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381 - Chapter 390

693 Chapters

제381화 나를 향한 사과

두 아이 중 딸은 허로아, 아들은 허승현으로 이름 지었다.이름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었고 단지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지었지만, 아빠는 괜히 좋은 이름이 더 있을 거라면서 사전을 훑어보셨다. 그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막아섰다.“아저씨, 굳이 어른들의 바람대로 아이들 이름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아이들도 본인 인생이 있을 거니까요.”그 말을 듣고 아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됐어요. 집에서 그냥 있지 뭔 남정네가 그렇게 오지랖이에요? 내가 지영이랑 같이 가면 돼요.”나는 산후조리 재검사와 산후 복구를 하러 병원에 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빠도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해서 엄마가 아빠를 제지했다.나는 딸은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아들은 집에 아빠에게 맡겼다. 그렇게까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만 같았다.게다가 나와 가깝고 시설도 좋은 그 병원에는 현재 민설아가 근무 중이어서 나는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병원을 옮겼다.“엄마, 잠시 로아 좀 봐줘요. 저 들어가서 검사받고 올게요.”검사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아이를 엄마에게 맡겼다.“그래.”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받아 안은 뒤 의자에 앉아 로아와 놀아주었다.산후 검사를 다 마친 뒤, 의사 선생님은 역시나 나에게 산후 복구를 권하셨다. 비록 내 현재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필경 쌍둥이를 낳은지라 골반 밑 근육을 잘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한창 여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쯤, 의사 선생님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밥? 좋지. 오늘 쉬는 날이야?”그녀는 기쁜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이따 점심에 퇴근하고 너 찾으러 갈게. 너희 집 그분은?”“그 사람 너무 바빠서 서울로 돌아갔어. 그러니까 내가 너랑 밥 약속 잡을 수 있는 거지.”전화를 스피커로 받은지라 통화내용을 다 들을 수 있었고, 전화기 너머로는 민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하였다.이 의사 선생님과 민설아가 서로 아는 사이일 줄 미처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배인호
Read more

제382화 아기가 누구랑 닮은 거지?

“배인호 서울로 돌아갔다며? 민설아 방법이 이젠 효과가 없는 건가?”나는 현재는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전에 알고 있던 친구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너 어떻게 알았어?”정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조금 전에 내가 병원에서 산후 검사받았거든? 근데 그 의사 선생님이 민설아와 아는 사이인 거야. 그래서 민설아와 통화하는 거 듣게 됐어.”나는 솔직하게 답했다.그 말에 정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넌 대체 전생에 배인호와 어떤 깊은 악연이 있었을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배인호에 대한 각종 소식은 여전히 들리는구나.”이 부분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전생에 나와 배인호는 확실히 깊은 원한 관계가 있었다. 내가 그와 이혼하려 하지 않아 하마터면 그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걸 방해할 뻔했었다.그렇게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정아 쪽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더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집에 돌아와 보니, 승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빠는 분주하게 승현이를 달랬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나는 아빠한테서 얼른 승현이를 받아안았다. 그제야 아빠는 소파에 앉았고, 허리를 부둥켜 잡으며 많이 불편해 보였다.“아빠, 괜찮아요?”나는 걱정스러워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지금 60대이기에 몸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괜찮아. 늙으면 다 이렇지 뭐.”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이어서 말했다.“이젠 나도 늙었다. 근데 외손주, 외손녀를 보게 돼서 이번 생에 더는 별 아쉬움이 없어.”아빠는 예전에 사무실에 주로 앉아서 일했기에 허리가 별로 좋지 않으시고, 엄마는 여전히 심장이 좋지 않기에 두 분 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되었다.만약 요즘 이우범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동시에 아이 둘을 돌볼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계속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거도 좋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하여 나는 도우미 몇 분을 고용할 예정이었다. 집안일도 하며, 아이도 돌볼 수 있는 아주머니를 고용하여 엄마와 아
Read more

제383화 혈연 텔레파시

“아직 너무 아기라 누구 닮았는지는 잘 몰라. 게다가 세상에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나는 마음속의 불안함을 억누르며, 얼굴에 애써 미소지어 보였다.그 말에 민정이도 바로 가담했다.“내 말이 그 말이야. 우리 딸도 나랑 애 아빠랑 닮지 않았어. 친할아버지네와 외가 쪽도 닮지 않고 말이야. 아마 조금 더 커야 알 것 같아.”민정이는 딸을 하나 낳았고 지금 거의 1살이다. 그런데도 민정이와 장유성과 전혀 닮지 않았다.“아 그러네. 자세히 보니까 누구랑도 안 닮은 것 같아.”박준도 그제야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알았는지 얼른 자신이 했던 말을 정정했다.나는 그냥 웃으며 이 일은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승현이가 배인호와 닮았다고 한들 또 뭐 어쩌겠는가? 나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다.이 대화 주제는 이렇게 끝나고 분위기는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모두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속으로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누구를 닮았는지의 문제는 말 그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승현이도 앞으로 빈이처럼 누가 봐도 부자라고 느낄 만큼 배인호와 닮아가면 어떡하지?그때 가서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점심시간쯤, 엄마와 아빠는 한 상 가득한 요리를 준비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내 기분도 점점 괜찮아졌고, 잠깐은 그 근심거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밥을 먹고 난 뒤, 우리는 티타임을 가졌고, 애들은 애들끼리 놀게 내버려 두었다.이때 노성민에게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발신자표시를 한번 보더니 바로 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 눈빛은 왠지 모르게 나를 불안하게 하였다.그는 핸드폰을 들고 밖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내용은 들을 수 없었지만, 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는 바로 들어오는 게 아닌, 정원 문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서 있었다.“아 나 안 되겠어!”한참 뒤 노성민이 다급하게 들어왔다.“지영 씨, 화장실 어딨어요? 나 조금 전 많이 마셨나 봐요!”나는 화장실 방향을 가리켰고, 그는 부리나케 화장실
Read more

제384화 바닷가에서 다시 만나다.

나는 그 두 사람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시선을 거두었다. 게다가 더욱이 복잡한 일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안녕하세요. 저는 민설아라고 해요.”민설아가 먼저 적극적으로 모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인호 씨와 모두 친구인 것 같은데 저는 오늘 정식으로 처음 뵙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밥 한 끼 살게요.”그 말에 정아는 콧방귀를 뀌었다.“누가 배인호 친구예요? 저희는 지영이 친구인데요!”민정이도 그 말에 합세했다.“그러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 말이나 하지 마세요.”그 말을 들은 민설아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게 답했다.“노성민 씨 와이프분 되시잖아요? 노성민 씨가 인호 씨와 친구 사이면 다 같은 거 아닌가요? 모두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집안 자녀라 인호 씨네 회사와도 협업할 거고요. 사적인 친구는 아니라고 해도 비즈니스 친구라고는 할 수 있잖아요.”민설아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고, 그 말에 정아도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민설아는 이성적이고, 사로가 명확하고 차분하여 다른 사람의 언행에 절대 감정 기복이 있는 스타일이 아녔다.이때, 노성민이 그제야 찾은 물건을 가져왔고, 그 물건은 도장이었다. 그는 그 물건을 배인호에게 건네준 뒤, 민설아에게도 예의상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민설아도 노성민을 향해 미소로 화답했지만, 노성민은 더는 거기에 화답할 수 없었다. 그러는 순간 아마 정아에게 한 절반은 맞아 죽을 테니 말이다.“그럼 먼저 가볼게요.”배인호가 몸을 돌리며 가는 걸 보고, 민설아도 웃으며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우리는 그 누구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눈으로만 그들이 걸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친구들은 걱정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조금 전 민설아와 배인호의 출현은 나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그렇게 큰 영향은 아녔다.“엄마, 이젠 로아 저주세요.”내 품 안에 있던 승현이는 이미 잠이 들었고 나는 승현이를 방에 데려가 눕혔다. 그리고 다시 엄마한테서 로아를
Read more

제385화 로아에게 큰 일이 생길뻔 하다

“정아야, 저기가 더 북적거려. 우리 저기로 가자.”나는 민설아와 더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아 바로 유모차를 끌고 떠나려 했다.정아도 민설아가 호락호락한 스타일은 아니란 걸 눈치챈듯했다. 정아가 아무리 공격을 해도 민설아는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이니 말이다.우리 일행은 아이를 데리고 배인호와 민설아를 피해 다른 쪽 해변 옆으로 갔다.그쪽에는 어린이들 놀이동산이 있었고, 정아와 민정이네도 각자 아이를 데리고 놀러 들어갔다. 거기에 유일한 미혼남인 박준도 같이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줬다.로아와 승현이는 아직 어린지라 밖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간혹 장난도 쳐주면서 아이들에게 기념사진 몇 장을 찍어주고 말이다.“마미, 나도 가서 놀고 싶어!”갑자기 빈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빈이가 놀이동산 쪽을 바라보며 들뜬 상태로 말했다.민설아는 빈이의 손을 잡으며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근데 여기 어떤 건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다른 애들은 아빠랑 같이 가고 말이야. 빈이는 용감한 남자아이니까, 아빠 없어도 괜찮…겠지?”나는 민설아의 얼굴에서 한줄기 냉기를 보았다. 분명 빈이를 향해 웃고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 그 웃음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그 시각 배인호는 민설아의 다른 한쪽에 서 있어 민설아의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오직 차분하게 놀이동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당연히 필요 없지—난 멋진 남자니까.”빈이는 가슴을 두드리며 겁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갑자기 멈칫했다.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듯한 빈이는 얼른 배인호 쪽으로 달려갔다.“아빠, 나랑 같이 저거 놀아줄 수 있어? 나 혼자서 무서워.”나는 더는 그들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유모차를 끌고 옆으로 걸어갔다.한참 뒤, 놀이동산입구로 배인호와 빈이가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보아하니 배인호가 빈이의 요구를 들어준 듯하다.하긴, 그토록 원하던 아이가 지금 그의 앞에 있으니, 몇
Read more

제386화 가는 내내 어색하다

나는 놀이동산 쪽으로 가서 정아네를 부르고 싶었지만 이미 재미있게 놀고 있는 상태로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결국은 문자 한 통을 남긴 뒤 혼자서 집에 돌아갔다.여기서 집까지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기에 나는 조금 전의 긴장한 기분도 풀 겸 천천히 걸어갔다.하지만 예상외로 내가 돌아갈 때 배인호와 민설아네 3가족도 내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하이~”이윽고 빈이가 두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손을 뻗어 유모차에 있는 로아와 승현이에게 인사를 건네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민설아가 빈이는 제지하며 말했다.“빈이야, 이리와!”그 말에 빈이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마미, 나 쟤들이랑 놀 거야. 쟤네 생긴 거도 너무 귀엽잖아!”빈이가 내 아이가 귀엽다고 칭찬하는 걸 들은 민설아는 얼굴색이 미묘하게 변하더니 곧바로 한마디 했다.“그러게. 생긴 거 진짜 귀엽지? 네가 봤을 때 이 두 아기 중에 누가 그날 병원에서 봤던 아저씨랑 더 닮은 것 같아?”빈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그 아저씨랑 안 닮은 것 같아. 내가 봤을 때는…”그러면서 그는 유모차의 승현이를 가리키며 배인호를 바라봤다.“이렇게 둘이——”빈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설아는 그의 말을 끊었다.“빈아, 너 오늘 한글 연습했어? 내 기억에 너 그 연습 집 다 하지도 않은 채 나온 거 같은데!”민설아의 질문에 빈이는 금세 풀이 죽었다.“마미, 나…”배인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안해도 괜찮아. 앞날이 긴데 천천히 배워도 돼.”빈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얼른 배인호 뒤에 가서 숨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아빠. 나 요즘 한국어 많이 들었지? 난 천재야!”“천재라도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해. 알겠지? 아빠 뒤에 숨을 생각하지 말고.”민설아는 배인호와 빈이의 모습을 보고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아마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상황이라, 속으로 아마 무척 기쁠 것이다.나는 입술을 꾹 닫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Read more

제387화 그에게 물건을 전달하다

“우리도 들어가요.”이우범은 배인호가 떠나간 뒤, 우리 집정원문을 열며 말했다.나는 목청을 높여 엄마와 아빠를 불렀다.“아빠, 엄마!”엄마와 아빠는 빠르게 달려 나왔고, 내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더니 다소 의아해하셨다.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의 유모차를 끌어주었고, 이우범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거실에 들어가 보니 로아와 승현이는 이미 잠이 들어있었다. 나는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와 아빠, 이우범에게 하나씩 털어놓았다.로아가 큰 사고가 생길 뻔했다는 말에 아빠는 얼굴이 창백해지셨다.“내가 말했잖니. 아직 애들 어리니까 저녁에 데리고 나가지 말라고 말이야. 유모차를 멈췄으면 브레이크라도 켜뒀어야지. 밤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로아 혼자 두고 자리를 뜰 수 있어? ”아빠는 예전에는 나를 가장 이뻐하셨는데 로아와 승현이가 생긴 뒤로부터 나는 그 뒤로 밀려났다.하지만 나는 전혀 질투가 나지 않았다. 우리 엄마와 아빠가 외손주, 손녀에 대한 사랑은 가슴 깊이에서 나오는 진심이니 말이다.“그러게나 말이에요. 다음부터 나갈 때는 나와 네 아빠 중 한 명은 같이 나가야겠어!”엄마도 그 말에 가담했고, 속상한 듯 얼른 로아를 살피러 가셨다.그 시각, 이우범은 내가 바를 약을 찾아왔다. 그는 내 슬리퍼를 벗기었고, 내 부어오른 발목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걸을 때 너무 급하게 걷지 말고 천천히 걸어요. 발은 한번 접질리기 시작하면 점점 더 심해지고 인대에도 영향을 준다고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가 발목을 접질리고 싶어서 접질린 게 아니라, 이 한평생 내가 갈 길은 평탄치 않은듯하다.늦은 저녁, 정아와 나머지 친구들도 집에 돌아왔고, 이우범은 그들을 위해 한 상 가득 야식을 준비했다.“우와 향 좋다!”박준은 아낌없이 그를 칭찬했다.“이우범, 너 예전에는 이 정도로 실력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동안 요리라도 배운 거야?”“예전에 넌 내가 한 요리 맛볼 시간도 없었잖아.”그러면서 이우범은 새우 껍질
Read more

제388화 하나는 그 사람 것, 하나는 당신 거

내 발목 상처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은 상태였고, 엄마 아빠도 집에 없는지라 나는 바로 집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배인호는 현재 제주도 시내 쪽 중심에 있었고, 차로 가면 아마 30분 정도가 소요된다.목적지에 도착 후 나는 고개를 들어 그 건물을 바라봤다. 거기로 들어가려면 카드가 있어야 했고, 나는 노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인호 씨더러 내려와서 가져가라고 해요. 전 올라가지 않을 거니까.”“네, 제가 지금 전화해볼게요!”노성민은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몇 분 뒤, 노성민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지영 씨, 인호 형이 지금 전화를 안 받아서요. 혹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 돼요?”나는 이미 여기까지 온 김에 그를 돕고 싶었다.“그래요.”말을 마친 뒤 나는 로비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다름 아닌 빈이었다.빈이는 그레이톤의 청바지를 입었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봐도 배인호의 얼굴과 판박이였다.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달려가고 있었다.나는 원래는 간섭하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 민설아와 배인호 없이 빈이 혼자 밖에 나가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가끔 나는 혈연의 관계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스레 깨닫곤 한다. 그렇게 따지면 빈이와 로아, 승현이 모두 몸에 같은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내 두 아이의 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건 빈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이 어른들이 잘못을 저지른 거다.빈이의 모습이 큰 대문에서 사라지자 나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예상치 못한 건 빈이가 귀국 후 한국어 실력이 나날이 늘어 인제는 혼자서도 택시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엄마와 아빠는 어디 계셔?”택시기사 아저씨는 6, 7세의 남자아이가 혼자 차에 타려 하자 바로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빈이에게 물었다.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빈이가
Read more

제389화 2박 3일 여행

“내가 듣기로는 배인호네 집에서 일찍이 손주 보고 싶다 하던데. 지금쯤 손주도 봤겠다, 다들 좋아하겠네.”아빠가 옆에서 두 마디 거드셨다.만약 배인호네 부모님이 로아와 승현이가 그들 손녀, 손주라는 걸 알면 분명히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내 이 두 아이는 애석하게도 친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은 받을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하지만 나도 온갖 노력을 들여 그 부족한 사랑을 다 채워줄 것이다.——약 3일 후, 정아와 노성민이 또 제주도로 놀러 왔다. 이번에는 보름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왔으며, 두 쌍둥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맡겼다고 한다.정아는 흥분된 상태로 우리 집에 와서는 입을 열었다.“지영아, 우리 나가서 놀자!”“논다고? 뭘?”나는 승현이의 손톱을 다듬어 주며 물었다.“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커플 2인용 섬이 있대. 2박 3일로 어때? 여기서 운전해 가면 2시간인데 같이 가자!”정아는 애가 있어도 전혀 쉴 틈이 없어 보였다.나는 어이가 없어 그녀를 거절했다.“됐어. 애도 있는데 뭐. 너와 성민 씨 둘이 가면 되겠네.”정아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그러면 재미없잖아. 너도 이우범 씨와 같이 가. 애도 있겠다, 정식으로 결혼식 올린 적도 없는데 뭐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우범 씨, 맞죠?”이우범이 로아를 안고 창문 쪽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는 로아를 다리 쪽에 놓고는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 모습은 너무 가정적으로 보였다.로아가 간혹 그 작은 손을 흔들 때가 있는데 그는 그 느낌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지영 씨 뜻대로 하죠. 지영 씨가 가고 싶다면 전 다 오케이에요.”이우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야 봤지? 다 네 말대로 한다잖아.”정아는 이 틈을 타 계속 나에게 밀어붙였다.“이우범 씨는 너랑 같이 가고 싶어 하는데, 넌 뭐야.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이우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에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나와 이우범이 결혼식을
Read more

제390화 유일한 아이

예전에는 몸매가 깡말랐지만, 아이를 낳은 뒤 나는 몸에 살이 조금 붙으면서 약간은 글래머러스해져 여성미를 더해줬다.내 모습을 본 이우범의 눈에서는 놀라움이 스쳐지나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진심으로 칭찬하기 시작했다.“지영 씨 너무 예쁜데요. 그 옷 지영 씨한테 잘 어울리네요.”“그래요? 전 저한테 작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런 옷은 내 몸매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런 부분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진짜 예뻐요. 머리도 조금 만지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마 컬이 들어간 머리가 조금 더 어울릴 듯싶네요.”이우범은 내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제가 머리 한번 손봐줄까요? 저 간단한 컬 같은 건 해줄 수 있는데.”이우범에게 이런 기술까지?나는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얼른 고데기를 이우범에게 건네주고 그에게 내 머리를 맡겼다.더욱 예상외였던 건 이우범의 고데기 기술은 확실히 좋았다. 거울 속에 비친 큰 컬을 보니 이우범의 말대로 뭔가 이 옷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잘됐네요. 저 화장 좀 할게요.”나는 만족스러운 듯 머리를 만지며 답했다. 하지만 이우범의 눈빛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우범은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전 나가서 바람 좀 쐴게요.”이우범이 나간 뒤 나는 직접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 나는 연한 메이크업을 좋아했고, 진짜로 진한 메이크업은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 기회를 빌려 제대로 한번 찐하게 메이크업을 해봐야겠다.한참 뒤, 메이크업을 마친 뒤에도 이우범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확인해보니 이우범이 이미 나에게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호텔 로비에 가서 기다릴게요. 바로 내려오면 돼요.」나는 얼른 정리한 뒤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빈아, 그렇게 뛰어다니면 안 돼. 그러다 아빠한테 혼난다!”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가 가장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과 마주쳤다.빈
Read more
PREV
1
...
3738394041
...
7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