찾을 거라는 것도요.”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보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돌아가는 길에 나는 김미애의 기분이 바닥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안색도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내가 걱정할까 봐 해명했다.“지영아, 너를 원망하는 건 아니야. 그냥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생각하다 보니 조금 피곤하네.”“아주머니, 저도 알아요.”나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김미애가 나를 원망해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전제는 배 씨 그룹이 부딪힌 상황이 진짜 이우범 때문일 때에만 해당한다.산에서 내려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이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결음만 들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불안한 기분이 엄습해 왔고 나는 가시방석이었다. 이우범이 만약 감정적으로만 배인호와 틀어졌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데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면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배 씨 그룹과 이 씨 그룹은 모두 손에 꼽히는 가족 기업이었고 전에는 서로 협력하는 파트너였다. 하지만 일단 서로 견제하기 시작하면 영향받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나는 이우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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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내가 찾으러 왔어요

“우범이를 찾으러 간다고?”김미애가 미간을 찌푸렸다.“네, 가서 볼 일이 좀 있어서요. 서울로 올라간 건 맞더라고요. 저도 그쪽으로 건너갈게요.”너무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미애의 섬세함으로 아마 왜 가는지 대략 눈치챘을 것이다.김미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조금 복잡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김미애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같이 출발하자.”“민설아 씨는요?”내가 한마디 더 물었다.“제주로 돌아갈 거야. 출근도 해야 하고 빈이도 학교 가야지.”김미애가 대답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설아가 서울을 가지 않는 게 오히려 좋았다. 이우범과 대화할 때 민설아가 다른 꿍꿍이를 부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나와 김미애는 아이를 한 명씩 안고 방에서 나와 체크아웃했다. 민설아와 빈이는 이미 호텔 로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호텔에서 공항까지 우리를 데려다줬다. 비행기 시간은 비슷했다. 그냥 가는 방향이 다를 뿐이었다.“아주머니, 허지영 씨, 조심히 가요. 며칠 뒤에 제주에서 봐요.”민설아가 타는 비행기는 우리보다 조금 빨랐다. 그녀는 빈이의 손을 잡고 우리에게 인사했다.왠지 모르게 나는 그녀가 매우 태연해 보였다. 마치 나와 김미애가 같이 서울로 가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없는 것 같았다. 배인호도 서울에 있는데 민설아 성격으로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또 하나, 나도 이우범이 직장을 그만둔 걸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는 어떻게 안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분명 서로 다른 병원에 있는데 말이다.전부터 나는 이 두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마음속에 꾹꾹 담아 놓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겉으로는 서먹서먹하고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닐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의심의 씨앗은 진작부터 내 마음속에 있었지만 정작 싹이 튼 건 지금이다.——익숙한 서울로 돌아왔지만 나는 뭔가 미묘한 기분이었다.임신하면서 제주도로 이사했고 로아와 승현이도 태어난 지 6개월이 다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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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나 원망 안 해요?

“지금 만나러 가긴 곤란해요. 시간 나면 내가 연락할게요.”나는 이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우범이 어떤 조건을 걸든 절대 들어주지 마.”전화를 끊기 전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조금 조급해 보였다.나는 멍해졌다.‘설마 우범 씨가 조건을 걸 거라는 걸 예상한 건가?’순간 나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서란에게 면회라도 가서 이런 상황에서 너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고 싶은 우스운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나는 혼자 베란다에 한참을 서 있었다. 핸드폰이 다시 울려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지영아, 배 씨 그룹과 이 씨 그룹 진짜 싸움 난 거야?”정아가 놀란 말투로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유가 뭐래? 설마 너 때문에?”“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너는 어떻게 알았어?”나는 넋을 놓고 멍해서 물었다.“노성민이 전화 왔더라고. 사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내부 소식 잘 몰라. 근데 노성민도 배인호와 이우범 사이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확신하고 있더라고...”정아가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나도 도와주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만 너한테 좀 물어보라고 귀찮게 해서 전화 한 거야.”노성민은 지금 머나먼 제주에 남아있으면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쪽 프로젝트 총괄이 두 명이나 비면 프로젝트 추진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나도 지금 복잡한 상태다. 아직 이우범이 어디 있는지도 보지 못했다.“정아야, 나도 일단 상황 파악되면 다시 말해줄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혹시 지금 우범 씨 집안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너 최근에 서울에 있으면서 뭐 들은 거 없어?”정아가 잠깐 고민하더니 답했다.“이우범 아버지 사퇴한 거 같던데. 다른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나도 아이 돌보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거든.”이우범 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회사를 아들에게 넘기다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럴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우범은 최근까지 계속 의사로 있었다. 전에 잠깐 회사에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회사를 이끌기엔 부족했다. 그때 수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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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놀림을 당하다

“지금 우리 이런 말 할 때 아니에요. 감정을 회사 일에 끌어들이지 마요.”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배인호의 말을 듣자 마음이 복잡해졌다.“지금 안 하면 언제 해? 네가 진짜 머리가 어떻게 돼서 우범이가 건 조건 들어주기라도 하면 어떡해. 난 우범이를 잘 알아. 무슨 말인지 알지?”이우범 말이 나오자 배인호의 표정이 차가워졌고 눈빛도 서늘해졌다.나는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냥 짜증이 났다.이때 배인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마도 회사 일 같았다. 그는 간단하게 몇 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나 회사 들어가 봐야 해. 일단은 서울에 좀만 더 남아 있다가 일 해결되면 제주로 다시 내려갈 생각이야. 엄마는 며칠 뒤에 먼저 건너가실 거고. 너도 돌아갈 거면 엄마랑 같이 가. 그러면 엄마가 애들 같이 돌봐줄 수 있잖아.”“알겠어요. 가서 일 봐요.”내가 대답했다.배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나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올라갔다.기선혜는 이미 일어나 베란다에서 화분을 다듬고 있었다. 이 기사님은 주방에서 아침을 하느라 바빴다. 간단한 생활이었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지영 씨, 아침부터 어디 다녀오는 거예요?”기선혜는 돌아온 나를 보고 인사를 건넸다.베란다에 있었으니 나와 배인호를 봤을 수도 있다.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잠깐 밑에요.”기선혜는 더는 캐묻지 않았고 그저 곧 아침을 먹을 수 있다고만 했다. 나는 대답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확인했다. 이미 깨어났지만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고 침대에서 잘 놀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로아와 승를 보면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그 아쉬움이 잘 메꿔지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빠 엄마와 같이 지냈고 완벽한 집안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아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 내 아이도 이런 온전한 가정을 가지길 바랐다.나는 무거운 심정으로 아이들과 좀 더 놀아줬다. 기선혜가 들어와서 아침을 먹으라고 했고 나를 대신해 잠깐 아이를 봐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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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재결합

내 말에 이우범의 표정이 드디어 변했다. 그는 전혀 본 적 없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한눈에 민설아의 이름을 확인했다. 왔는데 사람이 안 보이자 전화로 재촉하는 것 같았다.벨 소리가 계속 울렸고 나는 이를 조롱했다.“얼른 받아요. 기다리다 지쳐서 토론하려던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이우범은 아주 심플하게 전화를 끊더니 핸드폰을 찔러넣고는 설명했다.“설아랑 상의할 거 없어요.”“아직도 나를 속이려고 하는 거예요? 진짜 나 때문에 배 씨 그룹과 맞서는 거면 내가 확실하게 말해둘게요. 앞으로 어떻게 되든 간에 내가 당신 만날 일은 없을 거예요. 나는 나를 갖고 노는 사람이 제일 싫거든요.”나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화에 사로잡혀 말투가 점점 사나워졌다.“속인 적 없어요. 내가 한 모든 일은 우리 미래를 위해서예요. 알아요?”내가 너무 흥분하자 이우범이 내 손을 잡아주려 했지만 내가 매몰차게 이를 밀쳤다.“건드리지 마요.”나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이래요? 이게 당신이 사람을 좋아하는 방식인가요?”“일단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요.”이우범은 확실히 정서가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하게 나에게 진정하라고 하는 걸 보면 그는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나는 최대한 차분해지려고 애썼다. 아직 이우범의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어떤 거짓말로 나를 속일지 궁금했다.차 안의 분위기가 좀 풀리자 이우범이 다시 입을 열었다.“최근 들어 설아와 연락한 거 인정해요. 하지만 다 배씨 그룹과 관련된 일이었어요. 당신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고요. 내 말 이해해요?”“배 씨 그룹과 관련된 일이라고요? 왜요? 둘이 손 잡고 배 씨 그룹 무너트리기라도 하려고요?”나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농담을 들은 기분이었다. 민설아는 배인호와 결혼해 있는 집 사모님이 되려고 안달인데 이우범을 도와 배 씨 그룹을 망하게 한다니,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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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민설아를 찾는 외국 남자

기선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가슴에서 전해지는 아픔이 더 심해졌다. 이런 상황은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그래서 더는 거절하지 않고 이명한과 같이 병원으로 향했다.검사 결과 유방에 문제가 조금 생긴 건 맞았다. 예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졌지만 제때 발견해서 약만 잘 먹고 스트레스만 받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선생님, 감사합니다.”나는 한시름 놓고는 의사가 써준 처방전을 가지고 약 타러 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약을 타려는데 마스크를 쓴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말투를 들어보니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 사람이었다.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혹시 민 선생님 이 병원에서 출근하나요?”민설아?이 이름을 듣자 나는 조금 놀랐다.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를 몇 번 더 힐끔 쳐다봤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는 없었지만 눈매가 짙고 눈썹이 거의 1자로 연결된 것 같았다.“저는 몰라요, 모르는 사람이에요”다른 사람이 하나같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그는 조금 실망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러다 나를 보고는 서툰 한국어로 내게 물었다.나는 민설아를 알긴 하지만 이 사람이 민설아를 왜 찾는지는 몰랐다.“민설아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여자인가요?”내가 되물었다.내 말을 듣자 남자의 눈이 밝아졌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여자예요. 뛰어난 의사입니다.”뛰어난 의사라는 말까지 듣자 나는 그가 말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민설아임을 확신했다.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을 잘 안다고는 못 하겠어요. 근데 전에 내 병을 고쳐준 적이 있어요. 의술은 확실히 뛰어나고요. 진료받으러 오신 건가요?”남자가 멈칫하더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몇초 뒤에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민설아 선생님께 진료받으러 왔어. 혹시 연락처 있나요?”“저는 연락처가 없어요. 근데 찾아낼 방법은 있어요. 그러니 전화번호 남겨줄래요? 찾으면 알려줄게요.”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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