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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가는 내내 어색하다

나는 놀이동산 쪽으로 가서 정아네를 부르고 싶었지만 이미 재미있게 놀고 있는 상태로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결국은 문자 한 통을 남긴 뒤 혼자서 집에 돌아갔다.

여기서 집까지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기에 나는 조금 전의 긴장한 기분도 풀 겸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예상외로 내가 돌아갈 때 배인호와 민설아네 3가족도 내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하이~”

이윽고 빈이가 두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손을 뻗어 유모차에 있는 로아와 승현이에게 인사를 건네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설아가 빈이는 제지하며 말했다.

“빈이야, 이리와!”

그 말에 빈이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마미, 나 쟤들이랑 놀 거야. 쟤네 생긴 거도 너무 귀엽잖아!”

빈이가 내 아이가 귀엽다고 칭찬하는 걸 들은 민설아는 얼굴색이 미묘하게 변하더니 곧바로 한마디 했다.

“그러게. 생긴 거 진짜 귀엽지? 네가 봤을 때 이 두 아기 중에 누가 그날 병원에서 봤던 아저씨랑 더 닮은 것 같아?”

빈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아저씨랑 안 닮은 것 같아. 내가 봤을 때는…”

그러면서 그는 유모차의 승현이를 가리키며 배인호를 바라봤다.

“이렇게 둘이——”

빈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설아는 그의 말을 끊었다.

“빈아, 너 오늘 한글 연습했어? 내 기억에 너 그 연습 집 다 하지도 않은 채 나온 거 같은데!”

민설아의 질문에 빈이는 금세 풀이 죽었다.

“마미, 나…”

배인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안해도 괜찮아. 앞날이 긴데 천천히 배워도 돼.”

빈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얼른 배인호 뒤에 가서 숨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빠. 나 요즘 한국어 많이 들었지? 난 천재야!”

“천재라도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해. 알겠지? 아빠 뒤에 숨을 생각하지 말고.”

민설아는 배인호와 빈이의 모습을 보고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아마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상황이라, 속으로 아마 무척 기쁠 것이다.

나는 입술을 꾹 닫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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