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06화 같은 병원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고마워요. 얼른 들어가 봐요. 가서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어요.”

나는 차에 도착해 배인호에게 말했다.

배인호는 폭삭 젖은 걸 개의치 않는 듯 덤덤한 표정이었다. 김미애가 배인호를 괴롭히려 하는데 그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응, 가볼게.”

그냥 이렇게 심플하게 대답하고는 우산을 들고 다시 돌아갔다. 나는 장희선에게 로아와 뒷좌석에 앉으라고 하고는 직접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엄마가 그 인형을 보고는 물었다.

“이거 네가 산 거야?”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옆에 서 있던 장희선이 멈칫하더니 뭔가 말하려는데 나의 눈짓에 도로 삼켰다. 장희선은 총명한 사람이라 말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입을 다물 줄 알았다.

“그러면 왜 승현이는 안 사줬어?”

아빠가 이를 보고는 물었다.

“그냥 옷 사면서 준 작은 선물이라 하나밖에 없어요. 승현이는 뒤에 내가 더 사주면 돼요.”

나는 아무 이유나 찾아서 둘러댔다. 배인호가 사준 인형인 걸 알면 바로 던져버릴 게 뻔했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 이 선물을 로아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배인호 사이는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돌이킬 수 없지만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나는 이미 배인호가 이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게 그 권리를 박탈했는데 작은 선물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다행히 엄마 아빠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저 인형을 한쪽에 놓아두었다. 사실 로아와 승현이는 아직 너무 작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몰랐다. 잘 넣어두었다가 조금 크면 다시 꺼낼 생각이었다.

——

“지영아, 우범이 지금 어느 병원에서 일해?”

3일 뒤 정아가 애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노성민이 요즘 바빠서 정아는 자주 우리 집에 놀러 오곤 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요새 바빠서 잘 안 와.”

나는 과일을 먹으면서 대답했다.

사실 이우범에 관해 많이 묻지 않은 건 맞았다. 어느 병원에서 일하는지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선을 잘 지키고 계획이 명확한 사람이라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잘할 거라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407화 그녀를 칭찬하다

    정아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더 이상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이우범과 민설아가 동료가 되었다는 게 나도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우범에게 바로 입장을 내놓으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다.정아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우범이 약간 다급한 기색으로 나타났다.“지영 씨!”이우범은 나를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이 시간은 이우범의 근무시간이다.엄마와 아빠는 이우범이 온 걸 보고 바로 물었다.“우범아, 점심 먹었어? 배고프지 않아? 밥 좀 덥혀줄까?”이우범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배고프진 않아요. 그냥 지영 씨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요.”“그래, 그럼, 얘기 나눠.”아빠는 별다른 생각 없이 로아와 승현이를 데리고 마실을 나갔다.베이비시터도 같이 따라나섰고 집에는 나와 이우범만 남았다.그는 일자리에 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원인은 같았다. 그가 이 일자리를 선택한 건 병원의 종합 실력을 고려한 결과이고 민설아와는 다른 과에 속해 있기에 만날 기회가 적다는 것이었다.아까 민설아가 그의 핸드폰을 만질 수 있었던 것도 병원 전체 회의가 있었기에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고 또 마침 그가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가다 보니 민설아가 주었다고 했다.그러다 내가 전화를 걸었고 민설아가 받게 되었다고 설명했다.너무 많은 우연히 겹쳐 보이긴 했지만, 나는 이우범이 진심으로 조급해하고 걱정하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내가 말했다.“그럼 맹세해요. 민설아 씨와 우범 씨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일은 없다고, 몰래 연락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이우범이 멈칫했다. 그 순간의 멈칫에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고 이에 나는 자꾸만 거슬렸다.이내 그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혹시 내가 민설아와 떳떳하지 못한 관계일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아니요. 우범 씨도 알잖아요. 우범 씨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해도 난 괜찮은 거.”이건 진심이었다.이우범의 웃음이 순간 옅어졌다.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08화 진실

    내 말투에서 수상함을 느낀 민설아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허지영 씨, 저 질투하는 거 아니죠?”민설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내가 그녀를 시기 질투해서 이렇게 비꼬는 줄 알고 있었다.나는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왜 질투하겠어요? 민 선생님, 떳떳해야 걱정이 없어요.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모르는 거예요?”민설아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물었다.“이해가 잘 안 되는데 무슨 소리예요?”“내가 잠수하다가 빠져 죽을 뻔했던 거, 그리고 민 선생님이 구한 그 폐질환 환자, 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잖아요.”나도 더는 숨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 두 사건은 민설아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잠수하다가 죽을 뻔한 일은 나도 증거가 없으니, 그녀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민설아는 두 번째 사건만 말했다.“제가 섬에서 여자를 구한 건 사실이에요. 그건 지영 씨도 봤잖아요.”나는 부인하지는 않았다.“맞아요. 봤죠. 별거 아니에요. 그냥 너무 기막힌 우연인 거 같아서요.”민설아가 더 질문하려는데 표창대회가 시작되었고 그녀는 더 이상 여기 앉아 있을 수 없어 그저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한번 힐끔 보더니 걱정을 안고 그 자리를 떠났다..이런 표창대회는 사실 너무 지루했다. 그저 병원 관리자들이 이것저것 칭찬하는 걸 듣는 자리였다. 나는 병원 관계자도 아니고 내 가족이 표창 명단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듣고 있자니 졸음이 쏟아졌다.무대에서 민설아의 소리가 들려와서야 나는 졸음을 몰아낼 수 있었다.모든 사람의 이목이 민설아에게로 쏠렸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병원 고위층과 원장도 자애롭고 뿌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민설아의 명예로운 업적은 그녀에게만 유리한 게 아니라 전체 병원의 명성에도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었다.나는 고개를 돌려 배인호 쪽을 쳐다봤다. 배인호는 무표정으로 무대 위에 선 민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색은 예전처럼 도도하다기보다 조금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09화 여전히 편을 들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배인호가 화두를 나에게 돌렸다. 미간을 찌푸린 모습이 민설아와 부부처럼 조금 닮아 있었다. 내가 민설아를 ‘괴롭히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건가? 그래서 마음이 아픈 건가?나는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가 다른 사람 편에 서는 건 이미 습관 된 지 오래다. 저번 생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란의 편을 들어줬기에 나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된 상태였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이 상황이 웃길 뿐이었다.“그냥 민 선생님의 명예로운 업적을 더 명확하게 해주려는 거예요. 무슨 문제 있어요?”내가 되물었다.“그래도 이 자리에선 아니야. 그만해.”배인호의 말투는 엄격하기 그지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나를 대했다.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이때 배건호와 김미애가 입을 열었다.“지영아, 말해 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의외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건호와 김미애는 내 편에 섰다. 내가 이 모든 걸 까밝히면 민설아만 쪽팔리는 게 아니라 배인호의 체면도 구겨지게 된다. 뒤에 민설아가 배인호와 결혼한다고 해도 이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원장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고 이 일을 선전하기 위해서 기자들까지 불렀는데 이런 사단이 터진 것이다.“그 환자라는 사람 민 선생님이 돈 주고 산 사람일 뿐이에요.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조사해 보세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민설아가 보는 앞에서 핸드폰을 제일 가까이에 서 있는 사람에게 건네줬다. 그 사람은 멍해서 전화를 받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다른 사람도 모여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이런 소문은 전해지는 것도 빨랐다. 주변 사람 몇 명만 알아도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이 알게 된다.민설아는 핸드폰을 뺏으려고 했지만 이미 다들 내용을 확인한 후였다.어떤 사람이 정의감 넘치게 외쳤다.“그 환자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10화 그녀를 사랑하니까요

    나는 오늘 이우범과 같이 오면서 그의 차를 타고 왔다. 차까지 가서야 나는 키가 없음을 발견했다.하는 수 없이 나는 키를 가지러 병원으로 돌아갔다.여기서 출근하는 것도 알고 여전히 심혈관 과에서 일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순간 나는 사무실이 구체적으로 어디 있는지를 몰라 한참을 찾았다.“이우범 선생님 지금 수술 중입니다.”간호사 한 분이 내게 말했다.“알겠어요.”나는 여기서 기다리기보다 차라리 나가서 택시를 부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사무실에서 나가려는데 이우범의 핸드폰이 테이블에 놓여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이우범의 자리인 것 같았다.나는 전에 민설아가 그의 전화를 받았던 생각이 나서 홀린 것처럼 그쪽으로 걸어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나는 핸드폰 잠금번호를 몰랐다. 이우범의 생일을 입력했지만 틀렸다고 나왔다.내 생일, 로아와 승현이 생일을 입력해 봤지만 다 틀렸다.세 번을 잘못 입력해서 10분 뒤 다시 시도하라는 알람이 떠서야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의심만 커진 채 사무실에서 나왔다.이우범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다면 가짜였다. 하지만 그가 애들한테 매우 잘한다는 건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를 해치진 않을 것 같았다.다시 병원에서 나오는데 배건호와 김미애, 민설아는 가고 없고 배인호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병원 밖 도로의 가로등은 조금 어두웠고 내 시야도 따라서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배인호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를 무시한 채 차를 불러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잠깐만.”배인호가 나를 불러세웠다.“무슨 일이죠?”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설아에 관해서 얘기 좀 할까?”배인호는 역시나 민설아 때문에 나를 불러세운 것이었다. 나는 일이 그냥 이렇게 해결되고 더는 후속이 없을 줄 알았다.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나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얘기할 거 없어요. 할 말은 이미 표창대회에서 다 했어요. 그냥 돌아가서 위로해 주는 게 더 좋을 거예요. 다음부터는 돌을 들어 자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11화 사직

    배인호는 입을 꾹 다문 채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 눈빛이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그 이유는 민설아가 내 자식의 엄마니까, 난 걔가 상처받게 놔두지 않을 거야.”한참 뒤 그는 그제야 내 질문에 대답했지만, 그 대답은 무척 의외였다.그 뜻은, 그가 민설아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함이고, 그 보호하는 이유는 민설아가 자기 아들 빈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민설아 사랑해요?”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또 물었다.배인호는 그 질문에 또 답이 없었고, 그의 심정은 더욱 복잡해 보였다.그러다 나는 갑자기 나에 대해 궁금하여 이어서 질문했다.“인호 씨, 저한테 아직 감정 남아있어요? 노성민 씨와 협업한 그 프로젝트도 왜 하필 제주도를 선택한 거예요?”그 질문을 던진 후 나는 바로 후회했다. 그렇게 질문을 했다는 건 마치 배인호의 마음을 테스트해 보는 것 같았고, 내가 아직도 그를 좋아해서, 혹시나 나에게 마음이 아직 남아있는지 물어보려는 사람 같으니 말이다.배인호도 깜짝 놀란듯한 표정이었고, 나에게서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생각지도 못한 느낌이었다.그가 입을 열어 내 질문에 대답하려 할 때쯤, 갑자기 나의 전화가 울렸고, 확인해보니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지영아, 너랑 우범이 지금 어디야? 아이고, 오늘 로아가 갑자기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가 봐. 우리가 암만 달래도 달랠 수가 없어!”“베이비시터는?”나는 다급히 물었다.“저녁에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어. 집에는 지금 네 아빠와 나 둘만 있어.”엄마가 답했다.“우범 씨는 수술 때문에 아마 안될 거예요. 이따 내가 가서 달랠게요!”나는 아이가 울고 있다는 말에 갑자기 가슴이 아파 나며, 전화를 끊은 뒤 바로 길가에 차 잡으러 갔다.하지만 그 시간대에 차 잡기가 어려웠고, 마치 하나님이 내 시간을 방해하는 것만 같았다.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때 병원에서 민설아가 걸어 나오는 게 보였고, 그녀는 옷을 갈아입은 뒤 큰 검은색 가방을 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12화 배인호 부모님이 찾아오다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민설아가 스스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하면서 사직하겠다고 하니 별다른 방법이 없죠.”나는 담담하게 답했다.이우범이 현재 나에게 주는 느낌은, 날이 가면 갈수록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전에 이우범이 서란과 협력한 일 또한 나는 잊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내가 어떻게 거절하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를 잘해주니, 그걸 가슴 깊숙이 넣어두고 다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됐어요. 이 일은 여기까지 얘기해요. 민설아가 사직하면 더 좋은 일이죠. 지영 씨도 더는 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이우범은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더 이상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집에 도착해보니, 로아와 승현이는 울음을 이미 그친 상태였다. 하지만 평소에 나와 같이 자는 게 습관이 되었는지, 우리 엄마, 아빠와 같이 잠자리에 들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나는 두 아이를 내 침실로 데리고 들어가 휴식을 취할 준비를 했고, 이우범은 옆집으로 돌아갔다.왜인지 모르게 나는 그날 저녁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계속 이우범과 민설아 사이의 의문이 풀리지 않았고, 직감적으로 그 둘의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그렇게 단순한 사이가 아닐 것 같았다.게다가 배인호가 민설아에 대한 태도 또한 내 예상을 벗어났다.이튿날, 그날 저녁에 발생한 일이 뉴스 기사에 떠돌았지만 그렇게 핫이슈는 아녔다. 아마 배인호가 사람을 시켜 입막음시킨 듯했고, 그건 그한테 있어 식은 죽 먹기이다. 그는 자신이 보호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곤 했다.하지만 그 일은 아마 배인호 부모님에게 있어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인호가 좋아하는 여자는 다 쉽지 않은 인물들이네!”엄마는 뉴스를 보며 재차 감탄하셨다.“그 서란 이라는 애는 아직도 감옥에 있다면서. 이제는 민설아라는 애가 나타난 거야?쟤도 보아하니 쉬운 스타일은 아니네.”그렇다, 민설아는 서란 보다도 더 강한 존재이며 절대 나약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13화 이 사람 거 아니에요

    나는 그들이 우리 집까지 찾아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나는 단 한 번도 그들한테 우리 집 주소를 알려준 적도 없었다.“인호가 알려주었어.”배인호 모친은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 바로 답했다.“아저씨, 아줌마. 얼른 들어와 앉아요.”나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그들을 우리 집 안으로 초대했다. 빈이도 그 뒤를 따라 들어왔고 오늘따라 무척 얌전하였다.배인호 부모님은 거실에 앉았고, 나는 그들에게 차를 준비해주었다. 그리고 빈이에게는 장난감과 간식을 준 뒤에야 나도 그들 맞은 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소파 옆에는 그들이 가져온 선물이 있었고, 보기에도 엄청 귀중한 물건 같았다.내가 먼저 그들에게 물었다.“아저씨, 아주머니. 오늘 어찌한 일로 이렇게 갑자기 오셨어요? 오시는 줄도 모르고 아무런 준비도 못 했어요.”“그냥 갑자기 너와 네 부모님도 볼 겸 왔어. 네가 어디 사는지 몰라서 인호한테 물어봤더니, 인호가 여기 알려줬어.”배인호 모친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답하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네 아이는?”“베이비시터가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어요.”내가 답했다.“그렇구나. 산책 좋지!”그녀는 비록 답은 그렇게 해도 왠지 모를 실망감이 있는 듯 보였다.설마 로아와 승현이를 보러 온 건가?나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로아와 승현이가 나와 이우범의 아이라 했고, 이우범이 친자확인도 했다고 알려줬는데 과연 배인호 부모님은 그걸 믿을지, 어떻게 생각할지 그 누구도 모르니 말이다.이때 빈이가 정원으로 달려나갔다. 나는 다칠까 봐 조금 걱정이 됐지만, 배인호 모친은 되려 나를 말렸다.“괜찮아. 가서 놀라고 해. 어른들 얘기 듣는 거도 재미없을 거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빈이는 다시 들어왔으며, 이번에는 말없이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한창 스몰토크 좀 한 뒤에, 배인호 부친 배건호가 나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 말을 꺼냈다.“지영아, 이번에 우리가 너 찾아온 이유는 네가 뭘 좀 도와줬으면 해서 찾아왔어. 네가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414화 배인호 부친의 질책

    나는 산책하러 나갔던 그들이 지금 타이밍에만 오질 않길 바랐지만, 그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이 아녔다.배인호 부모님은 두 아이를 보더니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배인호 모친은 유모차 옆에 다가오더니 로아를 들어 안으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로아도 배인호 모친의 품이 좋은지 울지도 않고 소란 피우지도 않았다. 로아는 동그란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며 가끔 몇 마디 옹알이도 선보였다.“아이고, 진짜 이쁘네. 어쩜 이렇게 귀여워!”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와 배인호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결국은 배인호가 직접 가서 로아를 다시 안아왔다.“엄마 손녀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앞으로 다시는 지영이 찾아와서 이런 얘기 하지 마세요.”전에 배인호가 매번 로아와 승현이를 안을뻔하다 실패했었지만, 오늘 이런 상황에서 그가 직접 로아를 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로아는 작은 꽃무늬가 있는 핑크 점프슈트를 입고 있었고, 도자기처럼 하얗고 사랑스러웠다. 배인호처럼 큰 남자가 로아를 품에 안고 있으니, 마치 쿠션을 들고 있는 것처럼 신체적 차이가 크게 났다.“너 조심해! 아이들 허리는 약해서 허리를 받쳐줘야 한다고!”배인호 모친은 배인호가 로아를 안고 있는 자세가 틀린 걸 보고 다급히 뭐라 하셨다.배인호는 그제야 급하게 그 큰 손으로 자세를 바꿔 안았지만, 아이를 안는 게 아직은 미숙하여 급하면 급할수록 잘되지 않았다. 결국은 로아를 세로로 끌어안았지만, 로아가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없어 순식간에 비스듬해졌다.나는 깜짝 놀라 바로 손을 뻗어 로아를 다시 안아왔다.만약 평소에 누가 이렇게 로아를 안았다면, 로아는 아마 불편함에 이미 울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배인호가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며 안아도 로아는 전혀 울지 않고 오히려 무척 조용했다.나는 마음속으로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나 애를 안을 줄 잘 몰라서.”배인호는 뻘쭘한 듯 나에게 설명했다.“전에 성민이네 애들 몇 번 안아

최신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