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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민설아를 난감하게 하다

민설아의 눈빛은 김미애와 빈이 사이에서 맴돌다가 나에게로 향했다.

“허지영 씨, 어떻게 여기 있어요?”

“옷 좀 사러 왔어요.”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지영이 좀 봐. 같은 엄마인데도 어쩜 이렇게 다르니. 너도 빈이 데리고 나와 옷도 좀 사주고 그래.”

김미애가 자기도 모르게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알고 있었다. 김미애는 그저 민설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트집을 잡는다는 걸 말이다. 옷을 사는 일 가지고 이렇게까지 유난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민설아는 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정성을 쏟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미애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작은 일 가지고도 민설아를 곤란하게 하고 싶어 했다.

민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배인호를 쳐다봤다. 배인호가 나서서 그녀를 위해 몇 마디 해줬으면 하는 눈빛이었다. 배건호와 김미애는 그의 부모님이었으니 말이다.

배인호도 도와달라는 민설아의 신호를 눈치채고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엄마, 설아도 요즘 출근하느라 바빠요. 얼마 전까지 외국에서 혼자 빈이 보살피면서 신경 많이 썼을 텐데 너무 그러지 마요.”

나는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로아를 김미애에게서 건네받아 안고는 가려고 했다. 이 사람들의 가족 모순에 끼고 싶지 않았다.

“혼자 외국에서 몰래 아이를 키우라고 한 적 없어!”

김미애는 이 말을 꺼내자 많이 화가 난 듯 보였다. 맞는 말이긴 했다. 배건호와 김미애가 그렇게 손주를 원했는데 민설아는 그들의 유일한 손주를 데리고 외국에 있으면서 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몇 년 동안 빈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지 못했다.

이 말에 민설아도 결국 표정이 변했다. 내 앞에서 그렇게 얘기하니 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김미애의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배인호가 다시 민설아의 편을 들어줬다.

“됐어요. 그때는 엄마가 반대하셨잖아요.”

김미애가 멈칫하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쳐다봤다. 배인호도 뭔가 생각난 듯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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