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건호와 김미애는 나를 보더니 표정이 경악스러움에서 기쁨으로 변했다.하지만 내 뒤에 서 있는 배인호를 보고는 착잡한 기색을 드러냈다.“지영아, 너…”김미애는 앞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으며 부드럽고 자애로운 말투로 말했다.“너도 이쪽에 건너왔니?”“네, 저 이쪽에 자리 잡았어요.”나는 배인호가 나와 같은 도시에 있다는 걸 부모님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인호가 너 우범이랑 다시 만난다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고 하는 건 들었어. 근데 이쪽으로 왔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너무 잘됐다. 정말 오랜만이야.”김미애는 진심으로 기뻐했고 나는 그 눈에서 부드러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내가 참지 못하고 나선 원인도 김미애가 나에 대한 이런 정 때문이었다. 내가 이우범과 만나고 있고 아이를 낳은 것도 알면서 나를 만나면 기뻐했다나는 배건호와 김미애가 나에게 잘해준 건 부정한 적이 없다. 좋은 시부모인 건 맞지만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할 만큼 인연이 깊지 못했을 뿐이다.“저 부모님과 이쪽으로 이사 왔어요. 우범 씨도 이쪽에서 일자리 구했고요.”나는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바닥에 앉아 있는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아주머니, 저 사람 돈 주면 안 돼요. 치이지도 않았는데 다칠 리가 없잖아요.”“뭐라는 거예요?”빌붙으려던 남자가 흥분하기 시작했다.“차에 치여 죽을 뻔했는데 헛소리 지껄이지 마요.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이만 빠져요.”나는 핸드폰을 꺼내 아까 찍은 로아의 영상을 틀었다. 마침 그 영상에 사고가 났을 때의 경과가 찍혀 있었다. 차가 그 남자를 치지도 않았는데 그는 치인 척 바닥에 주저앉는 장면이 보였다.나는 영상의 재생속도를 줄이고 남자에게 보여주자, 그 남자는 바로 입을 닫았다. 그러더니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노려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배건호와 김미애도 한시름 놓고는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지영아, 덕분에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자해공갈 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상대하기 귀찮아서 돈을 주고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
최신 업데이트 : 2024-01-0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