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했죠. 빈이가 혼자 다친 거라고. 인호 씨가 병원에 약 가지러 갔다가 나와 우연히 마주쳐서 임시로 내게 맡긴 거예요. 인호 씨 오늘 중요한 회의 있는지 몰랐어요?”나는 문제를 다시 민설아에게 던졌다. “나도 알고 있는 걸 민 선생님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민설아가 모른다고 대답한다면 그녀와 배인호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배건호와 김미애 앞에서 민설아는 이를 인정할 리가 없다. 몰라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민설아는 빠르게 대답했다.“당연히 알고 있죠. 근데 나는 인호 씨가 허지영 씨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건 못 믿겠어요.”“못 믿을 게 뭐가 있어?”김미애는 계속 나를 감쌌다.“오늘 나와 빈이 할아버지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려고 하다가 집에 사람이 없으니 믿을만한 사람을 찾다가 서로 알고 지내는 지영이가 좋아서 시름 놓고 맡긴 거야.”민설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배건호와 김미애가 이 정도로 나를 감싸고 돌지 몰랐다. 빈이의 안전과 관계된 일에서도 배건호와 김미애는 나를 믿는 걸 선택했다.하지만 민설아는 이 일에서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아무튼 빈이는 내가 낳고 내가 홀로 키운 내 아이예요. 내 목숨과도 같은 존재인데 나도 이럴 수밖에 없어요.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밝혀낼 거예요.”민설아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허지영 씨, 켕기는 게 없다면 왜 내가 신고하는 걸 두려워한 거죠?”나는 그녀의 의식이 흐름이 참 신기했다. 결국엔 신고해서 나를 못살게 굴려는 거였다.“빈이야, 할머니한테 말해 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김미애가 갑자기 엄격하게 빈이를 추궁하기 시작했다.빈이는 김미애의 엄숙한 표정에 켕기는 듯 머리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빠는 일하러 갔어요...”“그럼, 얼굴에 난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 빈이는 착하니까 거짓말하면 안 돼.”김미애가 다시 물었다.빈이가 입을 삐죽거리더니 무서운 듯 자기도 모르게 긴장한 눈빛으로 민설아를 쳐다봤다
“감방?”배인호는 내 말뜻을 잘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아까 여기서 일어난 일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나는 민설아가 빈이를 찾으러 와서 신고까지 한 일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아무튼 큰일 해줬으니까 우리 거래는 여기서 끝이에요.”나는 이제 가라고 손짓했다.“돌아가서 민설아 씨한테 잘 설명해 봐요. 오해하게 하지 말고.”“너 전화했을 때 나 회의 중이어서 못 들었어.”배인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처럼 오히려 내게 설명했다.그가 바쁜 건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한번 일하면 내가 거의 죽는다고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나는 진작부터 이런 상태에 적응했지만, 민설아는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이 문제는 민설아 씨한테 설명해요. 민설아 씨도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돼서 그런 오해가 생긴 거예요.”나는 좋은 마음에 귀띔했다.“설아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나만 자초지종을 알고 있으면 돼.”배인호의 태도는 너무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이 일을 신경 쓰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나를 찾아왔는지 의문이었다.지현이는 거실에서 내가 분유를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배인호에게 지현이가 여기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아이의 울음소리가 거실에서부터 전해졌다. 나는 이 이유를 핑계로 말했다.“다른 일 없으면 나는 분유 주러 가볼게요. 이만 가봐요.”“응.”배인호가 이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거실로 돌아온 나는 깜짝 놀랐다. 지현이는 무슨 원인인지 모르게 토했고 토사물이 코에 들어가 고통스러움에 얼굴이 빨개 있었다.나는 재빨리 지현이를 안아 입과 코에 묻은 오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지현이는 여전히 불편해 보였고 다시 토하기 시작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직 분유를 먹이기 전이라 분유 때문에 사레가 들려서 토한 건 아닐 텐데.’장희선도 소리를 듣고는 달려 나왔다. 그녀는 나보다는 경험이 많은지라 단번에 지현이의 위장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하고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로아와 승현이는 아직 자고
“네가 높이 사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으로 바꿔.”배인호는 인정사정없이 다시 거절했다.노성민은 침묵을 지키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오케이, 알았어.”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불안하던 내 마음도 따라서 놓였다. 배인호가 노성민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지금 바로 옆에 내가 지현이를 안고 앉아있는데 말이다.하지만 나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저 품속에 안은 아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가는 길 내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정아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정아더러 결정하라고 할까도 생각했다.“도착했어.”집 앞에 도착하자 배인호는 그저 이렇게 말할 뿐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네, 오늘 고마웠어요.”나는 지현이를 안고 차에서 내리며 인사했다.배인호는 차창을 통해 품에 안은 지현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는 나를 몹시 긴장하게 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다 해서 이후에도 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가면서 바로 노성민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나는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배인호의 차도 집 앞을 떠났다.장희선은 아이의 상황을 물었다. 나는 약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알려주고는 로아와 승현이를 보러 갔다. 둘은 얌전하게 잘 놀고 있었다. 웅얼대는 것 외에 작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백지장처럼 단순하고 귀여웠다.이 아이들만 보면 나빴던 기분도 좋아졌다. 아이들만 내 옆에 있으면 모든 것이 희망찼다.——나는 지현이가 우리 집에 있다는 걸 배인호가 알게 되었다고 정아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정아가 알게 되면 그쪽에서 하는 일을 영향 줄까 봐 걱정됐다.며칠 속을 졸였는데도 노성민은 집으로 쳐들어오지 않았다. 그러자 내 마음도 천천히 놓이기 시작했고 이 일을 까맣게 잊어먹었다.“아가씨, 로아와 승현이 데리고 바람 좀 쐬고 올게요.”저녁이 되어 식사를 하고 장희선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유모차를 끌고 나와 내게 인사했다.“그래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이가 사람들 눈에 띄
“정아가 그러라고 시킨 거죠? 맞죠?”결국 노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정아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나는 그저 이 상황이 애처로울 뿐이었다.“노성민 씨, 정아가 뭘 잘못했는데요? 최소연보다 못한 게 뭐죠? 그 정도로 불만을 느낄 만큼 그 여자가 좋은 거예요?”노성민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말했을 텐데요. 최소연과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근거 없이 날 의심한 건 당신들이에요. 있지도 않은 일 가지고 이렇게 난리를 치는 데 계속 참고만 있으라고요?”“그럼, 전에 최소연 씨 없을 때는 왜 그렇게 잘 참았어요? 정아가 어떻든 다 받아줬잖아요. 네, 맞아요. 최소연과 실질적인 관계가 생긴 건 아니죠. 근데 최소연이 나타남으로써 정아에 대한 인내심이 대폭 줄어든 건 맞잖아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나는 언성을 높이며 계속 캐물었다. 눈빛은 노성민에 대한 질책과 차가움으로 가득했다.노성민이 이를 악물었다.“이런 소리 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지현이 내놓지 않으면 신고할 거예요.”또 신고라니, 며칠 전 민설아도 나를 아동 유괴범이라고 신고하겠다 그랬는데 노성민도 신고한다면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짜 경찰에게 유괴범으로 의심받을 것이다.“성민 씨, 진짜 정아와 이혼하고 싶은 거예요?”나는 노성민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이 일에 대한 노성민의 태도는 명확했다.“아니요. 이혼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니라 정아에요. 저는 그냥 정아가 이렇게 근거 없이 억지 부리는 걸 못 참겠다는 거고요.”이혼하고 싶지 않다는 걸 봐서는 노성민은 아직 이 결혼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한시름 놓았다. 만약 노성민이 이런 명확한 문제에서 주저한다면 나는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혼하고 싶지 않다면 일단 최소연 씨부터 해결해요. 지금 이미 홀려 있어요. 알아요?”나는 일부러 천천히 인내심 있게 그를 타이르기 시작했다.“정아는 너무 성민 씨를 소중히 여기니까 최소연 씨와의 일을 그렇
“나도 인호 씨일 거라 생각했어요. 성민 씨가 톡 까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로 봤을 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나는 유유히 대답했다.“그냥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중이에요. 성민 씨 무조건 다시 찾아올 거예요.”이우범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정아 씨에게 알려주는 게 어때요? 정아 씨가 지현이 엄마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정아 씨가 결정해야죠.”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아에게 알려줬다가 겁에 질려 서울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그르칠까 봐 걱정이었다.망설이는데 배인호가 전화를 걸어왔다. 순간 내 마음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전화는 왜 했는지 궁금했다. 노성민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뺏어갔는지 물으려고 그러는 건지 싶었다.나는 바로 배인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문자를 보내왔다. 아니나 다를까 노성민과 관련된 문자였다.「성민이가 찾아갔었어?」나는 문자를 씹었다. 이우범은 내 표정에서 이상함을 느끼고는 눈치 빠르게 누가 걸어온 전화인지 알아챘다.“인호예요?”“네, 성민 씨 물어보려고 그러는 거겠죠.”나는 부정하지 않았다.“왜 안 받아요?”이우범이 또 물었다.“받을 필요 없어요. 이미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알 것 같으니까 따져도 의미 없어요.”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나와 배인호는 지금 아무 관계도 아니었기에 그에게 왜 그랬는지 따져 물을 입장과 신분이 아니었다.하지만 배인호는 기어코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다시 켜진 핸드폰 화면을 보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우범이 내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이우범이 다짜고짜 차갑게 캐물었다.스피커폰을 켜지 않았기에 나는 이우범이 하는 말만 들렸고 배인호가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들리지 않았다.“네가 무슨 말을 해도 지영 씨는 믿지 않을 거야. 끊을게.”이 말과 함께 통화도 끝났다.이우범은 핸드폰을 내게 돌려주면서 말했다.“가끔은 질질 끌 필요
“사람 됨됨이가 어떻다는 게 아니라 당신과 성민 씨 관계가 있으니까 성민 씨에게 알려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일로 당신 원망할 생각도, 책임지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고요. 이제 알겠어요?”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설명했다.“문부터 열어.”배인호는 이렇게 문을 사이에 두고 나와 대화하는 게 만족스럽지 않은지 문을 두드리며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성민이가 정원 문 부쉈다면서, 거실 문도 망가지고 싶으면 그러든지.”이건 협박이었다.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협박은 안 통해요. 자꾸만 이렇게 찾아오는 거 민설아 씨도 받아들인다면 계속 내키는 대로 해요. 근데 또 빈이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지면 그때 가서 내 탓 하지 마요.배인호가 나를 협박하면 나도 그를 협박하면 된다. 민설아에게는 책임감만 느낄 수 있지만 빈이는 아닐 수도 있었다.내가 민설아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면 민설아는 무조건 난리를 피우지 않으면 바로 빈이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다.내 협박이 먹혔는지 배인호도 조용해졌다.2, 3분쯤 지나자 나는 배인호가 간 줄 알고 문을 열어 상황을 확인했다. 그 결과 문을 열자마자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배인호를 발견했다. 누가 돈이라도 뜯어간 것처럼 어두운 표정이었다.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아직도 안 갔어요?”“이제는 설아와 빈이를 가지고 나를 협박하네? 허지영, 간덩이가 부었지?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야?”배인호가 입을 열더니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이쯤이면 장희선도 지현이 샤워를 거의 끝낼 시간이었다. 나는 아예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는 말했다.“가요. 밖에서 얘기해요. 애들 잘 시간이라 떠들면 안 돼요.”배인호는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장서서 장렬히 희생된 우리 집 대문을 넘어 밖으로 향했다.나는 배인호 뒤를 따라 근처 큰 가로수 아래까지 걸어갔다. 거기에는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평소 사람들이 앉아서 쉬기도 했다. 나는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배인호는 앉지 않고 옆에 서 있었다. 가벼우면서도
“허지영 씨, 말 가려서 해요. 날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예요?”최소연이 화를 내며 반박했다.“난 그저 이미 노 대표님 데리러 왔으니까 온 김에 데려다주려고 한 거예요. 당신들 번거로울까 봐. 이것도 잘못된 거예요?”이런 얄팍한 수를 두고 더 입씨름 하기가 싫어 나는 입을 열었다.“번거롭고 아니고는 내가 결정해요. 앞으로 유부남과 거리 유지 좀 하시죠. 남자가 고프면 혼인 상담소 가세요.”최소연은 몇 초간 침묵했다. 아마도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그러든 말든 나는 말을 이어갔다.“주소 말해요. 지금 바로 갈 테니까.”나의 재촉하에 최소연은 술집 주소를 하나 말해줬다. 나는 배인호에게 눈짓했다.“당신이 가서 데려다줘요. 나는 집에서 아이 봐야 해요.”“베이비시터 있잖아.”배인호의 말은 나도 같이 가자는 말이었다.“혼자 안 돼요. 책임지고 노성민 데려다줘요. 최소연은 따라가지 못하게 하고요.”나는 거의 명령조로 말했다. 지금 내 기분은 정말 너무 엉망이었다. 마치 내가 배신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배인호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나와 같이 가. 성민이 취했으니까 이 기회에 확실하게 물어보면 되잖아. 지현이가 여기 있는 거 누가 알려준 건지. 맨정신이면 나와 짰다고 생각할 거잖아. 취중 진담이라는 말이 있으니 지금 하는 말은 사실일 거야.”나는 가끔 배인호가 일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혀를 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포인트에서 노성민을 찾아 자기 결백을 주장하려 했다. 나도 사실 배인호가 그리 미덥지는 않았다. 만약 혼자 보내면 진짜 노성민을 잘 데려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최소연이 기회를 찾아 따라붙을 수도 있다.정아의 가정을 위해서 나도 신중해야 했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나는 이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장희선은 이미 지현이 샤워를 마쳤다. 로아와 승현이도 어느샌가 잠들어 있었다.“그럼, 애들 자다 깨면 다시 샤워시킬게요.”장희선이 말했다.마침 잘됐다. 로아와 승현이는 잠들면 한두 시간
최소연의 주소를 얻어낸 나와 배인호는 운전하여 그 장소를 향해갔다.이곳은 상업 아파트라 출입이 비교적 쉬웠다. 나는 최소연의 아파트 번호 수를 찾은 뒤 바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설마 집에 없는 건가? 아니면 호텔에라도 갔나? 나는 그들이 옷을 걸치지 않거나 이상한 화면을 보는 순간 그걸 찍어 정아에게 전달해 주기로 했다. 게다가 노성민 쪽이 과실 측으로서, 이혼소송을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전에는 노성민이 실질적으로 바람피우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정아더러 그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주라고 권유했지만 지금은 달랐다.배인호는 노성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문에 내 귀를 가져다 대자 역시나 집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역시 안에 있었어!한창 어떻게 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배인호가 나에게 전화를 건네주었다. 전화를 확인해 보니 진경호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였고, 그는 여전히 최소연네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나는 얼른 보내온 문자 메시지대로 비밀번호를 눌렀고, 그 문은 곧바로 열렸다.집안에는 거실 하나, 방 하나의 구조로 되어있었고, 때마침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 안에서는 최소연이 샤워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듯 했다.이때 물소리가 갑자기 멈췄고, 그와 동시에 노성민의 전화벨 소리도 울리기 시작했다.최소연은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뒤 욕실에서 걸어 나왔고, 문 입구 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바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의 노성민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깊은 잠에 든 상태였다.그녀는 우리를 등지고 선 채로 노성민의 핸드폰을 한번 보더니 전화를 받는 것이였다.“어머, 미안해요, 정아 씨. 노 대표가 잠에 들었--”최소연이 입을 여는 순간 그 전화는 정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란걸 알게 되었다.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단번에 최소연손의 전화기를 빼앗았고, 그녀는 나와 배인호가 여기에 있는 게 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