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몸매가 깡말랐지만, 아이를 낳은 뒤 나는 몸에 살이 조금 붙으면서 약간은 글래머러스해져 여성미를 더해줬다.내 모습을 본 이우범의 눈에서는 놀라움이 스쳐지나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진심으로 칭찬하기 시작했다.“지영 씨 너무 예쁜데요. 그 옷 지영 씨한테 잘 어울리네요.”“그래요? 전 저한테 작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런 옷은 내 몸매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런 부분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진짜 예뻐요. 머리도 조금 만지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마 컬이 들어간 머리가 조금 더 어울릴 듯싶네요.”이우범은 내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제가 머리 한번 손봐줄까요? 저 간단한 컬 같은 건 해줄 수 있는데.”이우범에게 이런 기술까지?나는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얼른 고데기를 이우범에게 건네주고 그에게 내 머리를 맡겼다.더욱 예상외였던 건 이우범의 고데기 기술은 확실히 좋았다. 거울 속에 비친 큰 컬을 보니 이우범의 말대로 뭔가 이 옷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잘됐네요. 저 화장 좀 할게요.”나는 만족스러운 듯 머리를 만지며 답했다. 하지만 이우범의 눈빛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우범은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전 나가서 바람 좀 쐴게요.”이우범이 나간 뒤 나는 직접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 나는 연한 메이크업을 좋아했고, 진짜로 진한 메이크업은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 기회를 빌려 제대로 한번 찐하게 메이크업을 해봐야겠다.한참 뒤, 메이크업을 마친 뒤에도 이우범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확인해보니 이우범이 이미 나에게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호텔 로비에 가서 기다릴게요. 바로 내려오면 돼요.」나는 얼른 정리한 뒤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빈아, 그렇게 뛰어다니면 안 돼. 그러다 아빠한테 혼난다!”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가 가장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과 마주쳤다.빈
“빈이야. 이렇게 찍자. 대디는 밖에서 너무 다정하게 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민설아는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느낌이 하미선과 똑 닮았다. 누가 봐도 친 모녀가 확실했다. 하미선이 민예솔 보다 민설아를 더 예뻐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누구라도 자기와 더 닮은 자식을 예뻐할 것이다.배인호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민설아의 허리에 살짝 얹었다. 날씬한 몸매에 우아한 분위기를 가진 민설아가 흰 원피스를 입고 배인호와 함께 서 있으니 완벽하게 잘 어울렸다.민설아는 배인호의 터치를 느꼈는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배인호의 팔에 머리를 기댔다.“여길 봐요.”이우범은 넋을 놓고 있는 나의 모습을 알아채더니 내게 말을 걸어 정신 차리게 했다.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지? 전남편과 그의 첫사랑이 보내는 달콤한 순간?“이리 와요. 둘이 사진 찍어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찍어 달라고 해요.”나는 이우범을 향해 손짓했다.“우리 둘이요?”이우범은 조금 놀란 듯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좋아요.”하지만 누구에게 부탁하지?모르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빈이와 배인호 그리고 민설아가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빈이야, 우리 사진 몇 장 찍어줄 수 있겠니?”빈이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우범을 바라보았다.배인호와 민설아는 무표정하게 지켜보며 다가오고 있었다.“빈이 사진 실력은 그저 그래요. 지영 씨, 내가 대신 찍어 줄게요. 어때요?”민설아가 먼저 물었다.“그래.”이우범은 동의하더니 바로 핸드폰을 민설아에게 건넸다.사실 나는 속으로 조금 싫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나와 이우범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우리의 포즈는 너무 친밀하지도 멀어 보이지도 않은 오히려 좋은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민설아는 2장 정도 찍어 주더니 갑자기 말했다.“지영 씨, 두 사람 부부
숨소리라도 크게 들려 민설아에게 방해가 될까 봐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나는 그녀에게 저 정도 실력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에 그녀가 귀국했을 때 많은 사람이 거금을 들여 그녀의 진료를 받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도 적게 알려졌고 자기를 잘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만이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을 것이다.대략 10분쯤 지나 쓰려졌던 여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호흡이 조금 가쁜 듯 했으나 금방 좋아졌다.“여기 여자 의사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네요.”아까 민설아를 제지했던 사람이 크게 환호했다.“이게 바로 한의학의 침술이죠? 정말 대답하네요. 어디 병원 의사세요?”또 다른 사람이 물었다.“어려 보이는 데 대단하네. 거기다 정말 예쁘게 생겼어.”또 어떤 사람들은 민설아의 외모에 빠져들었다.어찌 되었든 모두 그녀를 칭찬했다.자기 엄마를 칭찬하는 것을 들은 빈이는 얼굴에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빈이는 민설아에게 달려가서 얼굴에 뽀뽀했다. 그런 다음 큰 목소리로 배인호에게 물었다.“대디, 우리 마미 정말 멋지죠?”배인호의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찬사를 보냈다.“응, 멋지네.”그의 찬사를 받은 민설아는 수줍어하면서도 만족스러워했다.누군가 배인호를 알아보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민설아의 신분도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떠났다.누군가 또 나까지 알아봐서 그 말도 안 되는 소설을 또다시 들춰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우범은 나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리 둘은 다른 곳을 가지 않고 바로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기분이 안 좋아요?”방에 돌아오자 이우범이 내게 물었다.“아니요. 오늘 밤에 즐거웠어요.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어서요.”나는 소파에 앉아 발을 문질렀다.“오랫동안 걷고 그 뒤에 또 춤까지 췄더니 발이 아프네요.”이우범은 웃으며 나의 앞으로 아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내 발목을
“우범 선배, 지영 씨하고 좋아 보이네요.”민설아가 먼저 입을 열더니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이우범은 부인하지 않고 되물었다.“너하고 인호도 사이좋잖아. 아니야?”“뭐 그냥 그렇죠. 우리는 오래 떨어져 있었잖아요. 모든 걸 다시 맞춰가야죠. 근데 괜찮아요.”민설아는 젖은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감정이 남아 있으니까요. 우리가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힘들게 얻은 이번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우리도 아이 생각해야죠.”말하며 민설아는 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빈아. 들어가서 글쓰기 연습하고 있어. 마미는 여기서 바람 쐬다 들어갈게.”빈이는 순순히 방으로 들어갔다.나는 더 이우범과 민설아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다.“얘기 나눠요. 난 샤워하러 가 볼게요.”“네.”이우범이 부드럽게 말했다.“조금 있다가 머리는 내가 말려줄게요.”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우범은 눈빛을 반짝였다.욕실에 들어가서 나는 빠르게 샤워를 끝냈다. 옷을 입고 나왔더니 이우범은 보이지 않았다.발코니와 방 어디에도 없었다.나는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내가 직접 머리를 말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이우범이 내 머리를 말려 줬다면 서로 너무 어색할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머리를 다 말릴 때까지 이우범은 돌아오지 않았다. 원래 바로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졸리지 않았다. 그런 김에 나가서 이우범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엘리베이터에 타자 갑자기 배인호가 엘리베이터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나를 보고 놀라 눈썹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더니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방금 샤워했는지 몸에서 나와 같은 향이 났다. 아마 호텔에서 갖춰 둔 은은한 장미꽃향이 나는 바디워시를 사용한 것 같았다.이때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나는 멍하니 움직이는 층수만 바라보았다. 그
이우범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의 손을 잡았다.“설아하고 아래층에서 얘기 좀 나눴어요. 날 찾았으면 전화하지 그랬어요. 그럼 돌아왔을 텐데.”그는 내게 솔직했다. 민설아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딱히 질투가 난다거나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속으로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와 민설아가 함께 할 얘기가 뭐지? 둘 사이에 아직도 뭔가 남아있나?나와 이우범은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내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많이 놀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를 위해 따뜻한 티도 가져다주며 다정하게 챙겨주었다.하지만 나는 불편한 마음 때문에 이런 따뜻한 다정함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우범 씨, 설아 씨하고 무슨 얘기 했어요?”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우범은 흠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요? 질투하는 거예요? 아니면 내가 민설아하고 뭔가 꾸미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나는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 예상할까?나는 그를 의심한 것이 아니라 단지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궁금했을 뿐이다.묘한 내 표정을 보더니 이우범은 손을 뻗어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민설아가 로아와 승현이에 관해 묻더라고요. 민설아가 의심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승현이가 인호를 닮은 것 같아서 꼭 나한테 확인하고 싶었대요.”그렇게 된 일인 걸까? 나는 마음속에 의문이 계속 풀리진 않았지만 그 이유도 이해가 되는 것 같긴 했다. 민설아가 로아와 승현이에 해대 의심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나도 배인호를 쏙 빼닮은 빈이를 봤을 때 의심했었다.“이제 됐죠? 오늘 많이 놀랐을 텐데 일찍 쉬어요. 난 소파에서 잘게요.”이우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네, 많이 피곤하네요.”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늦은 밤이었다. 엘리베이터 사고에 대한 책임은 다음에 호텔 직원에게 물어야겠다.다음날 몇 가지 액티비티
“나 괜찮아요.”나는 머릿속에 스쳐 가는 생각을 잠시 멈췄다. 아직 이런 붉은색 잠수복을 다른 사람도 입었는지 정확히 몰랐다. 바다에 우리 두 커플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큰 문제는 없었지만 손바닥에 난 상처를 치료해야 했다. 요트에 구급상자가 있었기에 이우범이 조심스럽게 상처를 치료해 주고 붕대도 감아주었다.모든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을 때 민설아가 먼저 제안했다.“인호 씨, 우리 여기서 지영 씨네하고 같이 점심 준비해서 먹는 건 어때요?”그녀와 배인호가 잡은 해산물은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이때 그녀는 모든 걸 우리 요트로 가져왔다.“됐어. 우리는 호텔에 돌아가서 먹을 거야.”이우범은 거절했지만 나는 그러자고 했다.“그래요. 그럼 같이 준비해요. 내가 손을 다쳐서 많이 돕진 못하겠지만 맛있게 먹을 순 있어요.”민설아는 태연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요리는 내가 할게요. 다들 내 요리 솜씨 기대해요.”우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녀는 먼저 옷을 바꿔 입으로 갔다. 그다음 점심 식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편에 앉아서 바삐 움직이는 민설아를 조용히 지켜보았다.요트에 하늘이 보이는 주방이 있었다. 각종 요리 도구들과 조미료로 가득했다. 민설아의 솜씨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해산물을 손질하는 자세가 꽤 익숙해 보였다.아마도 예전부터 자주 요리해 본 것 같았다.아이에 대한 그녀의 사랑으로 봐서는 해외에서 아이와 단둘이 지내며 직접 요리해서 아이를 먹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나도 놀랍지 않았다.“인호 씨, 생강 좀 씻어 줄래요?”민설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배인호에게 물었다.“그래.”배인호는 자연스럽게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이때까지 손가락에 물 한번 묻혀 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방에 들어가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우리 집에 왔을 때 처음으로 들어갔다가 주방을 폭발시킬 뻔했다.오늘 보니 민설아를 도와주는 그의 모습이 꽤 익숙해 보였다. 단지 말없이 야채를 씻으며
증거는 없었지만 이런 생각이 한 번 떠오르니 억누를 수 없었다.만약 민설아가 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나는 그저 그녀를 냉혈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밧줄을 나의 발목에 감았다면 그건 의미가 달랐다. 이건 계획 살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인호 씨, 내 가방에서 물티슈 좀 가져다줘요. 기름기 때문에.”민설아가 자기 손에 묻은 기름을 보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민설아의 가방은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배인호가 대답했다.“알겠어. 잠깐만.”내가 먼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내가 가져다줄게요.’내가 가방으로 향하자 민설아의 표정이 변하더니 바로 달려왔다.“괜찮아요. 내가 꺼낼게요. 뭐 이미 더러워진 가방인데요.”그런 다음 그녀는 가방을 손에 넣더니 내가 볼 수 없는 거리까지 간 뒤에야 가방 안에서 물티슈를 꺼냈다.그 행동에 나는 너무 수상했다. 가방 안에 내가 보면 안 되는 물건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하게 내가 보는 것이 싫은 것일까?“왜 그래요?”내가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이우범은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나는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저었다.잠시 후 민설아와 배인호는 점심 식사 준비를 마쳤다. 전부 해산물 요리였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와인까지 꽤나 풍성했다.나와 이우범은 한편에 나란히 앉았고 배인호와 민설아가 우리 맞은편에 앉았다.민설아는 자기가 만든 요리에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지영 씨, 우범 씨, 어서 맛이 어떤지 먹어 봐요.”“아주 맛있을 것 같네요.”나는 먹기도 전에 먼저 칭찬했다.“그럼 많이 먹어요.”민설아가 이우범에게 눈짓했다.“우범 선배, 와이프가 손을 다쳤는데 이럴 때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지영 씨한테 많이 짚어줘요. 아니면 먹여줘도 괜찮고요.”배인호가 차갑게 말했다.“왼손잡이도 아닌데 무슨.”내가 다친 손은 왼손이었다. 하지만 난 오른손잡이였기에 일상생활에 영향이 없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정도는 문제 될 것도
나는 민설아의 가방에 왜 그런 밧줄이 들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호텔 매니저에게 연락했다.연락 후 사진을 한 장 보내줬다. 그 사진에는 호텔에서 해산물을 묶을 때 쓰는 밧줄이 있었는데 역시나 민설아 가방에 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나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만약 내가 그 밧줄을 증거로 삼아 그녀를 범인으로 몬다면 그녀는 그것을 이용해 나를 반박할 것이다. 결국 내가 그녀를 모함한 것으로 상황은 반전되었을 것이다. 어차피 호텔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조심하지 않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다.“이번 일은 더 언급하지 말아야겠어요. 우리에겐 증거가 없어요.”나는 이우범에게 말하며 이유를 설명했다.“네, 알겠어요.”이우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당부했다.“이제부터 민설아를 멀리해요. 난 걔 성격이 어떤지 잘 알아요. 서란 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진 않아요.”이건 이우범이 내게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것이다. 민설아를 처음 본 것도 아니었다. 난 그녀가 이전에 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오후에는 계속 잠만 잤다. 어두워질 때가 되어서야 이우범과 나가서 밥을 먹었다.호텔 레스토랑은 꼭대기 층에 있었다. 원형 유리 지붕으로 되어 있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다가 훤히 보였다.밤에는 바다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밤하늘의 별과 바닷가의 화려한 조명이 꽤 멋있었다.나는 입맛이 없었기에 간단하게 먹을 것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한편으로 야경을 보며 식사했다. 이우범은 나의 옆에 앉아서 견과류를 내게 까 주었다.“먹어요.”“저녁에 이걸 다 먹으면 살찌는 거 아니에요?”나는 웃으며 물었다.“지영 씨는 더 쪄도 괜찮아요.”이우범은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너무 마르면 보는 내 마음이 아파요.”사실 지금 난 많이 좋아진 것이었다. 예전에 말랐을 때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살이 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그때 가면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몸매를 가지게 될 거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