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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나를 난처하게 만든 부탁

나는 이우범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예전에 내가 배인호에게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주변에서 아무도 나를 설득할 수 없었다. 설령 배인호가 직접적으로 나를 거절한다 해도 나는 사람은 지내보아야 안다는 그 한마디만 믿고 있었다.

지금 이우범이 나에 대한 감정이 설마 예전에 내가 배인호를 처음 대했을 때와 같단 말인가?

그러면 안 되는데. 난 어떻게 이걸 받아들여야 할까?

어쨌든 난 배인호가 아니기에 그런 양심 없는 짓은 절대 할 수 없고 말이다.

“네?”

내 말이 없는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되물었다.

“왜 말이 없어요?”

이건 내가 말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대답을 해줄 수 없는 것이다.

이때, 로아와 승현이는 내 어색한 기분을 느끼기라도 한 듯 동시에 울기 시작했고, 나도 그 기회를 타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숙련되게 두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니, 때마침 식탁에 놓은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이우범은 발신자표시를 한번 확인하더니 핸드폰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지영 씨 친구예요.”

나는 정아가 아니면 다른 애들이 나에게 전화한 줄 알았는데, 핸드폰을 건네받고 보니 예상외로 냥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냥이와 연락을 안 한 지도 이미 한창은 지난지라 나는 그녀에게서 연락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한동안 사라졌었다. 그러다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지영 언니, 저 아직 기억해요?”

냥이의 목소리는 전처럼 밝지 않았고, 오히려 우울해 보였다.

“당연히 기억하지. 우리 진짜 오랜만이다. 뭔 일이라도 있는 거야?”

내가 물었다.

“네, 제가 한가지 부탁할게 있어서요.”

냥이는 진짜로 부탁이 있어 나에게 연락을 한 거였고 나는 배인호와 관련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답안은 내 예상을 빗나갔다.

약 10정도 대화를 나눈 뒤, 나는 냥이의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아빠 진덕호의 건강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하여 상황이 호전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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