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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마지막 만찬

“그러면 민설아 믿어요?”

나는 이어서 물었다. 사실 내가 물으려 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단지 전생에 이우범이 했던 일들이 생각났을 뿐이고, 그의 본성도 배인호와 똑같게 미치광이였다.

나는 혹시라도 그가 나 때문에 민설아 사이에 말 못할 비밀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우범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고개를 살짝 내린 채 나를 바라봤다. 그의 흰 피부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그의 얼굴에는 차가움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으며, 목소리 또한 중저음에 매력적이었다.

“내가 어떻게 민설아를 믿을 수 있겠어요? 난 오직 지영 씨만 믿어요. 그러니 계속 저 밀어내지만 말아줘요. 네?”

이때 그의 품속에 있던 승현이는 갑자기 웃어 보였고, 그 목소리는 귀엽기 그지없었다.

“승현이가 동의했네요. 로아는 동의할지 모르겠네요?”

이우범은 고개를 돌려 내 품 안에 있는 로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일부러 대화 주제를 돌리며 내 대답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로아는 얌전히 있었으며, 배인호에게 안기고 난 뒤 마치 모든 수요가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기분이 좋은지 계속하여 자기의 작은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가끔 소리를 내며 웃어 보였다.

“이제 다시 말해요.”

내 마음은 그 순간 다소 혼란스러웠고, 더는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일단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었다.

하지만 내가 내뱉은 그 한마디에 이우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는 시크하던 남자가 지금 그 순간은 애써 유지하던 평정심을 뒤로하고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요.”

그는 고개를 숙여 승현이에게 뽀뽀했다.

——

3일 후, 나는 정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나는 최소연이 해고된 후, 그녀와 노성민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뒤, 노성민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전화는 정아의 작별 인사 전화였다.

“지영아, 나랑 노성민 이혼하기로 했어. 이혼 수속만 끝나면 나 애들 데리고 서울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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