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41화 일부러 벗다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최소연의 주소를 얻어낸 나와 배인호는 운전하여 그 장소를 향해갔다.

이곳은 상업 아파트라 출입이 비교적 쉬웠다. 나는 최소연의 아파트 번호 수를 찾은 뒤 바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집에 없는 건가? 아니면 호텔에라도 갔나?

나는 그들이 옷을 걸치지 않거나 이상한 화면을 보는 순간 그걸 찍어 정아에게 전달해 주기로 했다. 게다가 노성민 쪽이 과실 측으로서, 이혼소송을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전에는 노성민이 실질적으로 바람피우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정아더러 그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주라고 권유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배인호는 노성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문에 내 귀를 가져다 대자 역시나 집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안에 있었어!

한창 어떻게 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배인호가 나에게 전화를 건네주었다. 전화를 확인해 보니 진경호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였고, 그는 여전히 최소연네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나는 얼른 보내온 문자 메시지대로 비밀번호를 눌렀고, 그 문은 곧바로 열렸다.

집안에는 거실 하나, 방 하나의 구조로 되어있었고, 때마침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 안에서는 최소연이 샤워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듯 했다.

이때 물소리가 갑자기 멈췄고, 그와 동시에 노성민의 전화벨 소리도 울리기 시작했다.

최소연은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뒤 욕실에서 걸어 나왔고, 문 입구 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바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의 노성민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깊은 잠에 든 상태였다.

그녀는 우리를 등지고 선 채로 노성민의 핸드폰을 한번 보더니 전화를 받는 것이였다.

“어머, 미안해요, 정아 씨. 노 대표가 잠에 들었--”

최소연이 입을 여는 순간 그 전화는 정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란걸 알게 되었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단번에 최소연손의 전화기를 빼앗았고, 그녀는 나와 배인호가 여기에 있는 게 믿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2화 그가 말한 게 확실하다

    최소연은 내 말에 욹으락 붉으락 하며 눈까지 빨개졌다.하지만 그 모든 건 그녀가 초래한 것이다.“선택해요. 더는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요.”나는 최소연에게 얼른 답하라고 재촉했다.하지만 최소연은 여전히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전 선택 안 해요. 전 잘못한 거도 없거니와, 이따 노 대표가 깨어나면 제 억울함을 풀어줄 거라고요!”노성민이 잠에서 깨고 직면해야 할 건 아마 정아라는 폭풍우일 것이다. 나는 이 증거를 정아에게 보내줄 예정이고, 그때 가서는 노성민이 과연 어떻게 자기 아들을 두둔할 것인지 다시 지켜봐야겠다.나는 더는 길게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하루 생각할 시간 더 줄게요. 내일 저녁 12시 전에도 만약 답이 없으면, 조금 전 이 영상은 아마 각종 사이트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나한테 있어 당신 같은 사람 대응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요.”“당신 사람 그렇게 괴롭히는 거 아니에요!”최소연은 더는 변명 같은 건 하지 않고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나는 그녀와 얘기해봤자 더는 소용없을 거라는 걸 알고, 아예 침대 쪽으로 다가가 노성민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노성민! 정신 차려!”내 싸대기에 노성민의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났고, 그는 겨우 눈을 떴다. 그는 어렴풋이 뜬 눈으로 내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말을 더듬거렸다.“여보, 나 용서하는 거야? 나 데리러 왔어?”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안으려 하였고, 몸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내가 손을 뻗어 그를 쳐내려고 하던 찰나, 배인호가 이미 먼저 앞으로 다가가 다시 노성민에게 귀싸대기를 날려 그를 바닥에 쓰러트렸다. 노성민은 너무 아픈 나머지 얼른 손을 거두었다.“여보, 왜 때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나 떠나지 마. 아이도 데려가지 말고…”“일어나.”배인호가 노성민의 팔을 잡으며 차갑게 말을 건넸다.노성민은 배인호를 알아보고는 겨우 침대에서 일어서긴 했지만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어 배인호가 그를 부축했다.최소연은 그 자리에 서 있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3화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줘요

    나는 조금 전 배인호가 빈이에게 말했던 그 다정한 말투가 생각나서, 로와와 승현이대신 속으로 많이 속상했다.사실 배인호는 아버지로서 좋은 아버지이긴 하다. 하지만…한창 아이들 옆에 있어 준 뒤, 나는 지현이를 안고 나와 이우범에게로 갔다.이우범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하지만 큰 대문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기에 쉽게 그 집에 들어갈수 있었다.그 시각 도저와 비비는 자고 있었고 내 인기척에 도저는 도적이 든 줄 알고 짖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온 걸 발견하고는 기쁜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나는 두 귀요미를 향해 웃어 보인 뒤 지현이를 안고 이층 방에 들어가 눕혔다.그러고는 희선 언니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저녁 나 대신 로아와 승현이와 함께 자달라고 말씀드렸다.이때, 내 핸드폰 소리가 울렸고, 그건 정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녀가 오늘까지 참고 나에게 전화했다는 건 이미 크나큰 발전이었다. 예전 같으면 1분에 한 번씩 나에게 전화를 해 물었을 거지만 요 며칠 동안에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지영아, 나 대신 그 불여우는 때려죽인 거야?!”정아가 분노에 차올라 내게 물었다.“때리진 않았어. 근데 그년 내일 아마 퇴사해야 할 거야.”내가 답했다.“퇴사? 과연 퇴사할까? 그런 년들이 제일 잘하는 건 남자한테 매달려 놓아주지 않는 거야. 그러니 절대 쉽게 떨어질 스타일이 아니라고. 노성민 그놈은 나랑 아이 뺏으면서 그런 여자한테 매달리려 할거고. 흐흐, 안 봐도 뻔해.”정아는 여기까지 말한 뒤 갑자기 차갑게 웃어 보였다.나는 사실의 자초지종을 모두 정아에게 말해줬고, 그걸 듣고 난 정아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나는 그녀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노성민에게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단지 현재 최소연의 출현으로 인해 그게 깨져있을 뿐이다.만약 노성민이 최소연과 뭔 일이 발생하기 전에 정아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를 빈다면 나는 정아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라고 권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4화 나를 난처하게 만든 부탁

    나는 이우범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예전에 내가 배인호에게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주변에서 아무도 나를 설득할 수 없었다. 설령 배인호가 직접적으로 나를 거절한다 해도 나는 사람은 지내보아야 안다는 그 한마디만 믿고 있었다.지금 이우범이 나에 대한 감정이 설마 예전에 내가 배인호를 처음 대했을 때와 같단 말인가?그러면 안 되는데. 난 어떻게 이걸 받아들여야 할까?어쨌든 난 배인호가 아니기에 그런 양심 없는 짓은 절대 할 수 없고 말이다.“네?”내 말이 없는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되물었다.“왜 말이 없어요?”이건 내가 말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대답을 해줄 수 없는 것이다.이때, 로아와 승현이는 내 어색한 기분을 느끼기라도 한 듯 동시에 울기 시작했고, 나도 그 기회를 타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숙련되게 두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니, 때마침 식탁에 놓은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이우범은 발신자표시를 한번 확인하더니 핸드폰을 나에게 건네주었다.“지영 씨 친구예요.”나는 정아가 아니면 다른 애들이 나에게 전화한 줄 알았는데, 핸드폰을 건네받고 보니 예상외로 냥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냥이와 연락을 안 한 지도 이미 한창은 지난지라 나는 그녀에게서 연락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한동안 사라졌었다. 그러다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지영 언니, 저 아직 기억해요?”냥이의 목소리는 전처럼 밝지 않았고, 오히려 우울해 보였다.“당연히 기억하지. 우리 진짜 오랜만이다. 뭔 일이라도 있는 거야?”내가 물었다.“네, 제가 한가지 부탁할게 있어서요.”냥이는 진짜로 부탁이 있어 나에게 연락을 한 거였고 나는 배인호와 관련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답안은 내 예상을 빗나갔다.약 10정도 대화를 나눈 뒤, 나는 냥이의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그녀의 아빠 진덕호의 건강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하여 상황이 호전되지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5화 민설아를 두둔하다

    정아는 돌아온 김에 지현이도 데려가고 노성민도 한번 찾아갈 예정이었다.그녀의 투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니 아마 자랑하러 가는 듯했다. 어쨌든 노성민이 아이를 그렇게나 신경 쓰고 있으니, 절대 세 아이 모두 정아가 데려가는 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건 그 부부 사이의 일이라 나도 가끔 모순이 발생했을 때나 달래고 해결해 줄 수 있지, 시시콜콜 그들 일에 간섭할 수는 없었다.정아가 떠난 후 나와 희선 언니는 로아와 승현이만 잘 보살피면 되는 것이다.저녁 9시쯤, 나는 최소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녀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고 말이다.“허지영 씨, 저와 지영 씨 사이에 원한 같은 건 없는것 같은데, 굳이 저 이렇게 몰아붙일 필요 있어요? 지금 저 죽음으로까지 몰아붙일 예정인가요?”최소연은 다소 격앙되어 말했다.“혼자서 아이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거 허지영 씨도 잘 알잖아요. 저 직업까지 없으면 앞으로 어떡하라는 거예요?!”“그럼 퇴사하지 말고, 그 영상을 널리 퍼트리면 되잖아요?”나는 마음속으로 아무런 미동도 없었고 심지어 웃음이 나왔다.이게 세컨드들이 궁지에 몰리면 나오는 통일된 반응인가? 다들 자기 탓은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네.최소연 역시 자신을 반성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어차피 그냥 영상 뿐이잖아요? 전 퇴사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 돈 많은 남자들한테 물어봐요. 누가 세컨드 한두 명쯤은 다 있다고요! 그리고 전 겁나지 않아요. 게다가 왜 배인호 대표님이 절 자르는거죠? 저는 그 분 회사직원도 아닌데 대체 뭔 권한으로 저를 자르냐고요!”그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배인호는 노성민이 선뜻 손을 쓰지 못할까 봐 대신 결정을 내려준 듯 했다.게다가 노성민이 그에 대한 신뢰도는, 그가 조금만 진지하게 나가면 바로 그의 말을 들을 것이다. 배인호와 노성민의 협업프로젝트는 주로 배 씨 그룹 위주이기에, 그가 직원 하나 자르는 건 어려운 일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6화 배인호만 원하다

    배인호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들고 하늘만 바라보았다.여긴 분명히 내 집이지만 마치 주도권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배인호가 거실에 들어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우범은 식재료를 들고 주방에 들어가 요리하기 시작했다.희선 언니는 로아와 승현이를 한창 달래고 있었다. 그러더니 현재의 광경을 보고는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을 내비쳤다.“저희 방으로 들어가요.”나는 희선 언니에게 말했고, 우리는 한사람이 한 명 씩 아이를 안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배인호와 멀뚱멀뚱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것만 생각하면 순식간에 어색해졌다.게다가 배인호에게 좋은 표정 또한 짓지 못할 것만 같았다. 나는 노성민에게 보낸 문자가 빈이라는 걸 믿고 있는 배인호에게 그냥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방에 들어간 로아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 얌전하던 애가 배인호가 올 때면 꼭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저는 때때로 혈연 감응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로아안고 정원에 좀 나가볼게요.”나는 로아를 안은 채 희선 언니에게 말했다. 희선 언니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방에 남아 승현이를 보살폈다.그 시각, 배인호는 혼자서 거실 소파에 긴 다리를 꼰 채 앉아있었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씩 마시며 전혀 어색함이라고는 없어 보였다. 나는 말없이 그를 흘겨보았다.아니 갑자기 뭔 밥을 먹겠다고 난리인 거야?아마 잠시 후 나는 밥이 목구멍에 제대로 넘어갈 것 같지 않다!“으앙…”로아는 또다시 울기 시작했고 부드러운 피부에는 땀이 맺혀나오며 지금 얼마나 기분이 좋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나는 로아를 안고 정원에서 왔다 갔다 하며 흔들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게다가 도저와 비비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평소에 도저와 비비를 무척 좋아하던 로아였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나는 로아가 울다가 뭔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평소에 이우범이 안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7화 눈시울이 붉어지다

    “저 요리하러 갈게요.”결국 이우범은 두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주방으로 향했다.그 순간 나는 이우범이 안타까우면서도, 그와 동시에 죄책감을 느꼈다. 배인호는 그 시각 나와 이우범의 변화에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는 단지 로아의 눈매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슬픔이 담긴 말투로 입을 열었다.“만약 그때 우리 딸에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아마 이렇게 생겼겠지?”나는 단 한 번도 배인호에게 아이의 성별을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고,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 아이 이야기만 하면 나는 가슴이 아파 났다.“근데 딸인 건 어떻게 알아요?”나는 씁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 임신검사 기록을 조사해 봤어.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배인호는 머뭇거리며 나를 쳐다봤다.“뭔 일이요?”나는 배인호가 그걸 조사해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인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에는 이런저런 고민이 가득 차 보였다. 그는 평소에 시원시원한 성격이고 그 어떠한 일도 거의 질질 끌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머뭇거린다는 건 그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나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일이 과연 무엇일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설마 또 로아와 승현이의 친자확인 관련된 건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절대로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내가 너 임신검사 기록은 조사해 봤지만, 아이에 관한 결과는 너한테만 있대. 그거 아직 갖고 있어?”배인호는 끝내 입을 열었고, 그 내용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내 첫 번째 아이에 관한 건 겨우 아이의 오관을 볼 수 있는 사진한장뿐이었다. 나는 그걸 항상 보관해 왔었고, 그 사실에 대해 잃어버린 적 또한 단 한 번도 없었다.“만약 아직 갖고 있다면 나 한 번만 볼 수 있어?”배인호는 거의 간청하는 태도로 나에게 말했다.그렇게 까칠하고 차갑던 남자가 아이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다니.그에게는 이미 빈이가 있고, 그와 나 사이에서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8화 둘 사이가 이상하다

    이우범은 빤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눈동자는 다소 슬퍼 보였다.“내가 그런 것도 생각 안 해봤을 것 같아요?”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신중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이런 것 또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어쩌면 나보다도 더 깊게 고민했을 수도 있다.“고민해 봤으면 여기서 그만 멈춰야죠. 이우범 씨, 당신은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예요. 근데 우범 씨 행복은 저한테 없어요.”어느새 내 목소리는 막힌 듯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난 그렇게 못하겠어요. 그런 것보다도 더 무서운 건 지영 씨가 제 곁에 없다는 사실이에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지영 씨가 알려줘요.”이우범의 눈빛에는 우울함이 뒤덮였고, 나는 더욱더 강렬하게 죄책감이 들었다.예전의 이우범은 시크하고 다가가기도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는 누구한테나 냉담한 태도였고 그 어떠한 일도 그에게 영향 같은 건 끼치지 않았다. 물론 전생에 서란을 위해 그렇게 변한 것 빼고 말이다. 그 외에 다른 순간 그는 단 한 번도 이성을 잃은 적이 없었고, 모든 일도 자신의 계획안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그는 마치 내가 그를 이렇게 만든 것만 같았다.이건 내 의도가 아닐뿐더러 애초부터 내 예상 밖을 벗어난 일이었다.“우리 결혼해요.”갑자기 이우범이 입을 열었다. 그의 입술 색은 비교적 옅었지만 촉촉해 보였고, 말을 할 때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는 맑고 매력적이었다.이어서 그는 주머니에서 전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허지영 씨, 저와 결혼해 주면 안 돼요? 제가 앞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지라도 전 좋아요.”“제발 바보 같은 짓 그만해요. 네?”나는 눈가의 마르지 않은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전에 우범 씨 어머님이 반대하시던 거 기억 안 나요? 지금 이미 여기 없어도, 그래도…”어머니의 말만 꺼내면 이우범의 표정에는 미세하게 변화가 일어났다. 생전에 이우범 어머니는 나와 그를 그토록 반대했었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49화 마지막 만찬

    “그러면 민설아 믿어요?”나는 이어서 물었다. 사실 내가 물으려 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단지 전생에 이우범이 했던 일들이 생각났을 뿐이고, 그의 본성도 배인호와 똑같게 미치광이였다.나는 혹시라도 그가 나 때문에 민설아 사이에 말 못할 비밀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이우범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고개를 살짝 내린 채 나를 바라봤다. 그의 흰 피부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그의 얼굴에는 차가움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으며, 목소리 또한 중저음에 매력적이었다.“내가 어떻게 민설아를 믿을 수 있겠어요? 난 오직 지영 씨만 믿어요. 그러니 계속 저 밀어내지만 말아줘요. 네?”이때 그의 품속에 있던 승현이는 갑자기 웃어 보였고, 그 목소리는 귀엽기 그지없었다.“승현이가 동의했네요. 로아는 동의할지 모르겠네요?”이우범은 고개를 돌려 내 품 안에 있는 로아를 바라보았다.그는 일부러 대화 주제를 돌리며 내 대답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로아는 얌전히 있었으며, 배인호에게 안기고 난 뒤 마치 모든 수요가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기분이 좋은지 계속하여 자기의 작은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가끔 소리를 내며 웃어 보였다.“이제 다시 말해요.”내 마음은 그 순간 다소 혼란스러웠고, 더는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일단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었다.하지만 내가 내뱉은 그 한마디에 이우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는 시크하던 남자가 지금 그 순간은 애써 유지하던 평정심을 뒤로하고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요.”그는 고개를 숙여 승현이에게 뽀뽀했다.——3일 후, 나는 정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나는 최소연이 해고된 후, 그녀와 노성민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뒤, 노성민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전화는 정아의 작별 인사 전화였다.“지영아, 나랑 노성민 이혼하기로 했어. 이혼 수속만 끝나면 나 애들 데리고 서울로 가려고.”

최신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