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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놀림을 당하다

“지금 우리 이런 말 할 때 아니에요. 감정을 회사 일에 끌어들이지 마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배인호의 말을 듣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금 안 하면 언제 해? 네가 진짜 머리가 어떻게 돼서 우범이가 건 조건 들어주기라도 하면 어떡해. 난 우범이를 잘 알아. 무슨 말인지 알지?”

이우범 말이 나오자 배인호의 표정이 차가워졌고 눈빛도 서늘해졌다.

나는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냥 짜증이 났다.

이때 배인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마도 회사 일 같았다. 그는 간단하게 몇 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 회사 들어가 봐야 해. 일단은 서울에 좀만 더 남아 있다가 일 해결되면 제주로 다시 내려갈 생각이야. 엄마는 며칠 뒤에 먼저 건너가실 거고. 너도 돌아갈 거면 엄마랑 같이 가. 그러면 엄마가 애들 같이 돌봐줄 수 있잖아.”

“알겠어요. 가서 일 봐요.”

내가 대답했다.

배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나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올라갔다.

기선혜는 이미 일어나 베란다에서 화분을 다듬고 있었다. 이 기사님은 주방에서 아침을 하느라 바빴다. 간단한 생활이었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지영 씨, 아침부터 어디 다녀오는 거예요?”

기선혜는 돌아온 나를 보고 인사를 건넸다.

베란다에 있었으니 나와 배인호를 봤을 수도 있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잠깐 밑에요.”

기선혜는 더는 캐묻지 않았고 그저 곧 아침을 먹을 수 있다고만 했다. 나는 대답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확인했다. 이미 깨어났지만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고 침대에서 잘 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로아와 승를 보면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그 아쉬움이 잘 메꿔지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빠 엄마와 같이 지냈고 완벽한 집안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아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 내 아이도 이런 온전한 가정을 가지길 바랐다.

나는 무거운 심정으로 아이들과 좀 더 놀아줬다. 기선혜가 들어와서 아침을 먹으라고 했고 나를 대신해 잠깐 아이를 봐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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