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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증거는 없었지만 이런 생각이 한 번 떠오르니 억누를 수 없었다.

만약 민설아가 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나는 그저 그녀를 냉혈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밧줄을 나의 발목에 감았다면 그건 의미가 달랐다. 이건 계획 살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호 씨, 내 가방에서 물티슈 좀 가져다줘요. 기름기 때문에.”

민설아가 자기 손에 묻은 기름을 보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민설아의 가방은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배인호가 대답했다.

“알겠어. 잠깐만.”

내가 먼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가져다줄게요.’

내가 가방으로 향하자 민설아의 표정이 변하더니 바로 달려왔다.

“괜찮아요. 내가 꺼낼게요. 뭐 이미 더러워진 가방인데요.”

그런 다음 그녀는 가방을 손에 넣더니 내가 볼 수 없는 거리까지 간 뒤에야 가방 안에서 물티슈를 꺼냈다.

그 행동에 나는 너무 수상했다. 가방 안에 내가 보면 안 되는 물건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하게 내가 보는 것이 싫은 것일까?

“왜 그래요?”

내가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이우범은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민설아와 배인호는 점심 식사 준비를 마쳤다. 전부 해산물 요리였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와인까지 꽤나 풍성했다.

나와 이우범은 한편에 나란히 앉았고 배인호와 민설아가 우리 맞은편에 앉았다.

민설아는 자기가 만든 요리에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영 씨, 우범 씨, 어서 맛이 어떤지 먹어 봐요.”

“아주 맛있을 것 같네요.”

나는 먹기도 전에 먼저 칭찬했다.

“그럼 많이 먹어요.”

민설아가 이우범에게 눈짓했다.

“우범 선배, 와이프가 손을 다쳤는데 이럴 때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지영 씨한테 많이 짚어줘요. 아니면 먹여줘도 괜찮고요.”

배인호가 차갑게 말했다.

“왼손잡이도 아닌데 무슨.”

내가 다친 손은 왼손이었다. 하지만 난 오른손잡이였기에 일상생활에 영향이 없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정도는 문제 될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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