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501 - 챕터 510

693 챕터

제501화 가까이하기 어렵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이우범은 잠잠해졌는데, 배인호가 갑자기 반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게다가 그 기세로 봤을 때 당장 죽일 것만 같았다. 그 모습에 내 친구들은 깜짝 놀란 나머지 단톡방에서 난리였다. 정아:「배인호 미친 거 아니야?」세희:「어디 배인호만 미쳤니? 이우범도 미쳤잖아! 내가 봤을 땐 둘 다 미친 사람들 같아.」민정이:「이게 진짜 지영이를 위해서라고?」민정이는 직접 나를 태그하며, 나의 답을 기다렸다.하지만 나는 뭐라 답할 수 없어 일부러 못 본 척했고, 그녀들이 계속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이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고, 그 전화는 배인호의 어머니 김미애에게서 온 전화였다.요 며칠 동안 나는 그녀와 별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배인호 말로는 빈이가 제주도에 있는지라 그녀도 제주도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설마 민설아가 여기 있는 걸 아직 모르는 건가? 민설아가 여기 있으면 빈이도 여기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지영아, 잠시 만날 수 있을까?”전화기를 받자마자 그녀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네, 아주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내가 물었다.“나 청담동에 있어. 너는? 너 애도 데리고 있으니까 내가 그냥 네가 있는 곳으로 찾아갈게.”그녀는 내가 아이들 때문에 움직이기 불편할까 봐 직접 여기에 찾아오겠다고 했다.하여 나는 이 기사님네 집 주소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대략 30분 뒤, 그녀는 문 앞까지 도착했고, 때마침 내 두 아이도 잠이 든 상태였다. 나는 기선혜에게 아이를 맡긴 뒤 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밖에 나가보니, 그녀는 큰 나무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얼굴빛은 다소 조급해 보였다. 내가 나온 걸 본 그녀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나를 맞이해줬다.“지영아, 나도 진짜 방법이 없어서 널 찾아온 거야.”나는 사실 그녀가 나를 찾아온 원인에 대해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배인호와 이우범에 관련된 일일 것이다.역시나 한참 동안 대화 후, 그녀는 여기에 온 목적에 대해 명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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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아이에게 선물을 주다

“인호 씨, 비즈니스 하는 사람으로서 일단은 이익에 대해 생각해 봐야죠. 이렇게 적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자신한테도 상처를 입히는 일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라고요.”나는 이익적인 관점으로 배인호의 생각을 움직이려 하였다.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갑게 웃어 보였다. 마치 웃긴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 말이다.이 말은 아마 그의 부모님이나 노성민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그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내가 조금 전 한 얘기가 확실히 그에게 있어서는 웃긴 이야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김미애가 나에게 부탁한 일이 난도가 높은지라 나는 아마 들어줄 수 없을 듯하다. 전생에 배인호와 이우범이 죽일 듯이 싸울 때도, 그 누구도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두 가족도 결국에는 큰 고통을 겪었었다.“오늘 그래서 여긴 왜 왔어요?”나는 그 주제에 대해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너 이우범 만났어?”배인호는 내가 거짓말이라도 할까 봐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나는“네”라고만 답할 뿐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그러자 배인호는 뭔가 깨달은 듯한 모습으로 답했다.“어쩐지 갑자기 잠잠하다 했어. 너 말해봐. 대체 뭐라고 했기에 걔가 생각을 바꾼 거야?”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섰다.“혹시 몸으로 때우겠다 하고 그런 건 아니지?”나는 경계심 가득한 상태에서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그와 거리를 두었다. 매번 배인호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나는 늑대가 가까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경각심이 가득해진다..내 그 행동에 배인호는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의문 섞인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진짜 몸으로 때우는 거야?”“미친!”나는 더는 들어줄 수 없어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내 욕설을 들은 배인호는 오히려 표정이 조금은 풀렸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너 만약 진짜 그렇게 했으면 그 결과는 네가 알아서 책임져야 할 거야. 내가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줄 테니까.”“인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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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배인호를 심부름 시키다

아이들과 한참 놀아준 뒤, 나는 그 둘을 샤워시키고 휴식을 취하려다가 고민 끝에 김미애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나는 문자로 배인호가 날 찾아온 일과 그의 태도에 대해 말했다.곧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그래, 알았어. 걔가 원래 좀 제멋대로잖니.」그렇다.그 때문에 나도 뭘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그녀에게 말을 털어놓으니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듯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정아가 나에게 전화가 왔을 때쯤, 나는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나는 스피커로 그녀의 전화를 받았고, 전화기 너머로는 정아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지영아, 너 서울로 왔으니까 우리 오래간만에 뭉쳐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모이지 않은 지도 오래됐잖아!”“난 아이가 둘이라서 시간이 없는데, 넌 아이 셋이면서도 시간이 남아?”내가 웃으며 물었다.“야, 돈만 있으면 아이 봐줄 사람은 줄 섰어. 아이 봐줄 사람이 없을까 봐서 그래? 나 베이비시터 3명 고용했거든. 한 사람 한 명씩 말이야. 그동안 내가 봐온 바로는 아기 돌보는 솜씨가 괜찮더라고. 그래서 거기에 대해 별걱정은 없어!”정아는 웃으며 답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혼 때문에 우울해하던 그녀가 다시 원래의 활기차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그녀의 말에 일리는 있지만, 현재의 나는 외출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내 베이비시터는 아직 제주도에 있으니 말이다.내 고민을 눈치챈 정아는 자기 집에서 모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그녀의 집 베이비시터가 대신 우리 아이들도 봐줄 수 있고 일거양득이다.그녀의 강렬한 푸쉬 끝에 나는 정아의 말에 응했고,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점심을 먹은 뒤, 나는 이 기사님과 기선혜에게 외출한다고 인사를 했다. 이 기사님은 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게 힘들까 봐 차로 나를 정아네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정아는 현재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서 세 아이와 지내고 있다. 그리고 세 명의 베이비 시터와 일상생활을 책임지는 도우미를 고용해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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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우리의 롤모델

나는 바닥에 공을 준 뒤 정아를 보니, 정아도 거의 다 주운 상태였다. 이윽고 그녀는 배인호를 노려보며 말했다.“앞으로 노성민 대신 이렇게 뭐 보내지 마세요. 다음번에는 문도 안 열어줄 테니까요!”그 말에 배인호가 차갑게 답했다.“내가 보내주고 싶어서 보낸 줄 알아요? 둘이 이혼했다고 해도, 성민이가 아이 아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요. 걔 영통이나 전화 다 거절하고, 아이를 위해 산 선물도 다 거절하는 정아 씨는 자신이 별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왜 제 탓을 하는 거죠? 노성민한테 가서 말해요. 왜 먼저 날 건드렸냐고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이혼할 일이 없다고요.”정아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고, 그녀는 배인호 앞에서 겁을 먹은 적 또한 단 한 번도 없다.정아가 노성민이 저질렀던 멍청한 일을 이야기하자, 배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윽고 정아는 그가 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뭔 바람이 불었는지 이어서 말했다.“내가 지영인 줄 알아요? 그렇게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냐고요?”그 순간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얘는 아직도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하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듯하다.그 말에 배인호의 표정도 일그러지며 다시금 나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나는 그 옆에서 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당한 격이다.나는 어이가 없어 정아에게 눈치를 줬고, 그녀도 그제야 그걸 알아차렸는지 다소 뻘쭘해하였다.“그러니까 내 말은 남자들이 뭐 잘못해 놓고는 꼭 용서받길 원한다는 거예요. 매 사람들의 인내심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고요!”“정아 씨와 지영이는 달라요. 그러니 서로 엮어서 말하지 말아요.”배인호는 다소 불쾌한 듯 답했다.“됐어, 정아야. 들어가자.”나는 정아가 배인호에게 또 반박하며 나까지 끌어들일까 봐 얼른 그녀에게 말했다.정아는 물건 한 아름 들고 나를 향해 걸어왔으며 나는 그녀를 도와 몇 개를 들어주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배인호가 어차피 물건을 보내려고 했으면, 왜 어젯밤 그 오르골을 정아네 아이한테 오늘같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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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두 사람에게 동시에 잡히다

정아는 전화를 내게 건네준 뒤, 내가 편히 통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지금 어딨어요?”이우범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우리 만나요.”“나 정아네 집에 있어요. 지금은 안될 거 같으니, 내일이나 모레 어때요?”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우범은 이미 많이 사그라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도움이고, 그렇다고 해서 바로 그와 연락을 끊을 수 또한 없는 것이다.“그래요, 주소 보내줘요. 내일 오후에 데리러 갈게요. 로아와 승현이도 다 거기 있는 거예요?”이우범은 이어서 두 아이에 관해 물었다.“네, 여기 있어요.”나는 간결하게 답했다.이우범은 잠시 멈칫하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뒤 나는 정아더러 다시 들어오라 했고, 정아는 의아한 듯 나에게 물었다.“뭐야? 둘 사이에 복잡한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통화를 끝마친 거야? 그냥 집념으로 서로 통화한 거야?”“내일 오후에 만나서 이야기하지 뭐. 나보고 만나자고 하는데, 네가 나에게 해준 화장을 이대로 썩힐 순 없잖아.”나는 내 얼굴에, 과한 속눈썹을 가리키며 말했다.“근데 속눈썹 길이 이거 맞아? 내가 눈 깜빡일 때마다 다들 부채로 오해할까 봐 겁난다 얘.”정아는 진지하게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예뻐. 오늘은 주로 요염하게 클럽 느낌으로 밀고 가보자고.”나는 정아가 내 얼굴에 뛰어난 화장 기술을 계속 발휘하도록 내버려두었다.우리 둘은 메이크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니, 벌써 11시가 다 되어갔다. 정아는 그녀의 긴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때마침 시간도 딱 좋아. 얼른 출발하자고, 친구!”짙은 화장을 한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솔직히 아주 신기했다. 나는 평소에 이런 스타일을 거의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간혹가다 보면 아주 새롭고 신선했다.게다가 전에 의사 선생님이 나더러 감정을 조절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정아와 함께 나가서 육체적,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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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그의 차에서

이우범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배인호는 이미 차갑게 그를 쳐다봤다.술을 많이 마셔서 환각인 줄 알고 손을 들어 눈을 비비기도 했지만, 눈앞에 두 남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를 더 불편한 기색으로 바라보았다.그 시각, 정아는 이미 한 무리의 선수들을 데리고 세희네를 쫓아 나갔다. 세상은 넓고, 술집도 많으며 사람도 많지만, 정녕 내가 머물 곳은 없단 말인가?“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그 순간 나는 뭐라고 설명할지 몰라 아무런 핑계나 대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하지만 배인호가 나를 막아 나섰다.“나랑 같이 가.”“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냥 여기서 술 좀 마시고 있어요. 이따가 내가 와서 다 설명할게요.”나는 배인호의 손을 뿌리치며 그더러 소파에 앉으라고 했고,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이번에는 이우범이 나를 막아 나섰다.“지영 씨, 옷차림새가 그게 뭐예요?”나는 고개를 숙여 내 섹시한 튜브톱을 보았다. 확실히 이상한 것 같았다. 나는 내 가슴쪽 튜브탑을 살짝 여미며,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이거 정아가 준거에요. 저 이따가 와서 다 설명할게요.”“저 곧 가봐야 해요. 그러니 지영 씨도 같이 가요.”이우범은 내 팔을 잡은 채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저 지금은 어디 갈 수 없어요. 조금 전 정아도 일 보러 나갔고요. 일단 정아가 돌아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나는 이우범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예상외로 그는 그럴 틈도 주지 않고 내 손을 더욱 꽉 잡았다.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배인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손을 강하게 낚아채며, 무섭게 말했다.“그 여자 만지지 마!”이우범의 표정은 원래부터 좋지 않았지만, 배인호의 말로 인해 더욱 굳어졌고, 이어서 그가 차갑게 답했다.“잊지 마. 지금은 내가 지영 씨 남편이라는걸.”“너 굳이 그렇게 너 자신까지 속일 필요가 있을까?”배인호가 담담하게 되물었다.“허지영이 널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는 거 네가 가장 잘 알잖아! 너희 둘 사이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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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순수 유전

배인호와 이우범이 같이 온 것은 아니지만 그 둘이 내 앞에 같이 나타난 건 사실이다.나는 정아에게 이 기묘한 인연에 대해 설명하기 다소 어려웠다.“같이 온 거 아니야.”나는 간단하게 그녀에게 답했다.“그래, 아직 우리를 못 본 것 같은데 너 일단 먼저 나가봐. 내가 가서 가방 갖고 바로 나갈게.”정아가 나에게 말했다.나는 정아가 가방을 갖고 나올 때까지 잠시 앞으로 걸어가 기다렸고,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그녀는 도통 오지를 않았다. 나는 조금 걱정이 되어, 정아를 찾으러 되돌아갔다.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 내가 이우범과 나가서 돌아오지 않자 배인호는 쉽게 정아를 보내지 않았다. 그 순간 정아는 미친 듯이 눈을 희번덕거렸다.그 시각 배인호는 정아의 예쁘고 작은 가방을 손에 들고 있었고, 정아는 내가 돌아온 것을 보더니 매우 욱해서 말했다.“만약 저 가방이 한정판만 아니었다면, 나 그냥 저거 버렸어!”“가.”배인호는 가방을 정아에게 던지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적은 정아를 통해 나를 찾는 것이었다.정아는 가방을 받아들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난 안 가요. 지영이랑 뭔 얘기가 하고 싶으면 그냥 내 앞에서 해요.”“…”배인호는 정아의 꿈적도 않는 모습을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했다.“배인호 씨, 난 이해가 안가거든요? 대체 지영이랑 아직도 할 말이 남은 건가요?”정아는 다리를 꼰 채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어서 말했다.“어디 한번 말해봐요. 내가 분석 좀 해줄 테니.”배인호는 정아의 말은 대꾸하고 싶지 않은 듯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내 손을 덥석 잡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를 데리고 여기를 떠날 참이었다.나는 배인호의 손을 뿌리치며  냉담하게 답했다.“정아의 말이 맞아요. 할 얘기 있으면 그냥 여기서 해요. 우리 사이에 더 이상 얘기할게 남았나요? 굳이 따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하지만 이때, 정아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그녀는 발신자표시를 확인하더니 조용한 곳을 찾아가 전화를 받았다.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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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이왕 좋은 일 할 거면 끝까지 해야지

정아의 그 설명을 들은 뒤에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어휴, 이 일에 대해 정아가 몰라서 망정이지, 알면 꼭 밖으로 새어나가겠네.“그럴 수도 있겠네. 내가 조금 얼빠라 내 아이들도 얼빠일 수 있어.”나는 일단 아무렇게나 그녀의 말에 답했다.이때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다른 간호사분이 들어왔고, 아마 경험도 충족한 듯 보였다. 그 간호사는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배인호의  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있어요.”로아는 배인호의 품에서 얌전히 있었고, 가끔은 그를 향해 웃어 보이기 까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다정한 부녀의 모습 같았다.그 시각 정아는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녀는 가십거리를 좋아했기에, 어느 부분이 다소 이상한 것 같으면 그걸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었다.“아이 엄마가 안게 하세요.”간호사가 배인호를 향해 말했다.“아마 엄마가 조금 더 나을 거예요.”나는 손을 뻗어 배인호의 품에서 로아를 받아안았고, 간호사는 어떻게 안아야 주사를 놓기 편한지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때 배인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한 번에 성공할 수 있죠?”그 말에 간호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로아 머리의 상처를 보고는 다소 미안한 듯 답했다.“조금 전 그 간호사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지라 많이 긴장했나 봐요. 저는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배인호의 눈빛은 그제야 조금 부드러워졌다. 나는 증거는 없지만 왠지 배인호가 나보다 더 로아를 신경 쓰는 것 같았다.그렇게 이번에는 드디어 한 번에 성공했다. 비록 로아는 잠시 울었지만, 적어도 이번은 주삿바늘을 꽂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로아를 안고 링거 실로 갔고, 늦은 시간이라 링거 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기에는 나와 로아, 그리고 정아와 배인호만 있을 뿐이었다.승현이는 아직 정아네 집에 있었고, 정아 또한 아이가 셋이나 있기에 나는 그녀더러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정아야, 너 먼저 들어가 봐. 로아가 링거 다 맞으면 내가 차 불러서 갈게.”“왜 차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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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통제력 상실

나와 배인호는 그렇게 병원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로아가 약을 갈 때가 되자 다시 링거 실로 가서 간호사를 불렀다.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링거를 다 맞게 되었고, 우리도 그제야 돌아가서 쉴 수 있게 되었다.배인호는 차로 나를 정아네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나는 아이를 안은 채 차에서 내린 뒤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오늘 저녁 고마웠어요.”“일찍 쉬어.”배인호는 간단히 한마디만 건네고 차로 그 자리를 떠났다.그때는 이미 새벽 4시였다. 나는 로아를 제대로 눕힌 뒤 화장을 지우고 씻으러 들어갔다. 오늘 저녁은 확실히 너무 힘든 저녁이었던지라 나는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다. 다행히 정아네 집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잘 돌보는지라 점심까지도 아이의 일  때문에 나는 잠에서 깬 적이 없었다.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쯤 배인호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그 문자는 아주 길었으며 그건 전부 아이의 장염에 대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와 연관된 내용이었다. 그 문자를 보고 나는 잠에서 덜 깬 듯한 환각을 느껴 순간 멍해졌다.이때 전화벨 소리가 크게 울렸고, 이우범이라는 세글자가 나를 환각 속에서 끄집어냈다.“집에 잘 들어갔어요?”전화를 받자마자 이우범의 냉랭한 소리가 들려왔다.“네, 왜요?”나는 앉아서 주위를 한번 살폈고 목소리는 약간 쉰 것 같았다. 아마 어젯밤 술을 먹은 원인인 듯 하다.“별거 아니에요. 어제 잠시 가봐야 해서,지영 씨랑 정아 씨를 데려다주지 못했던 게 걱정이 되어서요.”이우범이 내 말에 답하더니 이어서 물었다.“지금 정아 씨네 집에  있어요?”나는 부인하지 않았다“네, 뭔 일 있어요?”“잠깐 나와봐요. 정아 씨네 집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이우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고 나는 다소 당황스러웠다.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거 아는 거지? 게다가 이미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기 까지 하다니.나는 재빨리 일어나 씻었다. 그 시각 정아와 몇몇 아이는 거실 매트에서 기어다니며 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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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아직 아빠 기억해?

정아의 말을 들은 이우범의 눈에는 초조함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약간 비난 섞인 말투로 나를 향해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으면서 왜 제일 먼저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어요?”“그때 민설아 씨와 같이 있었잖아요?”내가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이우범은 내 반박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듯 묵묵히 나를 쳐다보기만 하였다.이때 정아가 나 대신 입을 열었다.“그런 눈으로 지영이 보지 마요. 전에 난 이우범 씨가 깨끗한 사람인 줄  알고, 심지어 지영이 더러 그쪽 받아주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그쪽도 배인호와 별 다른 거 없네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요.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건데 말이죠?”그 말을 들은 이우범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 곳에는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없어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더욱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어제 저녁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어요.”이우범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정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약간 망설이는듯한 눈빛을 보였지만, 곧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고, 계속하여 이어서 내게 물었다.“민설아가 여기 있는 거 알면서 인호한테는 안 알려준 거예요?”“왜 배인호 씨한테 알려줘야 하죠? 그건 그 둘 일이라 저는 별로 간섭하고 싶지 않네요.”나는 담담하게 답했다.“그래요, 알겠어요.”이우범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더니 고개를 돌려 큰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로아 안에 있어요? 저 로아 보고 싶어요.”정아는 곧장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그녀가 이우범을 제지하지 않게 했다.이우범의 두 아이에 대한 사랑은 거짓 하나 없이 진심이었고, 나 또한 앞으로도 그와 아이가 거리를 두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한마디 했다.“여기서 기다려요. 내가 가서 로아 안고 올게요.”이우범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이윽고 나는 로아를 안은 채 밖으로 나왔고, 오늘 로아는 전보다 많이 좋아진 듯 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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